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33화 (33/207)

# 사원 #

병원. 아버지가 입원하고 겨우 두 번 와봤을 뿐이지만, 변함없이 조용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장소였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은 각자 떠들거나 돌아다녔지만, 절대 큰소리나 거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조용한 생동감이 흐르는 곳. 아버지는 그런 곳의 한 병실에 계셨다.

"어휴, 오늘은 아들까지 왔어?"

원래라면 크게 웃으시며 맞아주실 분이지만, 6인 병실이라 그런지 조용한 미소만을 띄우신다. 지금은 운 좋게 혼자 계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풀지 않으시는 분.

그런 아버지를 나와 어머니는 이해하곤, 역시 조용히 기쁨을 표한 채 주변에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2주나 됐으니까 한번 올 때도 됐죠."

"나는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

"안타깝지만, 동생은 기숙사에서 열심히 공부 중이니 저로 참으세요."

어머니가 사과 하나를 잘라 아버지께 드린다. 나는 가벼운 농을 주고받으며, 주변의 쓰레기나 물건을 정리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요즘 좀 괜찮으세요?"

"물론이지! 이젠 혼자서 걸어 다닐 정도는 됐다!"

"그건 다행이네요."

수술 후유증으로 한동안 몸조리를 하고 계시더니, 그래도 이제는 움직일 정도가 된 모양이시다.

"당신도 이젠 이렇게 매일 안 와도 돼."

"그런 사람이 세수하는 데 10분씩 걸리나요? 최소한 멀쩡하게 움직일 때까지는 무리하지 마요."

세수에 10분이라. 아직은 어머니 말씀대로 요양이 더 필요하실 모양이다.

'음. 그러고 보니, 내가 가져온 약은 외상 치료 효과는 없었는데.'

물약은 모든 질병에 치료 효과를 보였지만, 외상에 관해서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 아마 이걸 드시면 암과 각종 잔병치레들은 낫겠지만, 외과 치료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큰 효과가 없을 거다.

'외상 치료 효과가 있는 물약을 하나 더 살까?'

잠시 그런 고민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가끔 기적처럼 낫는 암과 달리, 외상이 빠르게 치료된다면 병원 측에서 이상하게 여길 거다.

잘못해서 원인조사를 하겠다면 골치 아프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조금만 더 고생해 주세요.'

속으로 사과드리며, 나는 조용히 화장실로 가서 약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버지, 이거 비타민 음료인데 좀 드세요."

"으음?"

내 말에 아버지는 곧장 눈을 치켜뜨며, 병을 노려보았다.

"이게 뭐냐?"

"뭐긴 뭐에요. 비타민 음료라니까요."

"이런 디자인은 본 적이 없는데?"

당연하다. 안에 있는 약효가 손상될까 봐, 샀을 때 담겨 있던 용기 그대로 드렸으니까.

"그리고 라벨도 안 붙어 있고···. 어디서 구한 거냐?"

냉철하고 상식적인 판단! 원래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실 수 있으셨던 요인이었던 것이, 지금은 내 일을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되어있었다.

'아프실 때라면 조금은 느슨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덕분에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변명거리를 짜내야 했다.

"치, 친구 부모님이 사업을 하면서 새로 만드신 거래요. 아직 이름을 안정해서 상표가 없어요."

"시제품이라고? 게다가 너한테 줄 걸 보면 반응 같은 걸 확인하려던 거 아니냐?"

"저는 이미 마셨는데, 맛이 좋아서 하나 더 달라고 했어요."

"그래? 그럼 난 됐다. 너희 어머니 드려라."

아뇨, 아버지. 나중에 어머니도 하나 드릴 생각이긴 하지만, 지금 급히 필요한 건 아버지십니다. 그러니 제발 그냥 드셔주세요!

"하하. 어머니 몫은 제가 하나 더 구해드릴게요. 아버지 뵐 기회가 더 적으니까, 지금은 아버지 드세요."

"난 이런 거 안 먹는데···."

"여보, 애가 당신 몸에 안 좋은 거 주겠어요? 당신 생각해서 챙겨 왔다는데, 그냥 마셔요."

어머니, 나이스 어시스트!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참전에 아버지도 더는 뭐라곤 못하겠는지, 투덜대시면서 약병을 받아들였다.

"나 참. 이런 거 무작정 먹는다고 몸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어머니가 계속 지켜보시자, 자리에서 바로 뚜껑을 따고 단번에 약을 들이켜시는 아버지. 나는 그제야 안심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이른 방심이었다.

"음?!"

"어머?!"

"···허?"

아버지가 물약을 전부 드신 순간. 몸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은은하지만 육안으로 명백하게 볼 수 있는 은빛 발광! 겨우 5초 정도 유지된 그것은, 시간이 지나자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이미 우리 가족은 이상 사태를 확인한 후였다.

"···아들아, 이게 뭐냐?"

아버지의 눈초리가 매섭다. 나는 차마 그 눈빛을 받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슬쩍 피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글쎄요? 제가 먹었을 때는 안 이랬던 거 같은데, 왜 그런 걸까요?"

"···하아. 아들내미라고 하나 있는 녀석이 거짓말을 이렇게 못해서야, 사회 나가면 어떻게 살지 걱정이 태산이구나."

'아버지. 그 말씀은 이미 어머니께 들었으니, 굳이 재방송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같은 말을 하시는 아버지.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뱉기는커녕, 등 뒤로 식은땀만 뻘뻘 흘리고 있어야 했다.

'빛이 난다는 건 안 적혀 있었잖아!'

물론 회사에서 그 사실을 적어 놓을 필요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약이 치료되는 과정 등을 전부 적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 정도는 써 놓아도 되지 않겠는가! 이래서야 일반인들에게 회사 물품을 쓰려면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걸 노리고 한 건가?'

회사 물품을 일반인에게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는 방책. 그걸로 이렇게 눈에 띄는 장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금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면, 신기한 광경에 난리가 났을 거다.

뭐, 지금도 곤란한 상황인 건 같았지만.

"친구한테 얻었다는 말도 거짓인 거 같고. 아니, 그보다 난 마시면 빛이 나는 물이란 건 들어 본 적도 없다. 무슨 물이냐. 이게?"

"엄마도 궁금하구나."

특수 효과 하나로 순식간에 외통수로 몰린다. 거짓말이나 핑계를 대고 싶지만,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어렵다. 게다가 적당히 넘기면 나중에 또 약이 필요할 때 안 드시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결국 나는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구한 약이에요."

"약? 어디서 난 거냐?"

"출처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대신 부작용 없이 몸에 좋은 거란 것만은 확신해요."

"난 병원에서 약 많이 먹는다. 잘못하면 약효가 충돌할 수도 있어."

아, 그 생각을 못 했다. 하지만 딱히 큰 문제는 아니다. 우선순위를 생각하면, 중요한 쪽은 명백했으니까.

"병원 약 드시지 마세요. 제가 알기로 그 물약, 하루면 암 치료할 수 있어요."

순간 아버지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곤 한숨을 쉬곤, 내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들아. 세상에는 나쁜 놈들이 참 많아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속이는 경우가 있단다."

아무래도 아버지는 내가 사기에 당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하긴, 내가 아버지 입장에 있어도 똑같을 거다. 현대 의학으로 암이 쉽게 나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아버지의 고정관념은 설령 내가 마법사라 밝혀도 깨지지 않을 테고.

'어쩔 수 없나.'

나는 설득을 포기했다. 하지만 사기당했다는 오해만큼은 풀어야 했다. 아니면 어머니가 걱정하신다.

"아버지 심정 이해해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전 이 물건 돈 주고 샀다거나, 계약서 같은 거 쓰지 않았어요."

"···뭐, 서류 같은 거에 서명도 안 했고?"

"이거 얻으면서 펜을 잡지도 않았어요. 혹시 몰라서 손 주머니에 계속 넣어서, 지문도 안 남겼어요."

"그래, 알았다. 그럼 다음부터는 그 사람들 만나지 말아라."

"네. 그래도 내일 한번 검사받아 보세요. 혹시 아나요? 진짜로 암이 나았을지?"

"암은 나아도 천천히 작아지는 거야. 네 생각처럼 약하나 먹었다고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

"그럼 작아졌는지 그것만이라도 확인해 보세요."

"알았다. 대신, 내일모레 하마. 그렇지 않아도 이틀 뒤에 검사가 잡혀 있으니까."

"알겠어요."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완강하게 말씀하시니, 이번에는 내가 물러섰다.

항암제가 아무리 독하다곤 하지만, 겨우 이틀 만에 질병이 완치된 아버지 몸을 망가트리진 못하겠지. 아무래도 설득은 이 정도가 한계일 듯하다.

그 후, 나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저녁에 돌아왔다. 그리곤 스마트 워치를 켜서 의뢰를 확인했다.

'이젠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했으니, 이건 버릇을 들이는 게 좋겠지.'

의뢰는 하루에도 꽤 많은 수가 나왔다가 사라진다. 나한테 적당한 의뢰를 찾기 위해서는, 그만한 투자를 하는 건 당연한 일. 앞으로 저녁에 자기 전 최소 한번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오늘부터다.

목표는 지구에서 나온 의뢰.

'적당히 위장 취업할 곳이 필요해.'

이제 곧 회복하신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실 터. 복직은 미지수지만, 되더라도 최소 며칠간 집에서 계시리라. 그렇다면 나도 지금처럼 자유롭게 회사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의뢰를 끝낸 대가로 위장 취업을 바란다면, 거절하지는 않겠지.'

돈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내가 나가면서 일을 한다는 핑곗거리를 만들 수 있는 것만으로 족했다.

그것을 위해서, 검색창에 지구를 써넣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애완동물 돌보기? 이런 걸 회사에 의뢰해도 되는 건가···. 기계 수리는 내가 할 수 없으니 패스. 나머지는 암살에 전투··· 굳이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의뢰는 아닌데.'

대부분이 자잘하거나 기술이 필요한 일. 혹은 전투에 관련된 일이었다. 이중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전투 쪽일 거 같은데, 아직 사람을 죽이는 건 해보지 않아서 꺼려진다.

'진짜 회사 사람만 가능한 의뢰는 없구나.'

지구가 얼마나 신비 현상에 무지(無知)한지 알 수 있는 현상이었다. 나는 결국 당장에 취업을 포기한 채, 우선 포인트 모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거짓말이라도 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몇십분을 뒤져본 결과, 재미있는 의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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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종류 : 사내 의뢰 - 일반

장소 : 프리디아

종족 : 인간족

의뢰자 : 버드릭

직급 : 사원

의뢰 내용 : 유적 조사 및 의뢰인 보호.

설명 : 고대 유적의 입구를 발견했다. 이 발견을 신께 감사드리며 들어갔는데, 안에는 강력한 수호 골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적에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골렘을 처치할 실력자를 구한다.

조건 : 유적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골렘을 부술 수 있는 무력의 소유자. 유적 조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 고대 유적에 관심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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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뢰가 내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하나의 단어 때문이었다.

'골렘(golem)!'

기초적으론 사람의 형태를 하고, 머리에 진리(emeth)를 써서 지능을 부여하는 자동인형을 가리키는 말.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다.

'넓은 의미에서 골렘은 고형물로 만든 자동인형을 가리키는 말!'

그것은 제작자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나 개성 부여가 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그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독특한 특징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게 바로 기술의 혼합이었다.

'연금술이나 마법을 이용한 기계장치가 사용될 수도 있어.'

게다가 발견지가 고대 유적이라지 않은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증을 가득 자극하는 단어가 거기에 있었다.

'알고 싶다.'

내가 모르는 지식이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없어도 상관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머리를 들이밀고 싶었다.

'하자!'

그래서 바로 결정했다. 내 최대의 고민인 아버지의 병세가 치료된 이상,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구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문제가 있었으니.

'지금 밤이었지···'

당장 의뢰를 나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 내 욕구는 벌컥벌컥 솟아 넘치고 있었지만,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건 악수(惡手)다.

'최, 최소한 의뢰인에게 메시지를 남겨놓자.'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채갈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이 의뢰를 꼭 하고 싶으니,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아 달라는 것.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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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버드릭

내용 : 내일 언제쯤 오실 수 있으신가요? 될 수 있으면 빠르게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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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상대방 또한 나처럼 안달 난 모양이다. 이쪽에서 시간을 계산해서 보내주자, 잠시 고민하는 듯 조용하더니, 10분 뒤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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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버드릭

내용 :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알려주세요. 그걸로 결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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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이 과연 선천적 마법사라는 말을 알고 있을까? 다른 말로 대처하고 싶었지만, 그게 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그것이었다.

나는 다른 것을 찾기 위해 고민했지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선천적 마법사에 대한 설명과 내 소개를 같이 보냈다.

그러나 답장은 부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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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버드릭

내용 : 죄송합니다만, 믿을 수가 없군요. 마법사란 건 이해하겠지만 선천적 마법사라는 건 처음 들었고, 너무 허황된 능력 같습니다. ···혹시 마법 말고 다른 능력은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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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이 옆에 있었다면 분노할 답변.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여태껏 의뢰하면서, 처음부터 내 능력을 믿은 사람이 있기나 했던가? 마법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게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그렇다면 의뢰인에게 소개할 능력이 또 뭐가 있을까?

다행히 이번에는 좋은 게 떠올랐다. 내가 최근 얻은 것 중, 남들에게 가장 잘 먹힐만한 것 하나가 있었으니까.

나는 곧장 메시지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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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수신자 : 버드릭

내용 : 눈보라의 정령과 계약하고 있습니다. 대화가 가능한 고위 개체고, 저에게 매우 호의적입니다. 내일 그쪽으로 넘어가서 곧장 소환해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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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바로 답변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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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발신자 : 버드릭

내용 : 환영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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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보다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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