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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게르반의 유산(3) (167/249)
  •  167화. 게르반의 유산(3)

     얼마나 시간을 소모했을까.

     얼마나 많은 실패를 거듭했을까.

     로엘은, 결국 제대로 된 상위 개체의 언데드를 생성해 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것은 처음 만들었던 언데드의 그것과 완전히 같은 외양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그 크기가 성인 남성보다도 두 배는 컸다.

     부여된 마나가 불안정하지도 않았고, 뼈로 이루어진 육신의 균형이 불안정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제야 감을 좀 잡겠군.”

     로엘은 그렇게 말하며 같은 언데드들 몇 개체나 더 생성해 냈다. 한 번 성공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두 번째부터는 실패하는 일이 없었다.

     총 다섯 개체의 언데드가 완성되고, 로엘은 더 이상의 연습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로엘이 다섯 언데드 중 하나에게 다가가 손을 대었다. 그리곤 마법을 발현했다.

    <안식(Rest)>.

     언데드가 형체를 잃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연속해서 마법을 발현해 모든 언데드를 무너뜨리는 로엘.

     한 번 일으켜 세운 언데드이기에, 다시 되돌린다고 해도 사용한 재료 일부는 재활용이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로엘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재료 따위를 아껴가며 수련할 로엘이 아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보았다면 ‘그렇게 낭비할 돈이 있다면 날 주지!’라고 소리쳤을지도 모르는 광경이었다.

    “일단 요령은 충분히 파악했고.”

     숙련도와 다룰 수 있는 언데드의 개체 수 문제가 있지만, 그거야 당장 어떻게 해결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시간을 들여서 수련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굳이 이곳 수련실에서 해야 할 수련이 아니었다. 결국 지금 당장 해야 할 연습은 한 가지뿐. 그것은 바로- 

    ‘현대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무구와 언데드의 조합.’

     -현재의 전투 스타일과 앞으로 사용하게 될 능력의 융합.

     이미 이론은 세워 두었다. 이제부터 그것을 직접 체득해나갈 요량이었다.

     사실 현대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마법공학과 흑마법을 조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인간형 언데드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엘은 그 안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폐기했다. 그것은 언데드의 강점을 상당히 죽이는 일이라 여긴 것이다.

     언데드는 제작품. 그리고 현대 무구도 제작품이다. 생명체와 물건이 아닌, 물건과 물건이다. 그런데 굳이 그 두 가지를 따로 놀게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족보행체는 사족보행체에 비해 전투에 유리하지 않다. 이족보행체가 유리한 점은 오직 한 가지. 손에 무기를 들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논리는 언데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니, 이족보행체든 사족보행체든 이성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언데드이기에 더욱 강하게 적용된다.

     심지어 그것이 사족보행체에서 그치지 않고 비행체에까지 적용되게 된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평범하게 인간형 언데드를 제작해 현대 무기를 다루게 하면 확실히 편할 터였다. 별다른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좋을 테고.

     그렇지만 그것은 최선이 아니었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선 조금 돌아갈 필요성이 있었다.

    “지금부터가 진짜로군.”

     로엘이 아공간을 열었다. 이번엔 그 안쪽에서 마력포, 연사용 소총, 고화력 라이플, 산탄총이 하나씩 나왔다. 모두가 마력 탄환을 격발하는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각 무구의 외양이 조금 이상했다. 일반적인 무구와는 궤를 달리했다.

     손잡이, 받침대, 조준경 등등. 본래라면 있어야 할 것들이 여럿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었다.

     한 손으로 총신을 붙잡고 반대쪽 손으로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하는 일반적인 총기류가 아니었다. 사용하기에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구조였다.

     로엘은 그것들을 새롭게 제작할 언데드의 재료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마법을 발현했다.

    <사자(死者) 소환(Summon the dead)>.

     콰르르르르륵.

     뼈 무더기가 일어나 형상을 갖췄다. 방금 전에도 제작했던 사족보행 언데드의 형상을.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내부를 구성하는 데 쓰여야 하는 몇 가지의 재료가 빠졌다는 것.

     대신 그 자리에 연사용 소총, 고화력 라이플, 산탄총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 그것들의 총구가 언데드의 입으로 연결되었다는 것.

     그리고, 언데드의 등 위에 마력포가 얹혀 졌다는 것.

     일단 외견은 합격이었다. 제작의 문제로 인해 마나가 줄줄 새어 나오지도 않았고, 균형이 맞지 않아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그것이 아니었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을 것이라 로엘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연습을 했으니까.

     로엘이 영역 지배를 통해 언데드에게 지시했다.

    ‘격발.’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쯧.”

     로엘이 혀를 찼다. 역시나였다.

    “일단 대략적인 형태만 갖춰졌고, 내부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진 않은 모양이군.”

     언데드와 현대 무구의 합성을 위한 이론도, 설계도도 확실히 준비했다. 그러나 마법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어긋남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야 마법이란 게 기계처럼 딱딱 설계도대로 정확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니 당연했다. 이 부분은 생성, 분해, 기록, 파괴, 재생성을 반복해나가며 조율해나가야 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로엘은 언데드에게 라이플, 소총, 산탄총, 마력포의 작동을 차례차례 지시한 후, 그 어느 것도 작동치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곤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기록했다.

     그런 뒤, 분해.

     내부를 분해해 얼마나 오차가 났는지를 확인하고 그것 또한 기록했다. 다음번에 생성된 언데드를 분해한 결과와 대조하기 위해.

     * * *

     첫 번째 언데드에게서 얻어낸 자료를 모두 정리한 뒤, 로엘은 곧바로 두 번째 언데드를 일으켰다. 이번에도 작동한 무구는 하나도 없었다.

     분해하고 기록. 내부 구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연결쇠와 뼈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오차 내역을 면밀히 작성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언데드의 생성.

     마나 주입 방식에 따라 내부 구조에 어떤 식의 변화가 있는지 다섯 차례의 시험작을 토대로 분석했다. 대략이나마 법칙성을 발견했다.

     여섯 번째 언데드의 생성.

     드디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다른 것들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지만, 산탄총이 제대로 격발되었다. 내부 구조가 제대로 유기적으로 맞물렸다는 뜻이리라.

     분해하고 기록한 뒤 일곱 번째 언데드를 생성했다.

     빌어먹게도 다시 산탄총마저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산탄총과 연결된 구조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구조를 건드리려고 했으나, 그게 잘 되지 않아 재료가 뒤엉켰다.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열 번째 언데드를 생성했다.

     마지막에 이르러 드디어 2가지 무구가 작동이 가능해졌다. 산탄총과 마력포. 나머지 무구들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후우.”

     그 시점부터 별다른 소득 없이 재료만 소모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각각 다른 조합으로 두 가지까지는 어떻게든 작동을 시킬 수 있었지만, 그 외 나머지가 좀체 작동을 하질 않았다.

     마력포와 산탄총이 작동하면 소총과 라이플이 작동을 안 하고, 소총과 마력포가 작동하면 산탄총과 라이플이 작동을 하질 않는 등. 그야말로 답답한 결과만이 쌓여갔다.

     대신 그 모든 시행착오를 기록한 자료만큼은 착실하게 쌓여나갔다.

    “오.”

     그렇게 새로운 언데드를 일으킨 횟수가 막 세 자릿수를 넘겼을 무렵.

     드디어 3개의 무구가 작동했다. 마력포. 산탄총. 라이플. 어렵사리 거둔 성과였다.

     그리고 그즈음에, 수련실을 찾아온 인물이 있었다. 바로 카트리나였다.

    “로엘 님.”

     수련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피로에 찌든 로엘의 얼굴이었다. 이어서 어지럽게 늘어진 뼈 무더기와 무구, 연구자료도 눈에 띄었다.

     그녀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제대로 휴식은 취하고 게신 겁니까?”

    “…….”

     로엘은 애매한 미소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동안 먹는 것은 아공간의 보존식으로 대충 때웠고, 피로는 쪽잠과 운공으로 보충해왔다.

     카트리나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가를 내셨으면 휴식을 취하셔야지, 오히려 과로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그녀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체념의 의미가 담긴 행동이었다.

    “그보다, 지금 제가 휴가를 낸 날로부터 며칠이나 지났습니까?”

    “시간의 흐름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몰두하셨던 겁니까?”

    “…….”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일주일. 정확히 로엘이 휴가를 낸 기간이었다. 시간이 정말로 순식간에 흐른 것이다.

     로엘이 볼을 긁적였다. 아마 카트리나는 휴가 기간이 다 지났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질 않는 자신을 맞이하러 직접 마탑까지 찾아온 것이리라.

     로엘이 시선으로 수련실 내부를 쭉 훑었다.

     이젠 상당히 진척된 연구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이곳을 나가기엔 너무나 아쉬움이 컸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로엘은, 카트리나에게 돌발 선언을 했다.

    “3주만 더 개인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예?”

     카트리나가 기겁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주라니! 앞선 1주의 휴가를 합치면 거의 한 달에 가까운 기간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중요한 일들은 대체로 마무리된 상태니까요. 조직 개편도 확실하게 끝마쳐 뒀으니 저 한 사람 좀 쉰다고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리는 없습니다.”

     애초에 한 사람의 부재로 굴러가지도 못할 조직이라면 논할 가치도 없다. 로엘은 조직을 그렇게 부실하게 정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러나 카트리나는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아예 일을 손에서 놓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웬만한 건 카트리나 양의 선에서 처리해 주시되, 정말로 중요한 결재 서류는 이곳으로 가져와 주세요. 수고를 끼치게 되어서 미안합니다.”

    “…….”

    “지금 이렇게 바쁘다는 이유로 하던 걸 미루게 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요.”

    “제가 보기엔 그러다 과로로 쓰러지시고 더 크게 후회할 것 같습니다만.”

    “하하.”

     로엘은 내심 찔리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전생에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후우. 알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오.”

    “?”

    “하루 네 시간 수면. 그리고 한 시간 운공. 이것만 지켜주신다면 원하시는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그건…….”

    “업무 대행에 업무 관련 보고를 위한 주기적인 마탑 방문까지. 이렇게나 일을 잔뜩 떠맡겨졌는데, 제게 이 정도 조건은 내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결국, 로엘이 손을 들고 항복 선언을 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트리나 양.”

    “수행 비서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챙겨야 할 부분을 챙겼을 뿐입니다.”

     카트리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변하고 수련실을 나섰다. 로엘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자신이 수행원 하나는 참 잘 뽑았다는 생각을 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약속한 휴가 일자가 딱 이틀이 남았다.

     로엘은 그 시간 동안 아주 단순한 일만을 반복했다. 실험, 기록, 재실험.

     그나마 컨디션은 제대로 돌보면서 실험했다. 네 시간 수면, 한 시간 운공, 그리고 제대로 된 식사까지.

     카트리나가 내건 조건, 그리고 바쁜 와중에 한 번씩 짬을 내어 찾아온 플로라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식사에 관련한 부분이 추가된 것은 다름 아닌 플로라의 엄포 때문이었다.

     그나마 규칙적인 일과를 보내며, 로엘은 계속해서 연구에 매진했다. 그렇게 언데드 생성, 분해, 기록, 재생성의 과정을 반복한 횟수가 네 자릿수를 넘어섰다.

     실험의 과정에서 소모된 재화만 해도 천문학적이었다. 웬만한 마탑의 탑주일지라도 개인 마법 실험에 그만한 금액을 쏟아붓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그렇게 시간과 노력, 재화를 쏟아부은 결과는 확실했다. 로엘은 결국 자신이 뜻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연결된 모든 현대 무구가 제대로 작동됨을 확인했다. 하는 김에 욕심이 생겨 언데드 자체의 내구도를 높이고, 성능도 높였다.

     처음 만들어냈던 언데드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질 않을 만큼 사나워진 외견. 크기 자체는 그리 변하지 않았지만, 뼈로 이루어진 가시를 몸 곳곳에 불쑥불쑥 튀어나온 모습이라 섬뜩한 느낌을 자아냈다.

     로엘은 감회 어린 얼굴로 언데드를 들여다보다가, 툭 하고 내뱉었다.

    “네 이름은 헬 하운드(Hellhound)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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