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89화 (189/207)

#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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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갑룡은 죽음을 직감했다. 얼마 가지고 있지 않은 자존심까지 팽개치며 바닥을 굴렀건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자명했으니까.

그가 이 사실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그 자신이 불합리의 화신이었던 고로, 죽음이나 어떠한 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의 발버둥을 쳤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피할 순 없다. 너무 많은 피와 살점을 흘렸으며, 지금도 이어지는 공격은 그를 죽음의 벼랑 끝자락으로 몰고 갈 것이다.

검갑룡은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을 바라보았다. 해골용 위의 마법사. 이름은 모른다. 그는 오랫동안 은거해 왔고, 정보에 무심했던 탓이다. 그러나 그의 실력만은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접근해 올 때부터 알아봤다. 용으로써 그의 감각에 적신호가 들어왔으니까.

7개의 검을 보낸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검갑룡의 감각에 적신호가 들어온다는 것은 최소한 마룡과 비슷한 수준이니 합류하기 전에 처리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7개의 검이 당하고 말았다. 그의 자랑이나 다름없는 검은, 표면에 이상한 마법 문자를 달고 후퇴했다. 그는 검을 원래 위치에 넣어 정비했다. 마법 문자를 지우고 날을 세웠다. 어렵지는 않았다. 7개의 검은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다만, 이것은 나름의 힘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 당연하다.

죽기 직전의 상황.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명까지 끌어다 쓴 정비. 그가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다름 아닌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다.

‘저놈만은 데려가겠다!’

마룡과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 그것을 느낀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마법사가 이 사건의 원흉이라고. 원래는 있을 수 없는 일. 전사들이 커진 몸으로 기술을 펼치고, 차원의 구멍이 벌어지는 게 늦춰진 것. 몸에 박힌 무기들은 물론, 비늘검의 사출구를 막은 접착제 비슷한 것과 알 수 없는 대포까지도 전부 저 마법사의 탓일 거다.

물론 아닐 가능성도 있었지만, 당장에 알 바 아니었다. 눈앞에 원인 제공자가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기엔 충분했다.

그는 곧 온 힘을 다해 날아올랐다.

해골용 위에서 마법을 준비하던 남자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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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갑룡이 거구를 일으켰다. 너무나 거대한 체구가 움직이는 모습은 마법 종이에 작업하는 나로서도 뚜렷이 보일 정도였다.

더불어 이쪽을 노려보는 모습 또한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왠지 제 상황이 매우 위험하게 느껴지는 건 착각인 걸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다.

-아닙니다.

-크롸아.

멜드멜, 디가, 핸드에 데드하울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나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을 직감하며, 데드하울에게 소리쳤다.

“데드하울! 튀자!”

-크롸아아!

해골용이 공중에서 반전했다. 나는 조종을 녀석에게 전부 맡긴 채, 마법 종이에 계속해서 문자를 써 내려갔다. 어찌 되었든 마무리 타격을 먹여야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도망치면서 마무리를 먼저 먹이느냐, 아니면 검갑룡이 나를 먼저 잡느냐에 대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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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는 거냐!”

“네 상대는 우리다!”

“제길! 어서 대열의 준비를!”

검갑룡이 몸을 뒹굴면서 큰 피해를 받았던 습격조는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들의 육체는 엉망진창이었지만, 정신력 만큼은 그대로였다. 그런 이들에게 지원군이라는 희소식이 도착했다.

"합류하겠습니다.”

“지원해 드릴게요.”

검갑룡이 거체를 띄우는 사이, 하운드가 합류했다. 그들은 곧장 검갑룡에게 달려들기보다는 공격조의 치유부터 시작했다. 빼어난 사람들을 뽑아 왔다고는 하나, 전투조보다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존재는 정말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드문 존재중 하나인 펌프치는 하연성을 쫓아가는 검갑룡을 보며 혀를 찼다.

“제대로 준비 못 했는데.”

그는 소매에서 커넥터 달린 전기선 다발을 꺼내 흩뿌렸다. 주변의 고철에 꽂힌 그것들을 손가락으로 조종해 한데 모은다. 그러자 고철들이 적당한 위치를 잡아 척척 모양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사람의 형상. 마치 골렘과도 비슷한 물건이 만들어진다. 주변에 기계 부품과 철 덩어리는 많았기 때문에, 그 크기는 무려 7m나 되는 거체였다. 물론 대형화를 쓴 존재들보다는 작았지만, 이 강철 거인은 지속해서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대상의 몸에 붙잡을 물건도 있는 상황. 펌프치는 임시로 창조한 거인을 움직였다.

쿵! 쿵! 쿵!

거인이 뛰어간다.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뛰어올라, 떠오르는 검갑룡의 꼬리에 매달려 무기 중 하나를 붙잡아 비틀었다. 검갑룡을 막기 위한 움직임. 그러나 검갑룡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움직인다. 덕분에 당황한 건 펌프치였다.

“아이고. 이러면 안 되는 데.”

강철 거인은 그의 전기선이 연결되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전기선은 무한하지 않다. 결국 멀어지는 검갑룡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며 전투조에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빨리 와줘요!”

“하고 있습니다!”

하운드는 하프를 튕겼다. 감미로운 음악 소리에 지쳤던 정신이 회복되어 간다. 동시에 가져온 소모품으로 치료를 하니, 금세 상태가 좋아진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전투조는 다시금 검갑룡에게 달려들었다.

-방해하지 마라!

그러나 그것을 귀찮게 여긴 검갑룡이 자신의 몸통 뒷부분을 크게 깨물었다. 동시에 7개의 검이 움직여 그것을 베어낸다. 자신의 몸 일부. 약 1/10을 잘라버린 것이다. 사실 말이 1/10이지, 그 거대한 육체를 생각해보면 작은 동산 하나를 떼어 놓은 것과 같았다. 뒤따라오던 추격조는 잠시 막힐 수밖에 없는 수단이었다

그와 동시에 조금은 더 가벼워진 몸체로 날아든 검갑룡이 데드하울과 하연성을 삼키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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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갑룡에게 가장 치명적인 공격은 무엇일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토벌 시작 전부터 이야기와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를 찾진 못했다. 정보가 많이 없었고, 싸워보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토벌대에 의해서 검갑룡의 특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금속을 녹이며 엉겨 붙는 융화제가 녀석의 비늘검이 막을 수 있다는 걸 알았고, 피가 쇳물 같다는 것도 눈치챘다.

그렇다. 검갑룡은 전체적으로 금속과 같은 녀석이었다. 일반적인 무기로는 타격조차 주기 어려운 몸. 머리 부분에서 나온 7개의 검은 어지간한 명검. 아니, 전설로 나올만한 검들이다. 그 모든 것이 녀석의 몸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준비할 마법도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었다.

불과 얼음. 금속에 나름 치명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나 검갑룡처럼 막대한 육체에 타격을 주기엔 어려운 것들이다. 따라서 나는 다른 기술을 생각했다.

그리고 검갑룡에게 삼켜지려는 순간, 간신히 그 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먹어라. 뜯어서 삼켜라. 본래는 피식자. 그러나 지금은 포식자가 되리니. 삼킨다면 나의 승리로다. -불가사리-]

보라디옷에게 부탁했던 인형들이 저주와 마법을 안고, 나 대신 삼켜진다. 너무나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데드하울도 피하지 못했다. 그냥 나만이 해골용의 몸을 박차고 뛰었을 뿐이다. 이후의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다. 디가가 내 몸을 받치긴 했지만, 그리 시원스럽게 날지는 못하는 상황. 죽음이 코앞이었다.

하지만.

-크하악!?

그것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갑룡은 나를 공격하기보다 몸을 비틀었다. 잘못된 것을 토해내듯 연신 기침이나 구역질 비슷한 걸 해댔다. 덕분에 몸이 많이 부서진 데드하울이 빠져나온다. 쇳물처럼 보이는 검갑룡의 피를 가득 뒤집어쓴 상태였다.

이것만으로도 검갑룡의 몸속 상황이 훤히 보인다. 녀석은 말 그대로 안쪽에서부터 파 먹히는 것이다. 그것도 신경 계통이 있을 머리 쪽을 향해서.

아니. 혹여 신경계통이 아니더라도 가장 예민한 부분을 먹힌다는 건 참기 어려운 고통을 선사하리라. 덕분에 아주 약간의 틈이 생겼고, 나는 디가의 지원을 받아 녀석의 사정거리에서 한번 벗어날 수 있었다.

-네노오오오오옴!

검갑룡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본디 무수한 상처를 입고도 신음하나 내지 않던 녀석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갉아 먹혀도 움직일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너무 늦은 행동이었다.

푸확!

-크···억···

푸칵! 그그극! 푸욱!

그의 머리 주변으로 날카로운 것들이 뚫고 나온다. 내가 건 저주는 불가사리 본 따 만든 것. 당연히 안쪽의 인형들은 검갑룡의 피와 살을 먹고 강해지며 거대해졌다. 그것이 결국 녀석에게 치명적인 수준이 될 정도로 급성장 한 것이다.

여태까지의 상처로 인해, 그리고 몸통을 물어뜯음으로써 다량의 철혈(鐵血)을 흘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하거나 실패했을 일이었다.

-그르르르륵···.

녀석은 결국 날 삼키기 직전에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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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린스는 조용히 움직였다.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하연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소란을 피울 이유가 없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용이라곤 하지만, 참 귀찮군요.”

[용은 용이니까. 특유의 게으름도 없으니, 더 나을 수도 있지.]

용이라는 명칭은 아무에게나 붙지 않는다. 수많은 차원,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그럴만한 힘과 존재감을 갖춘 존재에게나 붙이는 경칭과 같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레비아탄은 충분히 용이라는 이름을 들을만한 자격이 있었다. 비록 다른 차원에 가면 1/10도 힘을 못 쓰는 존재라곤 하나, 지구에서만큼은 어지간한 마룡 뺨치는 힘이 있는 탓이다.

아무리 라비린스라고 한들, 그 인공용의 눈을 속이는 건 어려웠다.

첩자를 보내는 건 원래 거의 불가능하다지만, 벌레나 작은 생명체로 지켜보는 것조차 안 되는 건 고역이다. 하지만 라비린토는 어떻게든 그 삼엄한 기세를 뚫을 방법을 마련했다. 바로 영혼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그냥은 불가능했다. 영혼이란 차원을 뛰어넘는 에너지의 일종이지만, 이정표가 없다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러 지구에 첩자를 보냈다. 미끼이자 죽음을 각오한 존재였다. 그는 지구에 가서 레비아탄에게 붙잡혔으며, 실없는 정보와 함께 사망했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부터다. 영혼이란 것은 본디 죽은 장소에 자연스럽게 퍼지는 것. 미끼가 죽고 영혼이 터지는 걸 레비아탄은 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장려했다. 영혼이 떠돌다 뭉쳐 있을 힘마저 잃어버린다면, 지구의 에너지로 환원될 테니까. 그것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만약 지구에 하연성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연성은 영혼에 대해 꽤 많은 지식과 저주, 악마 소환술에 대한 조예도 있었으니까. 라비린토의 수법은 들통 날 가능성이 높았다.

“검갑룡이 이목을 끌어줘서 참 다행입니다.”

[무슨 협력자 같이 말하네? 녀석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유도했잖아?]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검갑룡은 제가 말한 곳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 쳐다보지도 않았지. 그쪽으로 가지 않게 유도했으니까. 아직 죽으면 안 되지. 그 녀석. 그래. 엉덩이 무거운 녀석을 움직여서 뭔가 얻은 정보는 있는 거야?]

“아직 없습니다만··· 그렇군요. 독특한 사실은 하나 알았습니다. 집 근처에 이상할 정도로 자연력이 몰려 있더군요. 뭔가 또 기이한 일을 벌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협회장이 좋아하겠군!]

“알려드리니 아주 좋아하시더군요. 그리고 저보고 일을 좀 더 빨리 진행하라 하셨습니다.”

[회사 습격?]

“네. 덕분에 일이 바빠졌···.”

라비린토는 말을 하다 말고 끊었다. 그리곤 품에서 작은 무언가를 꺼내 귀에 대었다. 벌집은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므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물건을 내려놓은 후에야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야?]

“검갑룡이 죽었다고 합니다.”

[···뭐?]

그건 벌집으로서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검갑룡이 무엇인가. 다른 건 몰라도 거대한 몸을 기반으로 어디서든지 도망 하나는 기가 막히게 쳤던 존재다. 오죽하면 회사의 사장하고 부딪친 후에도 살아남았을까.

그런 존재가 죽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협회의 입장에서도 썩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협회장이 화내겠군.]

“네. 애완동물이 죽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또 뭐가 있어?]

“회사에서 차원 이동 방해에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벌집은 이번에야말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체를 유지하던 일부 곤충이 흩어져 버릴 정도로 격한 표현이었다.

그 정도가 당연할 정도의 사안이었다. 회사와 협회는 차원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집단. 차원 이동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협회에서도 도약룡의 위치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많은 철저한 비밀이었다.

그런 차원이동에 간섭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아니, 기술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상대방 차원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완벽하게 막는 건 아니었지만, 간접적인 영향만으로도 그 중요성은 어마어마하다. 그야말로 이것의 존재를 없애기 위해서 전쟁을 불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게다가 이번에 우연히 준비한 습격 준비와 겹쳐진다면, 그야말로 어느 한쪽은 정말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럼 저는 준비를 위해 가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바쁜 게 더욱 바빠졌다. 협회장의 명령도 있었으니, 더 이상 가만있지 못하게 된 라비린토가 몸을 일으켰다.

[준비라··· 이쯤 되면 어디로 가는지 정도는 알려줘도 되지 않아?]

“으음. 그렇군요. 당신에게 협조받기 위해서라도 그 정도는 필요하겠군요.”

벌집은 나름 이성적인 존재였다. 쾌락에 대해 아주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곱추나 검갑룡처럼 쾌락에만 목숨 거는 타입은 아닌 것이다.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몸을 크게 사릴 터. 라비린토는 비장의 수를 밝혔다.

“제3세력. 악마들을 좀 끌어들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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