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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파견 회사-72화 (72/207)

# 대리 #

미로의 속임수를 맡은 키메라. 일명 '돌벽 도마뱀'의 숫자는 꽤 많았다.

'손가락이 최소한 50개는 있었으니까.'

근처에 없는 녀석들을 자유롭게 풀어둔다고 하면, 그 이상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다. 그리고 그 말은 이곳엔 지름길이 꽤 많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여기. 이거 도마뱀이에요."

"흐오옷!"

따라서 전진 속도는 무척 빨랐다. 실이 늘어진 길. 탐색 마법의 자취로 그것을 따라가는 것뿐이었지만, 거의 돌아간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1시간 후. 우리는 하루를 낭비한 것이 허무하게, 지하로 내려가는 길. 교묘하게 석판에 막혀있는 계단을 찾았다.

"이거 어지간한 파티로는 봐도 모르겠구려."

"그래도 우리는 지나갔으면 알았을 거야. 아! 그래서 미로를 조종한 건가?"

"일리 있는 말이다."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적들이 피한다는 건 저희와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내 말에 일행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모두 노아에게 기대 어린 시선을 보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시는 거죠?"

"인형술은 하연성 마법사가 막아주었으니, 위험 요소는 강령술뿐이오."

"그리고 강령술의 천적은 사제지."

"활약을 기대한다."

본래 치료의 목적으로 온 노아가 순식간에 딜러 겸 힐러로, 위치가 급부상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운지, 살짝 물러서며 나를 가리켰다.

"저보다는 연성씨가 더 대응을 잘할 거에요."

악마를 붙잡을 마법을 만들고, 보석 훔치겠다고 산 하나를 엎어버리는 걸 본 그녀다. 내 실력을 믿는 건 그리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물론 마법사는 중요하오. 하지만 강령술이라면 역시 신관 아니겠소?"

"인형술의 처리와 보조는 우리가 맡겠어. 강령술사의 퇴치를 부탁해."

"가장 엄중히 호위하겠다."

일행들은 달랐다. 미로를 붕괴하는데 불가능한 마법 실력을 보여줬어도, 상식의 벽이란 그리 쉽게 깰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자 노아가 곤란해한다.

"제 신관술은 뛰어난 공격능력이 없어요. 연성씨는 아실 텐데요."

"그렇죠."

그녀의 신관술은 한번 봤다. 확실히 한 대상에 공격하는 것은 약한 느낌. 그러나 나는 지금 격상된 그녀의 위치를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노아씨가 유능해서 상관없었어요. 게다가 지금은 더 상황이 좋아요. 노아씨의 신관술은 범위로 펼쳐지는 거니까, 적은 공격하고 아군은 치료할 거예요. 맞죠?"

"그건 맞지만, 유능한 건···"

"나머지는 제가 보조하면 문제없어요. 이 방식으로 악마도 잡았는걸요."

내 말에 일행들의 탄성이 울려 퍼진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인공이 되어버린 노아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날 노려본다.

'미안하게 됐지만, 이목 좀 끌어 주시길.'

노아 쪽으로 시선이 집중되면 강령술을 훔치기가 쉬워진다. 그러니 내가 눈으로 강령술의 요령을 익힐 때까지는, 그녀를 치켜세워줄 생각이었다.

"그럼 내려가기 전에 재정비하겠다."

우리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고, 각자 장비를 바꿨다. 도칸과 마구니로드는 상점에서 산 미로파괴용 망치를 바닥에 잘 두고, 대신 메이스와 투 핸드 워 해머를 각각 들었다.

보디와 노아는 바꾸는 것 없이 정비. 나는 코트와 아뮬렛의 마법을 발동시켰다.

마지막으로 포지션을 다시 짜는 것으로, 준비를 끝낸 우리는 석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꽤 넓은. 구체적으로는 약 10m 폭의 계단이 나타났다.

"그럼 가겠소."

정면을 맡은 도칸이 발걸음을 중심으로 우리는 마름모꼴로 이동했다. 양옆은 보디와 마구니로드가 맡았고, 노아가 중심, 내가 후방인 진형이었다.

'좋아.'

예측대로 후방에 배치된 것을 기뻐하며 사방을 경계한다.

계단은 꽤 길었지만, 다행히 습격은 없었다. 그러나 아래로 내려갔을 때 보인 광경은, 대놓고 습격하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이런 방식의 강령술은 처음 봤소."

좌우 15m. 높이 20m의 거대한 통로. 마법의 빛이 닿는 곳엔 빼곡하게 메워진 망자들이 있었다. 그것도 무려, 제대로 된 갑옷과 무기, 오와 열을 맞춘 군대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가 계단에 걸쳐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돌격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내가 상황을 설명했다.

"강령술에 인형술까지 쓴 것 같네요. 저러면 어지간한 정예병 이상이라 생각해야 해요."

그게 최소. 적들이 망자에, 몸통을 갑옷으로 막은 걸 생각하면, 그 이상이 될 게 분명했다.

"으음. 리더, 후퇴의 생각은 있소?"

"충돌 후, 안되면 도주한다."

전방에 도칸이 돌진이 망설여지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마구니로드의 결정은 단호했다. 우리는 전투를 각오했고, 그에 맞춰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벽에 바짝 붙는 것이었다.

"신의 은총이시여···"

사각을 줄인 후, 곧장 노아의 영창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망자들이 거기에 반응한다. 그들은 스몰 쉴드와 쿠크리를 들고 정말 정확하게 줄을 맞춰 돌격해 왔다.

'디가.'

-음. 둘을 지배하던지, 열 정도를 0.5초 정도 멈추게 할 수는 있을 것 같군.

'너 정말 약하구나.'

지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디가의 판단을 듣곤, 우선은 접근한 다섯을 멈췄다. 그 시간은 약 0.3초. 노아가 있어서 전력을 다하진 못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도칸은 남고, 마구니로드와 보디가 틈을 보고 달려나갔다.

"흐오오!"

"캬핫!"

망치와 클로가 망자들의 몸을 파고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기술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쳇! 갑옷 때문에 공격이 막혀!"

망자들의 갑옷은 신체의 절단과 완전 파괴를 막았다. 덕분에 망자들은 일반적인 녀석들보다 3배가 넘는 방어력을 발휘했고, 그것은 곧 전위의 후퇴로 이어졌다.

그걸 막은 건 내 마법이었다.

[적을 분쇄하라. -모루와 망치-]

거대한 소리와 함께, 흙의 망치가 망자들을 짓누른다. 급하게 보석까지 쓴 보람이 느껴지게도 방어구까지 한꺼번에 처리되었다.

"신의 말씀에 따라, 이곳에 은총이 내리리라!"

그리고 여기에 노아의 신관술이 겹쳤다.

영혼을 침범하여 강제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덧씌우는 힘이 공간을 메우고, 망자들은 괴로운 듯 신음성을 토했다.

-난 떨어져 있겠다!

빛을 피해 황급히 도망가는 디가. 그러나 정작 도망가야 할 망자들은 여전히 전열을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인형술로 망자들을 강제로 붙드는 겁니다! 움직임이 둔해졌을 거예요!"

미리 속임수를 밝혀서 전위의 동요를 줄인다. 마법진을 그리면서 아이자드를 불렀다.

"우와. 많다."

빼곡하게 찬 망자들의 모습을 보고 작게 놀라는 아이자드. 그는 곧 내 의사를 전달받곤, 적들에게 눈보라를 뿌렸다.

그리고 거기에 내가 마법을 겹친다.

[냉기는 적의 발을 묶으리. -얼어붙은 발걸음-]

전방 20m의 바닥이 얼어붙는다. 아이자드의 정령력이 더해지니, 마법의 위력이 한층 더 했다.

그러나 본래 망자는 냉기에 강한 존재들. 마법의 내용과 달리, 그들의 발걸음을 완전히 붙잡진 못했다.

하지만 굼벵이가 되어버린 망자들은 더 이상 큰 위협이 아니었다.

"대단하구려!"

"리더! 이건 그냥 공격해야 하겠는데!"

"마법사만 호위로 남고 돌격한다!"

움직임이 둔해진 망자들에게 전위가 뛰어들었다. 나는 냉기를 뿌리던 아이자드를 멈추고, 마구니로드의 말대로 노아의 옆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그 순간.

퍽!

머리 위쪽으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보는 것보다 빨리 신의 손을 위로 내지른다. 그러자 멜드멜이 만들 것으로 보이는 벽이 쑥 갈라지면서 내 창을 통과시켰다.

퍼걱!

그리고 그 위, 망자의 몸이 관통된다. 갑옷은 없었다. 대신 가죽이 벽과 무척 흡사한 녀석이었다. 빛이 부족한 곳에서 조심히 움직이면 알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창에 꽂혀 버둥대는 망자를 벽에서 떼어내며 판단했다.

'미리 천장에 붙어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나만 습격당하진 않으리라. 곧장 노아의 머리 위를 보니, 신관술에 몸이 타들어 가면서도 접근하는 녀석이 보였다.

슉! 퍼컥!

녀석에게 매달린 망자를 던졌다. 녀석들은 사이좋게 굴러갔고, 전위의 시선을 끌었다.

"머리 조심!"

짧은 말이었지만, 일행은 알아들었다. 도칸은 방패를 들었고 보디는 굴렀다. 마구니로드도 망치를 휘둘렀는데, 그건 실수였다. 적들은 몸이 부서진다고 해서 죽는 게 아니었으니까.

"윽!?"

유일하게 대응에 실패한 마구니로드의 위로 망자가 덮친다. 녀석은 한쪽 팔이 부러졌지만, 멀쩡한 이빨로 난쟁이의 경동맥을 노렸다.

'위험!'

도칸과 보디는 발목이 잡혔다. 5초면 벗어나겠지만 마구니로드가 못 버틴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내공을 돌려 몸을 움직였다.

구부린 살모사가 날듯이 튀어나가 사냥하는 모습에서 따왔다는 기술. 본래는 접힌 창을 길게 펼쳐가며 먼 곳에 있는 적을 급습하는 거지만, 나는 그냥 신의 창을 늘리는 것으로 무공을 펼친다.

퍽!

"크엑!"

그걸로 망자의 머리를 꿰뚫어 몇 초를 벌었다. 녀석은 아직 움직였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흐읍!"

때에 맞춰 도착한 도칸이 모닝스타를 휘둘러 망자를 떼어놓는다. 그리고 전위는 후퇴해서 천장의 적들을 살폈다.

"제길! 많기도 하군!"

도비의 말대로 천장 위에 있는 적들은 지상만큼이나 많았다. 갑옷을 입고 있는 녀석들도 있는 걸로 보아, 얼린 부분을 피해서 다가오는 녀석들도 있는 모양. 우리는 마치 바퀴벌레 같이 몰려드는 망자들을 상대하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떠들었다.

"마법사! 한 번 더 얼릴 수는 없나!"

"좁아요! 1m² 30초! 정령만으론 2분!"

"그냥 태우면 안 돼!?"

"공기는 어찌하오?!"

"천장도 높고, 계단도 근처 아닌가요?! 괜찮을 거 같은 데요!"

"시도해본다! 마법사!"

"작은 걸로 여러 개라면!"

"충분하다!"

노아의 외침에 마구니로드가 결정했다.

[뭉쳐진 불꽃은 적과 부딪쳐, 화려한 끝을 만들리라. -불꽃놀이-]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주먹만 한 불꽃 구체를 만들어 천장의 망자들에게 던졌다.

펑!

"크에에!"

최대한 크게 터지도록 만들었으나 부족하다. 겨우 망자 셋만 불이 붙었고, 그나마도 이쪽으로 달려들어 불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녀석들의 움직임이 중간에 덜컥 멈췄다. 그리곤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바짝 긴장하던 보디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나는 그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실이 탔구나!"

몸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던 인형술이 끊기자, 노아의 신관술에 도망치는 것이다. 그게 알게 되자, 나는 뭘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불꽃놀이-]

[···-불꽃놀이-]

[···-불꽃놀이-]

작지만, 확산성 높은 마법의 연속 폭격! 천장의 망자들이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급하게 달려들었지만,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각자의 힘으로 망자들을 막았고, 결국 천장의 망자들이 먼저 물러가게 만들 수 있었다.

"한시름 돌렸구려."

"아직 안 끝났다. 지상을 빠르게 처리한다."

"제길! 이 녀석들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뭉쳐서 이동. 나와 노아는 천장에 주의하며 지상의 적들을 부쉈다.

그러나 우리가 족히 50은 넘는 망자들을 처리할 동안, 다른 공격은 오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구려."

갑자기 흐르는 정적. 그에 나 역시 도칸의 말대로 불길함을 느꼈다. 다만 육감(六感)이 아닌 마법사로서의 감으로서.

그리고 그것은.

곧 사실로 나타났다.

철컥! 철컥! 철컥!

풀 플레이트 전형적인 기사가 걸어온다. 그는 옆에 팔을 12개 단 망자와 함께였다.

죽음의 기사. 그리고 굉장히 잘 만들어진 키메라. 가히 강령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지금 내 눈에는 그것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뒤.

가마라고 해야 할까. 출처를 알고 싶지 않은 뼈 물품에 앉은 백골. 거기에 눈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어서 오라 손님들이여! 그대들이 너무 느려 내가 아랫것들을 물렸노라!

나는 아마도 이 무덤의 주인일 그의 정체를 중얼거렸다.

"리치(Lich)."

강령술의 끝이라고 부를만한 존재가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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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Tip

리치에 대하여.

리치란 불로불사를 염원하며 만들어낸 강령술의 결정체다.

그들은 아무것도 섭취할 필요가 없으며, 근원인 생명의 그릇(life vessel)이 깨지기 전까지는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단, 지속적인 힘의 유지를 위해서는 꼭 10년에 100명씩 생전과 같은 존재를 생명의 그릇에 바쳐야 한다.

따라서 이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죽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긴 시간 숨어 있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사령술의 달인들. 어지간한 차원은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췄기에, 알아도 죽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듯 강대한 힘을 가진 리치다 보니, 되기 위한 고난이 쉽지 않다. 같은 종족을 죽여 그 피로 마법진을 그리고, 사기(死氣)가 폭증한 시체를 먹는 것(cannibalism)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때, 리치로의 변화가 성공할 확률은 시체의 사기 정도(강령술의 실력), 시체를 먹은 정도(정신력), 사기를 받아들이는 정도(육체적 재능)로 정해지며, 실패하면 몸 일부만 변하거나, 죽는다.

이렇듯 사기를 몸에 받아들여, 자신을 망자로 만드는 데 성공한 리치는 악마와의 계약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영혼을 다루는 악마의 힘 대신, 사기로 망령들을 움직이며 강령술을 사용한다.

참고로 사기(死氣)란, 영혼과 원념. 그리고 생명력이 뒤섞인 힘으로서, 신관술에 약하긴 해도 악마의 힘보다는 저항력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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