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67화 (167/207)

# 차장 #

습격할 장소. 독점의 지배자가 있다는 자택은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 습격조는 레고드가 그려준 약도를 따라 움직였다.

사실 약도는 거의 필요가 없었는데, 저택이 외진 곳에 커다란 모습으로 지어진 탓이다. 깎아지는 절벽과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10km가량의 황야와 둘러싼 듯한 인공호수. 그야말로 성이라도 보는 듯했다.

“···경비도 많구려. 이건 정찰도 쉽지 않을 것 같소.”

도칸의 말대로 저택은 환경뿐만 아니라, 경비 수준도 상당했다. 일단 황야 자체부터가 난관이었다. 의심스러워서 근처에 작게 탐색 마법을 써봤는데, 지뢰가 몇 발견된 것이다. 발목지뢰 정도면 절벽구조에 피해 없이 은신 마법을 견제할 수 있으니, 대량으로 묻어놓았을 것이다.

정찰은커녕 다가가기도 어려운 상황. 우리는 성급하게 진입하는 것보다 주변을 더 돌아보기로 하고, 절벽 쪽으로 돌아갔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 상당히 먼 거리를 돌아왔는데, 안타깝게도 성과는 좋지 않았다. 절벽 밑도 황야처럼 만들어 놓은 데다가, 아래쪽에도 경비가 있었던 탓이다. 아룡(兒龍)으로 추측되는 존재 30마리까지 함께 있었던 터라, 잘못하면 절벽 위에서 공격받을 수 있었다.

“이거 정말 놀랍구려. 어쩌면 용기사(Dragon Knight)가 있을지도 모르겠소.”

“···하늘을 나는 걸 빼면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진 않아 보이는 데요.”

나는 그들이 공중을 돌아다니는 것 빼고는 그리 위협적이라 여기지 않았지만, 도칸의 의견은 다른 듯했다. 그는 차분히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하연성 마법사는 해골용을 데리고 있으니 그래 보이겠소. 하지만 우리 기사들에겐 강력한 힘의 상징이라오. 저기 아룡의 꼬리에 달린 끈이 보이오?”

가리킨 부분을 쫓아가니 용의 꼬리에 고삐처럼 달린 끈이 묶여 있었다. 2~3m짜리 거구의 몸에 세 개나 달린 끈은 무척 거추장스러웠지만, 거기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용의 꼬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조종하는 거라오. 용기사에겐 저게 꼭 필요한데, 용과 함께 ‘검무’를 추기 때문이오.”

검무. 기사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기술. 무공보다 응용성은 떨어지지만, 위력과 효과에선 더 뛰어남이 있었다. 그걸 용과 함께 쓴다? 그 결과를 상상한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바로 그 설마요. 검무 중에는 탈것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있소.”

꽤나 충격적이다. 아무래도 마법사만이 공중을 지배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도칸에게 알고 있는 검무의 종류가 있는지 물었다.

“공중에서 돌격하는 것과 검격의 범위를 한껏 늘리는 게 있다고는 들었소. 그 이상은 모르오. 알다시피 아룡이란 게 꽤 희귀하다 보니.”

마룡들은 자식을 낳는 것에 딱히 꺼릴 것이 없다. 따라서 본래 아룡의 개체 수는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그걸 발견하는 건 무척 어려웠다. 성룡이 공격하진 않지만, 육아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룡들은 생존을 위해 알아서 움직여야 했고, 널리 퍼지게 된다. 그 와중에서 대부분은 짐승이나 몬스터의 먹이로 변하며, 그중 일부가 잡혀서 인간에게 사육되는 것이다. 용이 번식한 차원에 50마리 정도 사육되면 많은 편이니, 정보가 잘 퍼지지 않은 건 당연했다.

“그럼 지상 쪽으로 들어가는 게 좋은 걸까요?”

“들어가는 입구 자체는 상관없소. 용기사에게 공격할 수 있는 범위를 주느냐가 중요한 것이오.”

용기사의 공격 범위는 하늘을 말하는 것. 즉, 최대한 빠르거나 들키지 않고 천장이 있는 장소로 들어가는 게 최선이라는 뜻이다. 꽤 어려운 과제에 침묵하자, 옆에서 듣고만 있던 루디브렉이 물었다.

“그럼 저 날파리들이 못 날게 하면 되지 않나?”

용을 날파리로 만드는 발언에 쓴 웃음을 지으며 설명해주었다.

“30마리나 되는 용을 묶으려면 마법에 꽤 공을 들여야 해요. 거기에 이쪽에서 집적 뻗어 나가는 마법은 가릴 수도 없고요. 결국 끌어들여서 한 번에 묶어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일을 저지를 바에는 저택을 폭격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음? 나는 마법이 아니라 신관술 이야기네만.”

나와 도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가능한가요?”

“못할 건 뭐 있겠나? 크로이아님의 힘에는 끝이 없는데.”

“아니···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오? 내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닌데, 그런 신관술을 쓰는 신관은 본 적이 없소.”

“그 신관들이 미숙한 것뿐이라네. 나 크로이아의 진실한 종. 교황 루디브렉을 믿어보게나!”

충격적인 발언의 연속에 이젠 입까지 떡 벌어졌다. 나와 도칸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현실을 받아들였고,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꽤 멀리 떨어진 공터로 나가 데드하울을 대상으로 시험해 본다. 겨우 30분 만에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온 그는, 신관술로 해골용을 날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걸 훌륭히 증명해 보였다.

“끄응. 큰놈이라 그런지 꽤 힘이 들긴 하는군. 그래도 작은 놈이면 서른 정도는 떨어트릴 수 있을 걸세.”

“맙소사. 나도 저렇게 하려면 30분으론 안 되는 데.”

“나는 내가 필요한지 의문을 느끼고 있소.”

나와 도칸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그의 기술은 나중에 용기사와 마주쳤을 때 사용하기로 결정되었다. 용기사의 기지를 습격하면 아래에서 소란이 벌인 뒤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탓이다. 용들을 추락시킬 수 있다면, 굳이 아래부터 공략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결국은 정면 돌파하는 것이오?”

“일단은 그렇게 되겠네요. 으음. 지뢰만 어떻게 처리하면 될 것 같은데···”

“아이자드 형을 불러서 얼려 버리면 안 돼?”

“미안하오. 내가 변온동물이라 너무 추워지면 움직일 수가 없소.”

“땅을 갈아엎으며 가는 건 어떻겠나?”

“그럴 바엔 절벽째로 무너트리는 게 빠를 거예요.”

한동안의 작전 회의가 이어졌지만, 시원스러운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 날은 다른 일행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정하기로 한 뒤, 그 자리를 떴다.

그날 저녁. 일행이 여관에 모였다. 우리는 방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얻은 정보를 공유했다.

“그럼 일단 저희부터···.”

저택을 찾기 위한 수색조는 꽤 많은 것들을 알아 왔다. 특히, 우리가 알던 곳 말고도 한군데 저택을 더 알아낸 성과는 무척 컸다.

“마지막으로 이 차원에 있는 저택 수는 모두 5개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이도 알아왔네요. 수고했어요. 그럼 이쪽 일인데···.”

그 후에는 우리 습격조가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세웠다. 주된 방향은 지뢰 지역을 은밀히 뚫고 하는 것. 오랜 고민 끝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확실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은신 마법으로 몸을 감추고 지뢰 탐지기로 피해가죠.”

근 10km의 거리와 지뢰가 얼마나 묻혀있을지 알 수 없는 걸 생각하며 결코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것 말고 은밀하게 갈 방법은 전무했다.

나는 여기에 20m 범위의 탐색 마법 두루마리를 가져가는 거로 합의를 보고 마무리 지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휴식을 취하죠.”

남녀 방을 갈라 취침한 뒤, 다음날 똑같이 두 조로 갈라져 헤어졌다.

습격조인 우리는 전날 세운 작전대로 행동했다. 은신 마법을 범위로 써서 서로 모습과 이야기는 들리게 하고, 마법으로 만든 금속 탐지기를 사용했다. 탐색 마법을 조정해서 얇고 넓은 범위에 지속으로 펼치게 한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탐색 마법을 펼치는 물건 자체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 냈지만, 이동하면서 탐색을 계속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땅 내부를 탐색하는 거다. 수색용으로 펼치는 탐색과 몸속을 확인하기 위해 펼친 방식을 합한 이 방식은, 어지간한 MRI 기계 수준의 난이도가 필요했다.

그런 만큼, 만들어진 물건에는 촉매가 꽤 많이 쓰였다. 원판에 기다란 봉. 탐색 결과를 표시할 얇은 판만 달린 이 단순한 물건에, 조각이 들어간 보석 촉매를 올린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시간과 자원 내에 만든 물건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상점을 쓰면 위치를 들킬 수도 있어서, 자원을 구하는 게 힘들었다.

크기가 꽤 커다래진 만큼 가장 힘이 센 루디브렉이 탐지기를 들고 앞장섰다. 신관이 가장 힘이 세고 선두를 간다는 전대미문의 파티가 탄생했지만,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음. 여기 노란 점이 지뢰라는 뜻인가?”

“네. 우리 위치하고 거리가 표시되게 해 놨으니까 조심스럽게 이동해 주세요.”

“알겠네!”

처음에는 그냥 막 달려가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는 예상외의 섬세함을 보여주며 우리를 인도했다. 지뢰는 엄청 다양하고 촘촘하게 깔려 있었다. 약 2~3m에 빈 곳이 나올 정도. 그러나 이곳을 침투하는 우리도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습격조로 구성된 모두가 3m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사족보행인 데드하울만은 내가 갑옷 형태로 둘러 데려갔다.

10km는 꽤 길었지만, 4시간 만에 통과할 수 있었다. 그다음 나온 호수 지역은 내 환영 마법과 은신 마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한 두루마리로 잠수해서 지나갔다. 저택에는 거대한 벽과 한 번 본 적이 있는 질량 탐색 마법이 걸려 있었다. 둘 다 해결해 본 경험이 있었으므로 간단하게 풀고 잠입에 성공했다.

“지금부터는 마법 형태를 개인으로 바꿔서 탐색하죠. 만약 독점의 지배자로 보이는 존재가 있다면 두루마리의 마법으로 신호 보내주시고요.”

“알겠소.”

“그러지.”

“알았어.”

우리는 각자 흩어져 저택의 수색에 들어갔다. 얼굴은 레고드가 그려준 초상화로 익혀둔 뒤였으며, 만약 독점의 지배자가 보이지 않으면 조용히 사라질 생각이었다. 그가 습격 소식을 듣고 위치를 옮기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밀하면서도 지속적인 수사를 시도했다. 약 이틀간을 머무르며 찾아본 것이다. 그러나 집무실과 침실로 보이는 곳까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점의 지배자는 찾을 수 없었다.

“여긴 아닌 것 같네요.”

“아직 4채나 남았으니 그럴 수 있소.”

“개인적으론 운이 좋았으면 했지만 말이지.”

정기 집합에서 이곳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우리는 저택을 빠져나와 수색조와 합류했다. 그들은 저택을 두 채까지 찾아냈지만, 나머지 두 곳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성과였기에, 그들을 칭찬하며 독려했다. 그리고 탐색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걸 명심시켰다.

그리고 다음 날. 습격조는 두 번째 저택을 정찰했다. 이번엔 거대한 인공 호수에 만들어진 섬이었다. 물에는 어인족(魚人族)들이 무리 지어 정찰하는 장소였다.

이건 첫 번째보다 더 곤란한 장소였다. 물속에서 이동하면 파형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걸 은신 마법으로 가린다 한들, 파형 그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즉, 이동을 들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물 위를 흔적 없이 지나가는 건 대마법이다. 우린 한동안 고민하다가 나와 위시, 데드하울만 날아서 침입하는 거로 결론 내렸다.

데드하울을 갑옷 형태로 바꿔 입고 위시와 함께 날아올랐다. 위시에게 흩어지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만들도록 부탁하고, 풍향, 풍속에 적절히 맞춰 강하했다.

이렇듯 어렵게 침투한 저택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독점의 지배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저택은 완전한 숲속이었다. 그곳에는 코가 좋은 맹수들과 진동감지에 능한 언서족이 지키는 곳이었다.

“으음. 언서족은 보기 쉽지 않은 종족인데 용케도 이렇게나 모여 있구려. 게다가 죄 노예인 듯하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소수를 잡아서 늘렸을지도 모르죠.”

“그건 끔찍한 일이군. 역시 쳐부숴야 할 녀석이야.”

각자 전의를 불태우긴 했지만, 침범하기 어려운 건 똑같았다. 언서족은 나무 위를 타고 가도 알 정도로 진동 감지에 뛰어나고, 맹수들은 공기의 흐름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결국 첫날에는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고 후퇴했다.

저녁이 되어 일행들과 합류해 회의를 거듭했지만, 우리끼리는 침범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조금 티를 내기로 했다. 언서족과 짐승들을 교란하기 위해, 꽤 먼 곳에서부터 짐승 떼를 몰아온 것이다.

대상은 레밀이라고 하는 들소 같은 짐승으로, 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었다. 아주 가끔 사람이나 맹수가 있는 곳으로 돌진하기도 해서 선택한 거였다.

녀석들이 잠자고 있을 때, 환각 형태의 정신 마법을 걸어서 거대한 포식자가 보이게 했다. 그걸로 원하는 방향을 맞춰, 저택으로 돌진시킨 것이다.

갑자기 달려오는 레밀 떼에 짐승들은 우왕좌왕, 언서족은 감각이 마비되었다. 레밀의 등에 올라탄 우리는 그 틈을 타 저택 침입에 성공했다.

“그럼 첫 번째 저택에서 했던 것처럼 갈게요.”

다시금 시작된 수색작전. 이번이 세 번째이니만큼 슬슬 발견될 때도 됐다고 생각하며 움직인 작전은 조용히 하루를 넘어갔다.

그리고 이튿날 오후.

콰앙!

저택에서 큰 소리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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