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7화 (7/207)

# 인턴 #

시동어. 물품에 담긴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약속된 언어가 드리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언어의 발음은 기괴했다. 뜻을 해석하면 '타올라라 불꽃이여! -작은 불꽃-'이지만, 내 귀에 들리는 걸 한글로 쓰면 '붉맞닯비 밝닭니뭇사! -무딧 밝사-'가 된다.

쉽게 발음할 수 없는 언어. 그걸 쉽게 해냈다는 것은, 평소 그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나 증명하는 일이며, 마법이 성공적으로 발현되었다는 소리였다.

"봐라! 불꽃이 어디 나오···"

화륵.

불꽃이 타오른다. 보여준 물건과 같이 0.5가 지연된 후에.

그것은 자신만만하게 말하려던 드리오를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

"이, 이게 어떻게···"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는 그. 주변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는지, 다들 벌떡 일어나거나 다가와 마법을 살폈다.

"···박사님 것과 똑같아 보이는데?"

"그러게. 크기, 색깔, 위치 어디 하나 다를 게 없어."

"다른 문자로 같은 마법을 만들었다고? 그게 가능해?"

그들이 떠드는 사이,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그걸 본 작업자 중 한 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발동 시간도, 같아."

당연한 결과다. 내가 아무리 신중히 만들었다 해도, 이 마법을 만드는 데 10분이나 걸리진 않는다. 보여준 마법과 같은 완벽히 같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세세한 걸 적용하는 덕분에 그랬던 거다.

나는 당당하게 드리오를 보며 말했다.

"자, 어때요!"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를 땅땅 쳤는데, 망신만 당하게 생겼으니. 게다가 어느 정도 직위도 있어 보이니 더더욱 그럴 거다.

말 한번 잘못 해서 크게 망신당한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개 숙여 잘못을 인정하는 것뿐이었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 판단했어."

"흐음···."

순순히 사과하는 그를 보니, 치솟았던 분노가 좀 가라앉았다. 그리고 동시에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관. 우리를 보고 있는 작업자들. 그리고 캐리어. 그제야 내가 이곳에서 5일 동안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망했다.'

나하고는 5일의. 그것도 상관이라 부르기도 모호한 사람이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에겐 평생 함께해야 할 상관이다. 그런 사람을 부하들 앞에서 망신을 줬으니, 해코지를 당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이며, 엎지른 물이다. 이제 와서 꼬리를 만다 한들, 보복이 돌아오는 속도만 빨리질 뿐이다.

지금은 내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더 큰 원한을 사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 어디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좋을까?

아, 그래. 금화를 받지 않는 거로 하면 될 거 같다.

"드리오씨, 금화는···"

"여기 있다."

"주지않··· 어?"

그러나 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드리오가 금화를 책상 위에 올렸다. 그가 이렇게 빠른 행동을 보일지 몰랐기 때문에, 금화와 함께, 자존심을 챙겨주려던 계획은 순식간에 엉망진창.

나는 당황해서 금화를 잡지도, 드리오를 몰아붙이지도 못했다. 아니, 오히려 달려든 건 그쪽이었다.

"자, 그럼 자네가 한 마법에 관해 설명해 주지 않겠나?"

"···허?"

그가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 거기엔 내가 생각했던 자존심 상한 남자가 아니라, 호기심에 반작이는 소년이 있었다.

드리오는 내 어깨를 붙잡고, 몸을 들이밀었다. 큰 체구가 바짝 다가오고, 얼굴이 가깝게 붙었다.

"뭘 그렇게 얼빠진 하고 있지? 방금 네가 보여준 것은 박사님의 마법과 완전히 같지만, 문자는 절반밖에 되지 않았어. 즉, 효율성 면에서 족히 두 배는 차이가 난다는 거야. 게다가 넌 10분 만에 그걸 완성했지? 그렇다면 틀림없이 수십 수백 번 저 마법을 연습했을 테고, 원리도 해박할 거야."

"뭐해? 빨리 설명해주지 않고? 아, 혹시 너만 손해 볼 것 같아서 그런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다른 마법들을 보게 해 줄 테니까. 효율을 두 배나 올렸다면 그 정도는 당연히 허락하실 거야."

언어가 빗발친다. 반짝이는 눈이 부담스럽다. 잡힌 어깨가 불쾌하다. 얼굴이 가까워서 피하고 싶다.

"그래, 우리도 좀 알려줘! 마법사를 지망하는 사람들로서 그런 건 공유해야 한다고!"

"맞아! 마법의 진보는 여태껏 그래왔잖아?"

"정보 획득, 교류, 연구, 발전! 마법의 기본이지!"

거기에 다른 사람들도 달라붙기 시작하자, 내가 있는 곳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혼란스럽다. 배우겠다는 열의가 너무 뜨거워서 주변 공기가 5 도는 올라간 기분이 든다.

아니. 실제로 체온 때문에 올랐다.

"알겠으니까, 다들 좀 떨어져서···"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야!"

이 답답한 공기 속에서 날 구원한 건 레인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피로에 찌든 모습으로, 그러나 눈빛만큼은 강렬함을 유지한 채 호통을 질렀다.

"뭐, 파티라도 벌어졌어! 아직 쉬는 시간도 아닌데, 작업실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

'오오! 든든하다!'

날카롭고 강한 소리였다. 이곳의 최상급자가 이 정도로 화를 내면, 작업자들도 빠르게 돌아가 일을 재개하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상황은 달랐다.

"레인 님! 이 친구가 새로운 마법식을 알고 있어요!"

"맞아요! 박사님이 쓴 문장의 1/2 정도밖에 안 됐는데, 효과는 똑같았어요!"

"크기, 색깔, 시간, 어떤 것 하나 다를 거 없이요!"

작업자들의 고자질. 그걸 듣자마자 레인의 눈이 희번덕였다.

양 볼이 붉게 물들고, 다크 서클은 희미해졌다. 몸에는 활력이 도는지, 갑자기 빨라진 움직임으로 내게 다가와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네, 넵!"

묘한 압박감에 절로 몸이 곧추세워진다. 그녀를 잠시 나를 보다가, 작업자 한 명을 지휘해 백지를 몇 장 가져왔다.

"똑같은 거 만들어봐."

다짜고짜 대놓고 하라는 말에 당황하면서도, 몸은 아까와 같은 마법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제멋대로의 크기와 형식을 가진 문자들이 백지를 채우고, 하나하나 연결되어 어느새 사각형 모양의 마법진을 이룬다. 거기에 곁가지로 문자들을 더 채워 넣자, 드리오가 처음 보여준 것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마법 물품이 완성되었다.

"···이게 발동이 됐단 말이지?"

"네. 시동어를 외쳐도 똑같이 발동하는 걸 제가 확인했습니다."

"영창(spell)을 외워 속인 건 확실히 아니란 거네. 좋아, 그럼. [타올라라 불꽃이여! -작은 불꽃-]"

기괴하면서도 부드러운 주문을 외우자, 다시 한번 더 불꽃이 튀어나왔다. 두 번째였지만, 아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작업자들 사이에선 탄성이 울렸다.

레인은 거기에 동참하진 않았지만, 눈을 반짝이는 건 같았다. 그녀는 마법적 효력을 잃고, 글자만 남은 종이를 살폈다.

"정말 가능할 줄이야."

"저도 놀랐습니다. 몇 개월을 연구해도 한두 글자 줄이는 게 고작인데, 이렇게 절반이나 줄어든 식이 있다니. 이걸 발표하면 화염 마법 학계에 획기적인 발전이··· 박사님?"

드리오가 흥분된 얼굴로 말을 하다가 레인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사님?"

레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 마법 문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집중력이 상당히 좋은지 드리오가 몇 번을 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자에 더 집중하고 싶은지, 종이에 코 박을 기세로 가까이 들이댔다.

포기한 드리오가 몇 분 정도 기다렸을 때, 간신히 그녀의 입이 열렸다.

"달라."

"네?"

레인은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불신, 놀람, 흥분, 기쁨 갖가지 감정이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 문자. 우리가 여태껏 연구하던 것들과 완전히 다르다고."

"···그럴 리가요. 그러면 마법이 발동할 리가 없는데···."

드리오도 레인 옆에 붙어 마법 문자를 보기 시작하더니 말이 없어졌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작업자들이 술렁였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문자가 다르다고?"

"나 살짝 봤는데, 우리가 쓰는 거랑 모양이나 크기가 조금 달라."

"에이 설마···. 그게 사실이라면···."

"저 사람이 알고 있는 마법은 우리 것과 완전히 뿌리가 다른 거지."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의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입을 열었다.

"저어."

주변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쏠린다.

"마법사마다 마법 문자가 다른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마법 문자는 개인의 생각,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잖아요. 사람마다 필체가 다른 것처럼. 그걸 왜 그렇게 신기하게 보는 거예요?"

내가 쓰는 마법 문자와 저들이 보여준 마법 문자는 형식, 크기, 방식 등이 모두 다르다.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인데, 각자 다른 점에 따라 자신의 마법을 맞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과 손목이 유연한 사람은 필기체처럼 문자가 길게 이어진다던가, 팔이 긴 사람은 커다란 문자를 많이 쓴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렇듯, 마법 문자란 사람 개개인의 특징에 따라 변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저들은 그걸 신기한 일처럼 보고 있으니, 궁금해진 것이다.

"···."

"···."

"···."

하지만 내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모두 입을 떡 벌린 채,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을 뿐이다.

그들의 그런 심정을 레인이 대표하듯 말했다.

"너, 선천적 마법사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천적 마법사가 뭐예요?"

작업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작업실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 나는 레인의 개인 연구실에서 그녀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내 실수야."

그녀는 거기에 한 손에 머리를 짚은 채 좌절했다.

"아무리 '회사' 사람이라곤 하지만, 신분 확인은 당연한 건데. 최근에 너무 피곤해서 대충 넘어갔어."

"저는 그래도 딱히 상관없는데요."

"내가 상관있어. 선천적 마법사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직접 만나고도 못 알아보다니. 데 오르노의 이름에 먹칠을 했어."

레인은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선천적 마법사라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어선 이야기가 되질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의욕을 심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계속 그러는 것보다는 남은 시간을 소중히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저 5일 뒤면 가야 하는데요?"

"그렇지!"

고개를 퍼뜩 든 레인이, 급속도로 의욕을 되찾았다.

"네 말이 맞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어. 일단··· 연성, 네 스승이 누군지 알려 줄 수 있어?"

"어, 바틀리온이라는 성함이셨는데요."

내가 회사 의뢰에 적혀 있던 이름을 떠올려 말해주었지만, 레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틀리온? 그것만으론 모르겠는데···. 혹시 받은 물건은 있어?"

"있어요."

역시 메달은 신분증을 겸하는 물건이었다. 챙겨와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걸 보여주자, 그녀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스승이 '골방지기의 탑주(塔主)'셨구나. 어쩐지, 기초 지식도 없더라니."

메달을 이리저리 만지며 한숨을 푹 쉬는 그녀를 보자,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온다.

"유명하신 분인가요?"

"유명하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재능을 보는 건 확실하신데, 자기 편한 만큼만 가르치는 분이시거든."

정확한 평판이다. 바틀리온이란 노인은 내게 마법책을 보여주었지만, 그 후 바로 돌려보냈으니까.

"전 마법사는 원래 다 그런 건 줄 알았어요."

"그럴 리 없잖아. 이 바닥에도 상식이란 게 있다고."

순식간에 몰상식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럼 전 누구한테 그걸 배워야 하나요?"

"그 일 말인데."

레인은 메달을 튕겨 돌려주곤, 빙긋 웃었다.

"내가 알려줄게."

"오! 그럼 저야 고맙죠!"

"대신 조건이 있어."

"···공짜는 안 되나요?"

"가는 게 있다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공짜로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

"그럼 뭘 해드리면 되나요?"

"간단해."

레인은 몸을 돌려 책 한 권을 꺼내 주었다. 겉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표지의 재질도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속을 펼쳐보니, 초반 몇 장만 마법이 적혀 있는 걸 빼면 백지였다.

나는 이 책의 용도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곧장 답했다.

"싫어요."

빠르고 신속한 거절. 그러나 레인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필요한 게 있지?"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건 또 어떻게?"

"일반적으로 선천적 마법사들은 게을러. 어지간한 일들은 뇌리에 떠오르는 마법으로 대체 할 수 있고, 촉매만 있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마법도 쉽게 쓸 수 있으니."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노력하지 않아. 마법을 조금만 써도 윤택한 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까.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나머지, 은둔해 버리거나."

"너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데, 이럴 땐 대부분 '필요한 게 있어서'라고 하더라."

통계란 무서운 거구나. 내 상황이 정확하게 꿰뚫린 것에 놀라며 수긍했다.

"좋아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암, 치료제 있어요?"

일부러 암 다음에 한 박자를 쉬어 말했다. 이곳에서 아직 '암'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회사의 번역이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으니까.

암과 치료제를 한 단어로 번역하게 하는 것보다는, 치료제를 따로 인식시키는 게 좋았다.

"···있기는 있어. 다만 부작용이 심해."

다행히 이곳에도 암을 발견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하다면 쓸 수 없다.

"그럼 포인트를 주세요."

"좋아. 일을 맡아 준다면 200포인트를 주겠어."

"···저 5일 뒤면 돌아가는 데요?"

"알아. 그때까지 최대한 완성 시킬 수 있는 만큼만 해줘."

5일에 200포인트. 지금 나로선 절대 벌 수 없는 수치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만 준다면 좋아요."

"거래 성립이네."

회사 Tip

마법진에 대하여.

마법진에 마법 문자를 엮어 만든 것이다. 이것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는 원 모양에 따라 글자를 써놓은 거다.

다만 겨우 원 하나만큼의 글자로 마법이 완성될 리가 없으므로, 거기에 다양한 문자를 추가하고, 다양한 도형 방식을 따라 글자를 추가한다. 거기에 빈 곳을 다시 마법 문자로 채워 넣는 것이 평균적인 마법진의 형태다.

그러다보니, 마법진은 그림의 형태와 글자의 형태, 그리고 책의 형태를 동시에 지닌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마법 문자가 아닌 마법진으로 구분해서 부르는 이유는 '완성되지 않은 것'과 '완성된 것'의 차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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