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17화 (117/207)

# 대리 #

'이건 답이 없네.'

숲에 들어온 존재들을 쫓아내거나 물러나게 하는 방법. 여러 가지를 고민해 봤으나, 결국 현재 내 능력으로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문이 나도 진위를 확인하지 않는 걸 보면, 저쪽에서 찾고 있는 건 그냥 보여주기일 가능성이 커. 그렇다면 이쪽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도, 반응이 오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방법은 기본적인 원점으로 돌아간다. 침입자를 하나하나 잡아서 내쫓는 것이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집에서 러쉬를 데리고 와서, 사람 냄새를 추적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사람 냄새가 뭐야?

"그게 뭐냐면···"

물론, 이 댕댕이가 특명을 이해한 건 아니었다. 녀석이 냄새로 찾은 것들 하나하나를 제외해가며, 다른 냄새를 찾아야 했다. 이것도 러쉬가 나랑 대화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거지, 아니면 시도조차 못 했을 것이다.

거기에 나도 탐색 마법으로 수색을 돕자, 우리는 5시간 만에 처음으로 숲을 탐색하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곧장 접선하진 않았다. 숲의 현자로 변장해서 가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환영 마법을 걸었다. 옷은 녹색의 오래된 로브가 되었고, 크기를 키운 신의 손은 자연에서 만든듯한 지팡이로 변했다. 거기에 나이 지긋한 모습까지 추가하니, 누가 봐도 명백한 은거 기인이 완성되었다.

나는 일부러 적당한 기척을 내며, 수풀을 헤쳐 다가갔다.

"이런 외진 곳엔 무슨 일인지?"

"으음···."

남자의 반응은 묘했다. 찾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쁨은커녕 놀라움과 당혹감, 경계심을 품는 게 보였다.

"허허. 젊은 친구가 경계심이 많군. 내가 못 할 짓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겐가?"

하지만 나는 반대로 우호적인 느낌의 가벼운 말투로 접근했다. 그러자 남자가 움찔하더니, 적당히 웃으면서 의도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연출했다.

"하핫. 그럴 리가요. 그냥 이곳에 사람이 있어서 놀랐을 뿐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데 바쁘지 않다면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양쪽 다 속내를 감추고 대하는 관계. 당연히 그 상태가 오래 지속 될 수는 없었다.

"현자님은 근래 바깥에 나갈 일이 있으십니까?"

"아직 정해진 게 없다네. 자네는 이 숲 깊숙한 곳에 어쩐 일로 왔는가."

"필요한 게 있어서 왔습니다."

서로 중요한 것을 말하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상대적으로 할 일이 많은 나로서는 좀 더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먼저 본론에 들어간 것은 남자 쪽이었다.

"이런 식으로는 계속 평행선이 될 것 같군요. 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자님. 여태까지도 그러셨지만, 앞으로도 계속 은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예측을 벗어난 부탁이었다. 내가 노인의 모습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화를 낸다고 생각했는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현자님을 무시하거나 압박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요즘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서 말이지요."

"···그 말인 즉, 어느 세력에 들어가지 말라는 게로군."

"맞습니다."

그의 말로 일의 전말이 조금 잡히는 기분이 들었다.

'아리아와 백작이란 존재의 의견이 겹쳤군.'

현자의 숲은 아리아의 영토와 꽤 근접해 있었다. 물론, 영토란 것이 성, 도시, 촌락으로 구성된 만큼,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영지를 보려면 마차로 한 달을 잡는 만큼, 서울시의 1/4 정도는 얼추 된다 하겠다.

그렇게 보면 약 100km 정도의 거리는 훌쩍 달려와 도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수염을 쓰다듬는 척하며 물었다.

"그럼 내가 나가지 않으면 자네들도 수색을 끝낼 텐가? 솔직히 내 활동영역이 넓어서 자네들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네. 마법 연구에 무척 거슬려."

바로 수락할만한 제안을 던졌지만, 그는 망설였다.

"고용주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해서···. 위에 연락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용주가 누군가?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직접 갈 수도 있네만."

"아뇨! 그러실 것 없습니다. 현자님을 찾으러 왔는데, 연락 수단도 없이 왔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남자는 품에서 작은 물건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기계?'

그 모습이 무전기와 매우 흡사했다. 아직 이 세계에서 기계를 보지 못했던 나로선 굉장한 위화감을 느끼며, 남자가 연락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후욱! 이곳은 보라매. 사육사 응답하라. 발신 끝."

-후욱! 이곳은 사육사. 보라매 말하라. 발신 끝.

게다가 사용법 또한 매우 흡사. 아니, 완전히 똑같았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은, 사거리를 훨씬 뛰어넘었으며, 음질이 굉장히 깨끗하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이거나, 마법이 가미된 기계 같은데.'

안타깝게도 마법진이 외부에 노출된 부분이 없어서 명확한 확인은 불가능했다.

"보라매. 숲의 현자를 발견했다. 새들이 수색을 그만두면 은거를 이어나가겠다고 한다."

-숲의 현자인 게 확실한지?

"알려준 확인법은 통과했다."

그가 말하는 확인법이란 건 간단한 시험이었다. 숲의 현자가 식물에 관련된 마법을 쓰는 것으로 보이니, 그 부분에 대해 시범을 보여 달라 한 것이다.

나는 지팡이로 위장된 신의 손으로 마법진을 그려서 실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일부러 5배는 느리게 그렸건만, 엄청 놀라던 남자의 얼굴이 선했다.

-···윗선의 허락이 떨어졌다. 지금부터 새들의 철수 명령을 내리겠다.

"윗선에서 숲에 들어온 인원들을 물려준답니다."

"알겠네. 그럼 약속대로 나도 바깥일에 상관하지 않도록 하지."

실제로 철수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일단 구두로나마 우리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볼일이 끝났음에도, 나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기계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자와 좀 더 대화를 시도했다. 혹시나 특별 의뢰가 들어올 상황을 대비하면서.

"그 물건은 무언가?"

"원거리에서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비슷한 마법 물품을 몇 알고 있네만, 그건 처음 보는 형태로군. 혹시 잠깐만 살펴봐도 되겠나?"

"의뢰인이 준 물건입니다. 고장 나면 곤란해요."

"잠깐도 안 되는 건가?"

"끄응.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가 슬쩍 몸을 돌려, 무전기의 배터리를 빼는 게 보였다. 나름 감춘다고 한 행동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무공을 익힌 내 시력과 눈썰미를 벗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기계를 다룰 줄은 알아 보이네.'

그러나 저 정도는 의뢰인이 교육만 해도 가능한 정도다. 게다가 아직 특별 의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그가 준 기계를 받았다.

"어떻게 쓰는 건가?"

"아이고. 쓰면 의뢰인에게 연락이 가게 되니, 그냥 보기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별 수 없구먼."

버튼 몇 개 등을 보다가 남자에게 기계를 돌려주었다.

"이런 건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 겐가?"

"의뢰인이 구한 물건이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흐음. 자네의 의뢰인이란 존재를 한번 만나고 싶어지는구먼."

"어려울 겁니다. 공사다망하신 분이어서요."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상하긴 했지만, 특별 의뢰의 알람도 없어서 혐의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예측이 틀린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내가 추적해보면 알겠지.'

당장은 증거불충분. 그러나 추적하면 뭔가 꼬리가 잡힐 거라 생각하며 물러섰다.

"그럼 나는 이만 슬슬 가보겠네"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숲에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내가 꽤 깊숙이 들어가 남자와 시야가 보이지 않게 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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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종류 : 협회 저지

의뢰자 : 사장

상황 발견자 : 하연성

의뢰 내용 : 협회의 존재로 의심되는 존재를 추적 및 조사.

설명 : 프리디아 차원은 전기기계의 기술이 매우 조악한 편으로, 마법과 연동되는 통신기를 만들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 숲을 조사하러 온 인원과 의뢰인이 수상하다. 들키지 않게 추적하여 배후를 캐내자.

성공 조건 : 협회에 의한 고의적 상황인지 조사. 증거를 발견했을 시, 상황을 해결할 것.

보상 : 성공 시, 일반 의뢰 및 긴급 의뢰를 두 개씩 완료한 것으로 간주함. 1700p 지급. 특별 상점 포인트 117p 지급. 실패 및 거부 시, 100p 차감. 다른 사원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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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의뢰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가 대상과 1:1로 마주하고 있다 보니, 바로 내어주지 않은 모양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의뢰네.'

어차피 정말 철수하는지에 대한 확인과 협회 인원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기에 추적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거침없이 수락하고, 적당히 놀고 있던 러쉬를 데려왔다.

"우리가 찾은 냄새를 계속 쫓아가자. 대신, 들키면 안 돼."

-왜 들키면 안 되는 거야?

"이건 그런 놀이야."

-와! 재미있겠다!

방법만 이해시킬 수 있다면, 러쉬는 최고의 추적자였다. 어떠한 의문도 '놀이'라는 한마디면 깨끗하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그 아저씨 냄새 사라졌는데?

"···뭐?"

당혹스러웠다. 러쉬는 조련술로 인해 엄청나게 강화된 상태라, 코의 분별력 역시 한층 높은 수준이었던 까닭이다. 즉, 상대의 냄새가 사라졌다는 것은 마법으로 감췄거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을 때뿐이었다.

"제길!"

나는 황급히 남자가 있는 자리에 찾아갔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협회가 사용하는 검은 구멍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리라. 아쉬움에 바닥을 쳤다.

'그냥 잡았어야 했는데!'

그냥 고용된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안내인 삼으려고 했던 게 실수였다.

'의뢰 실패인가.'

혀를 차고 곧 없어지리라 생각되는 특별의뢰를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추측과 달리 의뢰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해보다가, 그 이유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흑막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

아리아와 적대하는 존재. 거기에 흑막이 있을 거다. 나는 곧장 그녀에게 무슨 백작이라는 존재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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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아리아 리드로프

내용 : 아르지리아 백작은 제 영지랑 좀 떨어진 곳을 다스리는 대귀족이에요. 능력 좋고, 욕심도 머리 써서 챙기는 인물이고요. 이 영지전도 오랫동안 공들인 거고, 수작을 부려서 외부 세력이 끼어들지 못하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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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을 들으니, 백작의 인물상이 하루아침에 바뀐 건 아닌 듯했다. 나는 그를 흑막 예상 후보 2군으로 지정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숲의 현자와 접촉하려 한 존재가 협회의 일원이었으니, 거기에 연관된 존재여야 할 테고. 거기서 백작을 빼면··· 군수 지휘권자가 공을 차지하려 한 건가?'

그러나 묘하게 아귀가 맞지 않는다. 공을 차지하는 것도 승리해야 할 수 있는 것. 여태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아리아는 능력을 감추지 않았으니,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당연했다.

만약 협회에서 얻은 힘으로 승리한다 해도, 이득이 애매하다. 군수권자로서는 먹을 게 좀 있어도, 결국에는 백작이 가장 많이 가져간다.

협회원으로서의 이득은 거의 없는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역시 백작이 가장 의심스러워.'

나는 그 존재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를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리아에게 백작령의 위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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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아리아 리드로프

내용 : 알려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어째서 갑자기 이 일에 관심을 두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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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질문이 꽤 뜬금없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답보다는 질문을 해왔다.

'그냥 수소문해서 찾아갈걸.'

후회는 조금 늦었다. 협회에 관해 설명할 수 없었던 나는, 적당히 돕고 싶어서 그랬다는 변명을 해야 했다.

그러자 잠시 메시지가 끊겼다가, 잠시 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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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아리아 리드로프

내용 : 정말 고마워요.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셨을 줄은 몰랐어요.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제힘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비록 중간에 도움을 받긴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래야 해요. 정말 감사드리지만, 이번 일은 사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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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그녀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내가 해석하기론, 자존심이 상한 듯한 느낌의 메시지였다. 나는 과도하게 참견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사과했다.

'수소문해서 가야겠네.'

아니면 버드릭에게 도움을 받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데드하울을 원래 크기로 되돌렸다. 그때 숲의 정령이 말을 걸어왔다.

[가려 하는 가-.]

"아. 네. 안에 들어온 존재들에 대해서는 일단 조치를 취했는데, 어떠신가요?"

[사라지고 있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

다행히 내가 만난 추적자의 무전기에서 들은 말은 진실이었던 모양이다. 일이 하나 해결되자,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해졌다. 그리곤 정산을 끝내고 이동하려는 찰라, 그가 한 가지 제안을 더 해왔다.

[혹시- 내 몸에서- 상주할 생각은 없는가?]

의도가 명백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결론도 정해진 제안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럴 수 없어요. 다른 일을 해야 하거든요."

[알겠다-.]

숲의 정령은 달라붙지 않았다. 나는 데드하울을 타고 올라가며, 그의 제안에 대해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리아와 계약을 하면 좋을 거 같은데.'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둘의 사이에 관여하는 건 오지랖이라,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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