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86화 (86/207)

# 대리 #

오리안느의 승낙을 얻은 후, 나는 곧장 갈 채비를 했다.

"지아 씨는 어떻게 하실래요?"

계속 집에 들르며 간단한 집안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빌려준 방에서 지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 그녀는 꼬리를 살랑이며 말했다.

"집안일을 계속할게요."

"알겠어요. 집안 가재는 마음대로 쓰셔도 돼요."

우리 집은 열쇠가 아니라 디지털 도어락이다. 따라서 번호를 알고 있는 그녀에게 따로 건네줄 것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멜드멜, 데드하울, 러쉬와 함께 이동했다.

"독특한 방식으로 해내셨군요."

나르지다는 눈을 반짝인다. 평범하게 조련술을 배워온 그로선, 기술을 분석.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내 행동에 관심이 가는 모양.

그는 내가 공명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보통 그런 식의 감정은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무의식중에 쌓이게 되는 거죠. 저는 하연성씨가 조련술을 배우는 데 정말 오래 걸릴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의식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려 하면서 해결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만 이 방식으론, 더 고급기술을 쓰긴 어렵겠군요."

본래 조련술은 공명 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다른 기술로 연결하는 거다. 그러다 숙달이 되면 굳이 공명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평상시 생각이 통하는 형태가 되는 것.

그리고 최소한 그 단계까지는 되어야 실전에서 기술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하연성 님은 공명을 의식적으로 하고 계시니··· 쉽지 않을 겁니다."

"어쩔 수 없죠, 뭐. 기술만 먼저 배울게요."

무의식적인 단계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한다. 내가 러쉬를 정말 분신처럼 생각하게 되었었을 때, 사용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라도 기술을 배우는 건 문제 없었다.

"···좋습니다. 본래는 공명을 생략할 정도는 되어야 진도를 나갑니다만···. 방법만 배우고 싶으시다면 어쩔 수 없겠죠. 다음으로 가겠습니다."

그는 이런 속성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오리안느의 명령으로 가르치게 되었으니, 거절하진 않았다.

"'소통'을 넘어서면 '이심전심'에 도달하게 됩니다. 조련사와 파트너가 한마음이 되는 거죠."

정확히는 조련사와 파트너가 생각을 교환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걸 뜻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필요한 부분을 채워가는 단계.

서로가 시야에 들어오는 수준이라면, 음색도 필요가 없어지는 수준이다.

다만, 마음이 통한다고 해서 훈련이 필요 없는 건 아니었다.

'러쉬. 왼쪽으로 돌아서 공격해!'

약 5m²의 초원. 우리는 나르지다의 파트너인 늑대 '자울'을 향해 돌진했다. 작전은 좌우로 갈라져 자울을 터치하는 것.

그러나 계획은 초장부터 무너졌다.

-같이! 같이! 같이!

머릿속으로 들어온 러쉬의 생각은 함께 달리는 모습. 나는 끝까지 찢어질 것을 말했지만, 녀석은 무시한 채 접근, 발밑으로 들어가는 만행 끝에 함께 뒹굴었다.

-재미있다! 한 번 더!

놀랄 만큼 댕댕이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녀석! 나는 핵핵대며 놀자고 보채는 러쉬를 보곤 나이지다에게 물었다.

"혹시 지능을 높여주는 훈련 같은 건 있나요?"

"파트너랑 소통을 계속하면서 지성체의 생각을 전달해 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제야 공명 단계를 거치고 고급 훈련에 들어가는 이유를 깨달았다. 파트너의 지능이 올라갈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이심전심 단계는 그냥 이론과 방법만 체험하고, 숙달은 개인적인 숙제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천리통입니다. 먼 거리에서 작은 소리로 공명, 소통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죠."

이심전심 단계를 완벽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막힐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기술의 성공만을 목표로 잡은 탓인지, 의외로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막힌 곳은 반대로 쉬울 거라 생각한 부분. 강화였다.

"천리통의 다음 단계. '강화'는 조련술이 본격적으로 기적의 단계에 들어서는 구간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동물이 있다. 하지만 그 중 지성체를 따르는 존재란 많지 않았다.

특히 강한 동물일수록 그러한 면모를 보였는데, 덕분에 일반적인 조련사는 전투력이 형편없었다.

그 부분을 메우기 위한 것이 '강화'.

회사에서 조련술을 주력으로 다룬다고 하면, 최소한 할 줄 알아야 하는 경지였다.

나는 이 부분부터는 성장 속도가 빠를 거라 예측했다. 조련술 보다는 마법적 요소가 더 강해 보이니, 선천적 마법사의 재능이 발휘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음악으로 마법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네요."

이해는 하고 있다. 특정 음역을 만들어, 동물을 마법적으로 강화하는 기술.

음악으로 영창을 만들고, 그것을 동물의 몸에 마법진처럼 새기는 방식. 마치 영창과 마법진을 동시에 쓰는 듯한 그것은, 특정 생물을 강화하는 거라면 무척이나 효율적이었다.

다만, 생물 위에 마법진을 그린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변화하는 신체 상황에 따라 수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이 수정이었다.

'선천적 마법사의 재능이 방해돼.'

나의 재능은 마법진을 그리는 것엔 천재적이지만, 영창에는 형편없었다.

마법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최적화가 최악이다. 일반 마법사보다 몇 배는 더 느린 영창이라, 막말로 안 떠오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준.

그런데 그게 이 음악으로 펼치는 마법에도 영향을 준다. 머릿속에 아주아주 멀리 돌아가는 음색을 떠올리고, 그 게 무의식적으로 팔을 조종한다.

머릿속으로 배운 음색이 재능에 먹힌다. 퇴화한 방식을 펼친다. 그리고 너무 느려서, 수정되는 파트너의 신체 상황을 따라가질 못한다.

덕분에 '강화'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노력이 많이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특히, 중간에 음색이 바뀌는 건 치명적입니다."

"···네."

그 후. 당분간은 강화 마법 연습에 들어갔다. 나르지다가 알려준 음색을 열심히 반복해서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혹은 체화) 시키는 게 목적.

선천적 마법사가 간섭하는 음색을 지우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보다 재능이란 벽은 높았다.

"음. 다른 악기를 한번 해볼까요?"

2주. 3분간의 음색을 열심히 몸에 체득시켰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색 때문에, 마치 고도의 음악 게임처럼 계속 실패가 이어진다.

이쯤 되니 나르지다가 악기를 바꿔보라고 권유하는 상황.

하지만 악기 문제가 아니란 걸 아는 나로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정말 되는 건가?'

재능이 없었던 적은 있어도 걸림돌이 된 적은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의심이 생겼고, 머릿속에선 어김없이 목소리가 울렸다.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러나 기운이 나질 않는다.

'할 줄 아는 건 알겠는데, 능숙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잖아.'

마치 폭설에 대비해 허공에서 삽질 훈련을 하는 것만 같은 감각이다. 보답 없는 노력. 그것에 조금 지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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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맥키알

내용 : 오래간만이네. 날 잊지 않았을지 모르겠어. 연락한 건 다름이 아니고, 고급 마법 물품을 원하는 손님이 생겨서 말이야.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어서네. 혹시 시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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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키알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물품 제작 대회에서 인연을 맺게 된 록디칼 행성의 인간족. 그가 마법 물품 제작 의뢰 때문에 연락을 준 것이다.

'정말 오래간만이시네.'

대회 이후로 특별히 연락하지 않았으니, 몇 달 만이다. 그리고 마침 좋을 때 제작 의뢰를 가져와 준 상황. 나는 빠르게 수락하는 답장을 보냈다.

'머리 좀 식히자.'

조련술을 포기한 건 아니다. 하지만 2주 내내 한 곡만 연주하다 보니, 질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 정도는 핸드벨을 놓고 쉬고 싶다.

그 의향을 밝히는 나르지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다만 너무 오래 쉬는 건 좋지 않으니, 하루 정도를 추천해 드립니다."

나도 여태까지 연습한 걸 도로 아미타불로 만들 생각은 없었으니 수긍하고, 맥키알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래간만이군! 하핫. 안 본 사이에 뭔가 늘었는걸?"

순박한 아저씨 같은 맥키알은 내 코트와 팔찌. 러쉬 등을 보며 말했다.

"그건 아저씨도 마찬가지네요. 돈이 좀 잘 벌리시나 봐요?"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아, 점심은 먹었나?"

"아뇨. 먹으면서 들으려고요."

"좋아. 그럼 좀 비싼 곳으로 가지."

그는 다른 존재들에게 공방을 맡기곤 나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그리곤 꽤 비싸 보이는 음식을 시키면서 사정을 풀어 놓았다.

"꽤 특이한 경우지."

의뢰 자체는 평범했다. 물건 제작 의뢰를 받았고, 거기에 마법을 부여해 달라는 의뢰. 평소 때라면 근처 알고 지내던 곳에다가 맡겼을 것이다. 록디칼은 그런 식으로 제휴하는 곳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조건이 좀 달랐다.

"가진 포인트를 다 써서, 최대한의 물품을 만들어 달라고 했네."

"난감했겠네요."

"그렇지.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 조금 세일하거나, 후려치면 되는 일이니까. 문제는··· 물건과 포인트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요? 뭐, 물품에 마법이 넘칠 정도의 많은 포인트를 준다 했나요?"

"얼추 비슷하군. 6837 포인트. 그게 의뢰인이 제시한 예산이야."

"···미친 듯이 높진 않은 것 같은데요?"

저 정도면 희귀한 촉매를 이용한 수준이다. 상점에서 가격으로 따지자면 상위권. 분명 어렵지만, 5년 이내에 어떻게든 구할 수 있는 수준. 물건 재질이 어지간히 낮지 않다면, 마법이 넘칠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실력이 좋지 않아. 게다가 다른 문제가 있거든."

탁. 소리와 함께 식탁에 물품 하나가 올라온다. 팔뚝 길이의 둥근 막대기. 둘레는 한 손에 쥘 정도의 물품이다.

"무슨 물건인가요?"

"못이라더군."

그가 막대기를 때리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 부분에서 뾰족한 송곳이 튀어나온다.

"충격을 받으면 튀어나오는 방식이네. 재질은 '머눌'이란 금속인데, 쇠보다 강하지만 더 가볍지."

재미있는 금속과 물건이었다.

"이걸 어디에다가 쓰는 거죠?"

"망치 같은 거로 쳐서 날리겠다더군. 원거리 공격이 없어서 대신할 물건을 만든 거라나."

못 포탄인가. 그게 가능하다면 의뢰인의 야구 실력은 100타석 100홈런도 될 것이다. 굉장히 어렵고 비효율적인 방법. 하지만 회사이니만큼 뭔가 방법이 있을 거다.

"참고로 회수, 저격 마법은 꼭 넣어달라더군."

정정한다. 의뢰인은 개떡같이 쳐도 찰떡같이 맞는 포탄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으음. 어렵네요."

"역시 자네도 만들기 어려운가?"

"네? 아뇨. 가격대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었어요."

말을 정정해주자, 맥키알이 실소를 흘린다.

"그런가. 하긴 인간이 맞는지 의심받을 정도의 실력자니까 말이야."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냉수를 시원하게 들이켠 그는, 내게 물었다.

"가격을 정하는 데 나도 도와주겠네. 이 물품에 마법을 얼마나 새길 수 있는지부터 말해줄 수 있겠나?"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11개 정도네요. 다만 명백히 예산초과예요."

신의 손에 넣은 봉황 촉매급을 사용하면 가능하다. 그렇지만 비용 면으론 적자다.

"이 작은 것에 11개인가··· 일반적으로는 2개도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데. 한 4개 정도는 어떤가?"

"적당한 연력의 손가락 두 개만 한 보석을 세 개 쓰면 되겠네요. 더 좋은 물건을 구해온다면 면적을 남길 수 있고요."

"그 정도면 충분하겠네."

"···정말로요?"

얼이 빠져서 되물었다. 왜냐면 이 마법 물품 수준은 예전 러시아 마피아인 페트로프에게 만들어준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때가 더 수준 높았다. 아이자드에게 얻은 촉매에 총알에 강력한 냉기가 심어지게 한 것 등. 노력이 꽤 많이 들어갔으니까.

'물론, 그때는 내 능력에 대해 완전히 몰라서 저지른 실수지만.'

이건 현재의 내 예상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묻겠는데 얼마로 측정하려 했나?"

"약 6000 포인트 정도요."

"그럼 800 포인트 정도는 그냥 먹어도 되네. 싼 건 아니지만, 자네 이름이 붙어 있으면 충분해."

이름값인가. 조금 당혹스럽다. 의뢰가 워낙 안 들어와서 오히려 세일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걸 말하자 맥키알은 결사반대를 외쳤다.

"실력자가 가격을 낮추면 시장이 죽네. 그리고 자네도 너무 바빠질 거야. 비싼 값에 의뢰가 적어지는 게 당연하단 말일세."

그의 말은 뛰어난 공급자인 내가 가격마저 줄이면, 동업자가 굶어 죽는다는 소리였다. 지금 일거리가 없는 건, 다른 존재들이 얼마가 돼야 의뢰를 받아주는지 감을 못 잡았다는 것.

이번 일이 성사되어 소문이 나면, 5000 포인트 이상의 일이 폭주할 거란 게 그의 예상이었다.

"동업자의 사정까지는 생각 못 했네요."

확실히 일이 있는 게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더 중요한 건 기술을 배우는 거니, 그의 말대로 가격대는 조금 높게 유지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좋아요. 그럼 가격은 그렇게 하죠. 그럼 맥키알씨. 의뢰인 좀 불러 주실 수 있으세요?"

"의뢰인은 갑자기 왜?"

"가격 서비스가 안 되니, 질적 서비스를 높이려고요."

내 발언을 이해 못 한 그가 눈만 껌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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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Tip

조련술에 관하여.

조련술이란 본래 일반적인 맹수 조련사와 마녀(witch)의 패밀리어(Familiar)마법이 합성된 기술이다.

단수. 혹은 복수의 파트너를 정해서, 호감과 신뢰를 쌓은 뒤,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 기초이며, 그들을 악기로 신호해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기술이다.

또한, 강화를 할 수 있게 되면, 파트너는 일반적인 동물을 뛰어넘게 된다. 이때가 되면 정말 다양한 방식. 그리고 많은 숫자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패밀리어와 다른 점 또한 이 강화다.

조련술은 지성체와도 가능하지만, 훨씬 더 까다롭다. 게다가 다양한 생각이 흘러가고, 명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쓰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

지성체와 조련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건, 과거 조련사들이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들에게 사용하여, 그들의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다.

고도로 숙련된 조련사는 처음 본 동물과도 공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예로 어떤 존재는 1000마리의 쥐를 한꺼번에 조련했다고 전해진다. 130명의 어린아이를 조련했다는 소문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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