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80화 (180/207)

# 차장 #

수색이란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무엇을 찾는 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너무 오래 걸린다. 아무리 작은 차원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크기인 게 보통인 탓이다.

실제로 이곳 역시 지구의 1/2 정도의 크기다. 절반이라고 해도 이곳의 바다, 혹은 호수같이 물이 있는 지역 비중을 모르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하겠다.

그런 장소를 일일이 돌아다니면 당연히 비효율적일 터. 회사가 이 일을 펌프치에게 맡긴 것은 돌아다니는 기계들을 해킹해 정보를 얻게 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로서는 불가능한 방법. 다른 방식을 쓰기 위해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하지만 바로 쓰진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기계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었던 탓이다.

‘방해받으면 귀찮으니까··· 먼저 확인해 볼까.’

일부러 은신을 푼 데드하울을 날려 보낸다. 녀석은 주변을 맴돌며 소리를 질러 이목을 끌었다. 주변 벌레들이 해골용을 보며 숨죽이는 게 눈에 들어온다. 분명히 기계가 발견했을 모습. 그러나 공격은 없었다.

‘뭐지? 데드하울이 죽어 있어서 그런가?’

체온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추측하는 순간, 사방에서 탄환이 빗발쳤다. 결국 해골용을 동물로 결론지은 모양이다.

나는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강령술을 쓸 건데··· 이런 상황이면 방해받을 거 같네.’

현재 공격 수준은 데드하울에게 피해가 없는 소형화기 정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화기로 바뀐다. 동물의 수준을 측정해보며 무기를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데드하울을 공중에서 유영시켰다. 녀석의 마법 장벽은 대형화기도 막아낼 수 있지만, 집중포화까지는 어렵다. 명중률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

쾅! 콰광!

포탄 세례가 쏟아지는 걸 보며, 기계 중 하나를 향해 다가갔다. 일부러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기계는 은신 마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모습이 수상해서 은신 마법을 풀어본다. 기계는 여전히 데드하울만 표적으로 삼았다.

‘먼저 보인 동물을 죽여야 다음 표적을 노리는 건가.’

상당히 수준 낮은 프로그램. 기계의 모습 또한 사람이나 동물을 닮기보다, 포대를 보는 느낌에 가까웠다. 가운데엔 중화기를 쏘는 큰 포대와 옆에는 소형화기가 붙어 있고, 엉덩이 부근에 다리 4개와 탄창들이 모여 있다.

가볍게 본 느낌으로 탄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로 펌프치가 준 자료에도 많은 양의 탄약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데드하울이 저렇게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이 일대의 기계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쾅!··· 쾅!··· 투다다다다!

아니나 다를까, 데드하울에게 쏟아지던 중화기의 포격이 끊어졌다. 기계들은 수준 낮은 프로그램을 자랑하듯, 소형화기까지 전부 쏟아부은 후에야 동작을 멈췄다.

‘음. 혹시 지원 같은 게 오려나?’

자료에 탄약이 떨어졌을 때는 적혀 있지 않았다. 지원 같은 게 오면 작업에 방해되니, 조금 기다려 본다. 그냥 멍하니 있는 건 아니었고, 강령술의 사전 작업과 함께, 데드하울에게 주변을 좀 더 날아다니라 했다. 근처 기계들의 처리를 맡긴 것이다.

약 30분 동안 기계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결과는 지원 같은 건 없다는 것. 나는 빈 약실만 치는 기계들을 보며 작업을 시작했다. 데드하울은 계속 주변을 날게 하면서 기계들의 이목을 끌거나, 심심하면 부숴도 상관없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러면 방해받을 일 없겠지.’

나는 주변에 벌레들을 내쫓은 뒤, 디가의 힘을 빌렸다.

-살살해주길 바란다.

“걱정 마. 여기선 강령술이 큰 힘을 쓰기 어려우니까.”

짧은 대화와 함께, 상점에서 산 유골함을 촉매로 이 땅의 원념을 이끌어낸다. 예상대로 남겨진 원념은 그리 많지 않다.

유골함은 싸구려에, 원념은 지성체일 수록 남기기 쉬운 탓이다.

그러나 없진 않다. 부자연스러운 동물 살해도 조금은 남길 수 있고, 작위적인 멸종은 상당히 많은 양의 원념을 남기는 탓이다. 비록 오래전 일이라 거의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령술을 쓰기엔 충분했다.

[너는 진실을 볼 수 있으니 꿰뚫어 보아라. -원념의 시야-]

허공으로 눈동자가 떠오른다. 원념을 뭉쳐 만든 눈. 목표가 다가온다면 알려줄 것이다. 준비를 끝낸 나는 곧장 다음 작업으로 들어갔다.

‘한 30km면 되겠지?’

초대형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목표는 파괴. 이 차원에 거대한 영향력을 줄 만한 마법을 만드는 것이다.

신의 손을 썼음에도 1시간이나 걸쳐 기초적인 부분을 완성한다. 그러자 오싹한 감각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무나도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마법을 만들어내는 거라, 그 존재감을 흩뿌리는 것이다.

마법사가 너무 거대한 마법을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세계의 모든 존재가 알아채고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낀다. 일반적인 동물 정도라면 두려움에 도망치겠지만, 지성체는 적개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방해를 하러 오니, 차원에 영향을 줄 만한 마법들은 잘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레비아탄의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다. 육체, 영혼, 마법진이 각자 따로 만들어진 데다가, 지구와 존재가 연동되었고, 단번에 차원을 부술만한 출력은 낼 수 없다. 여러 가지 제한이 걸려있기에, 다른 존재들이 적대감을 가지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달랐다. 명백한 적대감과 완성되면 차원의 1/5이 날아가 버리는 위력. 후에 있을 후유증까지 생각하면 멸망이다. 이 땅의 지성체들은 본능적으로 그걸 계산하게 되고, 방해하러 올 게 분명했다.

그렇다. 나는 정말로 이곳에 죽음을 뿌릴 생각 따윈 없었다. 단순히 이곳에 있는 지성체를 찾기 위해, 이 난리를 벌이는 것이다. 물론, 이 상황이 이곳 생태계에 영향을 주긴 할 것이다. 주변에 있던 벌레들이 대폭 이동할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멸종이나 폐허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어찌 되었든 이곳은 벌레밖에 없었던 탓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마법을 준비한다.

우스스스!

예상대로 첫 번째 파동이 흩뿌리고 간 영향력은 강력했다. 대항할 수 없는 작은 벌레들은 곧장 도망치기 시작했으며, 꽤 커다랗고 공격력 있는 녀석들 몇몇은 내게 공격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멜드멜과 코트의 방어력을 뚫을 만한 존재는 없었다. 대항하려면 훨씬 커다란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대 곤충들은 도망가는 대열에 합류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마법진을 그려 나간다. 하루가 다 지나갈 때쯤, 2차로 존재감이 퍼져 나갔다. 거기에 하루가 더 지나자, 3차 파동이 퍼진다.

이쯤 되면 이 차원에서 모든 존재가 마법에 대해 알만한 수준. 그러나 띄워놓은 감시자의 눈에 걸리는 건 없었다. 아무래도 이곳의 곤충들은 지성체까지 도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며칠 정도는 두고 볼까.’

어쩌면 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나는 마법진이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뿌리게 된 상태에서 내버려 둔 채, 다른 일을 하기로 했다.

‘상황을 기록하는 마법 정도 걸어두면 되겠지.’

두루마리 다섯 장과 적당한 촉매를 써서, 은밀히 기록하는 마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운드에게 받은 명단 중, 난쟁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다양한 종류의 인형들을 만들 수 있냐는 것.

그러자 상당히 자존심 상했다는 말투로,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말실수한 걸 사과하며 만나기를 희망했고, 잠시 후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별일 없지?’

강령술로 띄운 눈에는 일반 곤충밖에 보이지 않는다. 몇 시간 정도는 자리를 떠도 문제없으리라. 나는 곧장 난쟁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일그러진 시야가 돌아오며 보인 것은 어둠이었다. 회사의 이동 시스템을 이용했으니, 위험하진 않을 테고, 동굴 깊숙한 곳이 있는 거로 추측된다. 나는 디가에게 주변을 확인하게 한 뒤,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맴도는 반딧불-]

머리 위에 빛 덩어리를 만들자,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온다. 예상대로 내가 있는 곳은 동굴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채석장 같은 모습이다. 아무래도 난쟁이는 이곳에서 직접 재료까지 조달하는 것 같다.

‘하긴. 그게 일반적인 난쟁이들의 모습이긴 하지.’

회사에 소속된 이들이 특이한 거다. 그들에겐 상점이라는 편리한 기능 덕분에 창작 욕구를 마구 발휘할 수 있으니까. 나는 한쪽만 뚫린 길을 걸으며, 동굴 벽을 확인해 보았다.

희미하게 박힌 광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양이 적지 않은 게, 다른 난쟁이들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걸었다.

‘다른 난쟁이들이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네.’

난데없이 막힌 광산으로 들어왔으니 경계하리라. 고 추측했던 건 쓸데없는 일이었다. 길의 끝에 보인 건물은 세 채. 그중 두 곳은 명백하게 작업장으로 보이는 장소였다. 이 넓고 풍부한 광물을 난쟁이 혼자서 쓰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사급은 이사급이라며 속으로 감탄한 뒤, 거주지로 보이는 곳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한 번 더 문을 두드리니, 작업장 문이 벌컥 열렸다.

“한낮에 집에 들어갈 리가 없지 않냐! 엉뚱한 문 두드리지 말고 이리와!”

보라디옷이란 이름을 가진 그 난쟁이는 의외로 젊고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에 주름살이 가득한 게, 성질 나쁘고 꼬장꼬장해 보였다. 그 때문에 순간 다른 난쟁이에게 맡길까도 생각해 봤지만, 일단은 상황을 보기로 했다. 조언 잘 해주고 물건만 잘 만들어 준다면야 약간의 귀찮음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계와 영혼을 합치는 것도 물어봐야 하니까.’

기계와 마법의 전문가에게도 물어봤지만, 실패한 것을 이 난쟁이에게 물어보려는 것이다. 설계라면 이들도 만만치 않은 전문가였으니까. 그러니 당장은 조용히 입 다물며 작업장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래. 인형을 만들고 싶다고? 대체 어떤 녀석을 만들려고 회사의 소개장까지 받은 거냐.”

그는 무척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로서는 거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축소 마법을 받고도 강력한 인형을 만들고 싶어요.”

“···이건 참신한 개소리로군. 좋아. 어디 이야기는 들어주지.”

욕설 섞인 말투를 하는 것 치곤 눈을 반짝인다. 그 역시 창작을 하는 난쟁이로서 새로운 주제를 들으면 피를 참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그에게 축소 마법의 원리와 원하는 모델에 관해 설명했다.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듣던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밀도는 변하지 않는데, 무게와 강도는 줄어드는 건가. 일반적으로 금속을 깎아내리는 것과 같군. 두께가 줄어들면 강도도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야. 이런 식은 답이 없는데.”

그는 마법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더 했다.

“사용된 금속이나 재료가 날아가는 건 아니겠지?”

“네. 뼈 같은 재료로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럼 질량 자체가 사라진다는 건 아니겠군. 으음. 오히려 비슷한 물질로 바뀐다는 게 더 맞겠어.”

“마법적 이론으로는 ‘속이는’ 거니까, 원래 그만한 크기로 만들어진 게 되는 거예요. 다른 물질이 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요?”

“흐. 그거 골 때리는 군. 이건 방향을 좀 달리해야겠어.”

그러면서 그는 광물 하나를 꺼내왔다.

“재미있는 광물 하나를 보여주지. 겹철(裌鐵)이란 녀석인데, 말 그대로 겹치면 강해지는 녀석이지.”

“으음. 그냥 강하고 커다란 인형을 만드시려는 건가요? 제가 원하는 건 그런 방식이 아닌데요.”

그렇게 따진다면 그냥 전설로 불리는 재료들을 써서 만들면 된다. 용의 뼈를 강화해서 축소 마법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는 강도를 유지하는 데드하울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건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 내가 데드하울이 축소된 상태에서는 육탄 공격을 자제시키는 이유가 뭐겠는가. 용의 뼈를 강화했어도, 강한 전사의 타격에는 부러지거나 깎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인형은 부서지는 게 전제인 기술도 많다. 여기에 값비싼 재료를 쓰고 싶진 않았다.

“내 말 아직 안 끝났네. 다 듣고 이야기해.”

“···네. 죄송합니다.”

“흥! 어쨌든 이 겹철 말인데, 내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지.”

그는 겹철을 얇고 작게 썰기 시작했다. 넓이는 새끼손톱만 한 수준에, 두께는 종이를 두 세장 겹친 정도. 그 대단한 손놀림에 놀라며, 철판을 겹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이 정도 넓이로 자르면, 면(面)도 두께로 인식한다는 거야. 즉, 크기가 이만한 형태로 만들면 겹쳐지는 강도가 2배로 상승하지.”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보라디옷은 정으로 겹철을 찍어버렸다. 정통으로 한가운데를 노리는 솜씨. 그러나 다섯 장이 겹쳐진 철은 마지막 한 장에서 뚫리지 않고 버텨냈다.

“어떤가. 이만한 크기로 줄어드는 걸 계산하고 인형을 만든다면 꽤 괜찮은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좋은 광물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강철보다 조금 높은 편에 불과했다. 얇은 철을 다루는 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보니, 잘 쓰이지 않는 모양. 나는 이걸로 인형을 만들기로 했다.

“개당 2000포인트네.”

“···보라디옷 님. 혹시 필요하신 마법 도구 없으신가요?”

물론, 숫자가 좀 많다 보니, 협상은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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