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20화 (120/207)

# 대리 #

커뮤니티에 올라온 메시지는 간단했다. 아리지리아 백작령 바깥으로 이동된 그 직원은, 회사에 관련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는 거였다.

-아리아 영지의 있는 군대들이 회사의 힘을 빌려, 몇 배나 되는 병력을 학살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음.

-일반적이진 않은 일이라 쉽게 믿지는 않지만, 인원이 많고 신관이라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됨.

아무래도 일이 터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예측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사태에, 신음을 삼켰다.

'이러면 우선순위가 뒤바뀌는데.'

원래는 조사가 먼저였지만, 상황이 급박해졌다. 초동에 움직이지 않으면 일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노리는 목표가 확실하다는 거다.

'향의 유출부터 막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게 그거다. 나는 커뮤니티에 그 소식을 올렸다. 아직 둘뿐이지만, 나중에 늘어나면 행동하기 쉬울 거란 심정이었다. 사실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도시를 나가 영지의 외곽을 향해 가기로 했다. 외곽의 있는 도시나 마을에서 나눠주리라 예측되는 향을 부수기 위해서였다.

"이봐 라포포! 자네도 이거 하나 가져가게!"

성을 나서려는 순간, 입구의 병사가 내게 향 한 뭉치를 주었다. 바깥에 회사의 위험성을 알려달라고 사정하며 맡긴 것이다. 나는 물건을 받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곤 곧장 사람들이 없는 공터로 움직여 은신 마법들을 사용하고, 데드하울을 원래 크기로 되돌렸다.

"가자."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나는 공중에서 망원경을 들고, 영주성 주변의 도시와 마을을 살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향을 분배하는 모습이 보인다. 총량은 적어도, 무시할 수 없을 만한 수준이다.

'대체 저만한 양을 언제 다 만든 거야.'

이 일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증거. 그런데 회사의 대처가 빠르지 않다.

'특별의뢰로 다급하다고 나왔으면서, 대처가 너무 안일하잖아!'

증원이 늦다. 아무리 회사 일이 자원이라곤 하지만, 포인트를 많이 주면 하려는 존재들이 있을 텐데. 속으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에 항의 하고 싶은 기분이 무럭무럭 솟아올랐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운영진을 몰랐다.

'···아니지. 운영진은 몰라도, 연락될 만한 존재는 알지.'

하운드 부장. 원래 이사급까지 갔을 거라 예상되는 존재. 회사 신입들의 인사담당도 맡고 있는 걸 보면, 운영진 정도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연락 방법이 없다는 거였는데, 그 부분은 회사의 시스템을 악용하는 거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운드 부장에게 지명의뢰를 보내자.'

얼굴을 몇 번 마주한 적도 있고, 내가 어떤 능력자인지도 아니까 무시하진 않을 거다. 나는 곧장 의뢰를 보내고, 향의 처리 방법을 고민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굴러온 이상, 자연스럽게 처리하기는 힘들어. 게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회사 탓으로 돌릴 거야.'

이미 영주성에선 내가 처리한 상자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연 현상을 의심하기보단, 회사가 수작을 부린 수작이라 떠들어대는 게 보였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믿음이 광신의 형태로 접어들면서, 세상 모든 일의 원인을 근거 없이 회사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회사 탓이 될 거라면 차라리 의심스럽더라도 향을 처리하는 게 났다. 저게 없다면 믿음에 대한 전도율이 뚝 떨어질 테니까.

나는 사람에게 피해 없이 향만 처리하는 마법을 떠올렸다.

'바람처럼 녹여 없애버리는 게 가장 좋을 거 같은데.'

쉬운 일은 아니다. 마법이란 것은 뭐든 가능하지만, 범위가 커지고 자연현상에 많이 거스를수록 어려워진다. 그게 중력, 공간, 시간, 대하여 거의 간섭할 수 없는 이유이며, 마법사들이 원소를 많이 쓰는 이유다.

즉, 향초를 바람에 녹여 감쪽같이 없애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그 향초가 나무 상자가 가방 같은 곳에 들어있다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법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좋은 마법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일반적인 형태는 만드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범위도 좁아. 그리고 무엇보다 대상을 고르는 게 까다롭지.'

마법을 유도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한다. 기계보다 유연하고, 예상외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형태. 나는 그 방법으로 원념을 떠올렸다.

'마법에 원념을 부여한다.'

이미 영혼을 넣어본 전례가 있던 나다. 강령술과 섞어 써야 하지만,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아니지. 마법보다는 강령술을 중심으로 하는 게 더 좋겠어.'

베이스를 바꾼다. 마법에 원념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원념에 마법이 달린 형태로. 저격 마법으로 목표를 설정하면, 물리적인 방법으론 막을 수도 없고 다른 존재에겐 해 끼치지 않는 원념의 완성이다.

'좋아. 그걸로 하자. 원념을 많이 끌어들이면 알아서 퍼지며 향을 부수기도 할 거야.'

그야말로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마법.

나는 근처 땅에 묻혀 있던 오래된 원념들을 끌어 올렸다. 죽으면서 풀지 못한 한(恨)과 살아 있는 존재들의 부정적인 감정. 다른 존재의 영혼을 다루는 악마의 힘은 그것들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그 양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해봐야 사람 머리통만 한 수준. 나는 프리디아 차원이 꽤 평화로운 곳임을 자각하곤 혀를 찼다.

'시간을 들여야겠네.'

사용할 원념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지금 모은 것은 그냥 써버리기로 했다.

더 많은 원념을 모으기 위해.

[움직여라]

원념에 간섭하는 것은 악마의 힘과 마법의 언어. 영혼을 움직이는 힘으로 기틀을 잡고, 세세한 부분을 마법으로 다잡는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은 하나의 마법진. 더 넓고 깊숙한 곳의 원념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

본래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배 위에서 선풍기로 돛에 바람을 주어도 가지 않는 것처럼,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마법진이 추가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투자한 힘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모여라. 풀지 못한 것들이여. 구원받지 못한 것들이여. 안식을 거절한 것들이여. 이것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이리로 오라. 나는 너희들의 주인이 될 것이며, 지배자가 되리니! 너희는 반항할 수 없으며, 거부할 수 없다! -강령술사의 부름-]

원념이 모인다. 그 크기는 약 성인 둘만 한 정도. 조금 떨어진 곳에 원념이 다량 분출된 곳이 있었기에 그런 모양이다.

그 방향이 아리아의 영지라는 게 좀 걸렸지만, 이내 신경 끄고 마법에 집중했다.

'한 번 더 한다.'

모인 원념을 제물로 다시 마법진을 그린다. 크기가 꽤 커지고 힘도 강해졌기에, 흑진주 같은 보석들을 넣어, 마법진으로써의 힘을 한층 더 강화한다.

-윽··· 계약자, 그 이상의 통제는 내가 버티질 못한다.

"버텨봐. 악마의 힘을 보여 달라고."

-···악마는 근성 넘치는 종족이 아니다만···

"쳇. 알았어."

디가의 투덜거림에, 내 영혼의 힘을 추가한다. 물론, 그것은 거절, 혹은 단절하는 느낌의 힘이다. 원념을 지배할 순 없었다.

그러나 원념을 마법진의 모양으로 대충 고정하는 것은 가능했다.

'손이 많이 가네.'

아직 내 영혼을 다루는 데 미숙해서, 마법진 구석구석에 일일이 손을 댔다. 그리고 완성된 것을 한 번 더 발동한다.

[들어라. 이것은 절대자의 부름일지니. 세상의 남은 것들은 모여 내 앞에 부복할지어다. 부름의 이유는 사용하기 위함이나, 절대자의 도구가 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리라. 불복(不服)은 없으며, 하극상(下剋上)은 용서치 않고, 분란(紛亂)은 본보기가 되리니. 오너라. 복종하라. 자신을 받쳐라. 그 영광된 기회를 주겠노라. -절대자의 명령-]

강령술의 극의가 펼쳐진다. 현재 나로서도 제어가 어려운, 한계를 넘어선 힘. 과장 좀 보태서 프리디아의 모든 원념이 끌려온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원념이 뭉쳐, 원령(怨靈)이 되고, 그것이 다시 악령(惡靈)으로 승화한다. 그러나 그들은 내 지배하에 몸을 구기며 분을 삭였다.

아래 있던 사람들이 소란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본래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을 그것이 너무 많이 뭉쳐, 육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잘은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감정이 느껴진다. 경악, 공포, 혼란. 칙칙하고 끈적끈적한 악령이 구름처럼 모인 광경은 그런 감정을 만들어 냈다.

-계약자, 너무 많다! 내가 먹힐 지경이다!

"보조해 주고 있잖아. 딱 안 죽을 만큼만 해줄 테니까 버텨봐."

디가가 비명을 지른다. 한계에 가까운 힘을 계속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녀석을 보조하기 위해, 다른 부차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그래도 확실히 많이 모이기는 했네.'

-풀어줘. 우리를 풀어줘.

-너는 절대자가 아냐. 우릴 다스릴 자격이 없어.

-네 몸을 내놔! 그건 내가 쓰는 게 더 어울려!

양이 너무 많아, 제어가 불완전해 악령이 나에게 미약한 유혹을 걸었다. 그러나 애뮬릿의 정신 방어와 단절에 특화된 내 영혼의 힘을 뚫기에는 아연한 힘. 나는 시끄러운 걸 빼곤 아무런 장애 없이 작업을 계속했다.

[먹어라. 물들어라. 너희는 악령이되, 악령이 아니다. 그 형태. 그 성질. 그 힘. 모두 한 방향으로만 쓰일 지어다! -저격 각인-]

[내 적 앞에서는 원하는 대로 날뛸 수 있으리라! 부수고, 망가뜨리고, 지우고, 먹으며, 부식시키고, 풍화시키고, 썩어 곰팡이가 피게 하라! 너희의 본질로 적들에게 되갚아라! -앙갚음-]

[퍼져라. 포식하며 나아가라. 절대자로서 명령하니, 너희는 원념을 먹어, 너희를 유지하리라! -포식의 법칙-]

악령이 마법과 명령에 물들었다. 날 유혹하는 말들이 사라지고, 단 한 가지만을 노리기 시작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와 함께 녀석들을 풀어놓았다.

[가라. 너희의 임무를 다하라.]

수백, 수천의 악령이 비산(飛散)했다. 녀석들은 내 의지대로 향을 노려 망쳐놓는다. 부서지고, 뭉개지며, 썩거나 녹아내는 모습이, 사뭇 무서웠지만, 그 외에 노리는 건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약간 예상외의 일도 있었다.

"···향을 삼킨 존재도 있었어?"

악령들이 다른 존재의 몸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보인다. 필시 향을 삼켰거나 지금 막 태우기 시작한 걸 맡은 존재들이다. 성분이 몸속에 녹아들었다면, 찾지 않게 해놨으니, 틀림없었다.

'···내 잘못 아니야.'

악령이 몸속에 들어갔다 나온 존재들은 썩 편하지 않은 모습이다. 인체에 무해하다곤 하지만, 저들은 그걸 모를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탈이 난다 해도, 그건 향을 삼켰기 때문이지, 악령의 탓이 아니다.

'뭐, 그래도 향은 잘 처리될 것 같네'

본래 이번 마법의 범위는 영주성 근처였다. 그런데 첫 번째 증폭에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원념이 모였고, 그것을 한 번 더 증폭하니, 이런 수준이 된 것이다.

덕분에 예정에도 없이 한계에 가까운 강령술을 썼지만 괜찮다.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정말 오랜만에 전력을 낸 거라 속이 시원했다.

'원래는 회사 규정 때문에 참아왔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니까 괜찮겠지.'

회사에서 뭐라 하면, 일 처리가 늦어서 그랬다고 하겠다. 속으로 그런 변명을 생각하며,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강령술을 쓰는 여파가 커서, 은신 마법이 전부 벗겨졌기 때문이다.

'일단 커뮤니티에다가 사정을 올리고, 다른 곳에서 은신 마법을 건 다음에 다시 오자.'

그렇게 일단 향에 대한 것만 처리한 뒤, 그 자리를 떠난 그때.

삑-.

하운드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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