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42화 (142/207)

# 대리 #

레고드는 협회 특유의 이동 방법을 가지고 있는 듯했지만, 그것을 쓰진 않았다. 간부용이 아니면 2~3 정도의 이동이 한계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동한 방법은, 검은 돌로 위치를 정하고 회사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거였다.

회사의 시스템으론 안전 구역을 파악할 수 없어서, 사용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렇게 전원에게 은신 마법을 두르고, 이동한 곳은 어느 동굴 속이었다.

"내가 몰래 알아둔 곳이야. 입구가 폭포로 가려져 있지."

그의 말대로 나가는 길은 폭포로 둘러싸여 있었다. 우린 몸을 한번 적셔서 나가야 했다.

"지아 씨. 저한테 붙어요."

"네? 아··· 고마워요."

물론 코트가 있는 나는 예외였다. 범위가 아슬아슬했지만, 어떻게든 지아도 지킬 수 있었다.

"카악, 퉷! 이거 연기할 때 감정이 잘 실리겠구만."

산옥을 필두로 일행이 불편한 눈길을 보냈지만 무시했다. 억울하면 여자 사귀면 될 일이다. 대신, 불화를 잠재우기 위해, 마법으로 옷을 말려주긴 했다.

바깥으로 나온 우리가 향한 곳은 작은 마을이었다. 레고드의 말을 들어보니, 연인이 있는 곳은 꽤 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그 말에 데드하울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지만, 산옥이 이견을 제시했다.

"저 양반이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모를까, 아니면 흔적을 남겨야 하지 않겠우?"

현재 작전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이었다. 레고드는 협회의 도망자로서 흔적을 남겨야 했다. 기왕 다른 존재로 위장도 할 수 있는 만큼, 은밀하면서도 꼬리를 잡힐 정도가 딱 좋았다.

덕분에 우리는 일부러 보도를 이용하게 되었다.

흔적은 자연스럽게 남았다. 특히, 이 차원의 경우 돌산과 강,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어서 이동이 막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산에 비가 와서 강이 불어나면, 다들 꼼짝없이 기다렸다. 처음 5명이었던 우리 일행이 길이 막혀 기다리는 다른 일행들과 합쳐진 건 순식간이었다.

겨우 작은 상단 두 개였건만, 머릿수가 60으로 불어났다. 우리는 그들 중에서도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였다. 상단에서 인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협회의 존재 의미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의외인 상황. 이것에 대해 물어보자, 레고드는 간단하게 답했다.

"협회의 지배가 강력하지 않은 곳이야. 그렇지 않다면 배신자가 올 리 없잖아."

마법 종이의 원산지이지만, 협회의 입김이 강하지 않은 곳. 뭔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에, 어떻게 이런 게 유지될 수 있는지 물었다.

"협회의 마법사들이 고의로 정보를 감추며 저항하고 있어. 독점의 지배자 손에 들어가면 마법 종잇값이 오를 테니까. 그리고 딱히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야. 생산지는 노예들만 있으니 꽤 지독하지."

즉, 실질적으로 이곳을 다스리는 것은 마법사들이란 소리였다. 다만, 마법사의 특성상 생산에 직접 관리하지 않아서, 나름 일반적인 차원처럼 돌아가긴 하는 모양이었다.

길이 막혀 많은 존재가 모였음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얼마나 같이 있을지 모르니, 분쟁을 최대한 피하는 것. 확실히 일반적인 협회의 사고방식이라 보긴 어려웠다.

덕분에 우리의 거칠고 탐욕스러운 이미지는 다른 형식으로 바뀌었다. 의뢰인인 레고드에게 따지는 형식으로 간 것이다.

주로 산옥이 따지고, 다른 존재들이 묵묵히 응원하다가, 마도비가 말리는 게 패턴이었다.

처음 주변 상단은 우리를 신기하게 봤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나는 그들의 머릿속에 이 장면이 눈에 익게끔 하면서, 날씨를 차근차근 조종했다.

그런 나날이 반복. 우리가 가야 할 거리는 약 한 달 가량이었다.

"레고드. 연인은 왜 이곳에 잡힌 건가요?"

"마법사가 필요했다. 그런데 협회는 은밀하게 마법사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거든."

협회의 마법자 숫자는 적었고, 그들이 의뢰를 받는 곳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레빈은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법 종이의 생산량이 높은 이곳에 와서 개인적으로 마법사를 고용한 것이다.

"상대방은 젊고 수련 중인 마법사였다. 환영 마법으로 변장하면 금방 되찾을 수 있을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번에는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쩌다 보니 같이 동행하게 된 상단. 그들이 가진 물품 중에 상당수는 마법 종이로 만들 수 있는 재료였기 때문이다.

'질은 나쁘지 않네. 상급 정도는 만들 수 있겠어.'

약 두 수레에 가득 찬 가죽들. 그러나 내가 만족할 만한 양은 아니었다. 가공되지 않아서 부피가 컸을 뿐이다.

이런 걸 노리기보다는, 만들어진 대량의 재고와 원산지를 싹 쓸어버리는 게 내 목표였다. 그렇기에 나는 상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이 가죽들은 어디서 나는 거지?"

"서쪽의 낵이라는 가져온 거요. 질이 꽤 좋지. 관심이라도?"

"뭐, 흥미는 가는군. 정확히는 이 동물이 궁금해."

"서쪽 지방에 가면 꽤 많이 있소. 다만, 전문적으로 기르는 곳은 좀 드물지. 나중에 그 지방에서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요."

"···혹시 지도가 있나? 있다면 사고 싶은데."

"흐음. 원래는 팔지 않는 건데···"

지도 이야기를 꺼내니, 상인이 말을 흐린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물건은 갖고 싶은데, 욕심 차리는 연기를 해야 하니, 흥정이 애매해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날 도와준 건 산옥이었다.

"어이. 상인 양반. 재고가 없는 게 아니라면 하나 파슈. 비싼 값은 못 줘도, 본전은 줄 테니."

"그러기엔 내가 손해인데."

"아니면 뭐 필요한 거라도 있슈?"

"그런 건 아니네만··· 뭐, 좋네. 오래된지도 하나쯤은 괜찮겠지."

그러면서 꽤 큰돈에 넘겨받은 건 무척 낡은 지도였다. 중간중간 지명이 흐려지거나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물건. 낸 돈과 비교해 실망스러운 물건이었다.

"어이. 형씨.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 반값으로 하지?"

"지도값이 얼마인 줄 알고? 내 목에 칼을 들이대도 못 주오."

"아앙? 오냐. 어디 정말로 칼이 나와도 못 주는지···"

"형님. 참으세요. 이봐 상인. 이거 말고도 다른 지도는 있지? 그걸 좀 보여주는 거로 마무리하는 건 어때?"

"새것? 그걸 왜 보여달라는 거요?"

"보여주면 알아."

상인은 묘한 눈길을 보내면서도 훨씬 좋은 지도를 가져왔다. 한눈에 봐도 최근에 만들어진 신품. 나는 그것을 구판 지도에 겹쳐 옮기기 시작했다.

"어어?"

상인은 당황했지만, 지도가 그려지는 것을 막진 못했다. 너무 순식간이어서였다. 겨우 1분 만에 지도를 베낀 나는, 서쪽 부분을 표시하며 물었다.

"이곳에서 저 가죽을 가진 동물이 있다는 거지?"

"···뭐, 그렇소."

"정확히 어디 어디지? 그리고 다른 물건이 나오는 장소도 알고 싶은데."

"···상인 밑천을 털려 하는군. 거기까진 못 알려주오. 다른 물건들은 모르고."

지도를 단번에 베낀 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는지, 상인이 경계를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정보 수집을 마쳐야 했다.

그 후의 이동은 반복의 연속이었다. 적당히 흔적을 남기면서도 큰 사고는 치지 않으며 정보 수집. 마을이나 도시에 들려, 사고도 치고 신기한 것도 보는 등, 꽤나 속 편한 여행길이었다.

속도가 느려서 여러모로 속을 태웠던 레고드지만, 나중에는 우리와 섞여들어 즐기는 척했다. 우리의 모습이 어딜 봐도 관광객이라는 걸 깨달은 후의 일이었다.

그렇게 약 한 달간의 이동이 끝나고.

우리는 이 차원에서 가장 커다란 도시에 도착했다.

성벽은 없고, 마을과 상점이 두서없이 세워진 곳. 혼잡하기 그지없는 그 땅은, 협회의 이념처럼 다툼을 막지 않는 혼돈의 땅이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레고드의 기억대로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로빗이란 마법사가 없다고?"

"그래."

"왜 없어? 몇 개월 전만 해도 있었다며."

"내가 알 게 뭐야. 그리고 몇 개월 전이면 내가 들어오기 전이고만."

"그럼 그놈 어디 갔어?"

"아, 진짜. 이 멍청아, 그걸 내가 알 리 없잖아!"

"그래? 그런데 왜 욕하고 난리야 이 개새끼가!"

"붙어보잔 거냐!"

도시의 풍조대로 우리의 컨셉도 거칠게 바뀌었다. 산옥은 바뀐 집 주인을 곤죽으로 만들었지만, 정보를 얻진 못했다.

단서가 끊어진 상황. 레고드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입술을 깨물었다.

"빌어먹을. 도둑 길드를 찾아가야겠어."

우리는 도시에서 치안이 안 좋은 곳을 향해 움직였다.

이 도시의 도둑 길드는 주로 상인들을 목표로 하는 전문털이범이었다. 그러나 부수입으로 간단한 정보는 취급하는 모양이다.

레빈이 일을 맡긴 마법사도 도둑 길드의 중개로 연결된 존재였다.

따라서 그들에게 정보를 물으면 간단하게 답이 나와야 정상이었다.

"그런 마법사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는 딱 부러진 발뺌이었다. 레고드가 허름한 술집을 부숴버리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환영 마법으로 레빈의 모습을 한 그는,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4개월 전에 너희가 알아온 마법사다. 너희가 모르면 누가 안다는 거지?"

"글쎄요. 치안청이라도 찾아가 보는 것이?"

참고로 이 도시의 치안은 전혀 일하지 않는다. 폭력, 납치, 절도 같은 사건에는 움직이지도 않고, 순찰 중에 살인을 목격하면 말로 경고를 하는 게 전부다. 그러면서도 마법사가 요청하면 째깍째각 움직이는 것이 이곳의 치안이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건, 그냥 포기하라는 말과 같았다.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 이것을 마무리 지은 것은 산옥이었다.

"어이 형씨. 우리 의뢰인이 거짓말이라도 했단 거야 뭐야?"

"기억이 없으니 거짓말이겠··· 읏?!"

그는 대번에 마스터의 멱살을 잡아 공중에 띄웠다. 그러자 안쪽에 있던 인원들이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며, 일행에게 3초 만에 전부 기절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산옥은 피식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마스터를 압박했다.

"미안하지만 우리가 그다지 성격 좋은 녀석들은 아니라서 말이지. 순순히 말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그러나 마스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같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너희 이곳이 누구의 비호를 받는 줄 아나?"

"···뭐?"

"마법사 뒤끄왈렛님이 봐주고 계신 데다! 너희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일행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도둑 길드를 이끄는 마법사라니. 취미 한번 괴상한 존재였다. 그리고 조용히 일을 처리해야 하는 우리에겐 별로 좋지 않은 상대였다.

우리의 표정을 본 마스터는 기가 살아 외쳤다.

"핫! 이제 곧 치안대가 올 거다! 너희는 전부 끝났어!"

그 말대로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마도비가 창밖을 살짝 보곤, 정말로 치안 병력이 왔다고 소리쳤다. 마스터는 웃었고, 산옥을 그의 안면을 부숴서 기절시켰다.

"어떻게 할 거요?"

"···솔직히 방법이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상황이 귀찮아졌다. 레고드를 슬쩍 보니, 어두운 표정으로 이만 갈고 있었다. 모두 뾰족한 방법을 생각해 내진 못했다.

그런고로 모든 계획을 백지화로 돌리며 외쳤다.

"그냥 깽판 치면서 찾죠."

속으로 하운드에게 사과하며 데드하울을 키웠다. 낡은 술집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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