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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파견 회사-112화 (112/207)

# 대리 #

갑자기 일이 몰려든 상황. 나는 우선 마구니로드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이미 포인트도 지급했으니, 미루기에 어렵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일주일 정도 미루자는 말에 난쟁이는 긴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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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마구니로드

내용 : 알겠다. 일이 편해지면 연락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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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건은 됐고.'

다음으로 숲의 정령에게 연락했다. 오랜만에 연락이었고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말했으니, 일단 가장 처음으로 사정을 들어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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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숲의 정령

내용 : 숲 바깥에 인간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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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실수였다. 그의 의뢰는 결코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곤란하게 됐네.'

나는 일단 기간을 물었다. 그러자 애매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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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숲의 정령

내용 : 인간들이 수상한 짓을 벌이기 전, 막을 수 있는 기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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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가장 정령다운 대답.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면서도 안심했다.

'일단 당장 급한 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이 방식은 다른 형태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의뢰를 내자.'

숲의 정령이 있는 차원에, 정보 수집을 위한 의뢰를 내놓기로 했다. 그런데 의뢰를 작성하는 동안, 의외의 사실을 알아냈다.

'어라? 버드릭이 있던 차원과 같은 곳이잖아?'

그리고 버드릭의 이름을 떠올리며, 메시지를 보낸 한 사람의 정체도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 입사시켜준 소녀!'

1년이 지났다는 말에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들이 있는 프리디아 차원은 지구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곳이었다. 시간상 만난 지 거의 1년이 다 된 게 맞았다.

'이거 어쩌면 일이 쉽게 흘러가겠는걸.'

나는 바로 버드릭에게 연락을 했다. 그와는 종종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연락하는 데엔 어색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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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버드릭

내용 : 단순히 오래되고 큰 숲이라고만 한다면 너무 많아요. 당장 저희가 유적을 조사하러 간 숲만 해도, 족히 수백 년은 넘었을 거라 추측되는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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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정령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에게 정령이 있을 만한 큰 숲을 물어봤더니,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나는 조건을 한 번 더 추렸다. 사람들이 적게 드나들며 몬스터가 거의 없고, 짐승만 있는 숲.

그러자 그제야 비슷한 숲을 떠올렸는지 빠르게 메시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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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버드릭

내용 : 현자의 숲과 매우 흡사하군요. 많은 인원이 들어가면 숲이 요동치고, 가끔 고블린이 있는 것만 빼면 몬스터도 없는 곳이죠. 원래는 '평화 대 밀림'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최근에 어떤 강력한 마법사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은 게 파악되어 바뀌었죠.

초보 모험가들이 수련을 쌓기 좋은 곳이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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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말을 들어보니 비슷한 것 같았다. 전번에 고블린 퇴치를 했을 때도, 초보자들이 돌아다니는 걸 봤으니까.

'사람이 죽어 있던 걸 처음 본 때였지.'

나는 씁쓸한 추억에 미소 지으며, 버드릭에게 그 숲의 변고에 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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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버드릭

내용 : 당장에는 모르겠군요. 한번 알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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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소식은 버드릭의 기초 지식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정식으로 의뢰를 건네주었다. 그냥 들어서 알고 있는 소식을 전달해 주는 거면 모를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대가를 치르는 게 맞을 거 같아서였다.

'그럼 다음으론.'

아리아 리드로프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그녀는 한사코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메시지는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오거나 가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어쩔 수 없지.'

의아하긴 했지만, 반드시 거절해야 할 일은 아니다. 이 이상의 시간 낭비가 싫었던 나는, 그녀를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아··· 안녕하세요. 정말 오래간만에 뵈어요."

일그러진 공간에서 나온 아리아 리드로프는 날 보자마자 차분하게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전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일단 몸의 성장이 있었고, 옷은 움직이기 쉬운, 단출한 느낌의 드레스. 거기에 가죽 단화와 허리띠에 차고 있는 몇 장의 두루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아가씨와 모험가의 모습을 반씩 섞어 놓은 기분. 어찌 보면 괴상한 혼종 같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실용성을 갖춘 아가씨 복장이라 하고 싶었다.

"오랜만이네요. 아리아 리드로프 씨."

"편하게 아리아라 불러 주세요. 헤어질 때 소개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음?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죠."

나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긍정했다. 마지막 헤어지기 전, 자기소개에서 그녀는 그렇게 불러달라 했었다.

"좋아요. 아리아 씨.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아리아를 소파에 앉히고, 나는 커피를 타왔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문을 열었다.

"원래는 훨씬 예전부터 연락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도움이 필요할 때나 연락하게 되었네요. 혹시 불쾌하셨나요?"

어깨를 으쓱한다.

"의뢰를 받는 사람이 다른 존재의 연락을 불쾌하게 여길 리 있나요. 조금 의외였던 걸 빼면 아무 문제도 없죠."

"다행이네요. 그럼 제가 맡기고 싶은 의뢰를 말씀드리자면··· 어떤 존재를 찾아 주셨으면 해요."

수색인가. 솔직히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진 않았다.

"저보다는 그쪽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더 나을 텐데요?"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부탁을 드렸고, 실패한 상황이에요. 아마 찾는 존재가 마법으로 흔적을 감춘 것 같아요."

흔적을 그렇게 감춘다면 까다로울 것이다. 마법이 모든 흔적을 지울 수는 없어도, 몇몇 가지는 확실하게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발자국만 좀 신경 쓴다면, 찾기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법사가 마법사를 더 잘 찾는 건 아니었다.

"마법은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이 아녜요. 역시 그쪽 방면 전문가를 고용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렇지만 벌써 1개월이나 지난 상황이에요. 계속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죠."

"틀린 말은 아닌데···. 뭔가 작전이라도 있나요?"

"한 가지 생각한 게 있어요."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 물품으로 유인하는 거예요. 회사의. 용과 맞먹는다는 존재의 작품이라면 어떤 마법사라도 혹하지 않겠어요?"

"어···."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럴듯하면서도 허술하며 황당한 작전은, 날 혼란스럽게 하기엔 충분했다.

"일단··· 혹하기는 하겠지만, 그냥 멀쩡한 땅에서 마법 물품이 솟아나면 일단 함정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맞는 말씀이에요. 그러니까 함정인 걸 알면서도 달려들 만한 물건이 필요해요."

위험성을 감수할만한 물건. 나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잘 가던 길바닥에서 신의 손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의 상황.

분명 고민하고 망설일 것이다. 하지만 그 물건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면, 함정인 걸 알면서도 뛰어들 것 같았다. 물론, 그 방법에 대해서는 머리가 부서지도록 고민하겠지만, 도전한다는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가능성은 있는 작전이다. 그러나.

"그런 물건은 값이 굉장히 비싼데요."

마법사의 성향이나 의견, 실력과 관계없이 유혹할 만한 물건은 정말 만들기 어려웠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신의 손만 해도 맞춤형이다. 전설로 남을만한 물건이지만, 영창을 주로 쓰는 마법사에겐 효용성이 거의 없다.

즉, 범용성을 높으면서,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을 법한 물건은 어마어마한 출혈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상관없어요."

그러나 머리 하나쯤 작은 이 아가씨는 굳은 의지로 답했다. 또렷하게 나를 쳐다보는 눈빛. 값이 얼마가 들더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바로 수락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아가씨에게 현실을 알려줘야 했다.

"포인트가 얼추 8000부터 시작할 텐데요."

최소가 8000 포인트. 얼토당토않는 수준의 숫자가 나오자, 아리아의 몸이 움찔했다. 회사에 들어간 지 1년밖에 안 된 사람에게는 가혹할 수준의 양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가격보다 높습니다만, 필요합니다."

나는 침묵했다. 이 물품을 가지고 스스로 쓰겠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아리아는 정령사였으니 마법사에게 맞는 물품으로 효과를 보긴 어려웠다.

그렇다면 결국 마법 물품은 미끼. 한 발 더 나아가봐야 회유의 수단이다.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다.

"이유를 물어도 괜찮을까요?"

"영지에 관련된 일이에요. 적군에게 회유되는 걸 막기 위한 수단이요."

아직 어린 소녀가 어째서 영주가 되었고, 솔선수범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저 작은 신음성을 내며 한 가지를 물었을 뿐이다.

"그 마법사란?"

"정확한 정체는 몰라요. 그저 현자의 숲에 은거 중인 마법사라는 것밖에는."

"현자의 숲?"

겨우 몇 시간 전에 들었던 단어가 또 나왔다. 어쩌면 아리아의 의뢰가 숲의 정령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일단 현자의 숲과 은거 중인 마법사에 대해 물었다.

"둘 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만 무성해요. 현자의 숲은 많은 사람이 들어가면 실종되고, 적은 숫자의 사람들만이 살아올 수 있다 하죠. 다만, 숲을 해친다면 숫자와 관계없이 해를 당한다고 들었어요."

"조금 바깥에 있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래요. 숲 바깥에서 불을 피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느새 불은 꺼지고 뿔뿔이 흩어져 숲 깊숙한 곳에 던져졌다는 사연도 들었어요."

"원래는 다들 정령의 소행이 아닐까 추측했어요. 하지만 어떤 정령사도 찾지 못했죠. 그래서 다들 두려움에 침묵의 숲이라 불렀고요."

"그런데 1년 전쯤, 숲에서 한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는 숲에서 세력을 늘리려던 고블린들을 단번에 제압하고, 찾아온 추격대를 유유히 따돌렸죠. 그때, 숲이 그를 도왔다고 해요."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침묵했다. 질문해야 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알고 있는 정보부터 좀 알려줄까.'

현자에 숲. 거기에 얽힌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곳에 숲의 정령이 있다는 것. 그에게 의뢰를 받고 고블린을 퇴치한 것. 모험가를 구해주고, 정체에 대해서 감추고 사라졌으며, 그게 약 1년 전이라는 것 등.

그러자 아리아는 숨을 삼키며 놀라더니 소리쳤다.

"연성 님이 숲의 현자신가요?!"

"정확한 건 아니에요. 그곳에 저 말고도 마법사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정황상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보다 숲의 정령이 있다는 것에는 놀라지 않네요?"

"···사실, 제가 직접 가봤거든요. 그때는 그냥 정령력(자연력)이 충만한 땅으로만 보였어요."

"아아. 이해했어요. 하긴, 숲의 정령은 그 숲 전체가 몸이다 보니, 구분하기 쉽지 않죠."

아마 그가 직접 말을 걸기 전에는 알아채기 어려우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마트 워치를 조작했다.

"일단 숲의 정령에게 한번 물어볼게요. 다른 마법사가 있는지."

만약 그에게서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온다면, 숲의 현자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가진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게 된다. 반대로 아니라면 일이 꽤 복잡해진다.

'숲의 정령은 마법사가 어디, 얼마나 있는지도 모를 테니까.'

숲에 있던 고블린의 숫자와 위치도 몰랐는데, 소수의 인간이라고 알 턱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부끄러운 별명을 갖는 한이 있더라도 마법사가 없기를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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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숲의 정령

내용 : 있다. 몸의 색깔이 몇 번이나 바뀌기 전부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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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색깔. 날씨에 따른 변화가 생길 정도로 오래 머무른 마법사가 있다는 소리.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그 마법사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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