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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파견 회사-164화 (164/207)

# 차장 #

지하는 마치 쉘터 같았다. 주변이 정돈된 형태로 통로가 나 있는 것이 절대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적어도 6개월. 난쟁이 수십이 온 힘을 합쳐야 그 정도가 될 법한 수준의 완성도였다.

그렇다면 저들이 이곳에 있던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소리. 절로 침음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안쪽을 향해 나아갔다. 긴장된다. 비록 은신 마법을 쓰긴 했지만, 지아와 나의 대화, 협공을 위해 반구 형식으로 은신 막을 감싼 형태였다. 복도가 좁으니 만약 병사나 카메라가 있다면 꼼짝없이 들키고 만다. 따라서 언제든 반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지만 내 노력이 허무하게도 적들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약 10분간의 조용한 전진. 우리는 그 끝에서 철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부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기계로 된 도어락. 글자판도 보이는 것이 숫자 이상의 암호가 필요한 모양이다. 내가 해킹하거나 어설프게 들어갈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마법진을 그린다. 조용히 뚫기는 글렀으니, 화려하게 갈 생각이었다.

[불꽃이여 춤춰라. 얼음이여 감싸라. 열과 냉기가 어울리니, 버텨낼 것이 없도다. -불꽃과 얼음의 윤무-]

꽈지지지직···.

문이 달아오르고 얼어붙는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자,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버티지 못한 문이 일그러졌다. 그것을 내공을 담아 차버렸다.

퍼엉!

“가자아!”

“으아아아!”

“돌격!”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안쪽에서 적이 몰려온다. 총탄이 빗발치고 기계를 두른 녀석들이 달려온다. 안쪽이 꽤 넓었는지, 녀석들의 숫자가 많았다. 나와 지아는 뒤로 물러서며 반격했다.

키이잉-! 팅팅팅!

“이게 무슨?! 크악!”

“총알이 막혔···컥?!”

아무래도 녀석들이 믿고 있었던 건 총알 세례였던 모양이다. 시간을 끌기 위해 앞으로 나온 녀석들은 방어 마법이 발동하는 것에 무척 당황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찔렀다.

지아는 환영을 안쪽으로 던졌다. 갑자기 무언가 다가오는 통에 놀란 녀석들의 대형이 무너진다. 그 틈을 타, 데드하울과 디가를 보냈다. 아이자드와 위시도 소환해서 힘쓰게 했다.

-크롸아아!

-으음. 정말 오랜만에 상대하기 쉬운 적이군.

“우와. 많다.”

“흐음. 공간이 좀 넓네. 좁은 곳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데드하울은 적들의 안쪽을 파고들어 날뛰었고, 총알이 통하지 않는 디가는 나와 계약한 뒤 처음으로 적에게 여유를 보였다. 총알에 충격을 받는 정령의 경우엔 내 뒤에 숨어서 냉기와 칼바람을 만들어냈다.

적은 데드하울을 노리려다 같은 편에게 오발하고, 디가에게 농락당하며, 얼음 바람에 몸이 굳었다. 그런 녀석들 사이로 나와 지아까지 파고드니, 더 이상 상대가 되질 않았다.

3분. 약 20명가량의 적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본래 동공에 진을 친 적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숫자도 많고 나름 원거리 화력도 갖춘 만큼, 어지간한 이들은 기도 못 피고 사라질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총기라는 화력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쓴 마법사였다. 기관총이 와도 5초는 버티는데, 전위까지 내세워 화력을 분산시켰으니 이길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녀석들의 패인은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잘 몰랐다는 것이다.

‘협회인데 날 모른다? 아니, 말단이 아니고서야 그건 말이 안 되지. 들어온 게 나인지 모르거나 일부러 정보를 가린 거야. 왜 그런 일을 한 거지?’

잠시 고민에 잠긴다. 내가 지휘관이 되어 적들의 화력을 감추는 이유를 떠올려봤다.

‘아군의 사기를 고려한 작전. 그리고 시간 끌기··· 정도인가?’

거기까지 생각하자 잠시 가라앉았던 초조함이 몰려왔다. 적들이 말단들을 미끼로 쓰고 물건만 가지고 도망칠 가능성을 떠올린 것이다.

“제길!”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길을 찾았다. 동공 안에 세 개의 문이 보인다. 나는 생존자 중 한 명에게 주는 대가로 각 문 뒤에 뭐가 있는지 물었다.

“외, 왼쪽부터 차례로 제어실, 안쪽으로 가는 통로, 휴식실입니다. 통로로 가면 다른 동료들이 있는 방에 갈 수 있습니다.”

“이곳 제어실에선 뭘 할 수 있지?”

“무, 문의 개폐 이외에는 잘···”

“전리품은 어디 있어?”

“안쪽 통로 어딘가라는 것만 압니다.”

녀석은 그 이상의 정보는 알지 못했다. 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녀석에 대해 물었지만, 안타깝게도 같은 편의 오발(誤發)로 죽은 상태였다.

나는 혀를 차며 가운데 문을 부숴버렸다. 그러자 곧장 총알이 쏟아졌다. 통로에 바로 적이 있을 거라 생각 못 했던 나는 다급히 옆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곤 신의 손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아이자드! 위시!”

두 명의 정령과 함께 펼친 마법이 통로 안으로 쏟아진다. 아이자드의 냉기, 위시의 좁은 바람 조종, 내가 뿌린 물방울이 합쳐진다. 하나하나라면 어찌 견뎌냈겠지만, 세 개가 한꺼번에 몰아친다면 방한 도구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

“으아아!”

“추, 추워!”

“기, 기계가 얼어 붙었···.”

더군다나 그들은 장갑 한 장 없이 쇳덩어리를 들고 있었다. 그것이 얼어붙어 동상에 걸리거나 들지 못할 정도로 체온을 빼앗는 건 당연했다.

“반항하면 죽인다.”

냉랭하게 말하며, 바들바들 떠는 적들 사이를 빠져나간다. 대부분은 전투 의욕을 잃었지만, 때때로 덤벼드는 놈들도 있었다. 그런 녀석들은 장담한 대로 처분했다. 그렇게 적들을 뚫어내며 가길 몇 분. 또다시 나타난 커다란 공동에서 버티고 서 있는 한 녀석을 발견했다.

“잘 왔다. 나는 이곳을 지키는 4대 수문장 리배···”

“컥!? 비, 비겁한··· 크헉···”

“적 앞에서 틈을 주는 당신이 이상한 거지.”

이상한 말을 떠들며 빈틈과 시간을 주기에, 반쯤 시험 삼아 찔러 봤더니 그대로 쓰러지는 4대 뭐시기. 녀석에게 전리품이 어디 있는지 물어봤지만, 의리를 지켜야 한다며 말하지 않았다.

“의리를 지켜야 하는 상대가 누구지?”

“흥! 말해줄 성싶으냐!”

“하. 같은 편을 믿지도 못하는 건가. 의리라고 외치더니 그 정도인가 보군.”

“웃기지 마라! 데갈 형님은 네놈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아, 그래? 난 전혀 질 것 같지 않은데. 그 녀석 어디 있냐? 머리를 베서 네놈 앞에 대령해 주지.”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도 모르는구나! 오냐 알려주마! 데갈 형님은 보급고에 있다!”

“거기가 어딘데? 가는 길을 말해야지.”

“오른쪽 세 번째 방이다!”

“그래. 이제 그만 자.”

정보를 준 녀석의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킨다. 녀석을 대충 치우자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던 지아가 물었다.

“어쩌실 건가요? 데갈이란 자를 쳐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좋을까요?”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정보를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한다 해도 꽤 긴 시간을 소모해야 할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올바른 정보를 얻으면 좋겠지만, 속는다면 시간 낭비가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이 녀석은 오른쪽 세 번째 문이 보급고라고 했어요. 보통 비슷한 성격의 건물이나 방은 모아두는 편이니, 그 근처에 리브뤼엣이 있다고 생각해요. 근처를 다 뒤져보죠.”

동시에 마법으로 문을 박살 내며, 새로운 통로 쪽으로 디가를 보냈다. 총알이 통하지 않는 녀석을 공격하는 형태로 던진 것이다. 그 방식은 썩 괜찮아서 통로 안에 대기 중인 적들에게 혼란과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거기에 한 번 더 같은 방식으로 냉기를 뿌려주니 빠른 처리가 가능했다.

나는 통로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벽을 확인했다. 문이 몇 개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1km가 넘는 길이에 문이 다섯 개. 왼쪽에는 세 개다. 가장 안쪽에 연결된 통로가 더 있었지만, 그건 다른 곳으로 나가는 거라 추측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부숴볼 만 하다. 나는 쓸데없이 반항하는 녀석들을 물리치며,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을 동시에 부쉈다. 세 번째 문이 보급고라는 사실은 들었으니 넘어가려 한 거다.

그리고 안쪽에서 총과 탄약을 발견하곤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예측이 틀린 건가?’

총과 탄약이 있다는 건 이쪽도 보급고라는 소리다. 그 말인즉, 보급고가 한곳이 아니며, 여기 있는 방 전체가 같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잠시 적이 있을 거라 추측되는 세 번째 방을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최초의 계획처럼 다른 문을 먼저 부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 내 판단이 맞아떨어졌다. 오른쪽 방은 전부 보급고였지만, 왼쪽의 방은 약탈한 물건이나 납치한 이들을 가둬두는 보관실이었던 것이다. 거기엔 당연히 리브뤼엣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꽤 큰 상처를 입은 채였다.

“리브뤼엣!?”

왼쪽 세 번째 방. 그곳은 난쟁이들을 가둔 방이었다. 족히 100이 넘는 숫자. 이 지하기지를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했는데, 그들을 강제 동원한 모양이다. 리브뤼엣은 그들 사이에 있었다.

“형씨 이 인간의 친구인가?”

“상처가 꽤 심각해. 치료할 방법이 없겠나?”

“원래 상처를 입고 왔는데, 우릴 돕겠다고 나서다가 더 크게 다쳤어.”

리브뤼엣을 둘러싸서 간호하던 난쟁이들이 저마다 한소리씩 했다. 과연 그들의 말대로 리브뤼엣의 상처는 무척이나 심각했다. 단번에 치명상을 입은 건 아니지만, 전신에 타박상의 흔적. 그리고 내상 때문에 음식을 넘기지 못해 마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심각한 구타를 당한 모습이다.

그가 특별히 단련하지 않은 걸 고려하면 거의 죽기 직전의 상황.

나는 재빨리 상점에서 물약을 사서 품속에서 받았다. 그리곤 그들에게 상처 부위를 확인하면서 치료해나갔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신관을 부르고 싶었지만, 눈앞의 난쟁이들은 일반인이다. 비록 협회에 잡혀서 노동한 것 같지만, 아무에게나 회사에 관한 것을 밝힐 순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물약을 잔뜩 사서 치료하는 것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물약을 통한 치료가 나름 잘 먹혔다는 것이다. 역시 응급처치에 자주 쓰이는 물건답다. 나는 빠르게 안색을 회복하는 리브뤼엣을 보며 한시름 놓았다.

그리고 반대로 적들에 대한 감정이 끌어 올랐다. 리브뤼엣과는 나름 주고받은 것도 있었고, 어느 정도 사이를 유지해온 터라,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크하핫! 걸렸구나 이 녀석들!”

문밖으로 장정 수십이 나타났다. 각각 기관총, RPG, 수류탄 같은 강력한 화기들을 들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안쪽을 향해 쏟아부었다. 수류탄과 각종 폭탄. 로켓포와 기관총이 안쪽으로 쏟아졌다.

일반적으로 막아내기 어려운 화력. 그러나 나는 당황하지 않고 코트를 벗어 던지며 말했다.

“데드하울. 아이자드. 디가.”

-크롸아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해골용이 입구 쪽으로 뛰쳐나갔다. 당연히 녀석을 향해 화력이 쏟아졌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뼈와 코트에 걸쳐진 방어 마법은 기관총도 뚫어내지 못했고, 로켓포를 막아 터트렸다.

기관총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로켓포는 꽤 데미지가 높은 상황. 하지만 그 충격도 코트의 소재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지금의 데드하울에게 기관총과 로켓포는 발걸음을 좀 늦추는 귀찮은 공격에 불과했다.

또한 각종 폭탄이 방 안쪽으로 들어오는 일도 없었다. 방안이 꽤 넓긴 했지만, 폭탄조차 날려버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들은 자신들이 던진 폭탄이 빙글 돌아오는 장면을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데드하울과 내가 부탁한 멜드멜이 문을 막은 순간.

콰과앙!

모든 폭탄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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