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se 40. 미지의 요인 (完) >
“안녕하세요. 파이브식스입니다.”
상현의 인사를 듣자마자, 사이먼 코웰이 마이크를 잡으며 놀라움을 표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의 래퍼들 중 한 명인 파이브식스가 맞는 거죠?”
“네, 맞습니다. 어차피 아시면서 왜 모르는 척 하세요. 순서도 제일 뒤로 미뤄놓아서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상현의 말에 몇몇 방청객들이 웃음소리를 냈고, 코웰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물론 파이브식스가 엑스펙터에 나오는 건 알고 있었죠. 하지만 난 당신이 LA 오디션에 참가하는 줄로 알았어요. 뉴저지에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상현이 미국의 7개 주에서 진행되는 엑스펙터 오디션 중 뉴저지를 택한 것은 이곳이 맨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선택이 단순히 오디션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니었다.
다음 주부터 멜과 웨스트런의 믹스테잎이 공개되는데, 그 안에는 상현이 참여한 트랙이 꽤 있었다. 상현은 오디션을 빨리 보고 부트 캠프 이전까지 믹스테잎의 프로모션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상현이 적당한 대답을 하자, 코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앞선 참가자들의 오디션 시작 전 인터뷰가 그리 길지 않았던 것에 비해서 상현의 인터뷰는 꽤 길었다. 마지막 참가자이기도 했고, 방송 상에서 뽑아낼 소스들이 많은 이유도 있었다.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군요. 파이브식스, 여긴 왜 나왔어요?”
“에미넴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어서요.”
“많은 아마추어 래퍼들이 당신과 같은 이유로 더 엑스펙터에 참여했죠. 그만큼 에미넴은 대단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게 다 인가요? 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탐나는 건 아니고요?”
500만 달러.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가장 큰 상금 규모.
500만 달러는 2008년의 환율로 계산하자면 한화로 55억 정도인 아주 큰 금액이었다.
그러나 상현은 상금에 별 관심이 없었다.
돈을 벌고 싶었다면 음악이 아니라 사업을 했을 것이었다. 그러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고.
회귀직전에는 전부 날려버렸지만 상현의 자산은 80억이 넘었다. 그리고 이 80억은 순수한 ‘개인자산’이었다. 회사에 묶인 자산까지 생각해보면 그의 재산규모는 준 재벌급이었다.
만약 상현이 2005년에 불확실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그의 자산 규모는 과거의 수준을 회복했을 것이었다.
사람은 묘해서,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은 잘 생기지 않는다.
‘겟 댓 머니 웰컴 투 스쿨’에서도 밝혔듯이, 상현을 흥분시키는 돈은 언제나 음악으로 버는 돈이었다. 자신의 음악성을 정정당당하게 증명해 버는 돈.
‘해운대지, 해운대.’
언젠간 인터뷰에서 장난스럽게 했던 말처럼 돈이란 음악 활동의 ‘부산물’이었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금도 음악성과 관련 없진 않았다.
하지만 최종우승까지 필요한 10곡 정도에 500만 달러의 가치가 정당할까? 아마 저 500만 달러에는 음악의 순수성 이외에 덕지덕지 붙은 것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우승을 해서 상금을 받게 된다면 기쁘게 받을 것이었다. 그러나 음악의 목적 자체가 상금이 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상현에게는.
“제가 만약…….”
상현은 사이먼 코웰의 질문에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대답은 간단했다. 그리고 진실했다.
“……많은 돈을 원했다면 미국으로 오지 않고 한국에서 돈을 벌었을 겁니다. 저에게 랩 뮤직이란 아주 큰 가치를 지닌 것이고, 그것의 정점에 서있는 미국의 랩 뮤직은 5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상현이 코웰에게 반문했다.
“사이먼 코웰. 이런 저에게 미국 랩 뮤직의 정점에 서있는 에미넴의 가치는 얼마일 것 같나요?”
“파이브식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탑 12에 들면 에미넴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거지 그와 결혼하는 게 아니에요.”
엘에이 리드의 농담에 관중들이 큰 웃음을 터트렸고, 상현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현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눈빛에는 약간의 호감과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상현의 대답은 도식적인 면이 있었다.
‘나에겐 상금보다 음악이 더 큰 가치다’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고, 실제로 비슷한 대답을 한 뮤지션들이 몇몇 있었다.
그러나 상현의 말은 그들과 다르게 아주 진실 되게 와 닿았다.
왜냐하면 상현은 정말 한국의 랩스타였고, 슈퍼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왔기 때문이다.
“와우. 멋진 대답이었어요. 에미넴에게 디스를 당할까봐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보죠. 에미넴이 4년이 넘는 커리어 공백 끝에 돌아왔는데, 당신은 그가 여전히 미국 랩 뮤직의 정점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상현은 회귀 이후 처음으로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했다.
“물론이죠. 에미넴이 낼 싱글은 빌보드 1위를 차지할 것이고, 그가 내년에 내는 앨범은 2009년 힙합 앨범 중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할 거니까요.”
상현의 말에 모두가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과장된 언사가 팬심을 드러내는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상현이 일부러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고.
“파이브식스, 혹시 게이인가요?”
“그럴 리가요. 하지만 상대가 에미넴이라면 진지하게 제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겠습니다.”
상현의 말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MTB를 들었던 대중들은 파이브식스가 앨범 속의 이미지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 속에서 파이브식스는 굉장히 자신만만하면서도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처럼 느껴졌는데, 이제 보니 유쾌하고 농담도 잘했다.
발음 역시 국적이 다른 동양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때 침묵하고 있던 캘리 롤랜드가 ‘Hold on, Hold on’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미안해요, 파이브식스. 난 당신에 대해서 전혀 몰라요.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증이 치솟는군요. 당신이 한국에서 얼마나 유명한 래퍼였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캘리 롤랜드. 전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 알지만, 한국의 시청자들은 잘 모를 확률이 높습니다. 혹시 이 방송을 보게 될 한국의 시청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해줄 수 있나요?”
상현의 말에 캘리 롤랜드가 말했다.
“지금의 부탁은 대답하기 민망하다는 답변을 우회해서 표현한 건가요?”
흥미롭게 대화를 듣고 있던 이들은 모두 캘리 롤랜드가 파이브식스의 의도를 정확히 캐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아니요. 방금 제 질문을 듣고 스스로를 소개하기 위해 생각했던 모든 수식어들을 저에게 붙여도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미국은 한국으로 바꿔야겠지요.”
“……제가 순간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수식어들을 떠올렸는지를 알면 그런 말 못할 걸요.”
“괜찮습니다. 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여성 싱어라는 수식어는 안 됩니다. 제 성정체성은 에미넴 이외에는 흔들 수 없으니까요.”
“하하하하!”
상현의 말에 가장 먼저 사이먼 코웰이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코웰의 웃음은 곧 관중석으로 퍼져나갔다. 이러한 웃음소리가 환호성과 휘파람으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아주 짧았다.
-와아아아아!
-휘이이익!
이러한 환호성은 난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너무나 재치 있게 대답한 것에 대한 반응이자, 래퍼 특유의 스웨거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환호성이었다.
자심감에 오만이 깃들면 자만이 되지만, 자신감에 재치가 깃들면 매력이 된다.
게다가 이곳은 미국이었다.
“파이브식스, 당신은 실수한 거예요. 지금 우리의 기대치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알고 있나요?”
“그만큼 제 무대를 더 주의 깊게 봐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전 지금 당신이 매우 좋아졌어요. 하지만 무대가 형편없다면 너무 큰 실망을 할 것 같군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사이먼 코웰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현은 별말 없이 씩 웃었다.
“좋아요. 오늘 부를 노래는 뭐죠?”
“제가 지금부터 부를 노래는 제 음악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한 상현이 스태프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비트가 흘러나왔다.
비트의 시작은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역동적인 피아노의 연주로 시작되었다.
피아노는 사람을 차분하게 진정시킬 수도 있고, 극렬하게 흥분시킬 수도 있는 이중성을 지닌 악기였다. 그리고 지금의 인트로는 두 가지 느낌을 전부 가지고 있었다.
어딘가 간질거리는, 그러나 잠시 뒤 뭔가 터질 것만 같은 기대감.
연주는 별로 길지 않았다.
15초 정도 이어지던 연주가 잦아들면서 피아노의 건반 치는 소리에 맞춰 드럼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스네어(Snare)는 아주 단단했다.
하이헷(Hi-Hat)은 채를 썬 듯, 잘게 소리를 구성했다.
킥(Kick)은 힘차게 물수제비를 던진 돌처럼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비트 위를 튀겼다.
이러한 사운드를 이루는 드럼 소스는, 트랩 뮤직의 근간을 이루는 808 드럼킷이었다.
“오…….”
힙합에 가장 조예가 깊은 엘에이 리드가 탄성을 뱉어냈다.
트랩은 2005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싸우스 힙합의 하위 장르였다. 남부의 클럽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일종의 클럽튠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트랩은 그 세를 넓혀가고 있었고, 이제는 꽤 많은 뮤지션들이 트랩을 제대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비단 힙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렉 뮤지션들도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트랩 뮤직은 드물었다. 게다가 BPM 자체는 굉장히 느린데 하이헷을 잘게 쪼개서 BPM을 2배로 만드는 것 같은 효과는 신선한 것이었다.
‘이런 비트라면 어떤 방식으로도 랩을 할 수 있지.’
엘에이 리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마지막 변화가 일어났다.
일렉트로닉계의 헤비메탈, 덥스텝(Dubstep)이 섞여 들어간 것이었다.
“와우!”
이제는 관객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비트가 꽤나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관객들은 몰랐다. 이 비트가 한국에서 2005년에 시도가 됐다는 것을.
그랬다. 지금 상현이 가져온 비트는 오피셜 부틀렉의 열두 번째 트랙이었다.
12. Eight, Eight, Eight Los Angeles Remix (Prod. DJ. Standard)
그 순간 상현의 후렴이 시작되었다.
We Eight That Eight That Eight That Crew!
We Eight That Eight That Eight That Crew!
Shout-out My crew! We Call '팔팔팔'
never came out of my Crew! but I'm a far-outer!
건조하면서도 풍성한 울림을 가진 상현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단단했다.
그리고 그 단단함이 표하는 것은 888 크루에 대한 샤라웃이었다.
We Eight That Eight That Eight That Crew!
We Eight That Eight That Eight That Crew!
Shout-out My crew! We Call '팔팔팔'
never came out of my Crew! but I'm a far-outer!
케이알에스원의 앨범에 수록된 The way we live에서 상현의 인트로는 Far-Outer(파격적인 사람)라는 펀치라인으로 꽤 주목을 받았었다.
에엣, 에잇, 에잇 리믹스의 영어 버젼은 그때의 인트로를 재구성하여 만들어진 훅을 가지고 있었다.
심사위원들과 대중들은 파이브식스가 ‘음악의 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지역적인 스웨거를 뱉을 거로 예상하고 있었다.
래퍼들이 자신의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우는 것은 미국에서는 너무나 흔한 일이었고, 엘에이나 뉴욕, 디트로이트 출신의 뮤지션들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파이브식스가 뱉는 샤라웃은 지역이 아닌, 자신의 팀에 관한 것이었다.
대중들은 888 크루를 몰랐지만 문제는 전혀 없었다. 훅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에잇, 에잇, 에잇 리믹스가 NPQ의 디제이 파티튠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이 아니었다.
객석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슬쩍 뒤를 돌아본 심사위원들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제 겨우 훅이었다.
총 4번 반복된 후렴의 뒤로 본격적인 벌스가 시작되었다.
LA UP에서 이미 말했지, 난 건 스코프 레이져
한글, 영어를 가리지 않는 스도쿠(Sudoku) Chaser
랩은 스도쿠 같아, 상황에 따라 낱말을 찾아
하지만 내게 주어진 힌트는 언제나 8자가 3개.
상현의 랩이 시작하는 순간, 관중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들은 처음에 이상함의 정체를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금방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들을 이상하게 만든 것은 ‘기준치 비교’ 때문이었다.
에미넴이 콜라보레이션 라인업으로 발표됐기 때문인지, 오늘 오디션에는 래퍼들이 상당히 많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잘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었다.
덕분에 관중들은 오늘 꽤 많은 랩을 들었고, 래퍼들의 퍼포먼스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파이브식스의 무대와 앞선 래퍼들의 무대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상했던 것이었다.
파이브식스의 무대는 앞선 래퍼들의 무대와 비교하면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잘 들렸으니까.
마치 내가 이 가사를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전달력은 곧 가사가 가지고 있는 내용에 대한 집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란 원숭이라 하랬지, 그래 맞아, 난 시져.
날 짓밟으려면 7명의 시져를 상대해야 할 걸.
LA에선 LA-Sir, 한국에선 Rap Emperor
우리 팀에게 붙는 형용사는 언제나 Imperial
MTB를 들은 사람도, 듣지 않은 사람도 ‘원숭이’와 ‘시져’가 이어지는 라인에 감탄했다. 그리고 이러한 가사를 완벽하게 포장하는 랩 스킬에 감탄했다.
그들은 단 8마디의 랩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동양인 래퍼가 어지간한 래퍼들과 격이 다르다는 것을.
물론 난 LA를 사랑해,
여긴 내 두 번째 고향
내가 느낀 캄튼은 Black, Blue, Red가 섞인 곳
Black은 당연히 캄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의 색이었고, Blue는 LA를 대표하는 크립스 갱단의 색이었다. 마지막으로 Red는 LA를 대표하는 블러드 갱단의 색이었다.
이 같은 가사는 LA 출신의 래퍼들이 워낙 많이 쓰는 것이라서 좀 뻔한 가사였다.
그러나 상현의 전개는 언제나 그렇듯 뻔하지 않았다.
세 가지 색은 한국 국기의 색,
그 가치는 같아
단지 난 두 곳에서 빈 총탄에 랩을 채울 뿐
태극을 채우는 붉은색과 파란색.
건곤감리를 채우는 검은색.
한국 국기를 아는 사람들이 LA의 색과 한국의 색을 동일시하는 상현에게 감탄을 내뱉었다. 이것은 자신에게 한국과 LA가 둘 다 소중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러한 라인은 LA에서도, 한국에서도 자신의 무기는 랩이라는 래퍼다운 스웨거로 이어졌다.
그렇게 12마디가 끝나는 순간, 갑자기 드럼을 제외한 신디사이저 소리가 사라졌다.
드럼소리만 남은 비트 위로 상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비트가 워낙 커서 잘 느끼지 못했던 상현의 발성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 첫 번째 앨범은 Just For The Record.
내 두 번째 앨범은 56 JFTR
세 번째를 장식한 MTB, 열어젖힌 골든 뉴 에라
다시 네 번째 앨범은 JFTR.
관객들은 가사를 들으며 파이브식스가 한국에서 낸 첫 번째 앨범이름이 JFTR이고, 두 번째 앨범 이름이 56 JFTR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앨범이 골든 뉴에라 멤버들과 만든 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왜 이렇게 JFTR을 강조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왜 네 번째 앨범 역시 JFTR이라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상현의 입이 열렸다.
“No, Just For The Record.”
상현이 말한 네 번째 JFTR은 Just For The Record, ‘공식적인 기록으로’란 의미가 아니었다.
그가 말한 네 번째는,
“Just Famous Than R.O.K."
한국보다 더 유명하단 의미였다.
-와아아아아아!
-파이브식스!
어디선가 거친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그 환호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4개의 YES가 동시에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오늘 처음으로 나오는 만장일치지만, 파이브식스의 무대는 YES가 4개뿐인 게 아쉬운 무대였다.
We Eight That Eight That Eight That Crew!
We Eight That Eight That Eight That Crew!
Shout-out My crew! We Call '팔팔팔'
never came out of my Crew! but I'm a far-outer!
뒤늦게 4개의 YES를 확인한 상현이 웃으며 마지막 후렴을 토해냈다.
후렴이 반복될수록 비트가 점점 잦아들었다. 이미 합격이 결정 났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비트에 페이드 아웃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상현의 4번째 후렴을 끝으로 무대 위의 스피커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객석은 조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트가 사라진 이후에 더욱 시끄러운 것 같았다.
그 순간 사이먼 코웰이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뭐라고 심사평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당신의 음악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리고 난 그것에 미지의 요인(X-Factor)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군요.”
사이먼 코웰의 말은, 상현이 곧 엑스펙터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극찬이었다.
사이먼 코웰의 극찬은 금방 전미의 TV를 통해 방송되기 시작했다.
The X-Factor US의 예고편이었다.
예고편을 본 사람들은 독설가 사이먼 코웰의 심사평이 도대체 누굴 향한 것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철저한 보안서약 때문에 정보는 흘러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더 엑스펙터의 첫 방송날이 다가왔다.
< Verse 40. 미지의 요인 (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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