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6화. 게르반의 유산(2) (166/249)
  •  166화. 게르반의 유산(2)

     폭급하게 몰아치는 기운. 심지어 그 기운의 주체는 ‘마기(魔氣)’.

     일전에 토우런트 왕국 왕실 주최 파티에서 마르실을 대상으로 내뿜었던 기운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압도적인 파장.

     초인의 대열에 속한 이들 중에서도 최상위, 혹은 그 이상의 경지에 다다른 레인이다. 그가 그 압도적인 내력을 이용해 작정하고 상대를 압박하려 드는 것이었다.

    “커억. 컥!”

     기운을 맞받게 된 대상인 여인, 렐리에나는 숨이 멎을 것만 충격을 받고 기침을 내뱉었다. 그녀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한 발짝은, 그녀의 발뒤꿈치가 레인이 그려놓은 원의 끄트머리와 맞닿게 만들었다.

    ‘이런!’

     그녀의 머리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이성을 되찾았다. 당장이라도 이 기세를 피해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원 밖으로 밀려나면 끝이라고 했었지.’

     그녀는 남들보다 프라이드가 강한 성격이었다.

     자신만만하게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참이다.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꼴사납게 불합격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으윽.”

     그녀는 이를 악물고 걸음을 되돌렸다. 항거할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한 기운에 침과 눈물, 콧물이 쏟아졌다. 애초에 그녀의 경지로썬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수준의 기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버텨냈다. 오기로 버텨냈다. 이를 꽉 물고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버텨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몰아치던 기운이 일순간에 사그라들었다.

    “쿨럭. 흐으. 흐으.”

     렐리에나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다잡으며 레인을 노려보았다. 레인이 차를 한 모금 입으로 넘기고, 짧게 말했다.

    “합격.”

    “후우우우.”

     직후 렐리에나가 바닥에 엎어졌다. 긴장이 풀려 몸을 가누질 못하게 된 것이다. 곧바로 셀린이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셀린의 시선은 렐리에나의 허리춤에 매인 단궁으로 향해 있었다. 아무래도 이 여인은 자신이 가르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가 자리를 벗어났다.

    “다음.”

     레인이 내용물을 비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웅성웅성.

     무슨 종류의 시험이 벌어진 것인지 대충은 감을 잡은 좌중의 인물들에게서 다시금 소란이 일어났다.

    “…….”

     오래지 않아 다음 참가자가 원 안쪽에 섰다. 그리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생겨났다.

     레인은 레이나에게 차를 새로 타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곤 앞서 그랬던 것처럼 기운을 내뿜었다.

    “으허억!”

     2번째 참가자는 잠시도 견디지 못하고 원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렇게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해, 100명 중 83명이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원 밖으로 밀려났다. 끝까지 견뎌낸 것은 렐리에나를 포함한 17명뿐.

     레이나가 그들의 명단을 모두 적어 내린 것과 동시에 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선언했다.

    “합격한 열일곱 명은, 앞으로 내게서 무술을 지도받게 될 거다.”

     합격한 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합격하지 못한 이들이 부러운 시선을 그들에게 던졌다.

     그들은 이제 알았다. 눈앞의 젊은 사내가 얼마나 강한 무인인지. 이만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날은 평생을 통틀어 얼마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각각 인솔해줄 감독관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가도록.”

     불합격자라고 쫓아내는 것은 아니었다. 불합격자는 불합격자대로 로엘의 휘하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까지 대대적으로 일을 벌여 모아둔 이들이다. 레인의 기준에 차지 않는다고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처음부터 나머지 인원은 로엘이 전투팀으로 끌어들일 예정이었다. 각 군사요충지에 공급할, 그리고 바르바젠에게 넘겨줄 인력을 지금 시점에서 보충하기로 한 것이다.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합격자들이 더 좋은 대우의, 사회의 전면에 드러나는 직장을 얻는다는 것. 그리고 불합격자들은 계약 마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스승님. 이 시험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모든 참가자가 방 바깥으로 나간 뒤, 레이나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이 시험은 상대의 자질을 살펴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별것 아니야. 오기나 독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을 본 것뿐이지.”

     레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저들은 셀린이나 레이나처럼 괴물 같은 재능을 가지지 못했다. 거기다 다수이기까지. 그러니 심사의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했다.

     어차피 이 자리에 뽑혀 왔다는 것만 해도 저들의 자질은 평균 이상이라는 뜻. 그러니 심사해야 할 것은 저들의 실력이나 자질이 아닌 ‘악바리 정신’이었다.

     앞으로 저들은 ‘단기간’ 내로 쑥쑥 성장해서 전력이 되어주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레인의 가르침, 그리고 로엘의 금전, 영약 지원이 있다고 해도 그 본인의 의욕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법.

     솔직히 레인은 그 자신의 의욕이 어떻든 간에 억지로 밀어붙인다면 누구든지 성장시킬 자신이 있긴 했다. 원래 인간은 죽도록 구르다 보면 어떻게든 성장하는 법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과정을 버틸 정도의 정신력은 어찌 되었든 있어야 했다. 오기로든 독기로든, 수시로 한계를 넘나드는 상황을 버텨낼 수 있어야 했다.

     방금 전의 시험은 바로 그것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체 얼마나 빡세게 굴리려고.”

     셀린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레인은 하품을 내뱉으며 대꾸했다.

    “뭘. 실질적인 조교 역할은 너희들이 맡아야 하는데.”

    “…….”

     대놓고 나쁜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인간이 여기에 있었다.

     셀린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레인이 그다지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스승은 아니라는 것을.

    “슬슬 움직이자. 되도록 빠르게 모든 시험장을 순회해야 하니까.”

     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와이번을 대기시켜둔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레이나와 셀린이 뒤따랐다.

     * * *

     레인이 한참 무력대 창설을 위한 밑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무렵.

     로엘은 정말로 오랜만에 마탑의 지하 수련실에 발을 들였다.

    “오랜만이로군. 여기도.”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이곳을 찾아올 여유가 없었다.

     체중이 줄 정도로 일에 몰두한 덕분에 그나마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곳을 찾아왔다.

    “더 이상 미뤘다간 한도 끝도 없겠지.”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로엘이 아공간으로부터 꺼내 든 것은, 이전에 유적에서 획득한 게르반의 유산이었다.

     영웅과 악마의 유적에서 획득한 게르반의 유산은 당연하다는 듯 로엘에게로 돌아갔다. 애초에 로엘 이외엔 마법적인 소양을 가진 자가 전무했으니까. 그리고 로엘 본인이 그것을 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로엘은 굳이 마법을 익힐 생각이 없었다. 그야, 마법을 익혀 봐야 쓸모가 없을 게 분명했으니까.

     지금까진 그가 원한다고 익힐 수 있는 마법이라고 해봐야 원소 마법뿐이었다.

     그 이외의 특수한 마법은 익히고 싶다고 익힐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보편적인 원소 마법 이외의 마법을 익힌 마법사들은 대체로 폐쇄적인 성향이 강했기에.

     문제는, 원소 마법은 이미 강력한 힘을 갖춘 로엘에게 전혀 매력적인 힘이 아니라는 것.

     정말로 익혔을 때의 이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굳이 시간을 투자해가며 익혀야 할 정도의 메리트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그리고 딱히 원소 마법이 아닌 특수한 종류의 마법이라고 해도 그 대부분은 로엘의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비주류 마법 중 절반 이상은 원소 마법만도 못한 효율을 지녔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그나마 그가 관심을 둔 마법이라고 해봐야 공간 마법, 그리고 계약 마법 정도였다. 그중 공간 마법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포기했고 계약 마법은 관련 현자를 협박해 이미 습득했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몰두할 정도의 새로운 마법을 손에 넣었다. 귀한 시간을 투자해가며 익힐 메리트가 있는 마법을.

     심지어 그 마법이 현재 가진 힘, 혹은 전투 스타일과 상당히 잘 어울릴 듯했다.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익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바쁘다 보니 지금까지 미루고 미뤄왔지만,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앞으로 더 큰 힘을 필요로 하게 될 테니까.

    “이쪽만 뒤처질 수는 없지.”

     레인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하고 있고 르우벤은 무려 마검을 손에 넣었다. 심지어 카트란 또한 ‘그’의 힘을 끌어 쓰는 데에 점점 능숙해지고 있고.

     다른 이들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데 이쪽만 정체되어서야 면이 서질 않는다.

     로엘은 훗, 하고 웃으며 재차 아공간을 열었다.

     콰르르르르륵.

     쏟아져 나오는 ‘뼈’들. 오우거를 비롯해 뼈가 단단하기로 유명한 몬스터들의 부산물이다.

     그동안 시간이 없었다지만, 마법을 익히기 위한 밑 준비 정도는 철저히 해 두었다. 그 부분은 그 자신이 아닌 아랫사람들을 부리면 그만이었으니까.

     진작에 개인 대형 공방에 지시를 내려두었었다. 다양한 종류의 뼈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그것을 연구자료에 적힌 대로 특수한 방식으로 가공하도록.

     그렇게 준비된 분량이 무시무시했다. 아공간에 그득히 들어 있는 그것들이 부족할 일은 절대 없을 터였다.

     게다가 짬짬이 시간을 내어 모든 자료와 마법서를 읽고, 기록된 마법을 발현하기 위한 마력 조작법을 연습했다. 그 정도는 바쁜 와중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모를까, 로엘은 천재였다.

     제대로 시간을 투자하지도 못했고 들인 노력의 절대치도 낮았지만, 그는 흑마법의 이론만큼은 확실하게 습득해냈다. 다른 마법사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기가 막혀 했으리라.

     아무튼, 이제 남은 것은 실전뿐.

    ‘게르반의 흑마법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로엘이 뼈 무더기에서 첫 번째 언데드를 제작하기 위한 재료들을 골라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정확히는 ‘복구해낸’ 게르반의 마법이 두 가지인 것이었다. 두 종류의 언데드 생성 마법.

     그 외에 게르반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수많은 강력한 흑마법은 어떻게 복구할 방도가 없었다. 유적에서 얻은 그의 유산엔 어디까지나 언데드에 관한 내용만이 담겨 있었기에.

     두 종류의 언데드 생성 마법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러했다.

    ‘개체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언데드 다수를 제작해 부리는 마법. 그리고 개체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력한 언데드 소수를 제작해 부리는 마법.’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우선 전자의 경우엔 물량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경제적이었다.

     특히 전장에서의 효율성이 굉장히 높았다. 언데드가 소모된 만큼 곧바로 다시 충원시키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물론 단점은 각 개체의 힘이 그리 높지 않아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었고.

     후자의 경우엔 각 개체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강력할 뿐만 아니라 어색하고 단조로운 움직임밖에 보일 수 없는 하위 언데드에 비해 유용성이 굉장히 높았다.

     다만 다룰 수 있는 개체 수가 적었다. 그리고 경제적이질 못했다. 하나의 개체를 제작하는 데만 해도 귀한 재료를 잔뜩 소모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돈 잡아먹는 하마였다.

     거기다 부서졌을 때 바로 새로운 개체를 보충할 수가 없기도 했다. 말했듯, 제작에 필요한 고급 재료가 너무 많기에 현지에서의 즉각적인 재료 공수가 불가능한 것이다.

     게르반의 경우엔 이 두 가지 마법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언데드의 한계 수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하위 언데드와 고위 언데드의 균형을 맞췄다.

     르우벤에게 듣기로 게르반의 진전을 일부 이어받았다는 프레퍼의 간부 또한 그와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고 했다. 확실히 그것이 가장 균형 있게 강해지는 길일 터였다.

     그러나 로엘의 경우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난 다른 것 없이 고위 언데드만으로 한계 용량을 꽉 채운다.’

     애초에 과거의 것을 일부 복구해낸 것에 불과한 마법이다. 프레퍼의 간부가 그러하듯, 로엘 또한 다룰 수 있는 언데드의 용량 한계가 게르반의 그것에 크게 못 미쳤다.

     안 그래도 부족한 용량 한계를 하위 언데드로 채워 넣기엔 너무 아까웠다. 게르반처럼 수십만의 언데드를 다룰 수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고급 전력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소수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관점에서의 소수였다. 하위 언데드와 비교해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적은 숫자는 절대 아니었다.

     게다가 앞으론 마법 복구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숙련도를 높여 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다룰 수 있는 개체 수가 점차 늘어나게 될 터였다.

     문제가 있다면 고위 언데드만으로 이루어진 군세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점.

    ‘하지만 내겐 그 부분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위 언데드의 공백? 이쪽엔 강력한 세력이 있다. 지금도 상당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거대해질 세력이. 공백 따위 그냥 일반 병력으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다.

     고위 언데드 제작에 소모되는 막대한 재화? 코웃음 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문제다.

     소모된 개체를 곧바로 보충할 수가 없다? 아니, 이쪽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아공간에 재료를 넘치도록 쌓아두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하위 언데드는 현대 무기를 다룰 수가 없으니까.’

     그가 직접 제작한 현대 무기들.

     움직임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하위 언데드는 로엘이 제작한 무구를 다룰 수가 없다. 원래 가진 능력과 마법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로엘의 최종적인 목표는 강력한 고화력 무기를 장착한 고위 언데드 군단이었다. 같은 무구를 든 인간과는 명확히 다른 강점을 지닌 군단.

     가장 중요한 점은 언데드가 본질적으로 무생물이라는 것. 즉,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군단. 보급의 문제도 없고, 인도적인 측면의 부대 운영 따윈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는 최악의 군단.

     각 개체의 합공이라면 초인이나 초월자조차 압도할 수 있고, 부서지더라도 새로운 개체를 얼마든지 충원할 수 있는 불멸의 군단!

     그것이 로엘의 최종적인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연습을 해야지.”

     재료도 충분하고 이론도 완벽하다. 그러나 아직 실전이 부족하다. 시간을 들여 숙련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었다.

     로엘은 일단 연습에 필요한 재료를 한군데 모아두었다. 그리고 마법을 발현시켰다.

     체내에 축적된 마력이 대기 중의 마나와 공명했다. 마력과 공명한 마나가 로엘의 인도에 따라 뼈 무더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자(死者) 소환(Summon the dead)>.

     이미 공방을 거쳐 특수가공이 완료된 고급 재료들이었다. 솔직히 겨우 연습 따위에 쓰기엔 지나치게 값비싼 물건들.

     그러나 어차피 최종적으로는 이것들로 언데드를 제작해야 했다. 그러니 이왕 숙련도를 높일 거라면 이편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보통의 흑마법사들이 싸구려 재료들을 이용해 조금씩 숙련도를 높이고, 단계적으로 고급 재료를 사용해가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야말로 로엘이기에 가능한 행위.

    [크르르르르르.]

     언데드는 인간의 형상이 아닌 사족보행 몬스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된 건가?”

     로엘이 강아지 정도 크기의 언데드를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르르르륵.

     언데드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

     아직은 연습이 부족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