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46화 (46/207)

# 주임 #

'협회?'

갑작스럽게 나타난 특별 의뢰창. 거기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협회라는 단어였다.

'회사와 충돌하는 집단인가?'

문맥으로 보아 그런 듯하다. 하지만 페널티 부분을 보면 가볍게 의견이 부딪치는 형태가 아닌 듯하다.

'실패해도 오히려 100p를 받는 의뢰. ···발견한 것만 해도 성과라는 건가. 이 정도면 대립한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으려나.'

다른 직원이 파견된다는 항목도 있다. 그 말인즉 회사에서는 반드시 이 일을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렇다면 실패나 포기에 포인트를 받는 뜻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자신 없으면 빠지라 이거네.'

회사는 강압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윗사람이 업무량 이상을 지시하는 게 흔한 걸 생각하면, 이곳은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 올라오는 의뢰 숫자를 생각했을 때, 강제로 굴려도 시원찮을 텐데도.

그러한 형태는 이 특별 의뢰에서도 나타났다.

자신 없으면 빠지고, 해볼 테면 해봐라. 일에 대해 선택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해야지!'

악마와 정령. 그 두 가지가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 내가 거기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령술 실력은 내가 더 좋은 거 같지만, 상대방은 정령계 정령을 다루니 배울 게 있을 거야. 악마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세력? 음모? 다 내 알 바 아니다. 아니, 해치워야 할 적이면 더 좋다. 약간 강제적인 수단으로 지식을 빼낼 수 있으니까. 피는 안 좋아하지만, 정신적인 고문의 형태도 있지 않던가.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좋아. 그럼 우선은 정령 쪽부터 해결하자.'

좀 더 해결하기 편해 보이는 정령을 기준으로 잡는다. 우선 탐색 마법을 사용하는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바꾸었다.

'이번엔 조사해야 할 범위가 넓으니까.'

상점에서 나침반을 산다. 바닥에 손잡이, 끝에는 추가 달려서, 편하게 잡고만 있으면 알아서 중심이 잡히는 녀석이었다.

탐색 마법을 거는 것은 나침반의 침. 근방 2km 정도에 친화력이 느껴지면 그곳으로 바늘이 기울어지게 설계한다.

'광기의 정령은 자연계가 없어. 그러니 무조건 정령계에서 친화력으로 소환된 녀석들이야.'

내가 친화력을 가진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자드와의 계약으로 약간 느낄 수 있었으니, 그것을 기준으로 물품을 만들었다.

5분 만에 완성된 나침반. 그리고 바늘이 처음으로 가리키는 곳은 예상외의 장소였다.

'산?'

이곳과 군영은 2km 이상 떨어져 있으니, 나침반은 평소대로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 하지만 바늘은 움직였고, 그 방향에는 분명 산이 있었다.

"노아, 저기에 뭐가 있었죠?"

"잠시만요. 그 방향은··· 보석 광산이 있는 곳이네요."

시스템으로 뭔가 하고 있던 그녀는 품 안에서 작은 지도를 꺼내 확인하며 말했다. 그 사실에 나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 들었다.

'저기서 정령을 다뤘다고?'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적은 보통 실력의 정령사가 아니다. 원래 정령은 소환자와 그리 많이 떨어질 수 없으니까. 아이자드쯤 되어야 고작 2~3km 정도 떨어질 수 있다.

'준비를 좀 해야겠네.'

몇 가지 대비를 한다. 냉철한 이성(cool-headedness reason) 마법과 방호(protection) 마법. 이 두 가지면 광기의 정령과, 대지, 바람, 물의 정령까지는 막을 수 있다.

"나머지는··· 아이자드!"

외침에 아이자드가 나타났지만, 왠지 표정이 뚱하다. 특별히 화나게 한 일이 기억나지 않아, 연결을 강하게 해서 기억을 들여다보니, 지구에서 불러주지 않아 삐진 모양.

나는 미안한 미소를 띠며 사과했다.

"이번 일 끝나고 놀이공원 같이 가줄게."

"···알았어."

아이자드가 종종 기억 속 놀이공원에 흥미를 보였다는 걸 알고 있던 내가, 진심으로 약속하곤 화를 풀어주었다.

적에 대한 대책이 마무리되자, 노아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마침 시스템으로 볼일을 마친 그녀가 내 쪽을 보며 말했다.

"하연씨, 친구에게 물어보니 정령사는 없대요. 혹시 외부의 소행은 아닐까요?"

친구가 회사 사람이었나. 속으로 조금 놀라워하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노아는 특별 의뢰를 받지 않은 모양이니, 적당히 맞장구쳐서 넘길 생각이었다.

"그 가능성도 있어요. 그럼 확인을 좀 해보죠."

"네!"

우리는 곧장 나침반의 방향을 따라갔다. 노아가 아이자드와 나침반에 대해 궁금해하길래,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면서 움직이지, 이동은 순식간이었다.

"···여긴?"

"광산이에요. ···제가 의뢰했던 그 광산요."

나침반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찾아낸 장소. 그곳은 광산의 입구였다.

목재로 주변을 튼튼하게 받쳐놓은 모습이, 마법 국가 쪽에서 개발하려던 흔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침반은 광산 안쪽을 향해 있었다.

'마법도 아니고 정령술을 보석 광산 안에서?'

보석 광산. 그 안은 촉매가 가득하니, 마법을 쓰면 간접적으로 미약하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정령술은 친화력으로 쓰는 것. 촉매와는 영향이 없을 텐데···

'···아니구나. 나도 한번 마법으로 정령 소환을 보조해 보려 한 적 있잖아.'

정령계 정령을 다루는 것은 100% 친화력을 이용한 기술이지만, 소환 자체는 약간의 마법적 기술이 포함된다. 정확히는 소환술이기 때문에 영향력을 미치는 건 10% 정도지만.

'다수를 소환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

물론 이것만으론 작금의 상황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하지만 이것만 봐도 상대방이 어떤 색다른 방식으로 광기의 정령들을 소환했다는 건 명백한 사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앞서 나가는 사람이 있어.'

확인된 것은 최소 정령과 마법의 조합. 그리고 더 많은 기술이 조합된 게 확실하다. 다른 사람의 색다른 기술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마음이 들뜬다.

그러나 이번 적은 상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신중하게 가자. 나는 아이자드에게 부탁했다.

"우리가 지나가는 앞으로 20m만 얼려줄래?"

"맡겨줘!"

직후, 강한 눈보라가 동굴 안쪽에 몰아쳤다. 벽면과 나무 기둥은 꽝꽝 얼어붙었고, 순식간에 서리와 고드름이 맺힌다. 하지만 그러고도 정신력은 많이 소모되지 않았다. 그걸 위해 일부러 20m만 열렸으니까.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냉기를 이동시킨다.

이렇게 하면 정신력을 절약하면서, 함정이나 위협을 제거할 수 있었다.

"···하연은 마법사라고 들었는데요."

"정령술이 두 번째죠."

"···이게 두 번째군요."

몇 번 놀랐다고 어느새 적응됐는지, 해탈한 느낌의 노아와 함께 광산 안을 빠르게 돌파했다.

종종 함정의 흔적이 보였지만, 이미 모조리 얼어붙어 망가진 상태.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니,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마법진과 함께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사람 키만 한 크기에, 노란색과 검은색이 얼룩덜룩 그려진 재규어 모양의 장식물. 마치 장승과 비슷한 느낌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토템?"

주술적 종교의 상징. 보통 나무 기둥 같은 것에 동물이나 식물 등을 그려 넣어 신성하게 받드는 행위인 토테미즘의 중심인 장식물. 그것이 광산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이 유지하고 있던 게 아니라고?"

토템은 주술로 쓰인다. 정령과 아주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그런 토템이 마법진의 중심에 있었다. 그것도 지속해서 친화력을 공급해야 할 인간 대신에.

나는 생각도 못 했던 발상. 그 방법을 알기 위해, 빠르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이자드, 노아! 저는 이것 좀 살펴볼 테니까, 혹시 적이 오면 알려 주세요!"

"알았어, 형!"

"일방적··· 이지만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네요. 맡기겠어요."

둘의 승낙을 얻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우선은 마법진. 제작자는 정령을 소환하고 곧장 자리를 떴는지, 거의 온존한 형태가 남아 있었다. 덕분에 마법진의 9할이 넘는 수준의 지식을 읽을 수 있었다.

'마법진 중간중간에 제물로 형태를 메우고 있어. 이게 소환술이구나.'

예전에 조련사 기술에 대해서 들었을 때, 마법진에 빈 부분을 소리나 신호로 대신한 것처럼, 소환술은 제물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었다. 제물을 중심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달라지는 거다.

'제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어.'

소환술에 대해 정의를 끝내고, 이번엔 토템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아래위를 찬찬히 살펴도, 딱히 눈에 띄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침반을 세로로 세워, 어느 쪽에 친화력이 몰려 있는지 살폈다.

'위쪽.'

고개를 돌려 토템의 머리를 살핀다. 하지만 그래도 특별한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다.

그때, 아이자드가 토템의 두 눈을 가리켰다.

"형, 저기 뭔가 느껴져."

"그래?"

과도로 눈 부분을 찔러보자, 캉 하는 소리와 함께 튀어나온다. 도색이다. 칼로 긁어서 색을 벗겨보니, 붉은색 루비가 나왔다.

"찾았다."

친화력의 정체. 그것은 이 눈에 박힌 루비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의문이 해결됨과 동시에, 다른 의문이 피어오른다.

'보석이 어떻게 친화력을?'

의문은 금방 해소되었다. 붉은 루비 속을 바라보자, 정령의 색채가 안에 갇혀 있는 것이 보였으니까.

정령이 봉인된 보석.

그것이 광기의 정령들을 불러낸 원인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머릿속에 벼락이라도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정령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정령을 소환했어.'

아이자드와 계약한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방식. 하지만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령이 봉인된 보석은 마법적인 촉매로도 쓰이니까. 하지만 이 방법은 정령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 높은 정령을 소환하는 데 쓴 거라면 모를까, 하위 정령을 다수 소환하기 위해서 쓰는 건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는 일이야.'

정령의 자존심이란, 같은 정령이 대상일수록 강해진다. 종종 정령으로 더 강한 정령을 소환하려 하는 존재들이 있는데, 이는 그들의 입장에서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면전에게 '넌 처리할 수 없는 일이니, 더 잘하는 놈 불러와'라고 말하는 행위와 같다.

물론, 정말로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상위 정령을 소환하는 거라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하위 정령을 소환하는 데 사용한다면, 일을 거절해도 할 말이 없는 모욕이다.

이 정령이 갇힌 채로 친화력을 빨리는 것에는 그런 이유이리라.

꽤 참신한 발상이었지만, 칭찬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렇게 뽑아낸 힘마저 효율적이지 못하다면 더더욱.

'소환진 빼고는 도움이 별로 안 됐어.'

토템도 원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혀를 살짝 차고는 아이자드에게 토템만 부숴주기를 부탁했다.

"산산조각을 낼게!"

생각을 공유하고 있던 그는 대번에 토템을 부수고,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잔해 속에서 정령이 봉인된 보석을 주워들었다.

이제 이걸로 광기의 정령들은 하나둘씩 역소환 될 것이다.

"끝난 건가요?"

"한쪽은요. 하지만 아직 악마 쪽이 처리되지 않았죠."

"그럼 이번에는 악마를 소환한 무언가를 부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거군요!"

노아는 기쁘게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지속적인 유지가 필요한 정령과 달리, 소환술에 궤를 둔 악마는 유지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령술과 소환술은 달라요. 저 악마를 처리하려면··· 직접 처리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거예요."

강령술사와 계약한 악마라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저런 식이라면 정말 도리가 없다. 역소환을 하고 싶어도, 어떤 제물을 바쳐 나왔는지 모르니 불가능하고.

결국은 악마를 소멸시키거나 스스로 돌아가게 만드는 건데, 여기엔 문제가 있다.

"마법과 정령은 악마에게 간접적으로밖에 피해를 못 준단 말이죠."

"괜찮아요!"

내가 고심하고 있자, 노아가 밝은 표정으로 손뼉을 치며 외쳤다.

"신관이 여기 있잖아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신관. 일반적으로 악마와 천적이라 말하는 사람들. 그래. 나도 노아가 신관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다. 다만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기다렸을 뿐이다.

나는 속으로 슬며시 미소 지으며, 그 사실을 마치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무릎을 쳤다.

"그렇군요! 그 방법이 있었어요! ···그런데 노아, 저 악마와 정면으로 맞서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나요?"

그녀가 잠시 몸을 움찔한다. 하지만 이내 굳은 의지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목숨을 다해서라도 처리해 보이겠어요."

멋진 각오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 말을 부정했다.

"그건 옳지 않아요. 악마를 처리하고, 노아도 살아야죠."

"하지만 그런 방법은···"

"그래서 말인데요, 노아."

의아한 표정의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신성력에 대해 조사를 하면, 노아를 보조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조금만 보여 주실 수 있으세요?"

내가 한마디 하건대, 여태까지 만난 회사원 중에서 탐나는 지식을 가진 건 노아가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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