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49화 (149/207)

# 대리 #

인공 영혼과 내 영혼이 완전히 같다고 할 순 없었다. 어쨌든 영혼이란 것은 육체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 인공 영혼도 담긴 보석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근본적으론 내 영혼이었다. 즉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영적으로 닮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방어에 대한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주체가 나이기에 마음을 편안히 먹고, 영혼이 흘러가게끔 내버려 둬야 한다는 점이 있었지만, 인공 영혼이 방어막을 만드는 건 가능했다.

사실 통제권을 줘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뿐이다. 인공 영혼이 날 멋대로 통제할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뜻이니까.

덕분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공영혼을 쓴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들고 다닐 거야?"

"들고 다닐 이유 없어."

위시의 질문에 나는 신의 손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봉황 촉매가 들어간 것과 같은 세 개의 홈이 있었다. 처음 이 물건을 만들었을 때, 나중을 대비해 만들어놓은 그곳에 인공 영혼을 넣을 것이다.

그렇게 신의 손에 인공 영혼을 추가하니,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 신의 손도 재질이 좋고 봉황 촉매도 있다 보니, 미약하나마 인공 영혼 자체적으로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발휘되는 형태도 내가 필요로 하는 자성(磁性)이다. 이걸로 약 5m 정도는 떨어져도 신의 손이 스스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강한 능력은 아니라서 방해받으면 불가능하지만, 그걸 제쳐두더라도 충분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핸드(hand)."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딱딱하고 말이 적은 핸드와 인사를 끝내는 것으로 신비 포식자 사냥 준비가 끝났다. 그 후 나는 가벼운 컨디션 조절을 하다가, 하운드의 연락을 받고 이동했다.

****

독점의 지배자가 엄선한 특작 부대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목표는 하연성에 대한 조사와 주변 인물들의 납치, 혹은 위협. 그리고 집에 있는 물건을 노리는 거였다.

그들은 매우 신중했다. 하연성이 있을 땐 지구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정도로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였다.

참으로 현명한 행동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다면, 빈집을 터는 것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부에 하연성과 주변 사원들이 곧 바깥으로 나갈 거라는 정보도 들은 터라, 들킬 가능성을 감수하고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상부에서 하연성과 주변 사원이 나갔다는 연락을 받은 그들은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총 150명의 존재들. 전부 인간이거나 인간을 닮았거나, 혹은 인간 흉내를 낼 수 있는 이들로 구성된 집단. 그들은 협회의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들과 달랐다. 독점의 지배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끌어들인 재능 있는 존재들이다.

회사로 치자면 차장에서 과장급쯤 되는 실력자들. 바닥이 많은 협회에서도 이 정도가 되면 숫자가 꽤 적어진다. 그걸 생각해 봤을 때 백오십이나 되는 존재가 모인 것은 독점의 지배자의 힘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출발한다."

그들 중 하나가 조용히 말했다. 가장 강하면서 경험 많고, 리더쉽 있는 존재가 모두를 이끌었다. 그것을 뒤로 각 조의 조장들과 30명씩 나누어진 인원들이 뒤를 따랐다.

목표는 지구. 도약용의 비늘을 문지르며 갈 곳을 떠올린다. 장소는 중국의 깊은 숲 중 하나. 많은 존재가 이동하다 보니, 들킬 것을 걱정한 선택이었다.

훌륭한 판단. 150이나 되는 존재들 중에서 그 의견에 토를 다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이번 작전을 다시 상기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가, 하연성이 있는 집을 멀리 감시한다. 그리고 지구의 정보통과 주변으로 펼쳐가며 수색을 개시. 주변 인물들을 포획한다.

집을 습격하는 건 그 후의 일. 인물을 포획하고 대상이 돌아오면 납치와 협박으로 작전을 변경한다.

완벽한 습격 작전. 리더는 이번 일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일 거라 생각하며, 벌어진 검은 구멍을 향해 나아갔다.

먼저 가서 안전을 확보하는 게 목적. 사람 몸통만 한 구멍에서 빠져나간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제없나.'

적은 보이지 않는다. 적외선 센서로 숨은 존재도 없다는 걸 확인한 그는 나머지를 불렀다.

허공에 구멍이 뚫리고, 특작 부대가 속속들이 빠져나왔다. 가볍게 인원수를 확인해, 전부 도착한 것을 확인한 그들은 중국의 한 도시로 이동했다.

아니, 이동하려 했다.

-흐음. 더 이상 나오는 쥐새끼는 없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소리. 그것 자체가 특별하진 않았다. 이런 형태로 의사소통을 하는 존재는 많았으니까. 문제는 그들의 행동이 들켰다는 거였다.

'제길. 확인했을 때는 분명 없었는데.'

리더는 이를 갈았다. 그러나 이미 들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특작 부대에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상대를 기습했다.

그건 아주 덧없는 행위였다.

아무리 특작 부대가 많은 훈련과 능력으로 강하다곤 하나, 100m 위에 떠 있는 용에게 큰 충격을 줄 리 만무했다. 특작 부대의 몇몇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작은 움직임에 모두 격추당했기 때문이다.

-백오십이라. 많은지 적은지 모르겠군.

느긋하게 평가는 보석의 용. 레비아탄을 보며 특작 부대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저게 뭐야! 지구에 이런 녀석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지구는 인간만 있는 곳이다. 용과 같은 상위종이 있을 이유가 없었고, 설령 있더라도 다른 지성체의 일에 개입하는 건 이상했다.

리더는 머릿속이 혼란한 와중에도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몇몇이 도약용의 비늘을 꺼낸다. 이 자리를 빠져나가 정보를 보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헛된 발악이었다.

-어리석긴. [부서져라]

레비아탄의 한마디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비늘이 터져 나갔다. 다이아몬드보다도 단단하다는 물건이 허무하게 가루가 되는 광경. 소문으로도 들어보지 못한 모습에, 특작 부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리더는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그룹이 나뉘었다. 목숨을 걸고 용과 싸우는 존재들과 도주하여 도약용의 비늘을 사용하는 존재들이다.

물론 후자가 압도적으로 적었다. 여덟. 그들은 각자 예정된 방향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남은 특작 부대가 레비아탄에게 달려들었다.

각종 무기가 불을 뿜고, 기술이 터져 나온다. 원거리 근거리를 가리지 않았다. 레비아탄의 몸은 컸으니, 약속된 장소를 공격하면 겹칠 일은 적었다.

백사십이 넘는 존재가 쏟아내는 공격. 그것을 앞에 둔 레비아탄은 그저 다시 한번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모든 것은 멈춰라]

특작 부대와 그들이 뿜어낸 공격. 그리고 도망가던 이들마저 모든 운동에너지가 정지했다. 가히 시간이 멈췄다고 할 정도의 위력. 리더는 숨을 쉼으로써 거기까진 아니란 걸 알았지만, 터무니없을 정도의 힘이란 것만큼은 아주 잘 알았다.

레비아탄은 멈춘 존재들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특작 부대는 허공으로 떠올랐다.

-너희들을 데려가서 이야기를 들어주마. 걱정하지 마라. 죽이지 않는다. 창조주의 고향을 침입한 존재가 누구인지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지.

레비아탄의 목소리 아래, 특작 부대가 발버둥 쳤다. 그러나 가능한 게 없었다. 위대한 생명체 아래, 그저 공포에 떠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

신비 포식자를 사냥하기 위한 이들이 모두 모였다.

무공을 익힌 존재들은 전부 처음 보는 얼굴뿐이었다. 그러나 그들끼리는 나름에 친분이 있는 듯,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져 이야기를 했다.

미끼로 사용된 마법사들은 대부분 인간이며 젊었다. 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며 이것저것 물어왔다. 마법에 관련된 질문과 제자로 삼아달라는 이야기 등등. 하운드가 뭐라 하면서 이들을 모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험 많은 마법사를 원했던 나로서는 실망이 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세상에 어떤 마법사가 신비 포식자의 던전에 찾아가겠는가. 파티를 보면 미끼란 게 딱 보일 테니, 노련한 이들은 빠져나갔을 것이다.

나는 마법사 그룹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수고해줄 이사진에게 고개 숙였다.

"하연성이에요. 이번 일은 잘 부탁드릴게요."

"나는 알 테니, 인사는 생략하겠네. 젊은 친구들을 잘 부탁하네."

"신비 포식자를 사냥하는 건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하운드가 보내준 이사는 무려 둘이었다. 그중 하나는 나도 알고 있는 로하드였고, 다른 하나는 처음 본 종족이었다.

도마뱀과 뱀장어가 섞여 있는 느낌의 존재. 그는 '물총잡이'라는 희소한 종족이었는데, 손으로 물을 쏠 수 있는 특징이 있었는데, 그걸 주 무기로 삼는 듯했다.

'가진 게 더 있어 보이긴 하지만, 묻지 않는 게 좋겠지.'

마지막으로 들어가기 전에 세 그룹으로 나누고, 식량과 마법 도구를 주었다. 물건값은 하운드가 치렀으니 문제는 없었다.

공략조의 전체적인 리더는 나였다. 본래 정석으로는 길잡이가 필요하지만, 신비 포식자의 던전에서는 변화가 다양하고 함정의 조종이 가능해서 쓸모가 없었다. 따라서 공략조 중에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내가 모두를 이끌 게 된 것이다.

준비를 모두 끝낸 후, 던전에 들어갔다. 얼마 들어가지 않아 세 갈래 길이 나오고, 그룹별로 흩어졌다.

나는 위시를 불렀다.

"오오. 이건 내가 꽤 좋아하는 장소네."

좁고 밀폐된 곳에서 힘을 발휘하기 쉬운 위시는, 던전에서 확약하기 딱 좋았다. 나는 위시에게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걸 확인해 달라고 하면서, 그룹과 함께 나아갔다.

참고로 일행들의 손에는 작은 막대가 하나씩 들려 있었는데, 내가 만든 금속 탐지기였다. 함정이 무조건 금속으로 되어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높으니 들려준 것이다.

그다지 높은 효과를 발휘하긴 어려운 물건이었지만, 예상외로 첫 번째 난관에서 굉장한 효율을 보였다.

"엇!? 뭐가 온다!"

"제길! 여긴 없었던 곳이잖아! 왜 지금은 있는 거야!"

"우왁! 천장에서 떨어진다!"

신비 포식자는 함정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 즉각적인 이동까지는 어렵겠지만, 감춰둔 물건을 중간에 발동시키는 건 매우 쉬웠다.

그런 것들에 대해 마법 도구가 힘을 발휘했다. 중간에 활동을 시작한 함정이 발견된 것이다. 덕분에 빠른 대처가 가능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통과한 1/3 지점은 하운드의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간 지점에서 만나 피해를 확인하니, 경상자 셋이 나왔을 뿐이었다.

우린 통로 중에 바뀐 것이 토론하며 약간의 휴식을 가졌다. 그리고 2/3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

신비 포식자가 공을 들이기 시작한다는 말처럼, 1/3 이후부터는 쉽지 않았다. 갈림길에 로봇을 보냈다가 회수하지 못하는 곳이 생겼고, 함정에 당하는 이들이 발생했다.

게다가 함정은 반드시라 할 만큼 무공을 익힌 존재만 노렸다. 그야말로 목적을 알 수 있는 행위였지만,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중상자가 나오는 것을 막으며 계속 전진한 결과, 탈락자 없이 2/3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움직이겠습니다."

마지막 지역을 앞에 두고 공략조를 조금 쉬게 했다. 신비 포식자의 뱃속 안에 있는 것과 다름없으니 하고 싶진 않았지만, 부상자와 체력적 한계 덕분에 어쩔 수 없었다.

"괜찮으셔요?"

"전 괜찮아요. 마법사잖아요."

지아를 안심시키며 탐색 로봇을 안쪽으로 보냈다. 작은 거미의 모습으로 좌측 벽을 타던 로봇은 어느 순간 돌아가는 벽에 휘말려 사라져 버렸다.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예상대로 마지막은 그룹을 흩어 놓는 함정이 잔뜩 있을 거 같네요."

여태까지의 함정 중에서 일행을 흐트러트리는 건 없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마지막에 모아놨을 거란 가능성을 떠올렸다.

함정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고, 마지막에 찢어 먹는 작전인 것이다.

불만 한마디 없이 따라와 준 공략조이기에, 될 수 있으면 피해를 줄이고 싶은 나로선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실 거여요?"

"···아무래도 예전에 썼던 방식을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예전에 함께 했던 일행들을 떠올리며 상점에서 다수의 대형 망치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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