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se 29. Just For The Record (完) >
상현 앞에서 많은 표현을 한 건 아니지만, 채대한에게도 오피셜 부틀렉은 충격적인 음반이었다. 본토 힙합을 알고 있어 내심 무시했던 ‘한국어 힙합’의 본질을 목도할 수 있게 해준 음반.
그러니 그가 다음 앨범에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고, 이것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쇼케이스에 참석한 이유였다.
‘물론 앨범으로 들어봐야 제대로 알겠지만…… 존나 좋네.’
888 크루는 라이브가 워낙 훌륭해서 어지간히 망한 곡이 아니라면 공연에서는 거의 좋게 들리는 이상한 팀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JFTR은 좋다. 그것도 매우.
사실 채대한은 작업 단계에서 JFTR의 곡을 가장 많이 들어본 사람이었다.
완성 버전은 CD를 개봉하는 재미로 남겨두고 있었지만 가이드 버전은 8곡정도 들어보았다. 국가대표 같은 공개트랙을 포함해서.
그리고 그는 JFTR의 발표를 반대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반대라기보다는 몇 트랙을 빼고, 몇 트랙을 추가하길 권유했었다.
왜냐하면 JFTR은 지나치게 힙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채대한이 생각하기에 888 크루는, 특히 이상현은 단순히 랩 뮤지션을 넘어서 위대한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래퍼였다.
마이클 잭슨의 등장 이전에 클래식 뮤지션들은 ‘댄스곡’이라는 단어 자체에 질 낮음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벤트성이긴 했지만 몇몇 유수의 필하모니들이 마이클잭슨의 히트곡 메들리를 교향악으로 연주했으며 미국 국회에 등재돼 보관중인 유일한 뮤직비디오가 스릴러였다.
장르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 것이었다.
이처럼 마이클잭슨은 댄스곡이라는 장르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은 사람이었다. 채대한은 상현에게 당장은 무리지만 이러한 역할을 겨냥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기에 JFTR은 너무 힙합스러웠다.
물론 JFTR이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JFTR은 아마 판매량뿐만 음악방송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그가 알고 있기로 최근 활동 중이거나,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가수들 중에는 888 크루 대항마가 없다. 대항마로 언급된다고 해도 이길 것 같지 않고.
그러나 JFTR은 ‘완벽한 힙합’은 될 수 있어도 ‘힙합을 뛰어넘는 음악’은 되기 힘들 것이었다.
‘아, 내가 너무 미친 생각을 하는 건가? 이제 일주년 된 팀한테?’
사실 마이클 잭슨이랑 맥주 한 잔 해보기 전까지는 그가 무슨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긴 하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신나는 곡을 만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채대한은 상현의 무시무시한 재능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뭐야, 이거 별론데?’
그는 몇 번이나 상현의 비트를 듣고 이런 평가를 내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며칠 뒤 그 비트에 랩 가이드를 입혀온 것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분명 별로인 비트였는데, 랩을 얹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채대한은 상현이 비트메이커로써는 A급의 자질을 가지고 있고, 래퍼로써는 자신의 인지범위 밖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대하는 것이다. 자신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범위의 음악을.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오경을 나가야 할 텐데.’
채대한과 드레드는 상현이 오경에 왜 들어와야만 했는지를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소속 가수였다.
그리고 드레드는 상현이 오경에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덫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 상현의 계획을 들었을 때는 이놈이 아무리 뛰어나도 고등학생은 고등학생인가 싶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솔직히 좀 유치했다. 아무리 일이 잘 풀려도 그 정도 스케일로 일이 진행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JFTR을 듣는 지금은 다르다.
‘된다. 분명히.’
왜냐하면 그는 정확히 3주 뒤 온 세상에 발표될 비밀을 알고 있었으니까.
Just For The Record는 888 크루의 첫 번째 공식적인 기록이다. 음악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회고와 성장이 담겨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상현의 공식적인 기록에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바로 오경 미디어를 경험하고 얻은 부산물들이.
그리고 그것이 상현의 진정한 JFTR이 될 것이었다.
“흐흐흐…….”
채대한이 비밀을 떠올리며 낮게 웃었다. 그의 퀭한 눈동자와 마약 중독자 같은 눈빛이 두 배는 심해졌다.
그 사이 채대한의 옆자리에 앉은 사내 한유석은, 핸드폰에 마약신고번호 1301을 띄워놓고 다이얼을 누를까 말까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
어느덧 길면서 짧았던 쇼케이스의 끝이 다가왔다.
888 크루는 쇼케이스를 시작하면서 JFTR에 수록된 14트랙 중 7개의 트랙을 공연하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그들이 오늘 공연한 곡은 총 9트랙이었다.
그 중 6 트랙은 민호의 스킷을 포함 JFTR의 수록곡이었고, 3개의 트랙은 부틀렉 시리즈의 노래였다.
부틀렉 시리즈는 관객들이 ‘광주 업’과 ‘커피머신’, ‘데이드림’을 꾸준히 요청했기 때문에 성사된 셋 리스트였다. 물론 888 크루 멤버들이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이유가 가장 컸지만.
덕분에 대관 타임이 오버되면서 추가 대관비를 지불하게 되었지만, 그 돈을 아까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애당초 돈이 아까웠다면 쇼케이스를 무료로 진행하지 않고, 여타 가수들처럼 입장료를 책정했을 것이었다.
그렇게 타임을 오버해가면서 진행되던 쇼케이스가 드디어 마지막 순서만 남기게 되었다.
“마지막 순서네요. 오늘 정해놓은 시나리오 중에 제대로 지켜진 게 하나도 없었는데, 이것만큼은 기획대로 잘 진행하고 싶습니다.”
준형의 마지막이라는 말에 관객들이 아쉬움의 소리를 냈다. 하지만 다음 대관 예약이 있기 때문에 MICE 센터 대관 시간을 무작정 연장할 수는 없었다.
쇼케이스의 마지막 순서는 인터뷰였다.
하지만 통상의 인터뷰와 다르게 인터뷰어는 여기 모인 800명의 관객들이었다. 관객들이 종이에 질문을 적어 건네면, 888 크루 멤버들이 종이를 뽑아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관객들이 종이를 받고, 질문을 떠올리는 사이에 박혜연이 먼저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이 지루할 수 있으니까, 제가 먼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죠. 아, 다 쓴 질문지는 조금 이따가 왼쪽으로 모아서 스태프에게 건네시면 됩니다. 자, 그럼 가장 기본적인 질문 하나 해볼까요? 준형아, 오피셜 부틀렉의 총 판매량이 어떻게 돼?”
“오피셜 부틀렉이요? 3만장이 조금 못될 걸요? 찍기는 3만장을 찍었지만 저희가 개인적으로 뿌린 것도 좀 있으니까요.”
“절판 상태지?”
“네.”
준형의 답변처럼 오피셜 부틀렉은 현재 절판상태였다.
물론 아직도 2-3천장 정도는 소화할 여력이 있었지만, 그들은 딱 3만장으로 오피셜 부틀렉의 생명력을 끝냈다. 이제부터는 오피셜 부틀렉은 3만장의 판매를 기록한, 세상에 3만장 밖에 없다는 희소성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을 예정이었다.
888 크루의 가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 희소해지는.
“그럼 JFTR은 몇 장이나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어…….”
“솔직히.”
“사업적인 부분은 상현이가 책임지거든요? 리더로써 담당 부하 직원에게 답변할 수 있는 영광을 주고 싶습니다.”
준형이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을 상현에게 토스했다. 상현은 이미 해본 생각이었기 때문에 손쉽게 대답했다.
“5만장이요.”
“5만장?”
“네.”
상현의 거침없는 답변에 박혜연은 잠시 당황하다가 물었다.
“왜?”
“왜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요? 작년 대비 경기가 좋아서? 채권 수익률이 좋아서? 수출이 호조라서?”
상현의 대답에 질문을 작성하고 있던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근거가 있을 거 아니야. 그걸 물어보는 거지.”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5만장은 팔릴 수 있을 만큼.”
보통 앨범은 발매 주의 판매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발매 주부터 한 주씩 지날수록 판매량이 반 토막 나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었다.
때문에 상현은 JFTR이 발매로부터 2주 안에 2만장 정도의 물량이 소진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머지 2만장은 2달 이내로 천천히 소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오피셜 부틀렉 앨범은 굉장히 특이하게 팔린 케이스였다. 888 크루가 인지도를 얻으면서 그 인지도에 따라 판매량이 꾸준히 유지되었으니 말이다.
7개월에 3만장이 팔렸으니 매달 꾸준하게 4000장씩 팔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5만장이라…… 그럼 최대로 팔렸다고 가정하면 어느 정도까지 희망하고 있어?”
“글쎄요? 최고치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맥시멈으로 잡아도 8만장 정도가 한계 아닐까요?”
“그럼 누나랑 내기하자. 나는 JFTR이 9만장 이상 팔린다에 건다.”
“쪼잔하게 9만장 말고 10만장으로 하면 할게요.”
상현의 제안에 박혜연이 콜을 외쳤다.
현재 가요계는 음반 대불황의 시대로 기존의 유명 가수들도 5만장을 팔면 아주 잘 팔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시기였다. 정말 초대박 앨범이 10만장을 못 팔기도 했다.
30만장을 넘게 판 SG워너비 앨범 같은 아주 특이 케이스가 아니면 말이었다.
“뭐 걸고 할까?”
상현은 자신이 이기면 박혜연이 그들의 뮤직비디오에 공짜로 출연해줄 것을 조건을 걸었고, 박혜연은 그녀가 이기면 888 크루가 그녀의 라디오에 1주 동안 무료 출연해줄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렇게 둘이 내기를 하는 사이 관객들의 투표용지가 모두 마감되었다.
“자, 시작해볼까요? 우선 리더인 준형이부터!”
박혜연의 주도하에 888 크루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투표용지를 뽑았는데, 의외로 재치 넘치는 질문을 별로 없었다.
대신 아주 진지하게 음악적인 부분을 물어보거나, 888 크루의 활동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았다. 박인혁의 복귀를 물어보는 질문도 굉장히 많았고.
“아, 이 질문에 대답을 해볼게요. 질문은 ‘JFTR도 오피셜 부틀렉처럼 음원 유통을 안 하나요?’입니다.”
질문지를 선택한 김환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JFTR의 14트랙 전부를 유통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5트랙 정도를 선출해서 유통할 예정입니다. 내부적으로 어떤 트랙을 선별할지는 협의를 끝내긴 했는데, 100% 확정되는 되로 저희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왜 유통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없지만 대답을 해보자면, 저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888 크루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가끔은 돈이 필요했다. 행사장에 방문한다던가, 888 Show에 방문하기 위해 발생하는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었다. 888 크루는 이같은 비용이 그들의 퍼포먼스에 희소성을 올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고.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의 홈페이지에 집이 너무 가난해서 TV 외에는 888 크루의 공연을 볼 수 없다는 한 학생의 댓글이 올라왔다.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었다.
“유통사는 아마도 오경 미디어로 선택될 것 같습니다.”
김환의 말이 끝나자마자 준형이가 끼어들었다.
“환이 형의 답변이 이 질문과 연결되는 것 같네요. ‘왜 이상현 씨는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888 크루는 안 들어갔나요?’입니다. 음, 사실 힙합 팬들은 소속사의 아이돌 래퍼들을 보고 진정한 힙합의 본질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하죠. 이러한 주장은 언더그라운드나 힙합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독립적, 반항적인 이미지를 벗겨내야지 진짜 이유를 볼 수 있습니다.”
골수 힙합 팬들이 아이돌 래퍼를 혐오(그들의 표현을 빌려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왜냐하면 음악의 취사선택권이 소속사에게 넘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부분만 아니면 래퍼가 소속사에 들어가 있든, 대형 자본 밑에 있든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메바컬쳐나 AOMG, 하이라이트 같은 래퍼들의 레이블이 자본화 되는 것이었고.
“888 크루 전체가 소속사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음악적 취사 선택권을 절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현이 기획사에 들어간 이유는…….”
준형이 잠시 말꼬리를 흘리다가 다시 말했다.
이건 그들의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이유였다. 실제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경험치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메인스트림 뮤직 인더스트리는 정확히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가, 어떤 부분을 배워야하고 어떤 부분을 배척해야하는가. 아시겠지만 저희가 음악을 시작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 어깨 너머로 모든 것을 배울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상현이 오경 미디어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부분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준형의 답변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의아한 부분이었는데 의문이 완벽하게 해소되는 답변이었다.
“이 질문지는 저한테 온 게 아닌데, 잘 못 뽑았네요.”
그때 하연이가 종이를 팔랑팔랑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 계신 힙합 팬들을 충격에 몰아넣을 발표를 위해서 제가 대신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LA의 디제이 스탠다드와의 인연이 화제가 됐는데요. 현재 스탠다드와 계획 중인 작업물은 없나요? 이상현 씨?”
하연이 웃으며 상현에게 물었다. ‘충격적인 발표’라는 말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이 단번에 몰렸다.
하연의 질문에 상현이 난감하게 웃었다.
오피셜이 뜨기 전에는 말하지 않으려는 부분이었는데, 역시 888 크루는 계획대로 진행되는 부분이 없다.
“있습니다. 현재 스탠다드는 뉴욕에 머물면서 어떤 래퍼의 앨범에 공동 프로듀싱을 진행 중인데요, 과분하게도 제가 그 앨범의 한 트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상현의 말에 800명의 관객들이 ‘어떤 래퍼’의 이름을 알고 싶어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상현은 말할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웠다. 이런 쪽의 장난기는 나이를 먹고, 회귀를 해도 바뀌지 않는 듯했다.
상현이 너무 오래 질질 끌자, 마침내 참지 못한 관객 중 한 명이 크게 물었다.
“아, 그래서 누군데요?”
“케이알에스원이요.”
“네?”
애를 태우던 상현이 너무 쉽게 말하자 막상 물어본 관객이 당황했다. 관객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웃음 짓던 상현이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
“케이알에스원의 14번째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충격적인 발표에 쇼케이스장은 침묵으로 휩싸였다. 심지어 채대한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물론 모든 관객이 놀라서 침묵한 것은 아니었다. 800명 중 절반 정도의 관객들은 케이알에스원이 누군지 몰라서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1999 대한민국부터 한국 힙합을 응원했고, 미국 본토의 힙합에 대한 막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골수 힙합 팬들은 그야말로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알에스원이란 랩 네임만큼 유명한 로렌스 파커의 닉네임이 Teacher였다. 미국 본토에서도 선생이라고 불리는 래퍼.
그때 상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채대한을 발견했다.
“어, 형 오셨네요? 피곤해서 안 오실 것처럼 말씀하시더니. 여러분 저 분이 제 프로듀싱 스승님입니다.”
난데없는 상현의 말에 관객들의 시선이 채대한에게 쏠렸다. 그러나 채대한은 이런 시선에 당황하거나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짜야? 케이알에스원이랑 작업을 한다고?”
“네.”
쇼케이스장에 있는 2명의 기자는 잘은 모르지만 엄청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케이알에스원이라는 이름을 재빨리 수첩에 적었고, 888 크루의 팬들 역시 집에서 검색을 해보기 위해서 그 이름을 기억했다.
그 외에는 여전히 경악으로 침묵 상태였다.
채대한을 마약사범으로 의심하고 있던 한유석에게 그의 여자 친구가 소곤소곤 물었다.
“케이알…… 뭐? 그 사람이 누군데? 유명한 사람이야?”
“박지성이 퍼거슨이랑 입단 오피셜 사진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이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너가 좋아하는 주요한의 앨범 발매 소식이 뉴욕 타임스 메인에 떴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여전히 한유석의 여자 친구는 이해를 못했다. 그 순간 한유석은 아주 적절한 비유가 떠올랐다.
“너 친구 중에 유미였나? 걔가 동대문에서 옷 만들어 판다고 했지?”
“응.”
“걔가 만든 옷이 샤넬 로얄샵에 입고가 된 거야.”
“에이, 그게 말이 돼?”
“그러니까. 이게 말이 되나?”
“말도 안 돼.”
“그러니까. 말도 안 되지?”
“……그 정도야?”
그렇게 끝을 향해 달려가던 쇼케이스장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2006년 6월 10일.
JFTR의 시작을 알린 쇼케이스는 끝이 났지만, 888 크루의 쇼 타임(Show Time)은 진정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 Verse 29. Just For The Record (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