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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파견 회사-132화 (132/207)

# 대리 #

까만 덩어리가 집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위시는 그것이 폭발할 거라 생각하곤, 데드하울의 뒤에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다른 용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까만 덩어리에서 길쭉한 무언가가 늘어나 집에 들러붙더니, 한 뭉텅이씩 떼 오는 게 아닌가. 위시는 그 물체가 안쪽에서부터 건물을 부수는 기능이 있다고 추측했다.

적은 말 그대로 '건물만 부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집 한테 뺨이라도 맞았나, 뭐가 이래? 저놈 정말 기억 속의 까만 양복 맞아?'

급작스럽게 등장한 레빈과 메이르 다오프에 대한 기억은 그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하연성에게 받은 거라 이름은 다 몰랐지만, 얼추 능력과 집착에 대해서만큼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존재가 레둘라둘의 시체로 보이는 존재를 써서, 집이나 부수려 하는 것이 한심해 보인 것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지구에 오래 머무를 수 없으니, 까만 덩어리 하나 던져 놓고 도망치는 거로 집이 부서진다면 충분히 이득이니까.

그러나 근본적인 타격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데드하울이나 위시를 소멸시키진 않는 한, 전투력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너무 섣부른 결론이었다.

"엇!?"

-크르르!

검은색 덩어리가 뻗은 곳에는 데드하울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위시는 그제야 까만 덩어리가 주변의 것을 무작정 빨아들인다는 걸 눈치챘다.

'그건 곤란한데!'

집이 무너트리는 충격은 가볍지 않다. 현재 데드하울은 작아지면서 내구성이 떨어진 상황이기에, 그 충격을 직통으로 맞는다면 부서질 가능성이 있었다.

거기에 검은 덩어리가 위시의 바람 몸에도 들러붙자, 정말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젠장!"

몸이 덩어리가 있는 곳에 딸려갔다. 위시는 바람을 조종해 그것을 끊어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뭐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생긴 것과 달리 강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마법에 데드하울과 위시가 걸려들고, 천천히 집이 무너진 걸 확인한 레빈은 코웃음을 쳤다.

"마법으로 도배했다 한들, 입력해놓은 대응에 움직이는 게 고작이지."

그 말대로 마법은 기이한 이형의 침입자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더불어 데드하울과 위시가 끌려가 방패가 되었기 때문에, 반응에 에러가 난 상황. 원거리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둘을 보며, 레빈은 영창을 외웠다.

"[그림자는 적을 묶어라. 주술의 이치에 맞춰, 행동하면 적을 무력하게도 할 수 있으니. 너희는 살아 움직이는 밧줄이며, 저주이고, 쇠사슬이다. -그림자의 속박-]

"우왓!?"

그림자가 솟구쳤다. 그것은 위시와 데드하울의 몸을 휘감았다. 둘은 반항했지만, 그림자는 바람에 잘리지도, 힘에 끊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저주가 발동한 뒤론, 바람을 다룰 수도 없게 되자, 위시는 얼굴을 크게 찌푸렸다.

'낭패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레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레, 레빈님! 회사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도망가야 합니다!"

메이르 다오프가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떨어트려 놓은 감시 도구에 명백히 회사의 존재로 보이는 이들이 달려오는 걸 포착했기 때문이다.

"···쳇."

결정적인 순간을 방해받은 레빈이었지만, 곧 손을 내리고 인원들을 물렸다. 일단 집을 부수는 목적은 달성했으니, 안전하게 몸을 빼려는 속셈이었다.

"가자."

레빈이 사이보그와 키메라를 데리고 사라지자, 위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살았다.'

그러나 목숨의 연명도 잠시.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검은 덩어리는 여전히 집을 차근히 부숴가며 몸집을 키우고 있었던 것. 어느새 몸이 슬슬 묻혀가기 시작하자, 위시는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저주로 인해 힘도 못 쓰는 상황. 결국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고함을 쳤다.

"정령 살려! 금방 온다는 회사 사람은 어디 있나요!?"

"저쪽에 누군가 있다!"

다행히 메이르 다오프가 말했던 것처럼, 회사 존재들은 근처에 있었다. 그들은 반으로 나뉘어 추적과 구조에 나섰다.

"저 검은 무언가를 어떻게 해야겠군."

"잘라내는 게 좋겠어."

구조대는 검을 꺼내 몸을 움직였다. 검무. 특정한 동작으로, 육체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기술이 펼쳐지고, 검은 덩어리를 잘라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잘라만 냈을 뿐, 막진 못했다.

"다시 붙고 있잖아?!"

"안쪽에 핵을 부숴야 하는 건가?"

그들은 다시 검을 휘둘러 콘트리트 덩어리를 잘라내고, 안쪽의 검은 덩어리를 산산조각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다시 몸을 붙여, 주변의 물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공격으로 인해 우선순위가 바뀌었는지, 뻗어 나가는 방향이 구조대 쪽으로 변했다. 결국,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구조대가 물러났고, 마법사나 연금술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잠깐, 그럼 너무 늦잖아!"

위시의 외침은 당연했다. 집은 이미 반파된 수준이었고, 강화 마법으로 인해 유지되는 상황. 또 다른 지원이 올 때쯤엔 무너질 것이다. 구조대도 그것을 인지하고 위시와 데드하울이라도 빼내 보려 했지만, 검은 덩어리가 공격해온 바람에 실패했다.

'이건 진짜 큰일 났는데···'

이상한 마법으로 인해 옴짝달싹 못 하게 되자,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쓸모 있는 물건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곤 한쪽 구석에 있는 인공 영혼의 구슬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거, 잘하면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누가 저것 좀 가져다줘요!"

외침을 듣고, 발을 동동 구르던 구조대 중 한 명이 인공 영혼의 구슬을 가져다주었다. 위시는 그것을 데드하울에게 가져다 대며 외쳤다.

"데드하울에게 커지라고 해!"

인공 영혼은 하연성의 영혼을 여러 번 나누어 담은 것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 그것은 하연성과 다를 바 없는 것. 어쩌면 데드하울에게 커지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신은 내 어버이가 아닙니다.

그러나 영혼의 대답은 냉철했다. 위시는 짜증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지만,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하연성의 영혼을 가졌기에, 지식과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설득을 시도했다.

물론, 위시는 인공 영혼에 대해 잘 몰랐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방향과 성격은 예상과 추리로 임기응변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안 도와주면 집이 무너질 거야. 그럼 나하고 데드하울하고 죽겠지. 그럼 계약자는 슬퍼할 거고. 넌 그게 보고 싶어?"

-제 탓은 아닙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반대는 가능해. 네 덕분에 이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해봐. 계약자가 널 칭찬해 줄 거야."

-칭찬은 목적으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그럼 네 목적이 뭔데?"

-어버이의 명령에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계약자가 너에게 명령하는 이유는 뭐야?"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 널 가지고 어딘가에 쓰려 하는 거야. 그런데 네가 계약자의 말을 듣기도 전에 일을 처리해봐. 예쁨 받을 수 있지 않겠어? 더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소중하게 다뤄지지 않겠냐고."

-···.

마치 따지는 듯한 느낌의 위시. 그는 잘 몰랐지만 그 질문들은 인공 영혼의 자의식을 확고하게 세워주는 역할이 되었다.

만들어지자마자, 창고 놓인 인공 영혼이 스스로의 탄생 여부나 존재 의의, 기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

그것은 일반적인 생물이라면 자연스럽게 거치는 과정이었지만, 인공 영혼에게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다.

따라서 위시의 질문에 대답하며, 빠르게 그 규칙들을 세워나간 것이다.

그 결과. 인공 영혼은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한다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얻게 되었다.

지성체와 매우 흡사한 인공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 회사나 협회를 통틀어도 몇 안 되는 희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아는 존재가 없었기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정령 위시의 이야기가 타당하다고 판단. 데드하울의 축소 마법 해제 명령을 내립니다.

자의식적인 판단으로 결론을 내린 인공 영혼이 데드하울에게 걸린 마법에 관여했다. 비록 영혼의 일부만이 모인 것이라 하연성의 지식을 온전히 받은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자 데드하울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검은 덩어리가 끌어들인 파편에 조금 묻혀 있던 몸이 빠져나온다. 그 상태에서 더 커지니, 검은 덩어리가 데드하울을 끌어당긴 게 아닌, 데드하울에 검은 덩어리가 붙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 크기가 약 5m로 변하자, 검은 덩어리는 더 이상 바닥에 붙어 있지 못했다. 거대한 힘과 덩치에 바닥 일부분과 함께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데드하울이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가자, 검은 덩어리는 집 안이 아닌 바깥에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검은 덩어리가 발버둥 치긴 했다. 그러나 집의 파편이라면 몰라도, 방어에 주의를 기울인 데드하울의 몸체는 뜯어낼 수 없었다. 뭔가를 녹이는 듯한 기술이 보이긴 했는데, 뼈에 스며든 리치의 영혼이 그것을 버텨냈다.

또한, 다른 곳으로 뻗은 갈래는 구조대가 책임지고 잘라내었다.

그 결과, 데드하울이 커지면서 집이 반파되긴 했지만, 완파까진 막으면서 후속 구조대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

"이렇게 된 거야."

설명을 마치고 상큼하게 웃는 위시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천천히 반파된 집으로 들어갔다. 안에 설치된 각종 마법진이 작살나 있었고, 각종 도구며 물건들이 모조리 못쓰게 돼버린 참상.

물론, 다시 만들면 되긴 하다. 마법과 관련된 물건들은 모두 지하에 있었으니까. 그러나 당연히 되돌릴 수 없는 물건도 존재했다.

"···추억이 있는 물건도 몇 개 있었는데 말이야."

"미안. 거기까지 챙길 겨를이 없었어.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당할지 몰랐어."

"네 탓하고 있는 거 아니야."

작은 한숨을 내쉰다. 복구 마법을 쓸 수는 있지만, 당연히 쉬운 게 아니다. 예전 버드릭과 함께 간 유적의 복원과는 수준이 다르다. 누더기로 복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루가 된 것과 녹은 부분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내 방이 상당 부분 휩쓸렸기에,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은 꽤 많았다.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그 녀석들 어디 갔는지 알아?"

집에 쳐들어온 테러범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위시는 주변을 살피며 물건 하나를 꺼냈다.

-'따라가는 피아넬레'군요.

물건을 알아본 멜드멜이 말했다. 그것은 추적용 물건으로, 한 쌍으로 이뤄진 손톱만 한 두 개의 금속이었다. 이 금속을 몸에 심으면, 한쪽이 움직일 때 다른 한쪽이 움직인 곳을 알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금속이 공기에 접촉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적에게 쓸 수 없는 불량품이었습니다만··· 어떻게 쓰신 겁니까?

"뭐긴 뭐야. 키메라가 상처 입었을 때 넣었지. 그거라면 고통도 못 느끼고, 작은 건 적출도 안 할 테니까."

-···그런 대상에게는 분명 통하겠군요.

새로운 걸 배웠다는 느낌의 멜드멜의 말을 들으며, 나는 금속 파편을 팔뚝에 적당히 박았다. 아팠지만 애뮬릿의 정신 마법이 발동하니 문제없다.

그 상태에서 심호흡을 몇 번 하니, 다른 금속 파편의 위치가 느껴졌다.

'···꽤 머네. 하지만 못 따라잡을 정도는 아니군.'

얼추 100km가 넘게 도망치고 있다. 위시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적은 검은 양복과 메이르 다오프. 둘 다 나한테서 살아남거나 도주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 부분에 관해서는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끝장을 내야겠어.'

나름대로 뒤처리를 잘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영 아니다. 집까지 쳐들어온 걸 보면, 다음번엔 가족을 노릴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어떤 가능성도 남겨둘 수 없었다.

"데드하울."

부름에, 해골용이 조용히 고개 숙인다. 나는 녀석에게 은신 마법들을 걸어 주었고, 위시와 아이자드까지 소환해서 태웠다. 러쉬는 남았다. 녀석의 추격능력을 빌리고 싶긴 했지만, 죽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였다.

"가자."

데드하울이 솟구쳐 올랐다. 순식간에 헬기의 최고 고도까지 도달한 녀석은, 이내 가리킨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쏘아졌다.

"아, 계약자. 돌아가면 인공 영혼한테 칭찬 좀 해줘. 내가 말한 게 좀 있거든."

"? 그래, 알았어."

위시와 가벼운 잡담과 함께, 우리는 추격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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