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se 31. Jealous, Forgiveness, Truth, Romance (完) >
불법 유턴하는 느낌
옆 차선 Cop에게 들킴
괜찮아 Cop 뿌리치게
엑셀 세게 밟아, Speed King
U-Turn은 상현의 사업이 한참 번창하기 시작했던 32살에 만났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상현보다 3살이 어렸고, 전 남자친구 때문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 마음에 문을 닫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지독한 바람기 때문에 이별을 통보했지만, 이별을 인정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전 남자친구에게 상처를 받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전 남자친구가 따뜻하게 대해주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 때문에 자존감도 많이 낮아져있었고.
그래서 상현은 일부러 뻔뻔하고 당당하게 구애를 했다. 그러면서도 진심을 보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핸들을 돌리고, 유턴을 해서 나한테 오라고.
난 진심이라고.
그게 그때의 상현이 가졌던 마음이었고, 지금 부르는 U-Turn에 담긴 마음이었다.
네게 필요한 건 speech
그 놈에게 'You ain't shit'
더 쉽게 가자, Main Dish
날 가리키며 말해 ‘애인 씨’
결국 한 달 뒤, 그녀는 전 남자친구에게 ‘You ain't shit'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You ain't shit’은 한국말로 상스럽게 번역하자면 ‘넌 좆도 아니야’라고 번역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즉, ‘You ain't shit’은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넌 좆도 아니야’라고 말하며 핸들을 돌리는 그녀의 심경변화를 대표하는 가사였다.
비속어이기 때문에 앨범에 수록된 가사는 ‘You ain't thing’이었지만, 상현이 라이브를 할 때마다 슬쩍 ‘You ain't shit’으로 바꿔 부르는 부분이기도 했다.
넌 존중받아야하고
존중보다 필요해 사랑
정 못 믿겠다면 날
생각해 에이전시 회사라.
멜로디가 사라지고 점점 빨라지는 랩.
능글맞음 어느새 사라지고 남은 건 진심 뿐.
옆 시트에 오른손을 올리고 왼손으로 잡아 핸들,
난 잘생겼고, 돈도 많고, 또 필요이상으로 젠틀.
그러니-
‘그러니’란 말이 끝나고 나타난 1초의 공백.
음악에서는 단 0.1초의 공백도 그 음악을 크게 바꿀 수 있었다.
지금 나타난 1초의 공백은 진심을 다해 고백한 남자가 숨을 멈추고 대답을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었다.
난 고백했어. 그러니까,
돌려, 돌려, 돌려,
당장 네 핸들
돌려, 돌려, 돌려,
당장 네 핸들
돌려, 돌려, 돌려,
당장 네 핸들
돌려, 돌려, 돌려,
당장 네 핸들
상현이 유턴을 부르기 직전에 다짐했던 것처럼 라이브 스테이션의 무대는 완벽한 무대가 되었다.
벌스 1, 후렴, 벌스 2의 감정 상태가 너무나 완벽했다.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여성들은 자신이 상현에게 구애를 받는 당사자가 된 기분마저 느끼고 있었다.
상현을 남자로 생각해본 적 없는 혜연마저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상현의 팬들은 오죽하겠는가.
돌려, 돌려, 돌려,
당장 네 핸들
돌려, 돌려, 돌려,
당장 네 핸들
후렴구는 점점 작아져서, 이제는 들릴락 말락 속삭이는 소리가 되었다.
속삭이는 소리가 끝나는 순간 E 피아노, 스냅이 뒤로 쫙 빠지며 둥둥거리는 베이스만 남았다.
마침내 베이스의 소리까지 사라지는 순간, 20시 스테이션의 라디오 방송실에 박수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
두 명의 여성 작가와 혜연이 치는 박수소리였다.
“감사합니다. 유턴이었습니다.”
“와, 노래 정말 좋네요. 아니, 노래는 원래 좋았고 라이브 무대가 좋았다고 해야 하나요?”
“감사합니다.”
I Just See가 ‘아저씨’가 돼버렸지만 여전히 로맨스를 꿈꾸는 남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유턴은 동시에 두 남자의 구애를 받는 느낌을 통해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이거. 솔로앨범 팔리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데요?”
너스레를 떤 혜연이 이번엔 유턴에 얽힌 배경 이야기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888 위크의 시작을 알리는 상현의 20시 스테이션은 성공리에 막을 내리고 있었다.
상현의 20시 스테이션은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한 것은 기본이고, 2006년 모든 라디오 방송국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청취율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
상현의 출연을 필두로 시작된 888 위크(Week)는, 888 크루와 CBC 방송국 양쪽 모두에게 엄청난 성과를 안겨준 윈윈전략이었다는 평가로 마무리가 되었다.
CBC 방송국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화제의 중심에 올랐으며, 새싹 청취자들을 얻었다는 이득을 챙겼다.
888 위크를 통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라디오를 들었던 청취자들은, 888 크루가 나오지 않는 월요일에도 다시 라디오를 찾아왔다.
그런 이들의 선택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박혜연의 20시 스테이션으로 몰린 것은 일견 당연한 결과였다.
라디오는 TV와 다른 매력이 있는 매체라서, 한 번 라디오에 빠진 사람들은 절대로 라디오를 끊지 못했다. 게다가 라디오는 멀티태스킹이 되기 때문에 TV와 달리 시간을 잡아먹는 개념보다는 일상과 공유되는 개념이 강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고등학생들의 청취율이 높았던 20시 스테이션이 드디어 한계를 벗어나 CBC 라디오 방송국의 압도적인 청취율 1위를 기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같은 새싹 청취자들의 러쉬는 일시적인 현상일 확률이 높았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비정상적인 청취율은 점점 정상수치로 돌아올 것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도 꾸준히 라디오를 사랑하게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었고, 그 수는 거품이 다 빠져도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제 7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연말 CBC 방송국의 라디오 프로그램 상은 ‘20시 스테이션’이 받을 거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CBC 방송국만 이득을 본 것은 아니었다.
888 크루는 JFTR과 56 JFTR의 노래들을 연일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부르며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음악방송을 잘 보지 않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JFTR과 56 JFTR의 주된 구매자가 10대와 20대였다면, 888 위크가 끝난 이후에 30대와 40대 소비자들의 앨범 주문이 대폭 증가한 것이 그 증거였다.
덕분에 11만장에서 상승세가 주춤하던 JFTR의 판매량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888 위크 한 주 동안만 4만장을 팔아치우는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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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 크루 정규 1집 앨범
판매량 159,36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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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장에 육박하는 JFTR의 판매량은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는 수치였다.
8만장까지만 해도 고개 돌리고 억지로 눈감고 있던 MSC 방송국과 KSC 방송국의 엉덩이에 불이 붙게 된 것이었다.
발매 1달 만에 16만장을 판 뮤지션.
음반시장의 지독한 불황을 타파해줄 희망으로 묘사되기 시작하는 뮤지션.
이런 뮤지션들이 1위 후보는커녕 무대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이상했으니까.
888 크루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MSC 방송국과 KSC 방송국이 888 크루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불이익을 보고 있던 다른 가수들의 팬덤들도 거센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여론이 생각 이상으로 거세지자 MSC와 KSC는 부랴부랴 888 크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음악방송 출연을 제의한 것이었고, 1위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의한 것이었다. 물론 만들어주지 않고 공정하게 평가만 해도 888 크루가 1위겠지만.
하지만 888 크루는 누가 손을 내민다고 다 잡고, 누가 때려도 사과하면 용서해주는 팀은 아니었다.
“아, 정말요? 저희야 너무 좋죠. 그런데 저희가 이번 주말에 이미 스케줄이 있어서……. 사전 녹화는 언젠데요? 아, 그때도 스케줄이 있네요. 정말 너무 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그리고 그날 저녁 준형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한 줄의 글이 올라갔다.
-우리도 MSC 음악방송과 KSC 음악방송 출연하고 싶다…….
준형의 글을 제 3자가 보기에는, MSC 음악방송과 KSC 음악방송이 어떤 ‘알력’을 보내고 있기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뉘앙스로 보였다.
하지만 기겁을 한 MSC 방송국과 KSC 방송국이 준형에게 전화했을 때, 준형은 단지 스케줄 때문에 출연하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했을 뿐이라고 답했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며 글을 내렸다.
그러나 어디 글이 사라진다고 논란까지 사라지겠는가.
논란은 점점 가열됐고, 결국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시사방송 팀까지 꾸려질 정도였다.
“일부러 그런 거지?”
“너한테 배운 거지.”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너한테 배운 거잖아!”
“에이, 나쁜 놈.”
그동안 쭉 지켜봐온 상현의 처세법을 벤치마킹해봤던 준형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CBC 방송국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20시 스테이션을 통해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JFTR만이 아니었다. 상현의 솔로앨범 56 JFTR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56 JFTR은 본래부터 판매량이 상승세였기 때문에, 그 상승폭을 뚜렷이 체감할 수는 없었다. 시속 180KM을 밟고 있던 운전자는 200KM으로 속도를 올려도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으니까.
“이건 뭐, 가만히 앉아서 돈만 챙기는 기분이네.”
“진짜 난 놈은 난 놈이네요. 이러니까 계약 조건이 그렇게 좋지.”
“이상현이 연장계약 한다고 하면 아마 역대 최고 계약금 나갈 걸?”
“할까요?”
“하게 만들어봐야지. 그래도 요즘 보면 돈 맛을 좀 느끼는 거 같지 않아?”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죠. 추가 행사도 두 건이나 진행했죠?”
56 JFTR은 작곡, 편곡, 작사, 레코딩, 마스터링까지 전부 상현이 했다. 오경 미디어의 장비를 사용한 것 외에는 딱히 도움을 받은 것이 없었다.
게다가 사전 프로모션도 없었다. 56 JFTR은 상현의 요청 하에 JFTR 발매 보름 뒤에 기습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오경 미디어가 한 거라고는 앨범 아트윅과 제작, 유통 밖에 없었지만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56 JFTR이 발매 열흘 만에 무려 9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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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JFTR>
판매량 93,18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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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뻥튀기가 된 판매량이긴 했다. 오경 미디어 유통 라인에 있는 배급사나 앨범판매점에서 약간의 사재기를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56 JFTR의 사재기는 사서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사서 다 팔아버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2주에 걸쳐 기록됐을 판매량을 1주로 당겨버린 것뿐이었지, 판매량 수치 자체가 조작된 것은 아니란 의미였다.
사람들의 관심이 888 크루의 JFTR과 상현의 56 JFTR 중 어떤 앨범이 더 높은 기록을 쌓을지에 쏠리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888 크루는 CBC 라디오 스테이션을 통해서 모든 멤버들이 고루 조명을 받았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상미의 웹툰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기의 한 편에서 비켜나 있었던 우민호와 김환이 독자적인 팬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상현이나 하연, 준형의 인기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지만 결코 적은 수의 팬은 아니었다.
중간에 게스트로 섭외된 이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미 힙합 더 바이브를 통해 널리 알려진 칼립과 스타즈 레코드 뿐만 아니라, JFTR의 6번 트랙인 ‘Just 888 Kidding’의 피쳐링진인 텍서와 키블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텍서와 키블은 상현에게 믹스테잎을 건넸던 수많은 888 키드들 중에서 선택받은 이들이었다.
888 크루 멤버들과 스타일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잘하고, 독특한 바이브를 형성하는 이들이기에 앨범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Just kidding(농담이야)라는 말을 이용해 만든 Just 888 kidding은 국가대표, Just For The Record, 히치하이킹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트랙이 되었다.
이처럼 CBC 방송국의 20시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진행한 888 위크는 유의미한 많은 기록을 남겼다.
엄청난 청취율, 출연진들이 얻게 된 인기, JFTR와 56 JFTR 판매량 고공행진을 넘어서, 뮤지션을 알리는 새로운 방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888 크루처럼 많은 멤버들이 팀을 이루는 아이돌 그룹을 프로모션 하는 새로운 방법.
라디오 방송국과 접촉해 다양한 멤버 조합으로 꽤 긴 시간동안 모색하는 출연.
888 크루는 단지 박혜연과의 약속을 지키려던 것뿐인데, 어느새 그들의 행보에 쇼 비즈니스계의 시스템이 요동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2006년 7월 19일.
JFTR 발매 5주차.
56 JFTR 발매 3주차.
4주라는 긴 시간 동안 파퓰러 뮤직의 1위를 고수하고 있던 JFTR이 마침내 56 JFTR에게 1위 자리를 건네주는 순간이었다.
888 크루와 이상현이 경쟁해 이상현이 승리하는 그 광경을 보고, 누군가 한숨을 쉬며 ‘동업자 정신 살해 사건’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4주간 이어진 JFTR의 철혈독재가 끝나나 싶었더니, 같은 팔씨 가문에게 세습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상현은 파퓰러 뮤직의 세트장에 있지 않았다.
“왔어?”
“차는 가져왔지?”
“보자마자 운전수 취급이야? 우리 실제로 얼굴 보는 건 처음 아니야?”
“아, 그런가?”
상현은 씩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상현은 이미 그의 얼굴을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 중계 같은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상현은 공항 앞에 놓여진 스탠다드의 차에 올라탔다.
그는 빅애플(Big Apple), 멜팅팟(Melting Pot), 혹은 비기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뉴욕(New York)에 와있었다.
< Verse 31. Jealous, Forgiveness, Truth, Romance (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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