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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파견 회사-123화 (123/207)

# 대리 #

나는 신의 손을 움직이긴 했지만, 적극적인 자세는 아니었다. 남자의 움직임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첫 움직임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벌써 큰 마법을 쓰면 안 되지.'

분명 기억을 읽었을 텐데도, 그 수준이 깊지 않다. 나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며, 가볍게 신의 손을 움직였다.

툭.

"윽!?"

발치에 만들어진 작은 돌기둥이 복제품을 건드린다. 방해를 받은 마법진은 흐트러졌고, 순식간에 못쓰게 되어버렸다.

'처음엔 조금 쓰는 법을 알려줄까.'

얼마간 남자가 쓰는 마법을 보고,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해줬다. 그러나 상황을 인식한 남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자존심이 무척 상한 모습. 하지만 자신이 밀리는 사실만큼은 인지하고 있는지, 악을 쓰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가 하는 것을 보며, 기억을 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약 15분이 지난 후. 남자는 간신히 여러 가지 기술들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험이 많아서인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럼 슬슬 제대로 해볼까.'

나는 신의 손을 제대로 뒤고, 바닥에 마법 문자를 써 내려갔다. 이제부터는 죽일 정도로 몰아쳐서 다양한 응용법을 끌어낼 생각이었다.

[영창파기!]

[영창파기]

남자가 다급히 영창파기를 썼다. 마법으로 싸우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보이는 모습. 그러나 나는 영창파기를 영창파기 시켜버리곤, 마법 콤보를 이어갔다.

"젠장!"

먼저 마법 문자를 쓴 게 나였으니, 문자가 더 많다. 남자는 마법으론 승산이 없다고 느꼈는지, 강령술을 사용했다.

'이 상황에서?'

강령술은 속도가 빠른 기술이 아니다. 실제로 나도 원념을 끌어모으는 데만, 수십 초가 걸렸다. 몇 초가 승부를 가르는 전투에서는 치명적인 틈. 남자도 그것을 알았는지, 원념을 끌어 올리며 몸을 움직였다.

그런 그의 발밑에서 흙창이 솟아오른다. 기겁하면서도 어떻게든 피하는 남자. 원념을 끌어올리는 기술도 계속 유지 중이다.

'쉽게 흐트러지진 않는 건가.'

일부러 빗맞히긴 했지만, 격렬하게 움직였는데도 마법이 중단되지 않았다. 기술의 안정성을 확인한 나는, 다음으로 완성도를 보았다.

[강렬한 힘을 품은 존재여! 내 명령에 따라 일어나라! -용아병(龍牙兵) 소환-]

'오오?'

그가 노린 것은 아까 데드하울과 출동하며 조금 떨어진 뼈 부스러기였다. 거기서 불완전하지만, 용아병 셋을 일으킨 것이다.

'마법보다는 주술 쪽에 관련된 거라서 나는 못 쓰는 거였는데, 여기서 배울 줄이야.'

주술과 마법은 완성된 후에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구분하기 쉬운 것은 역시 과정인데, 마법은 주문과 마법진을 먼저 쓰고 촉매를 넣는 반면, 주술은 촉매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뼛가루에서 용아병을 불러일으킨 건 주술에 가깝다.

그리고 주술은 아직 내가 잘 모르는 것 중 하나. 그걸 마법 형식으로 풀어헤칠 수 있다는 걸 본 것이다.

'좋아, 좋아. 저런 식으로 만들면, 영창파기에 부서질 염려도 없지.'

새로운 방식을 배운 것에 기뻐하며, 용아병을 부쉈다. 어렵진 않았다. 기초가 된 촉매가 워낙 부족했으니까. 그 적은 뼛가루에서 셋이나 일으킨 게 기적이다.

그건 남자도 알았다. 그렇기에 열심히 마법을 준비했고, 내가 용아병을 다 부순 순간, 자신만만한 태도로 외쳤다.

"이번에는 네놈이 당할 차례다!"

마법 문자가 빛을 발한다. 그가 쓴 것은 예상외로 또 다른 시간 벌이. 나무로 된 골렘이었다.

-저건 하연성님의 촉매 흙과 비슷한 연금술로 만든 것 같군요. 남자는 연금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멜드멜이 흥미로운 듯 바라봤지만, 나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나무 골렘이란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방패를 다시 세우는 건 원하는 게 아니었다.

'계속 큰 마법을 쓰려고 하네.'

어쩔 수 없다. 저 남자에게 독창성이 부족한 큰 마법은 소용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골렘과 놀아주며 기다렸다.

그런데 예상외로 남자는 독특한 마법을 사용했다.

[물은 내 부름을 받으라. 생명의 원천으로서 그 힘을 뿌려라!]

[화염은 내 부름을 받으라. 모든 것을 태우는 열정을 보여라!]

[바람은 내 부름을 받으라. 기탄없는 움직임으로 자유로움을 펼쳐라!]

[삼원소(Three Elements)가 부름을 받으니, 이는 근원의 닿은 마법! 자연의 이치를 담은 분노이리라! -세 가지의 폭풍-]

세 개의 마법진에서 세 개의 폭풍이 흘러나온다. 그것들은 서로 부딪치며 터 큰 힘을 만들어 사방으로 뿌렸다.

삼원소를 기초로 전방위를 공격하는 마법. 나쁘지 않았다. 원래 삼원소가 매우 불완전한 이론이란 걸 생각해, 그것을 역이용. 충돌시켜 힘을 발산시킨다는 아이디어는 나도 못 했다.

그러나 남자의 마법은 아직 어설펐다.

"쓰고 끝내면 안 되죠."

"···뭐?"

나무 골렘을 부수고, 마법진 중 불꽃을 다루는 것에 다가갔다. 삼원소가 충돌하며 힘을 뿌리고는 있었지만, 전방위의 충격파다 보니, 코트와 멜드멜의 방어를 뚫진 못한 것.

나는 꽤 수월하게 마법진에 접근했고, 신의 손으로 불꽃의 폭풍 위에 마법 문자를 써 내려갔다.

[방향을 잡아라. 열정은 한 곳에 집중될수록 더한 것이다.]

불의 폭풍이 손짓대로 움직였다. 삼원소 중 하나가 빠지자, 그 힘의 충돌은 너무나도 약해진다. 나는 그 상황에서 물의 폭풍에도 손을 댔다.

[생명은 웅크린 뒤에 터질지니, 그것에 더한 힘과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바람. 하지만 신의 손으로도 바람만큼은 다룰 수 없으니, 땅에 새겨진 마법진에 수정을 더했다.

[자유에는 책임이 있다. 제한된 자유로 정당하게 너의 의지를 표현하라.]

세 개의 마법이 내 제어 하에 들어온다. 채 1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 남자는 입을 쩍 벌리며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런··· 아니, 이해는 가지만, 그게 정말로 가능한··· 아니 아니! 나도 지금은 할 수 있지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상식을 무시하는···"

"다 상식에 입각해서 한 거예요."

끝으로 불과 물의 원소를 신의 손으로 이끌었다. 봉황 촉매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물들며 두 가지를 연결에 문자를 써 내려갔고, 가장 제어가 불완전한 바람에 휘감겼다.

[세 가지가 하나로 휘감기니 그것은 안정이다. 그것이 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야 진정함이 나오리라. -하나 된 폭풍-]

쿠콰콰콰콰!

폭풍이 일자로 뻗어 나간다. 일부러 허공에 쏘아 올렸기에, 주변 피해는 없다. 남자가 쓴 것과 달리, 확실하게 범위가 한정된 마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원하게 마법을 풀어낸 뒤, 나는 다시 남자를 보며 말했다.

"자, 다시 시작하죠. 이런 걸로 많이 부탁드릴게요."

"···내가 삶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비참한 적은 처음이다."

남자는 좌절감에 비틀거리면서도 몸을 움직였다.

남자와의 마법 실험은 좋았지만, 너무 오래 할 수는 없었다. 그가 보낸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늪 마법으로 묶어놓긴 했지만, 죽지 않게 했기에, 조금씩은 전진할 터. 그들을 놓아주면 일이 점점 커진다.

따라서 나는 전투 세 시간 만에, 슬슬 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무리 짓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남자는 만신창이가 되어서 뻗어 있었으니까.

"어, 억울하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나로서는 조금 달랐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완성도가 낮았지.'

선천적 마법사의 지식을 받아들인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온전히 쓰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분명 마법은 최적화되어 있고, 사용하는 것은 강력한 기술이다. 다만, 아무래도 어색해 보이는 것이, 내 마법을 쓰는 느낌보다는 다른 사람의 마법을 선천적 마법사의 재능으로 풀어쓴 모양새다.

하지만 그건 좋은 게 아니다. 다른 존재들은 어느 정도 틀이 박힌 상태에서 마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내 마법이 1~10까지 다 만드는 거고, 다른 존재들은 5~10까지만 새로 만드는 거다. 근본이 변하지 않기에 어떻게든 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

그렇기에 남자의 마법은 아이디어는 좋아도, 구멍이 한두 개씩 있는 것들을 펼친 것이다.

'마음만 같아서는 납치해서, 마법 연구를 시키고 싶지만.'

안타깝지만 그건 안 된다. 어찌 되었든 내 지식이 있기에, 완벽하게 구속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지.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죽인다. 그렇게 마음먹고 신의 손을 움직였다.

"컥!"

남자를 찌른다. 목, 심장, 복부. 인체에 치명적인 급소와 단전을 부수자, 피가 철철 흐른다. 누가 봐도 가망이 없을 치명상. 그러나 거기에 마법으로 붙여 태웠다.

'마지막에 변해서 도망칠 수 있으니까.'

내 마법 지식을 알게 된 존재다. 같은 편이라면 시간을 줘서 키울 수도 있었겠지만, 적이라면 반드시 물리치는 게 맞았다. 그러니 시체가 완전히 재만 남을 정도로 타는 것을 확인했다.

원념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래 악인은 업(業, karma)이 많이 쌓여 원념이 나오기 어려운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죽었다는 걸 확신한 채 그 자리를 떠났다. 이제 슬슬 이 의뢰를 마무리해야 했으니까.

****

'으윽··· 어떻게든 살았나.'

도플갱어 레고드는 잿더미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주먹만 해진 하얀 슬라임이 되어 있었다.

'녀석의 주변에 슬라임이 붙어 있다는 걸 몰랐다면 정말 죽을 뻔했어.'

하연성과의 마법 전투를 지속하면서, 그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는 도망칠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연인을 불러, 같이 위험에 처할 수도 없는 상황. 그는 연성이 원하는 대로 해주며, 열심히 시간을 끌었고, 도망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슬라임으로 복제하는 것.

'그 녀석이 날 태운 것도, 슬라임이 연금술의 달인인 것도 행운이었지.'

몸을 태웠기 때문에, 재밖에 남지 않았다. 연금술이 있어서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복제할 때 부글거리는 효과를 넣었지만, 사실 하지 않아도 변할 수 있었다. 그런 것들과 아슬아슬한 타이밍이 어우러져 그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제길. 내가 앞으로 그딴 녀석과 마주치나 봐라.'

조금 전의 상황은 그에게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흡수한 지식과 재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래 흡수한 지 얼마 안 된 지식이 잘 녹아들지 않은 건 흔한 일이었지만, 하연성이란 인물처럼 오래 걸린 경우는 처음이었다.

'예전에 살짝 복사해본 용도 그렇진 않았다고.'

용은 복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육체 자체가 너무나 강력한 존재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하연성의 복제는 순식간. 그러나 복제가 끝나고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분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느낌이었어.'

하드웨어는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결여된 무언가가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게 했다.

'이게 경지의 차이인가.'

도플갱어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벽을 넘는다'라는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은 다른 존재에게서 얻은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연성은 달랐다. 아득해질 지식과 사고 감각. 다른 건 몰라도 마법과 강령술에 대해서만큼은 협회 간부들과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레고드는 더 이상 그런 존재와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애들리 말대로 진작에 후퇴할 걸 그랬어.'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그는 모든 작전을 폐지하고 돌아가기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여어. 처참하게 뭉개졌군그래."

검은 양복의 남자가 등장했다. 뒤에는 연금술사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

-···레빈?

레고드의 몸이 부글거렸다. 이윽고 그는 레빈으로 변해 그의 앞에 자리했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이 몸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닌가."

온몸에 남은 화상 흔적. 그는 레빈이 못해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 되도 좋은 일이다. 레고드와 레빈은 좋은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악연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렇기에 레빈의 비꼬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꾸했다.

"처참하게 당해서 미안하네. 네가 만나면 복수 좀 해줘라."

"···네 스스로 복수할 생각은 없는 건가?"

"미안하지만 생각 없어. 그런 괴물, 한 번만 더 만나도 끝장이라고."

"그렇군. 그럼 가봐."

레빈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가 왼손을 튕기자, 수풀에서 무언가가 걸어 나온다. 불순한 느낌을 받은 레고드는 도망치려 했지만, 곧 그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애들리?"

수풀에서 나온 존재는 언데드와 기계가 혼합된 괴상한 존재. 그리고 그 존재에게 붙잡혀 있는 레고드의 연인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무리 협회가 규율이 느슨하다고 해도, 일정 계급 이상부터는 이유 없는 전투가 불가능한 걸 잊은 거냐?"

"아아. 물론, 알고 있지. 그 규율이 죽은 존재에겐 소용없다는 것도 말이야."

"···네놈. 설마 그걸 위해서."

레고드는 레온이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생존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눈치챘다. 또한 동시에 자신의 연인이 수틀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원하는 게 뭐야."

따라서 그는 협상을 시도했다. 그건 매우 바람직한 행동이었다. 원하는 게 없었다면 레빈은 이미 애들리를 죽였을 테니까.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최악의 대답이기도 했다.

"내게 복종해라."

레빈은 제정신이라 보기 어려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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