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랩스타-303화 (303/309)

< Verse 47. On & On >

***

“Seoul City! WASSUP!"

제이콜의 외침에 공연장이 들썩였다.

제이콜은 무대 중앙에서 3만 여명이 집결한 객석을 둘러보았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 누구도 땀에 젖지 않은 이가 없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관객들의 눈빛에서는 흥분이 흘러넘쳤다.

그 사이에서 첫 곡을 끝낸 제이콜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제가 사용하는 언어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파이브식스 덕분에 저는 한국인들이 영어를 꽤 능숙하게 사용한다고 믿고 있지만 말입니다.”

“지금 내 얘기하는 거야?”

-꺄아아아아아아악!

-이상현이다!

-이상현!

그 순간 제이콜의 말을 자르며 난데없이 상현이 등장했다.

무대 뒤쪽에서 등장한 상현의 모습에 관객들이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유명 가수들이 꾸민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골든 뉴 에라 투어’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상현이 제이콜의 옆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한국어로 말했다.

“너무 커.”

상현의 말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상현도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190이 넘는 제이콜의 어깨에 손을 올리니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알아들으시겠지만, 굳이 즐기러 온 공연장에서 영어 듣기를 하실 필요는 없겠죠? 지금부터 제가 이 친구의 동시통역을 맡겠습니다.”

상현이 제이콜을 향해 말했다.

“Hey, Cole. Saywhat you have to say.”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상현의 말에 제이콜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제이콜은 미국과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있는 한국에 자신의 팬이 있을 줄 몰랐으며, 첫 무대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했다.

상현은 그 말을 들으며 동시에 한국어로 옮겼다.

“나는, 바보입니다. 어렸을 적, 감나무에서 떨어져서, 바보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상현을 존경합니다.”

상현의 말에 관객들이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웃음은 곧 환호소리로 바뀌었다.

“뭐야? 왜 웃어?”

“반가움의 표시지. 한국에서는 반가우면 웃거든.”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상현의 표정에 제이콜은 그가 장난을 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어쨌든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흥분하지 않으면 음악가가 아니었다.

“Fuck it! 가자고.”

제이콜의 외침에 비트가 흘러나오고, 디제이 석에서 공연 사운드 전체를 조정하던 스탠다드의 스크래치가 시작되었다.

상현이 그 사이로 한국어로 소리쳤다.

“이 노래는 정식 발매되지도 않았고, 뮤직비디오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여러분은 알 것 같습니다. 다 같이! Say!”

-Do it! Do it! Do it! For my People!

-Do it! Do it! Do it! For my People!

관객들이 상현과 제이콜의 듀오곡인 'Do it'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상현의 말처럼 이 노래는 정식으로 발매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유투브 채널에 Unofficial 버전이 업로드가 되면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었다.

오죽하면 댓글의 반 정도가 ‘정식발매 해주세요’였으니까 말이다.

떼창의 물결 속에서 제이콜의 첫 번째 벌스가 시작되었다.

***

-랩스타의 귀환!

-골든 뉴 에라 투어! 소문난 잔치에 가득한 먹을거리!

-이상현은 어떻게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래퍼에서 전 세계를 호령하는 랩 슈퍼스타가 되었나?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골든 뉴 에라 투어의 서울 공연은 완벽했다.

한국의 대중들은 H&R INC가 왜 미국에서 가장 핫한 힙합 레이블인지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째서 그들이 전 세계를 씹어 먹고 있는지를 납득할 수 있었다.

켄드릭의 묘기에 가까운 랩은 사람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었고, 제이콜은 힙합 장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블랙 히피 멤버들은 갱스터 문화와는 거리가 먼 한국 대중들에게 힙합의 로(Raw)함을 제대로 들려주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었다.

한국 대중들을 가장 흥분시킨 사람은 당연히 파이브식스, 상현이었다.

888 크루의 팬들은 5년 만에 만나는 상현의 모습에 잔뜩 흥분했다.

힙합 더 바이브에서 볼 수 있었던 앳된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었다. 25살의 이상현은 이제 당당한 남자였고, 스타였다.

전 세계적인 랩스타들 속에서도 가장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에 Fuck Tha ShowBiz 때부터 상현을 좋아했던 언더 힙합 매니아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언더그라운드 파이브식스’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뱉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 대부분은 이미 대중들도 알고 있었다.

상현이 자서전을 내면 100만부는 예약이라는 농담처럼, 이미 대중들은 상현의 모든 스토리를 알고 있었다.

평론가들은 보통 한국 대중음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이 70년대 중반부터라고 말한다.

민요와 창가까지 아우르면 100년 역사라고도 하지만, 현대 사회의 상업대중음악으로 한정하면 40년 정도가 흘렀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40년의 역사 속에서 이상현은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가수였다.

물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상현이란 대답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가왕 조용필부터 지금은 고인이 된 고 김광석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기틀을 마련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업적인 성공이란 타이틀을 놓고 보면 이견이 없었다.

그 누가 단일 앨범으로 천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할 수 있으며, 세계 연합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업적인 성공이 의도한 게 아니란 말이었다.

흔히 한국의 대형기획사들처럼 ‘돈을 벌기 위한 음악’을 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하고 싶은 100%의 음악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분명 상현은 더 엑스펙터에서 상업성과 음악성의 명제에서 음악성을 선택했었다. 그래서 탈락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하델의 부탁을 받은 엘에이 리드의 행동과 소니 뮤직의 불편한 심기가 깔려 있었지만, 어쨌든 상현이 음악성을 추구한 것은 변치 않았다.

그래서, 아주 조그마한 변화가 일어났다.

크진 않았다.

이미 시스템화 되어있는 한국 대중음악계가 쉽게 바뀔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주 넓은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파문을 일으키듯, 상현의 성공은 파문을 일으켰다.

“실장님. 얘는 비주얼이 너무 별로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너무 잘하지 않냐?”

“에이, 잘한다고 되나요? 보기 좋아야지 먹히는 거지.”

“이제 또 안 그래. 거, 이상현 봐봐. 잘하니까, 시발 우리 회사가 한 10년 돌아가야 버는 돈을 앨범하나로 벌어들이잖아.”

“그 친구는 특별한 거죠. 그리고 이상현도 잘생겼잖습니까?”

“야, 솔직히 이상현보다 잘생긴 애는 쌨고 쌨어. 당장 우리 연습생들만 모아놔도 네댓 명은 있겠다.”

“뭐······. 그건 그렇죠.”

“김 팀장아. 우리도 큰물에서 한 번 놀아보자. 요즘 해외에서 한국 가수들 인기 좋다잖아. 한 15년 굴러먹었으면 우리 회사도 해외를 볼 때도 되지 않았냐?”

“그래서 픽업하시게요?”

“아······ 근데 얼굴이 너무 별론데. 성형은 자기가 절대 안한다고 했지?”

“네. 절대 안한답니다.”

“시발,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또 아냐? 우리 회사에서도 빌보드 1위 나올지도.”

작은 파문이었지만, 그 물살을 덕분에 기회를 얻은 이들에게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떤 해류를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러한 물결은 비단 대중음악계에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었다.

힙합 계에서는 훨씬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

<힙합 더 바이브>를 거하게 말아먹은 뒤에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도 <힙합 더 바이브 2>를 기획했던 피디가 있었다.

바로 허태진 피디였다.

허태진 피디는 <힙합 더 바이브 2> 덕분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힙합 더 바이브 2>에 888 크루를 섭외한 것으로 말이다.

그는 힙합 더 바이브 2가 종영한 뒤에 한 개의 음악 예능을 더 진행했다.

그리고 대 성공을 거두었다.

수많은 음악 예능의 홍수 속에서도 허태진 피디의 프로그램은 늘 좋은 평가를 받았고,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왜냐하면 난이도 높은 섭외가 어렵지 않게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방송에 잘 출연하지 않는 뮤지션들도 손쉽게 섭외했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은 허태진 피디의 프로그램은 리스크 없이 출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뮤지션의 진짜 모습 그대로를 각색하지 않고 내보내려고 노력하는 허태진 피디의 촬영 철학 때문이었다.

허태진 피디의 이러한 철학이 어디서 생겼는지는 모두들 알고 있었다.

이런 허태진 피디가 2012년에 기획한 프로그램은 <쇼 앤 프루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래퍼들이 모여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증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 1차 예선 현장이었다.

수많은 아마추어 래퍼들 사이를 8명의 심사위원들이 지나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아마추어 래퍼들의 랩을 들으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8명의 래퍼들 중 5명은 힙합 더 바이브 2를 봤던 이들에게는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스타즈 레코드의 배상욱과 우연우.

888 크루의 박인혁과 신준형.

이제는 솔로 래퍼가 된 돌핀.

이들이 심사위원이 된 것이었다.

그 사이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박인혁이었다. 박인혁이 다가가기만 하면 참가자들이 ‘크’하는 소리를 내면서 반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차례의 래퍼는 아니었다.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머리를 깊은 후드로 푹 가리고 있어서 보이는 신체 부위라고는 두 손 뿐이었다.

“888번 참가자님. 크, 번호가 되게 좋으시네요.”

“······.”

“그렇게 가리고 하실 건가요?”

후드를 쓴 남자는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후드가 미미하게 흔들리지 않았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몰랐을 것이었다.

“시크하시네요. 좋습니다. 시작하시죠.”

박인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드를 쓴 남자의 랩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박인혁이 애매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목소리에 힘을 잔뜩 줘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가 부르는 것이 카피랩이기 때문이었다.

카피랩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지만, 직접 가사를 써서 라운드를 통과해야하는 쇼 앤 프루브의 규칙상, 카피랩은 제 아무리 잘해도 통과시켜줄 수가 없었다.

‘랩을 유달리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선곡도 너무 의도가 뻔하고.’

후드를 쓴 남자가 부르는 노래는, 상현이 벌스를 맡고 자신의 후렴을 불렀던 Reminiscence였다.

마지막까지 음악과 법조인의 길을 놓고 고민하던 그를 붙잡아준 노래.

미국으로 떠나던 상현의 고마운 선물.

열심히 흘려보낸 시간 그동안에,

돈과 아무 상관없어도 나름 괜찮지

철없고 삶을 알아가는 2년 전의 나도

지금과 같았어, 그때의 추억을 되감지

인혁은 후드를 뒤집어 쓴 사내의 랩을 들으면서 고개를 까닥였다. 원래는 랩을 중단시키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들으면 들을수록 더 듣고 싶었다.

아마 자신이 이 노래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가사를 작성하고 뱉는 일의 반복

이에 만족해하면서 이어 가는 과정에 또 발전해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 내 감성

다만 같은 게 있다면 가능성은 여전해

사내의 랩은 묘한 힘이 있었다.

목에 힘을 잔뜩 줘서 스크래치를 넣고 있었지만, 분명한 건 진심이 느껴졌다. 놀라울 정도로 깊고, 분명한 진심이었다.

인혁은 이제 슬슬 고민하기 시작했다.

카피랩이라 불합격을 줘야할 것 같은데, 너무 매력적이었다. 목에 잔뜩 들어간 힘만 뺄 수 있다면 진심으로 굉장한 래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현이랑 목소리가 조금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인혁은 고개를 숙인채로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의 목소리가 점점 변화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사내의 목소리가 완전히 변화했을 때는, 이미 랩에 너무 깊게 빠진 채였다.

충장로 세종악기사와 전대의 부드러운 직선

L&S, 888 그게 우리 가족의 이름

동그라미, 연결이 이어지는 지금

이 시간에도 빌어 우리가 다 함께 웃기를.

랩이 끝나는 순간 인혁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주변이 너무 고요했다.

그리고 사내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했다.

그 순간 후드를 뒤집어 쓴 사내가 입을 열었다.

“형 차롄데요?”

사내의 물음에 이제는 완전히 눈치 챈 인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시간이 흘러도 이때를 기억해,

이 노래에서 만큼은 우린 영원하기를

다 잘됐음 해- 다 잘됐음 해-

모든 문제, 내려놓은 뒤에,

완전 멋지게 만나자고

그 순간 후드가 내려가고, 후드 속의 얼굴이 드러났다.

-우와아아아!

-이상현이다!

인혁의 예상처럼, 역시가 후드 속의 남자는 상현이었다.

“너 뭐야? 공연 때문에 부산에 있는 거 아니었어?”

“공연텀이 길잖아요. 허태진 피디님 부탁을 받고 잠깐 올라왔죠. 아, 이게 귀국 후 첫 만남이었으면 진짜 감동 그 자체일 텐데, 인생이 드라마 같진 않아요? 그쵸?”

“크, 그럼 나 울었다.”

그때 저 멀리서 다른 사람들을 심사하고 있던 준형이 다가와서 인혁에게 말했다.

“형, 탈락시켜버려요. 탈락.”

“어, 맞다. 888번 참가자님 랩 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후드맨입니다.”

“오, 후드맨. 탈락!”

“아, 왜!”

“카피랩하셨습니다.”

“무슨 소리에요. 이거 내 노랜데.”

“파이브식스 노래입니다. 후드맨 노래는 아니죠.”

인혁과 상현, 준형이 아옹다옹 다투기 시작했다.

어차피 허태진 피디의 부탁을 받고 이벤트 형식으로 등장한 것이라서, 합격을 하나 불합격을 하나 상현이 다음 라운드에 참가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서로에게 장난칠 거리가 있으면 꼭 치고야 마는 게 그들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인혁과 준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탈락 시켜버려.”

“탈락. 탈락.”

뒤늦게 다가온 배가와 우연우가 상현과 인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

상현은 원래 쇼미더머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던 영웅들이 브라운관을 통해서 왜곡된 모습, 자극적인 모습만 보여지는 것을 안타까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쇼미더머니가 아니면 탑 래퍼로 올라가기 힘든 풍토가 생겼기 때문에, 래퍼들의 출연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쇼미더머니는 없다.

본래 2012년에 시작될 쇼미더머니는 사라졌고, 허태진 피디의 쇼 앤 프루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태진 피디는 제대로 된 래퍼를 발굴하고 싶다고 했다. 888 크루를 만났던 것처럼.

‘우리의 영향도 조금은 있겠지?’

상현은 한국 힙합이 상업적으로 발전하면서도 그 안에 언더그라운드의 정신이 살아있길 바랐다.

비 더 언더그라운드.

이윽고 오디션 현장에서 즉석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888 크루의 공연도 있었고, 스타즈 레코드의 공연도 있었고, 원래 역사와 다르게 아직도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돌핀의 공연도 있었다.

상현은 잘 모르는 다른 심사위원들의 공연도 있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영웅이 선사하는 무대를 보면서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반드시 저들처럼 되고 싶으니까.

상현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888 크루와 자신이 한국 힙합의 역사를 3년 혹은 그 이상 앞당겼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역사는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충동이 모이고 모여서 더 좋은 방향으로.

***

< Verse 47. On & On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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