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90화 (90/207)

# 대리(12/16일 전면 수정했습니다.) #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곧장 물건들을 챙겼다. 그 대부분이 마법에 활용될 것들. 생활용품은 회사의 상점이나 현지에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가끔 의뢰로 다른 존재를 불러 놓으면, 집에도 들릴 수 있으니까.'

중요한 것들만 가져가는 게 좋았다.

짐을 다 싸고 난 뒤. 나는 데려갈 존재들을 모은 다음, 디가에게 말했다.

"안전지대를 찾지 못한다는 말. 들었지? 그러니 주변에 위협이 있으면 먼저 처리해 줘야 해."

-그러지.

회사의 차원 이동은, 목표. 즉, 사원을 기준으로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즉, 회사원이 없는 몰다륵 차원에서는 안전지대를 찾을 수 없었다.

일단 과거의 기록에서 안전한 곳을 찾는다곤 하지만, 기습을 받을 가능성은 틀림없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은신 마법들을 두르고, 시야에 방해가 적은 디가에게까지 신신당부를 한 채 이동해야 했다.

"그럼, 집 잘 부탁드릴게요."

"네. 잘 다녀오셔요."

지아에게 인사를 함과 동시에 시야가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시야가 돌아오자, 눈에 들어온 것은 얕은 동굴이었다.

나는 일단, 조용히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디가에게 바깥의 정찰을 시켰다.

-문제없다. 산짐승도 보이지 않는다.

회사에서 제대로 안전한 곳에 보내준 모양이다. 동굴 밖으로 나온 후, 입구에 기대어 회사의 팔찌를 조작했다.

그리고 도착해 있는 메시지 하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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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드'님께서 '조사원들 모여라!' 커뮤니티에 초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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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이 기능을 얻은 것은 막 정사원이 되었을 때였다. 하지만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는데, 나한테는 전혀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완전 깨톡이지. 이거.'

회사원들끼리 가능한 깨톡. 그러나 같은 차원에 있는 존재들끼리만 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서, 나한테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지구에 있는 회사원 중에서 아는 건 로드리오 하고 레시 뿐이니까.'

로드리오는 휴대폰이 있고, 레시는 연락이 뜸하다. 둘 다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주면서까지 그런 걸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쓰게 된 것.

나는 곧장 조사원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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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 : 5명

대화실

=정보공유

=대화 및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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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다. 이야기하고 싶으면 저 두 개의 방 중, 목적에 맞게 들어가면 된다.

'다들 나보다 먼저 와있네. ···뭔가 얻은 거라도 있는지 볼까.'

그러나 다들 도착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은 모양이다. 정보 공유 방에서는 아주 당연한 것들 빼고는 비어 있었다.

나는 잡담방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인사와 자기소개를 하고, 스마트 워치를 껐다. 그리고 하운드에게 받은 지도를 펼쳐 위치를 확인했다.

'음. 거리가 좀 있네.'

축척으로 다섯 칸. 얼추 10km쯤 되어 보이는 거리였다.

'그렇지만 뭐. 상관없겠지.'

"데드하울."

데려온 해골용이 원래의 크기로 돌아간다. 덕분에 주변의 풀벌레나 작은 산새들이 뛰쳐나왔지만, 무시하며 빠르게 은신 마법을 사용했다.

몸집이 커졌을 때는 은신 마법의 효율이 뚝 떨어지니, 일부러 작을 때만 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윽고 녀석에게 투명화. 그리고 소리 단절(sound cut) 마법을 걸었다.

침묵 공간(silence space)이 아니다. 나와 데드하울은 대화가 되는 게 좋으니, 공간 막을 친 거다.

"그럼 가자."

-크롸아!

안장에 앉아, 명령하자 해골용이 즉각 튀어 올랐다. 빠른 속도. 하지만 나에게는 쾌적할 뿐이다.

데드하울은 그 속도로 곧장 최고도에 올랐다. 약 상공 5000m. 사람이 개미만 하게 보이는 위치에 올라가니, 어지간한 것들은 다 보였다.

'찾았다.'

그 높이에서 파괴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곧장 그 장소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자."

사고를 전달해 정확한 위치를 전달했다. 데드하울은 그곳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고, 도달하는데 채 2분도 걸리지 않았다.

'속도감 장난 아니네.'

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는 적당한 장소에 데드하울을 착지시키곤 내려와서 흔적을 확인했다.

"···"

폐허가 된 공터. 주변에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타고 부서진 흔적들. 피는 이곳저곳에 남아, 참혹함을 말해줬다.

다만, 전멸은 피한 모양이었다.

'무덤인가.'

마을 한가운데. 예전에 내가 같이 모닥불을 피고 즐겼던 장소. 그곳에 무덤이라 생각되는 작은 언덕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물건 하나씩이 놓였는데,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 아닐까 싶다.

'···생존자를 찾아야겠어.'

현장이 훼손됐다. 원래는 남은 흔적에 탐색을 써서, 어떤 각도로 어떤 마법이 사용됐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이젠 불가능하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다만 찾는 게 문제인··· 아.'

내가 추적에 대한 고민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서 스치고 간 생물이 있었다. 언제나 놀자며 보채는 댕댕이 한 마리. 집에 있는 도베르만이 떠오른 것이다.

'러쉬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볼 만하지.'

어차피 마법으로는 안 된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하긴 한데, 추적하는 게 다 들키고, 속도도 느리다. 이른바 효율이 떨어진다는 소리. 러쉬가 말만 잘 듣는다면, 더 잘 찾을 거다.

'···그러면 의뢰를 내야 하는데··· 기왕 할 거, 지아 씨에게 주는 게 좋겠지.'

집에 있을 여우 요괴에게 의뢰를 준다. 그리고 잠시 후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나타난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살며시 인상을 찡그렸다.

"···안타까운 곳이네요."

"···그렇죠."

나는 그녀에게 러쉬와 핸드벨을 받았다. 그리고 조련술을 이용해 녀석과 대화했다.

"고양이 냄새를 찾아봐."

-고양이 냄새가 뭐야?

'아, 여기서부터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경찰견도 찾을 대상의 냄새를 알려줘야 했다.

나는 머리를 한번 긁적이곤, 탐색 마법을 써서 근처에 생물의 흔적. 발자국 같은 것을 찾았다.

'다행히 남아 있네.'

근처에 냥트이족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탐색 마법의 결과로는 만들어진 지 이틀도 되지 않은 흔적. 말하자면 목격자는 아직 근처에 있다는 소리였다.

"좋아, 러쉬. 이 발자국의 주인을 찾아봐."

-이거? 이거?

녀석은 그 주변을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 다시 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있다! 있다! 간다!

그리곤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 내가 가자 하면 가야지! 지아 씨, 어떻게 하실···"

"기다리겠어요."

빠르게 뛰고 싶진 않은지, 지아는 남았다. 나는 그녀의 옆에 데드하울을 붙여준 채, 곧장 러쉬와 합류. 추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찾은 냥트이족은 근처에 있었고, 다리가 성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냐아아앙! 너희는 뭐··· 마법사 인간?"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 넘어지는 냥트이족. 다행히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존재였다.

"피리옹 씨!"

예전 홍질랑 사건 때, 마을 바깥에서 유일을 맡았던 냥트이족이었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러쉬를 멈췄다.

-물면 안 돼?

"안 돼. 이제 끝났으니까, 얌전히 있어."

-그럼 놀아줘! 놀고 싶어!

"아, 진짜 안 된다니까··· 알았어. 이거 물어와!"

아직도 몸이 식지 않은 러쉬를 위해 나뭇가지를 던져줬다. 원래 일반 개라면 포기할만한 거리였지만, 녀석은 끝까지 찾아올 것이다.

"오랜만이네요. 피리옹 씨."

잠시 내 얼굴을 보고 있던 그는 천천히 입을 뗐다.

"마법사 인간···. 나도 오랜만이다옹."

우리는 간단하게 인사를 했지만, 그 이상 말이 없었다. 어색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을의 상황을 알기에 나타난 침묵이었다.

하지만 영원히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법.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내 쪽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일단 움직이자옹."

그러면서 그가 가리킨 곳은 마을과 다른 방향. 마을에 짐과 지아를 두고 왔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은 그곳에 먼저 들렸다.

"고마워요. 지아 씨. 그리고 이 녀석 좀 잘 부탁할게요."

"아니에요. 하시는 일 잘 하고 오셔요."

러쉬는 일이 끝났기에, 지아와 함께 집으로 갔다. 당분간은 그녀가 함께 놀아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피리옹과 함께 이동했다.

"여기가 새로운 은신처다옹."

약 30분 뒤. 우리는 작은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기가 작아 큰 짐승들이 사용하기에는 어렵고, 주변에 나무도 많은 장소. 그는 입구에 막혀 있는 작은 바위를 치웠다.

"아저씨다옹!"

"왔다옹!"

"과일이다옹!"

그곳에는 작은 냥트이족이 옹기종기 몰려 있었다. 약 7명쯤 돼 보이는 녀석들은 전부 어린아이들이었다.

피리옹은 그들에 가져온 과일들을 나눠주고, 각자 적당히 놀게 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바위에 적당히 앉았다. 나도 적당히 마주 앉아 있다가 물어보았다.

"한 가지 질문이 있어요."

"뭐냐옹?"

"왜 절 안 불렀나요?"

그건 몰랑드옹이 죽었다고 들었을 때부터 머릿속에 남겨둔 질문이었다. 어쩌면 영원한 비밀로 남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그러니 꼭 듣고 싶었다.

하지만 피리옹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마디 했다.

"나도 모른다옹. 그저, 그럴 겨를도 없이 죽었을 거라고 짐작만 하고 있다옹."

그러면서 피리옹은 일의 전말을 풀어 놓았다.

그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맑은 날이었고, 여느 때처럼 열매를 따거나 사냥을 하는 그런 일상.

그리고 재앙은 저녁에 찾아왔다.

"일격에 절반이 날아갔다옹."

피리옹이 그것을 안 건, 거대한 폭음이 들린 후였다. 그는 다급히 바깥으로 나갔지만, 남아 있는 것은 절반이 타오르는 마을과 황급히 뛰쳐나오는 냥트이족들이었다.

그는 흉수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거대한 존재의 실루엣이. 나무 위세 인간과 비슷한 존재의 상반신이 보였으니까. 그러나 그는 감히 덤빌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을을 지켜야 하지만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것은 비단 그의 일만이 아니었다. 냥트이족 전체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재앙이 떨어졌다.

콰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대지가 뒤집혔다. 땅이 쩍쩍 갈라서 판자처럼 튀고 날아다녔다. 집이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졌다. 나와 있던 냥트이족은 그제야 도망치기 시작했다.

"재미있군. 마치 쥐새끼를 잡는 것 같아."

"고양이가 쥐가 되었군! 하핫!"

그런 말이 들린 직후. 냥트이족에 대한 사냥이 벌어졌다. 일방적이며 반격조차 허용하지 않는 유린.

그것이 시작된 뒤로부터, 피리옹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피해 다녔고, 다른 이들을 도왔단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남은 것은 자신과 아이들 몇 명뿐이었다고 한다.

"습격자는 우리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옹."

피리옹은 자신들을 남겨둔 이유가 전멸을 피하기 위해서라 했다. 자비나 우연이 아닌, 오락거리가 사라지지 않게 함이라고.

'···완전히 트라우마가 된 것 같네.'

당연한 일이다. 갑작스럽게 종족이 봉변을 당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떨고만 있진 않았다. 열매를 따오는 모습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극복하시는 중인가 보네요."

"···아이들이 있다옹."

아이들인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숫자다. 하지만 저 아이들이 있으니, 그래도 냥트이족에겐 희망이 있었다.

우리는 근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인간 마법사. 부탁이 조금 있다옹."

피리옹이 입을 열었다. 뭘 부탁할지 대충 알았지만, 일부러 물었다.

"무엇인가요?"

"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안전하게 해다옹."

그는 고개를 숙였다.

"염치없는 부탁이란 건 안다옹.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린 멸망한다옹. 다른 존재의 도움이 쪽 필요하다옹."

절실한 부탁. 나는 몇 가지에 관해 물었다.

"주변에 달리 부탁할 존재는 없나요?"

"있었지만, 이젠 없다옹. 모두가 비슷하게 습격을 받았다옹. 내가 알기로 유일하게 여유가 있는 종족이 인간이다옹."

과연. 그래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건가. 나는 속으로 납득한 채 일어섰다. 그리곤 조용히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협상이 서투시네요."

"···그게 무슨 말이냐옹?"

"이럴 때는 먼저 물건을 받고 이야기를 해 주셔야죠. 정보도 돈이 되는 거니까요."

그가 말해준 이야기는 값진 것이었다. 물론, 다른 종족에게도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세한 정보와 시간을 아꼈다는 점에서, 이 정보는 가치가 높았다.

그리고 나는 리브뤼엣에게서 받은 것을, 돌려주는 법에 대해 배운 사람이었다.

"정보로 선불 받은 셈 치고 해드릴게요. 무적··· 까지는 안 되겠지만 말이죠."

"고맙다옹··· 정말 고맙다옹···."

눈물을 뚝뚝 떨어드리는 피리옹. 나는 그를 달래주며, 조용히 속으로 생각했다.

'인간을 닮은 거대한 신체···. 그렇다면 분명 거인(巨人)계열인 것 같은데. 그들이 마법을 쓸 수 있나?'

쓰려고 한다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효율이 높지 않다. 일단 마법 도구를 쓰려면 크게 만들어야 했고, 인간의 마법을 배워도 쥐뿔만 한 효과밖에 나오지 않을 테니까.

타고난 용력 때문이라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같이 협력하는 존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거인과 미지의 협력자들. 나는 그들에 대해 고민하면서 커뮤니티에 정보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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