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68화 (168/207)

# 차장 #

큰 소리가 들리자마자 곧장 바깥을 뛰쳐나갔다. 정체를 들키는 건 관계없어진 상태. 주변 사람들을 마구 헤치며 나간 끝에 보인 광경은 2m가 넘는 풍채의 아저씨들끼리 싸우는 역동적인 광경이었다.

“흐읍!”

“흐앗!”

떠엉! 쩌엉!

지팡이와 대검이 부딪쳤다. 둘은 커다란 불꽃을 튀기며 충돌했고,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힘과 힘. 거기에 기술이 더해진 공격들. 마치 백전노장의 전사들이 싸우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한 명 신관이다.

나는 속으로 황당해하면서 전투에 끼어들었다.

“어쩌다 싸우게 된 거예요!?”

“돌아다니다 목표를 발견했네! 저 위에 있을 걸세!”

목표라 함은 독점의 지배자밖에 없다. 나는 건물을 훑었고, 아까 소리의 근원지를 확인했다. 2층에 나 있는 저택의 커다란 구멍. 내공을 한껏 끌어 올려 그곳으로 뛰어들어간다.

“제길! 라록드! 저 녀석은 네게 맡겼다!”

“옙!”

거기엔 두 존재가 있었다. 그중 뒤에 있는 남자는 180 정도의 키와 조금 풍채가 있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40대 중반에 눈빛만큼은 착 가라앉은 게 인상적이다. 레고드가 말한 특징 그대로다. 이 남자가 바로 독점의 지배자였다.

생각만 같아선 바로 그를 치고 싶지만, 눈앞에 거슬리게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마른 타입의 검사. 아니. 저걸 검사라고 할 수 있을까? 양손이 마치 사마귀의 낫처럼 되어 있다. 접합부가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 인위적인 게 아닌 종족적 특징 같다.

속도를 중시한 쌍검사 타입. 여기에 양쪽의 손날에서 독처럼 보이는 액체가 뚝뚝 흘러내리는 것으로 보아, 히트 앤드 런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마법사가 상대하기엔 꽤 까다로울 수 있는 적.

하지만 그건 상대가 일반적인 마법사였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품속에서 신의 손을 꺼내 움켜쥐었다.

“하연성! 결국 네놈이 왔구나!”

“하핫! 네가 바로 하연성인가!”

신의 손을 꺼내자 날 확정 지었는지, 녀석들이 경계한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고 신의 손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날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다니! 후회하게 해주···”

쌍검사의 남자에겐 내 행동이 여유처럼 보인 모양이다. 그는 화를 내면서 이쪽으로 달려와 양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두 개의 검은 속도가 줄고, 두 개의 방벽에 완벽히 막혔다.

“···마?”

와이셔츠의 방어 마법. 멜드멜의 방벽. 신의 손에 붙은 인공 영혼 핸드의 영혼 방벽. 이 세 가지의 요소는 주력이 히트 앤드 런인 검사쯤은 가뿐하게 막아낼 방어력이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감과 폭력성에 가득 차 있던 얼굴과 얼빠지고 멍청한 형태로 변한다. 그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팔을 휘둘렀다.

팅! 팅!

칼날을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조급함과 내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를 부추겨 움직이게 했지만, 단 하나도 닿지 않는다. 독 한 방울 침투하지 못했다. 그저 허무한 노동. 의미 없는 발악. 나는 그것을 보며 마법을 완성했다.

[강철은 뼈대이며, 돌은 피부. 그 형태는 거인의 손이리라. 하지만 이 의지대로 움직이니, 그것은 곧 나의 손과 다름이 없다. -돌거인의 주먹-]

건물의 한쪽 벽면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주먹이 된다. 그것은 곧장 쌍검사를 날려버리고, 도망가던 독점의 지배자를 추격해 잡아 왔다.

“히, 히익?! 살려줘!”

거대한 손에 잡힌 채로 울며 애원하는 녀석. 이런 놈이 다른 녀석들을 지배하는 존재라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공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살릴 이유를 찾지 못한 내가 주먹에 힘을 줬다.

“끄···헉! 자, 잠깐··· 나는··· 가짜···”

그때, 귀에 확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서늘한 불안감을 느낀 나는 마법을 풀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남자의 목에 신의 손을 들이대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허억··· 헉··· 마, 말 그대로야! 나, 난 가짜야!”

이 말을 믿어야 하는지 의심이 든다. 막말로 거짓말을 한 채 기회를 노리는 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진짜이면 곤란하다. 정보를 얻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나는, 탐색 마법을 펼치고 물었다.

“예, 아니오로 대답해. 넌 가짜냐?”

“네!”

“···진짜는 다른 저택에 있나?”

“네!”

“다른 저택의 위치를 알고 있나? 독점의 지배자가 있는 저택도”

“예! 뒤는 아니오!”

쓸모가 있어 보인다. 탐색 마법으로 거짓말을 탐지한 후, 대답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고 가짜를 기절시켰다. 레고드에게 보여서 정보를 모두 빼낼 생각이었다.

데드하울의 등에 가짜를 동여매고 마당 쪽으로 내려가니, 막 남자들의 다툼이 끝난 상황이었다. 그 옆에는 도칸이 다른 녀석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끝났어요! 돌아가죠!”

이곳의 습격 정보는 이미 알려졌을 게 분명한 상황. 나는 마법을 아끼지 않고 퍼부어 길을 뚫었다. 사실 데드하울을 타고 올라가면 되지만, 너무 눈에 띄기에 자제했다.

그 후 얼굴을 감춘 채, 숙소로 돌아와 일행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습격 사실이 들통났다는 이야기에 다들 걱정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그들은, 정보 제공자를 데려왔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했다.

나는 우선 레고드에게 인질을 보여주고 정보를 얻어 냈다. 남은 저택은 둘. 이번에 들켰기에 최대한 빨리 습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수색조도 참가해 줬으면 해요.”

“물론 이어요. 말씀만 하세요.”

여태까지 습격조에 함께하지 못한 게 싫었는지, 지아가 가장 적극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에게 습격조를 시킬 생각이 없었다.

“수색조는 저택 중 한 군데를 정찰해 주세요.”

“···같이 가진 않으시나요?”

“얼굴을 들킨 이들과 안 들킨 이들이 나눠가야죠. 전투는 모두 모일 때까지 자제하는 거로 할게요.”

“하지만 그러면 얼굴을 들킨 쪽이 훨씬 더 위험하지 않나요?”

지아의 말은 타당했다. 실제로 여러 가지를 들킨 습격조는 덜미를 잡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나누는 건, 네 번째도 허탕을 쳤을 때 매우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두 조로 나눠서 정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럼 전 연성 씨와 같이 가겠어요.”

“그렇게 되면 수색조가···.”

“저희는 어떻게든 할게요.”

“으음. 어렵겠지만 해보겠습니다.”

“목표의 타격이 아닌 수색입니다. 인원이 적어도 문제없을 거 같습니다.”

지아가 따라오겠다는 걸 반대하려는 찰라, 차례로 애들리, 레고드, 휘아가 지지해줬다. 아무래도 여성진을 끼리 통한 게 있었던 모양이다. 레고드는 연인 때문에 휘말린 것처럼 보이고.

어쨌든 이런 상황이라면 나도 반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아는 습격조에 포함되어 행동하기로 결론지은 채, 그날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습격조는 저택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룻밤 사이가 경계가 대폭 강화된 탓이다. 덕분에 우리는 거의 은신 마법을 달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고생고생하며 도착한 저택은 첫 번째 저택과 꼭 닮은 형태의 지형에 세워져 있었다. 얼마나 똑같았는지, 나를 포함한 습격조가 위치를 재확인했을 정도. 다행히 목적지는 정확했다.

하지만 목적지를 알고도 우린 바로 돌격하지 못했다. 주변의 경계가 차원이 달랐던 탓이다. 공중에는 용기사들이 날아다니고, 바닥에는 교대로 쉬는 듯한 언서족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 그 옆에는 코가 좋은 짐승이 고기를 뜯으며 쉬고, 호수에는 어인족이 언뜻 비췄다가 사라진다.

누가 봐도 최대한의 경계를 끌어 모은상황. 어떤 수를 써서 넘어가야 할지 감도 잡히질 않는다.

“으음. 하연성 마법사. 다른 쪽은 어떻소?”

“···상황은 똑같아요.”

연락책으로 보내둔 아이자드와 감각을 강화하여 살펴본 결과, 다른 쪽도 같은 수준의 경계를 펼친 모양이다. 다만 그곳에는 지하라서 언서족과 지뢰가 바글대는 차이점은 있었다.

“보류할 텐가? 아니면 작전 회의라도?”

내가 망설이자 루디브렉이 돌아가는 방법을 물어왔다. 그러나 고개를 젓는다. 이미 제한 시간이 걸린 상황이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마을에도 있기 어려워지고, 쫓기게 되는 순간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차라리 지금 돌파하는 게 더 쉬울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갈 생각인가?”

“···작전을 바꾸죠. 강행정찰을 한 다음에, 없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다른 한쪽도 돌파할 방법이 없어서 진행이 멈춘 상황이다. 우물쭈물하기보다는 어렵더라도 돌파해서 확인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았다. 대신 이 작전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필요했다.

“위시. 바깥으로 도망가는 녀석이 있으면 반드시 알려줘야 해.”

“알았어. 근데 다른 쪽은 어떻게 할 거야?”

“그쪽에 있는 이들을 믿어야지.”

바로 독점의 지배자가 도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걸 위한 감시병으로 위시를 바깥에 대기시킨 뒤, 곧장 데드하울의 축소화를 해제하며 말했다.

“가죠. 목표가 있기를 바라면서.”

-크롸아아아!

일행의 선두는 든든한 해골용. 데드하울이었다. 그러나 녀석의 역할은 바닥을 구르며 지뢰를 파괴하는 것과 짐승들의 견제가 다였다. 이곳에서 화려하게 날뛸 사람은 따로 있었다.

“크로이아님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이 땅에 떨어질 것이라 하였다!”

“어? 야, 야! 왜 그래! 으아악! 떨어진다아아아아!”

“안돼애애애애!”

“살려줘어어어!”

루디브렉의 커다란 외침과 함께, 어지간한 메이스보다 튼튼하면서 무거울 지팡이가 빛났다. 어마어마한 광량. 인공적으로 태양을 만든다면 바로 이렇지 않을까 싶은 수준의 빛과 함께, 공중을 날아다니던 용들이 힘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무거워서 떨어진 게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힘이 빠진 듯한 모습으로 날갯짓 자체를 하지 못했다. 못해도 수십 미터를 날고 있던 그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마른하늘에 벼락이 30번은 떨어진 것과 같은 재앙!

저 멀리 떨어지는 비명과 경악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였으니, 그 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허허··· 저게 정말 가능하구려··· 용기사가··· 기사의 꿈과 로망이···”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저것들은 용이 아닌 날파리인 건가요? 아.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군요.”

심지어는 같은 편까지 정신적 충격에 빠트린 그는, 모든 용기사가 떨어지자 어깨가 뻐근하다는 듯, 주무르며 한마디 했다.

“으음. 크기가 작아도 서른쯤 되니 쉽지 않군. 이번 싸움에서는 힘의 절반 정도 밖에 못 낼 것 같아.”

그의 숙련된 전사로서의 힘을 생각해 봤을 때, 절반도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나는 예측했지만, 실제로 보자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오는 광경에, 반쯤 얼이 빠진 느낌으로 전진을 외쳤다.

데드하울이 몸을 뉘어 구르면 어지간한 지뢰와 짐승, 적들은 대부분 정리가 되며 길이 뚫렸다. 남은 것은 언서족이었는데, 땅에 대한 기습이 좀 귀찮은 정도였다.

호수는 마법으로 얼려 길을 만들었다. 어인족들은 물속에서는 빠르게 움직였지만, 물 밖에서는 영 맹탕이라 상대하기 쉬웠다.

저택의 담장문은 굳건히 닫혀 있었지만, 그것 또한 별문제는 되지 않았다.

“데드하울. 받아버려.”

-크롸아아아!

콰아아앙!

해골용이 성난 들소처럼 담장문을 들이받아 부숴버렸다. 분명 여러 가지 강화 마법이 적혀 있던 물건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앞에서는 쓸데없는 짓. 마법을 해제한 문은 그냥 나무 수준에 불과했고, 데드하울의 박치기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적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발사아아!”

쾅쾅쾅! 슈우웅 쾅!

-크오오오!

문이 부서지고 모습을 드러낸 데드하울에게 다양한 공격이 퍼부어졌다. 방어 마법이 작동되긴 했지만, 그걸로는 전부 막아 낼 수 없는 수준의 화력! 데드하울의 소중한 뼈가 깎이는 걸 보며 인상을 찌푸린 내가 외쳤다.

“이젠 네 마음대로 싸워!”

-크롸아아!

그 직후, 데드하울이 하늘로 쏘아 올라졌다. 거구가 갑작스럽게 하늘로 올라간 풍경에 순간적으로 적들의 화력이 목표를 잃고 헤매었다. 그리고 데드하울의 습격을 허용했다.

쿠우웅! 콰가각!

-크아아!

“지금이에요. 들어가죠.”

데드하울이 적들의 화력을 묶어 놓은 틈을 타, 저택의 안쪽으로 향했다. 한꺼번에 부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래서야 시체를 확인할 수가 없다. 확실한 처리를 위해서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명의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어. 침입자들. 미안하지만 이 뒤로는 못 지나간··· 큿!”

“···쳇.”

여유를 부리며 손까지 흔들려는 모습에, 곧장 신의 손을 찔렀지만, 남자는 빠르게 언월도처럼 생긴 무기를 들어 막아냈다. 일류인 내 기습을 막아낼 정도면 최소한 절정 수준에 이른 존재라는 뜻. 즉, 휘아처럼 검기(劍氣)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이야. 인사도 못 하게 해주고 이거 너무한데?”

“하지 말란 말 안 했어요. 기다려주지 않을 뿐.”

“그게 너무한 거라고. 뭐, 좋아. 떠들면서 견제 정도는 될 것 같으니, 일단 말은 좀 해보실까. 나는 독점의 지배자 밑에서 일하고 있는 철충종이다. 실력은 대충···”

철충종은 가볍게 무기를 휘둘러 주변의 물건 중 하나를 잘라냈다.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절단면에 빛이 반사될 정도로 매끄러운 모습. 명백한 도기(刀氣)의 모습이었다.

“절정 단계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지. 잘 부탁해.”

아무래도 독점의 지배자를 잡는 과정이 쉽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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