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62화 (162/207)

# 차장 #

두 달간 떨어져 있던 해후가 끝난 뒤, 나는 할 일을 정리했다.

'하운드에게 받은 기술서하고 기계팔, 마녀가 준 종이, 그리고 새로 생긴 회사 시스템과 의뢰인가.'

꽤 많은 양의 일이 쌓여 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들어와 있는 소량의 의뢰를 처리했다. 쉬운 거였고, 꽤 전에 들어왔던 탓이다.

그 뒤에는 하운드에게 기술서를 받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가자마자 정리부터 해야겠네요."

"도와드릴 수 없어서 안타깝군요. 대신 이걸 드리겠습니다."

그러던 도중, 하운드에게 쪽지 한 장을 받았다. 이름과 종족 명, 그리고 필요한 물건이라 쓰여 있는 세 명의 리스트.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게 뭔가요?"

"저번에 말씀드렸을 겁니다. 저희 회사 이사진 중에 물건이 부족한 존재가 몇 있다고. 그분들의 리스트입니다. 전부 이야기를 해뒀으니, 한번 연락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종이를 받았지만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스스로 의뢰를 하지 않을 걸 보면 급하지 않다는 소리기 때문이다. 그건 하운드도 알고 있는지, 적당히 시간이 남을 때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렇게 기술서를 가져온 나는, 곧장 그것들의 해석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것은 각종 검무들. 양이 가장 많았기에, 비교할 거리도 많을 거라 생각해서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검무는 여태껏 내가 익혀왔던 기술과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갖춘 기술이었고, 제대로 된 스승 없이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만 여기서 문제점은 검무를 완벽하게 익힌 존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검무를 배워서 펼칠 수 있는 존재는 많지만,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원리로 발동하는지에 대해선 아는 이가 없었다. 검무를 다룰 수 있는 리저드맨족 도칸에게 들은 사실이니, 거의 확실할 것이다.

결국 연구 일주일 만에 검무의 이해를 포기했다.

한번 실패를 하니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두 번째는 거의 실패할 일이 없는 기술. 인형술을 꺼내 들었다. 초능력(超能力)과 정신력이 연관된 이 기술은 익힐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였다.

꾸준한 수련으로 인해 내가 익힌 초능력은 이제 1m 공간에서 실 정도는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마법사의 정신력이 더해지니, 인형술을 배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인형술을 쓰는 게 아니다. 따라서 연습과 수련보다는 인형술의 원리에 대해서 집중했다.

그렇게 약 이 주 정도의 기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 나는 인형술의 묘리를 꿰뚫고 이론을 정복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내 깨달음으로 오진 못했다. 인형술은 복합 기술임과 동시에 끝이 완성되지 않는 기술이었던 탓이다. 게다가 미약하게 잡히는 부분도 마법과 초능력의 갈래에 합쳐져 버리면서, 아쉬움을 많이 주었다.

'다음은 뭐로 해볼까.'

기술 중에 소환술과 요술은 넘겼다. 소환술은 이미 익혔고, 요술은 지아에게 물어가며 정리할 생각이었다. 나머지 것 중에서 익숙한 걸 뽑았다. 주술. 레둘라둘과 싸우면서 봤던 몇 가지가 떠올라서 골라봤다.

그것을 펼쳐 확인해 보니, 레둘라둘이 썼던 기술이 얼마나 수준 높은 건지 알 수 있었다. 토템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우거들의 흉포함을 끌어낸 것이나, 불타는 돌덩이 같은 건 순식간에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며 주술에 대한 묘리를 파고들었다.

우상숭배에 대한 이야기와 촉매의 사용법. 그리고 기초적인 주술을 익히는 데엔 금방이었다. 중심 묘리를 파고드는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는데, 이건 전부 레둘라둘이 해준 말 덕분이었다.

-주술의 근본은 우상숭배(偶像崇拜)와 확대해석(擴大解釋)이지!

-그리고 살아 있는 전설의 발자취는 그것만으로도 신앙의 대상!

-우리의 행동이 곧 주술이라네!

사실상 그 말이 주술을 꿰뚫는 묘리와 다름없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기초를 파악한 나는, 알고 있는 깨달음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세상의 규칙에 주술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해 본 것이다.

당연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무려 한 달을 파고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주술을 완성할 순 없었다. 확대해석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겠는데 우상숭배. 즉, 전설의 기준을 뜯어보는 데 실패한 까닭이다.

결국 주술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다른 기술의 연마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기술은, 인형술, 주술, 정신계열 정령 소환술 정도였다. 나머지는 제대로 묘리도 파악하지 못했다. 근 세 달간을 소모한 것 치고는 꽤 허무한 결과였다.

'어쩔 수 없지. 나머지는 다른 지식이나 책들을 찾은 뒤 익혀볼까.'

그게 받은 책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련이었다. 그 후, 나는 기계팔과 회사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고, 약간의 휴식을 가질 때였다.

삐리리리!

전화가 왔다. 먼저 움직인 지아가 그걸 받곤, 나에게 바꿔주었다.

"로드리오네요."

"웬일로 전화를 한 거지?"

로드리오. 현재 그와의 관계는 매우 뻣뻣했다. 보석 경매 이후, 내가 회사의 일에 치인 나머지, 대부분 작품을 외부에다 해서 넣은 탓이다. 덕분에 이야기도 스마트 워치의 메시지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안 만난 지도 오래되었다.

이젠 완전히 비즈니스 관계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보석을 얻고, 나는 지구에서 필요한 돈과 지위를 얻는. 때문에 연락해온 것은 의외였다.

'복잡한 디자인이라도 하려는 건가?'

속으로 의문을 품으며 전화를 바꿨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하하하하. 잘 지낸 건 모르겠고, 바쁘게 지냈네요. 로드리오 사장님은 어떠신가요?"

-너무 바빠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기분이지.

그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이제 리보라는 세계에서 인정받은 1위의 보석 회사인 것이다. 그뿐 아니라 어지간한 기업 이상의 자본력과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로드리오와 리보라의 이름이 세계에서 먹혀주는 수준인 것이다.

"엄청 바쁘실 것 같네요. 그런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했네. 메시지도 상관없지만, 최근 직원이 자네를 봤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지. 가능하면 직접 입으로 듣고 싶었네.

"무슨 일인데요?"

-마리아나 해구에 있는 보석용. 자네 작품인가?

순간 살짝 말문이 막혔다. 원래부터 들킬 거라고 예측하며 만들었지만, 막상 드러나니 긴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각오는 끝난 상태. 나는 긍정의 뜻을 밝혔다.

"맞아요. 제가 만들었고, 통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작자로서의 통제권이 아니다. 나는 인공 영혼이 잘못된 자아를 품었을 때에 대한 보험을 가진 상태였다. 이건 사장이 지원해주는 조건 중 하나라서 선택권이 없었다.

-역시 그렇군. 자네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양이야.

"로드리오 사장님도 마찬가진데요, 뭘."

-아니. 어떻게 봐도 나는 자네보다 늦어. 그래서 제안이 있네.

왜인지 지금부터 할 말이 본문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그의 말을 들었다.

-제자를 키우거나 변형 마법을 팔 수 없겠나?

고민해 봄 직한 제안이었다. 이제 리보라는 신분 증명을 위한 느낌이 더 강해졌고, 변형 마법은 존재가 알려졌다. 레비아탄을 만드는 데 난쟁이들에게 보여준 탓이다. 소문을 들은 마법사들은 틀림없이 시도해 볼 것이다. 저작권료가 떨어지기 전에 팔아치우는 것도 괜찮았다.

'여태껏 많이 해 먹었지.'

"제자는 어렵고요, 대신 변형 마법을 팔게요."

-고맙군. 거래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현금? 포인트?

"포인트로 할게요. 요즘 아무리 많아도 모자란 상황이라. 으음. 판매 방법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마법진을 따라 그리라 해도 일반인은 못 할 테고, 마법사라도 비싼 돈에 며칠씩이나 걸릴 텐데.

-테이블 형식으로 만들어줄 수 있나? 보안 마법과 함께.

"뭐, 포인트만 있다면 쉬운 일이죠."

-그럼 그렇게 해주게. 그리고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건가요?"

-상점에 보석을 판매하는 회사를 차릴 생각이야. 거기서 자네가 고문 역할을 해줬으면 해.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덜컥 물기에는 애매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득이 되는 형태로 여태까지의 이득과 지휘를 가져갈 수도 있어 보인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어떤 형태로 얼마나 일하게 될까요?"

-자네의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종종 스케줄을 잡아서 보석에 대한 마법사의 조언을 부탁하고 싶어. 내가 알기로 보석 세공과 마법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니까 말이야. 대우는 그대로 해주되, 차량과 운전기사 지원만 빼겠네. 기록을 보니 너무 쓰질 않아서 아깝더군.

"스케줄은 어느 정도인가요?"

-초반에는 자주 오길 바라지만··· 안정권에 들어서면 괜찮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회사 물품이니 난쟁이들을 고용할 테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중에 계약서를 보긴 하겠지만, 지금 구두로 허락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좋아요. 그럼 준비가 되면 다시 불러주세요."

-그러니. 시간 빼앗아서 미안하군. 그럼.

나는 그와의 통화를 끝냄과 동시에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잘한 일에 시간 끌지 말고 곧장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날 하루를 로드리오에게 보낼 테이블 제작 및 지아와의 데이트로 보내고 다음 날. 다음 할 것으로 회사 시스템의 의뢰를 고른 뒤, 마법 종이와 지식을 얻을 거 같아 보이는 의뢰를 뒤졌다.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사항은 없었다. 대단위 의뢰 신청이야 말 그대로고, 과장이 되면서 생긴 '프로젝트'는 고정적인 파티를 만드는 거였다.

어느 쪽이든 딱히 필요 없는 부분이다. 고정적인 파티도 드물게 봤으니, 가벼운 편의성이라고 보는 게 더 좋았다.

그렇게 새로 생긴 기능에 대해 마무리 지으려 하는 찰라. 스마트 워치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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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리브뤼엣

내용 : 자네 시간 좀 괜찮은가? 급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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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급한 일은 없었으므로 곧장 수락했다. 거기에 오랜만에 리브뤼엣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나에게 크게 호의를 보여주는 인물이었으니, 보고 싶은 건 당연했다.

급하다는 걸 보아하니 지금 만나자고 할 것 같았기에, 외출 준비를 마치고 기다렸다. 그리고 스마트 워치의 착신음에 따라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리브뤼엣의 메시지가 아닌 하운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용은 다음 마법 종이의 제공이 좀 늦을 거 같다는 것. 기술책들을 받아오면서 약속된 최근 분량까지 받았던 나로선 그 정도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가볍게 알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리브뤼엣의 연락을 기다리는 찰나,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리브뤼엣 아저씨는 마법 종이 제작일을 하는데··· 설마 안 좋은 일에 휘말린 건 아니겠지?'

불안감을 애써 떨쳐내며,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날 리브뤼엣에게서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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