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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파견 회사-127화 (127/207)

# 대리 #

완벽하게 성장한 위시. 비록 인공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힘만큼은 일반적인 정령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았다.

특히 레둘라둘의 전투 때처럼 힘 조절이 불가능한 부분도 없어진 건 최고의 장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단점도 있었는데, 성격의 개성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계약자. 나 과자 먹고 싶어."

"먹으면 되잖아."

"정령은 맛을 못 느낀다고. 그러니까 네가 먹고 그 기억을 동조해서 넘겨!"

마치 10살짜리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모습. 호기심도 왕성하기에, 그가 원하는 것은 정말 끊임이 없었다.

그와 반대로, 내가 부탁하는 것은 통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연구를 위해 힘을 보여 달라고 했건만, 처음 몇 번 빼고는 거절당했다.

이건 순전히 인공 정령 등의 문제가 아닌 성격 문제였다. 상당한 기분파로 자기 원하는 때만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통제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녀석이 내 부탁 두 개를 들어주면, 녀석의 부탁 하나를 들어주기로 거래한 것이다.

참고로 비율이 2:1이 된 것은 계약여부로 협상한 결과다. 이야기해 본 결과, 계약을 해지하면 정신만 그대로고 힘만 최하급 수준으로 떨어지는 모양. 낼 수 있는 힘과 자유가 폭락하는 만큼, 그 정도는 녀석이 양보했다.

그냥 계약을 협박으로 꽉 옭아맬 수도 있었겠지만, 원한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자칫하면 추락하는 걸 각오하고, 날 죽게 만들 수도 있었으니까.

자연계 정령이란 것이 힘을 악용하면 그럴 수 있다 보니, 일부러 적당한 균형을 잡은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천룡을 만나기 전 이틀 동안 녀석을 연구하는 거로 시간을 보냈다.

태생이 태생인 만큼 위시의 힘은 매우 독특했다. 우선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바람을 만드는 것이 특기였는데, 좁은 방에서 최대의 힘을 내면 인간을 띄우는 것도 가능했다.

반대로 공간이 넓을수록 힘을 잃었는데, 이건 대부분의 정령과 반대되는 사항이었다. 아이자드는 그를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로 보았다.

"빠른 성장과 타이틀이 영향을 준 것 같아. 신기하네."

그러나 차별과 시기는 없었다. 오히려 위시의 왕성한 호기심과 기행을 본 아이자드가 눈을 반짝이며 따라 부탁할 정도. 이것을 이용해 위시가 아이자드를 내세워, 하고 싶은 걸 부탁해오기도 했다.

'앞으론 두 번 다시 둘을 만나게 하지 말아야지.'

딱 반나절 같이 있게 했을 뿐인데, 피로가 듬뿍 쌓였다. 아이자드와는 숫자로 관계를 설정할 수 없었으니 더더욱. 나는 앞으로 정령과의 계약은 얌전한 존재랑 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틀 뒤. 천룡과 만나게 된 날.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준비를 마치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야?"

소파에서 자던 위시가 일어났다. 본래 녀석이 있어야 할 곳은 인공 자연이 있는 지하지만, 이곳이 마음에 든다며 살림을 차려버렸다.

왜 녀석이 집에 돌아다닐 자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바깥에는 못 나가니 다행일 뿐. 나는 마치 인간처럼 졸린 눈을 비비는 녀석에게 말해주었다.

"천룡이 있는 곳으로 갈 거야. 오늘 초대해 주겠다고 했거든."

"그래서 여행 전날 어린아이처럼 들뜬 거야?"

어린 외견의 위시에게 듣고 싶진 않다. 반사적으로 그런 대꾸를 할 뻔 했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뒤, 변명을 늘어놓았다.

"상대방이 언제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는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실례잖아."

"세간에선 그런 걸 설레발친다고 하는 거야."

내 심장에 일침을 가한 녀석은 몸을 풀썩 쓰러트렸다. 따라올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동시에 천룡에게 초대한다는 메시지가 도착. 나는 곧바로 이동했다.

일그러진 시야가 돌아오며 내 눈에 비친 광경은,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였다. 다만 일반적인 호숫가의 물고기와 달리, 사방팔방에서 돌아다닌다는 게 달랐을 뿐이다.

"···허?"

나는 잠시 당황했다. 물고기들이 물도 없이 돌아다니는 줄 알았다. 물 없이 돌아다니는 녀석들을 물고기라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공고기나 비고기라는 이름을 붙여줘야 하는지 고민했을 정도.

그러나 이윽고 이상한 건 고기가 아닌 나란 걸 깨달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몰랐는데, 지금 있는 장소가 물속이었던 것.

시야가 바깥과 같고, 감촉도 완전히 공기 같은 데다가, 옷이나 다른 물건도 젖은 느낌이 없어 전혀 몰랐다.

"아아. 하나둘셋, 하나둘셋."

게다가 목소리와 호흡에도 이상이 없다. 실험으로 마법 종이와 마법 잉크도 꺼내 봤건만, 일반적인 장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신기하네.'

"실례입니다만, 하연성씨 되십니까?"

일반적인 과학적 상식을 완전히 무시한 공간에 놀라워하고 있는 찰나,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려보니 사람 몸통만 한 거대한 물고기가 그곳에 있었다.

그냥 커다란 물고기다. 사람처럼 옷을 입지도 않았고, 등을 구부리거나 머리만 물고기인게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낚을 수 있는 물고기가 거대해진 것뿐이다.

순간 당황했지만, 생물은 차원마다 다른 법이다. 이렇게 완전히 인간과 동떨어진 생물도 있는 게 당연하다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네. 맞아요."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절 따라오시지요."

그리곤 몸을 돌려 움직이는 물고기를 쫓아갔다.

움직이면서 전체적인 풍경을 돌아본 결과, 이곳은 흔히 용궁이라 불리는 곳과 닮아 있었다. 중국풍 궁궐에 물속에 있는 것도 그렇고, 물고기가 안내하는 것도 비슷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별로 격식이란 것이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지능 낮은 물고기들도 많이 보였고, 안내하는 존재처럼 지능 있어 보이는 존재도, 인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가묵시님은 이 안쪽에 계십니다."

주변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형 물고기는 커다란 문 앞에 나를 세우곤,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가묵시님. 하연성님을 모셔왔습니다."

그러자 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렸다. 속이 보이지 않는 암흑. 왜 안쪽에 불이 없는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분위기 조성에 내가 망설이자, 안내 물고기가 안으로 들어갈 것을 종용했다.

내가 혼자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닫혔다. 그리고 커다란 울림이 방 안을 채웠다.

"환영한다. 인간 최고의 마법사라 불리는 존재여."

"아, 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어두컴컴한 방에서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모른 채, 입을 열었다.

"불 좀 켜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가 켜도 괜찮은데요."

"아아. 그렇군. 내가 빛에 구애받지 않아서 잊고 있었다."

한 번의 울림이 더 들린 후, 방 안에 불이 피어올랐다. 마치 등불처럼 무언가를 태우며 밝히는 듯한 불꽃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온 방 안을 전부 비췄다.

그러자 내 전면에 있는 거대한 용의 모습 또한 드러났다.

뱀과 같이 기다란 육체. 머리는 낙타와 닮았으며, 사슴의 뿔과 토끼의 눈, 소의 귀와 돼지의 코를 하고, 기다란 수염을 달고 있는 존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양의 용이라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그 크기가 목이 아플 정도로 컸기에,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마룡과는 또 다르네.'

위엄 넘치는 모습. 게으름으로 인해 뭔가 한심스러워 보이는 마룡과는 다르다. 덕분에 머릿속에서 용이라는 존재들의 인식을 새로 고치게 되었다.

"이제는 잘 보이는가."

"네. 감사합니다."

"아니다. 애초에 이야기되어 있던 것이 아니던가. 불을 켜놨어야 옳다. 거기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것을 양해해다오."

그는 간단하게 자리를 권했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 그곳에 앉자, 도자기 재질로 된 컵과 주전자가 날아와 차를 따라 준다. 나는 그것을 마시며 연신 발휘되는 기술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차를 준 건 신통력을 이용한 건가. 천용이 신통력을 쓸 줄 안다는 건 들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고 세세하게 쓸 수 있는 거였구나.'

나도 신통력을 조금은 다룰 줄 알았지만, 아직은 종이 정도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다. 그것도 매우 어설픈 형태로.

그렇지만 역시 가장 신비한 것은 이 건물과 가묵시였다. 부력이 있다쳐도 육체가 무거울 텐데도 미동 없이 머무르고, 일반적인 과학 현상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 건물도 흥미로웠다.

마법으로 한 건 아니다. 건물 전체에 이런 걸 하려면 마법진이 안 보일 수가 없었으니까. 만약 외형을 위해 감췄더라도, 이만한 수준이면 보여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마법이 아닌 모종의 힘이라는 건데,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래.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 했지. 뭐가 궁금한가?"

내가 눈을 반짝이는 걸 보았는지, 그가 먼저 운을 떼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여의주에 대해서 궁금해요."

"으음. 그렇게 말만 해서는 모른다. 요점을 알려다오."

"그냥 여의주에 대해 모든 걸 알려주세요. 어떻게 얻었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등. 아, 혹시 예민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넘어가셔도 돼요."

"어렵진 않군. 간단하게 말해서 여의주란 요력의 집합체다."

요력은 내공과 달랐다. 내공이 몸 안에서 쌓여 몸을 바꿔나가는 거라면, 요력은 몸을 바꾸고 남은 것이 몸에 쌓이게 된다.

용이란 것은 요력을 지속적으로 쌓아,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탈바꿈하는 것이라 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신수(神獸)가 되는 과정도 같다. 흔히 짐승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대부분 이러한 방법으로 격을 올리지."

꽤 흥미로운 말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큰 소용이 없었다. 결국, 무공과 비슷한 방식이었으니까.

"으음. 내 이야기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은 모양이로군."

실망스러운 표정이 드러난 모양이다.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껏 협력해준 존재에게 보람도 없게 하는 건 영 좋지 못하다.

"아뇨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대는 어떤 존재를 목표로 하는가?"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 모습을 본 가묵시는 담시 입을 다물곤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인간이란 종을 초월한다는 목표는 들었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자네는 이러한 조건을 충분히 부합했지. 예를 들면 불사자(不死者)로서 영생을 살아가는 것 말일세."

그가 말하는 것은 리치였다. 확실히 그런 방식으로 따지면 나는 상위의 존재가 될 수 있긴 했다. 어쨌든 인간보다 리치가 우수한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것은 내가 목표로 하는 것과 달랐다. 마법으로 인간과 비슷한 상위의 종족으로 올라서는 것. 그게 노리는 바였다.

"무척 어려운 일이군. 그런 방식이라면 누구도 자네를 도울 수 없을 걸세. 말 그대로 처음 걷는 길이니 말이야."

"역시 그렇군요. 예상은 했지만···. 어렵네요."

"으음. 그렇지만 내가 한 가지 조언은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실망으로 고개를 살짝 떨궜다가, 이어진 말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어떤 조언이신가요?"

"간단하네. 자네가 어떻게 이만큼 성장했는지 생각하는 걸세."

성장 방식? 그건 너무 쉬웠다. 애초에 내가 성장해 온 방식은 대부분 선천적 마법사의 재능의 도움이었으니까. 이것을 말하자, 가묵시는 수염의 흐름을 조금 빠르게 했다.

"다르네. 단순히 재능만 있었다면, 마법사로서 끝나야지. 그러나 자네는 지금 한 가지에 그치지 않았잖은가."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성장의 기반에는 지식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는 것과 관련이 없다.

그렇게 말하니 가묵시가 부정하며 몸을 움직였다.

"여의주를 보여주겠네."

용의 몸체 뒤에서 푸른 구슬이 나타났다. 어지간한 가구보다 커다란 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영롱하고 힘을 갖춘 물건. 그것을 보여주며 천룡이 말했다.

"이게 단순히 힘의 집합체 같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외부로 나온 용안석이나 내단 정도로만 생각했던 그것은 전혀 다른 물건이었다. 힘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무형을 유형으로 만드려는 방편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있는 내용이었다.

"이건··· 가묵시님이 쌓아 오신 경험인가요?"

"비슷하지. 정확히는 '삶'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 말일세."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해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걸 만들려면 족히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제 수명으론 불가능해요."

이건 요력으로 몸을 변화시키는 존재만이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지. 이것은 인간에 맞춰진 방법이 아니니까. 그러니 그건 자네가 찾아야 할 걸세.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건 이런 방식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네."

그 말에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어느새 내가 다른 존재에게 상위 존재로 올라가는 방법을 찾기만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건 내 방식이 아니었다. 정해진 길이 있어도 마음대로 바꿔버리던 내가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확신하는 방법이었다.

"뭔가가 떠오른 모양이군. 그럼 오늘 하루는 쉬게나. 내일 내가 부른 존재들이 올 테니까 말이야."

"여러 가지 알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물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네."

그의 부탁에 반드시 응할 것을 다짐하며, 나는 그 자리를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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