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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빌헬름 공작가(2) (138/249)

 138화. 빌헬름 공작가(2)

“정말로 둘이 대련하는 거야?”

 관전자들이 의아한, 혹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레인과 니에라 공작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르우벤이 불러들인 와이번 위에 탑승하고 있었다.

 초인끼리의 대결에 연무장과 같은 좁은 장소는 적절치 않았다. 그렇기에 장소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이럴 시간 없고, 빨리 우리도 움직이자.”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다 끝나 있는 것 아니야?”

 공작의 지시에 따라 예정에 없던 외출을 나서게 된 그녀의 제자들이 부산을 떨었다. 다들 레인이 초인의 영역에 이른 강자라곤 생각지 못한 탓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너희는 함께 가기로 하고.”

 공작이 레이나와 스테반을 불러 와이번에 탑승시켰다. 대련으로 인해 지친 두 사람을 배려해준 것이다. 다섯 정도면 충분히 와이번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숫자였다.

 키에에엑!

 와이번이 기성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중원의 무술은 좌공(坐功)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엘레노어 대륙의 무술은 동공(動功)을 기반으로 한다.

 그렇다면 두 기공법 중 어느 쪽이 더 우월할까.

 아무래도 초일류의 경지까지만 놓고 보면 좌공이 동공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 선택지가 넓으니까.

 그러나 초인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나면 그것이 완전히 뒤집어 지게 된다. 동공 수련자들이 기막을 전신에 두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서 엘레노어 대륙의 초인들은 죄다 금강불괴의 하위 호환이라고 보면 된다. 중원이었다면 한 세기에 한두 명 있을 법한 인재가 차고 널린 것이다.

 보통의 초인과 금강불괴라는 특성을 지닌 초인. 어느 쪽이 우세할지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좌공을 수련한 이들에겐 상대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것만으로는 상대를 압도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괜히 금강불괴지체가 중원에서 최상위 무골이라 평가받는 게 아니었다. 그 신체적인 특성만으로 웬만한 격차는 씹어 먹는 게 가능하기에 그토록 세인에게 경외 받는 것이다.

 다만, 이 역학관계를 뒤집을 수 있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이를테면 레인의 제자들.

 레이나의 특이한 재능이나 셀린의 괴물 같은 신체라면 그것을 뒤집고도 남는다. 그녀들이 가진 재능은 금강불괴라는 특성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니까. 하물며 금강불괴의 하위 호환임에야.

 그렇다면, 레인의 경우엔 어떠할까. 레이나나 셀린과 같은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그 재능조차 우습게 여길 정도의 자질을 지닌 그라면.

 * * *

 르우벤이 과장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소리쳤다.

“시작!”

 직후, 레인이 서 있던 자리에 잔상만을 남겨둔 채 사라졌다. 그리곤 니에라 공작의 배후에서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

 초장부터 이렇게 빠르게 기습해 올 줄은 몰랐던 공작이 살짝 놀란 얼굴로 레인의 공격을 받아냈다. 표정과는 다르게 공격 자체는 수월하게 걷어냈다.

 레인이 곧바로 신형을 반 회전시킴과 동시에 공작에게 더욱 접근했다. 공작이 일단 거리를 벌리기 위해 물러났다.

 카카카카카카카캉!

 검이 수없이 맞부딪치며 불똥을 토해냈다. 아무래도 기본적인 역량의 차이가 있는지라 니에라 공작의 의도대로 두 사람의 거리가 벌려지고 말았다.

 레인은 지체 않고 진각을 밟았다.

 터어어엉!

 공작이 움찔, 하고 반응했다. 초인중의 초인인 그녀이니만큼 기습적인 진각에도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레인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반응이 미세하게 늦어졌다.

 재차 쉴 새 없이 검격을 교환하는 두 사람.

 한참 검격을 주고받던 중, 레인이 기습적으로 이화접목의 묘리를 이용해 공작의 검격을 흘려냈다. 그렇게 만들어낸 허점을 향해 찌르기.

 억지로 신체를 뒤틀어 검을 되돌리면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공작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왼팔을 들어 올려 검격이 날아들고 있는 장소에 가져다 댔다.

 카앙!

 레인의 검격이 공작의 팔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맨살로 검격을 튕겨내다니,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참고로 니에라 공작은 크레틸 자작과는 달리 갑주를 걸치지 않았다. 그냥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녀에겐 힘을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할 갑주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쯧.’

 레인이 내심 혀를 찼다. 이래서 금강불괴는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몸 전체가 흉기다 보니 웬만해서는 위축되질 않는 것이다.

 되레 전투를 행함에 있어 선택지가 굉장히 넓기까지 했다. 제대로 된 직격을 한 번만 허용해도 위험한 이쪽과는 달리 그치들은 급소를 몇 번씩이고 내줘도 별 손해가 없으니 당연했다.

 이대로라면 이득은커녕 손해만 보고 물러나야 한다. 그것은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레인은 물러나는 대신 더더욱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레인이 주먹을 내뻗었다. 니에라 공작이 손등으로 그것을 받아냈다.

 레인이 지체 않고 진각을 밟았다. 그와 동시에 공작의 손과 맞닿은 주먹을 비틀었다.

 터엉!

 붕권(崩拳).

 격공의 묘리가 담긴 파장이 공작의 손을 넘어, 허공을 격하고 그녀의 상반신에 적중했다.

 이번만큼은 니에라 공작도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신형이 뒤쪽으로 튕겨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를 바로잡긴 했지만.

“…….”

 곧바로 추격하려다가 제자리에 멈춰 선 레인이 콧등에 난 생채기를 가볍게 쓸었다. 한 걸음만 더 내디뎠다면 생채기로 끝나지 않을 뻔했다.

 튕겨 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이런 견제를 가해오다니 과연 왕국제일검사였다. 레인이 가볍게 숨을 골랐다.

‘일단 이걸로 동수는 이뤘나.’

 적어도 첫 번째 교전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레인은 그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정말로 승리하고 싶다면 초반에 무슨 수를 써서든 이득을 봤어야 했다. 상대의 역량은 이쪽보다 위니까.

 그러나 이것은 대련.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되면 굉장히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릴 터.

“놀랍군.”

 공작이 나직이 감탄했다. 아무리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초반에 기습적인 공격을 당했다지만, 눈앞의 소년이 자신과 동수를 이룰 줄은 몰랐다.

“이 정도였나?”

“계속 가겠습니다.”

 레인은 곧바로 신형을 날렸다. 상대가 자신을 분석할 시간은 되도록 주지 않는 게 좋았다.

 먼저 검강 발출. 그리고 그림자로부터 은밀하게 창 한 자루를 뽑아 들어 내던졌다.

 공작이 마찬가지로 검강을 발출해 검강을 막아냈다. 날아드는 창은 검면으로 가볍게 쳐냈다.

 그 사이에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레인이 검을 휘둘렀다. 열양지기가 듬뿍 실린 검에서 확 하고 불꽃이 치솟았다.

“오호.”

 검가의 비전을 습득한 이였던가.

 공작은 그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공격을 맞받았다. 일반적으론 열양지기와 맞부딪치면 맞부딪칠수록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어 있지만, 공작은 압도적인 출력으로 열기를 되레 짓눌러버렸다.

“!”

 그렇게 여유롭게 공격을 받아내던 공작이 갑자기 신형을 확 하고 뒤틀었다. 분명 방금 전 튕겨냈던 창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들은 탓.

 촤악!

 공작이 서 있었던 공간을 가로지르는 창. 간발의 차이로 피해낸 공작은 창격의 위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듯한 파공음에 살짝 신음을 흘렸다.

 상대의 검을 둘러싼 화려한 염화에 조금만 더 감각을 현혹당했다면 위험할 뻔했다. 공작은 그제야 레인이 괜히 열양지기를 끌어올린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콰과과곽!

 창은 쉴 새 없이 회전하며 바닥을 깊숙하게 파고 들어갔다. 기막을 뚫어내기 위해 강기와 회전력을 듬뿍 가미했음이 분명했다.

 공작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특이한 기술이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것이 마법적인 요소는 일절 담기지 않은 무술가의 기예임을.

“…….”

 레인은 어느새 훌쩍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조금씩 밀리고 있던 와중에 이기어창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로써 또다시 동수를 이뤘다. 그것에 만족했기에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거리를 벌린 것이다.

‘밑천은 점점 드러나는데 동수가 한계라니. 역시 '대련'이라는 전제 하에선 공작을 쓰러뜨릴 방법이 없나.’

 15살 소년이 무려 왕국제일검사와 동수를 이뤘다는 것은 제삼자의 시선에선 분명 굉장한 일이었다. 그러나 레인 본인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서로 손속에 사정을 두다 보니 반전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크레틸 자작과 일전을 치렀을 때처럼 억지로 틈을 벌릴 방도가 없었다.

“계속 가겠습니다.”

 그렇지만 레인은 쉬지 않고 또다시 달려들었다.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손을 놔버리기엔 레인의 성격에 융통성이 영 부족했다.

 사실 정말로 공작을 이겨 먹을 작정으로 대련을 청한 것도 아니었다. 로엘의 지시대로 ‘인맥’, 혹은 ‘친분’을 쌓기 위함이었지.

 왕국 최고 권력자인 빌헬름 공작과 친분을 쌓아 두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터였다. 문제는 어떻게 친분을 쌓느냐는 건데, 레인이 떠올릴 만한 방법이라곤 ‘이런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하게도, 빌헬름 공작은 굉장히 흡족해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당황시키는 초신성의 존재에.

 한참 합을 주고받던 그녀가 즐거운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군. 애초에 일반적인 무술과는 궤를 달리하는 체계의 무예를 연마한 거야.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변칙적인 특성이 굉장히 강한 무예로군. 처음에는 속성력을 사용하기에 무가 출신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무가 출신은 아닙니다.”

“강점도 확실하지만 단점도 확실하지. 아까부터 움직임을 살펴봤는데, 이상할 정도로 몸을 사리더군. 갑주는 걸치지도 않았고. 기막을 형성시키는 게 불가능한 거겠지?”

“그렇습니다.”

 레인은 순순히 인정했다. 이미 다 알아 버린 걸 숨겨서 뭘 하겠는가. 애초에 숨길 생각이었다면 그녀의 말마따나 갑주부터 차려입었겠지.

“계속 가겠습니다.”

 그저 같은 말을 반복하며 다시 덤벼들 따름이었다. 그 담담한 반응에 니에라 공작이 한층 더 유쾌한 웃음을 흘렸다.

 쾅! 쾅! 콰과과곽!

 두 사람은 맞붙고 떨어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주로 레인이 밀리는 형국이었지만 관전자가 보기에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였다.

“하하!”

 공작이 검을 휘둘렀다. 중간에 궤도가 갑작스레 기이하게 꺾인 검격이 레인의 검을 비껴 지나가 허리를 노렸다.

 레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신형을 뒤로 빼냈다. 완전히 회피하진 못한 탓에 옆구리에 자잘한 상처가 남았다. 보통의 검성이었다면 나지 않았을 상처가.

‘작정하고 자잘한 상처를 입히는 데에 주력하겠다는 뜻인가.’

 그렇게 차근차근 전투력을 깎아 먹으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레인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지더라도 그런 어이없는 방식으로 질 수는 없지.’

 레인이 한 차례 숨을 골랐다. 그리곤 움직임의 템포를 높였다. 상대가 높은 방어력을 이점으로 삼아 압박해 오려 한다면, 이쪽은 압도적인 스테미너로 몰아붙이겠다는 판단.

 레인의 체내에 축적된 거대한 기운이 들끓었다. 니에라 공작이 평생을 축적해온 기운조차 가볍게 초월하는 방대한 분량의 기운이.

 쾅! 쾅! 쾅! 쾅! 쾅! 쾅!

 내력이 빠르게 소모되어갔지만, 레인은 그것에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그 간단한 패턴의 무한 반복.

 검술, 창술, 암기술, 권각술에 정령술까지 모조리 동원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다가 수세에 몰리기 전에 귀신같이 빠져나가는 레인의 대응에 공작이 잠시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압!”

 이대로라면 지지부진한 소모전만이 이어질 것이라 판단한 공작이 지금까지와는 명백히 다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레인이 내지르는 강력한 검격에 돌진하다시피 어깨를 부딪쳤다.

“?!”

 레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기막에 튕겨 나올 것을 고려한 검격이었기에 상당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런 식으로 받아칠 생각을 할 줄이야.

 검이 공작의 어깨를 살짝 파고 들어갔다. 선혈이 흘렀다.

 그러나 공작은 씩, 하고 웃었다. 괴물 같은 육체제어 능력을 통해 어깨를 강화했기에 보이는 것만큼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그대로 몸통박치기.

 콰앙!

“크읍.”

 레인이 선혈을 흩뿌리며 뒤로 튕겨 나갔다. 공작이 곧바로 그를 추격했다.

 레인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공작의 팔꿈치 공격을 어떻게든 흘려냈다. 그리곤 바닥에 손을 짚고 신형을 회전시키며 다리를 뻗었다. 선풍각(旋風脚).

 공작이 피하지 않고 팔을 들어 받아냈다. 레인이 혀를 차며 신형을 뒤로 빼려 하는데, 재차 몸통박치기가 작렬했다.

 콰앙!

“크으.”

 레인은 절로 목구멍을 통해 치솟아 오르는 신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여기서 균형이 무너졌다간 그대로 끝난다.

 곧바로 그림자에서 창 하나를 뽑아낸 레인이 바닥에 그것을 박아 넣었다. 이어 창을 붙잡은 채로 신형을 빙빙 돌려 억지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공작이 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해오자 레인이 반동을 이용해 신형을 허공으로 띄웠다. 연이어 그림자로부터 뻗어 나온 줄기들을 발판 삼아 이동, 이동, 이동.

 공중에서 아크로바틱하게 움직이는 레인을 공작이 유쾌한 얼굴로 뒤쫓았다. 가히 멧돼지도 울고 갈 저돌성이었다.

 공작이 대지에 굳건히 선 채 강맹한 검격을 쏟아냈다. 레인이 공중에서 아슬아슬하게 그림자 발판을 넘나들며 검격을 맞받아쳤다.

“이것도 받아내 봐라!”

 공작이 내지른 검격이 갑작스레 확 하고 꺾였다. 방금 전에도 선보였던 기예. 극에 달한 육체제어 능력을 바탕으로 펼쳐내는 공작의 독문 검법.

 다만 이번엔 일격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속으로 이어진 검격이 모두 그런 식으로 꺾여서 날아 들어왔다.

 열 합, 스무 합, 서른 합. 레인의 눈이 핑핑 돌아갔다.

 촤악! 촤악! 촤악! 촤악!

 모든 공격을 받아 쳐내지 못해 레인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레인이 이를 악물고 신형을 한 바퀴 휘돌며 검강을 발출했다.

 가운데가 뚫린 원반 형태의 검강이 범위를 불려가며 주위를 잠식해 들어갔다. 그러나 공작은 한 차례 신형을 낮추는 것만으로 그것을 가볍게 피해냈다.

‘?!’

 그런데 곧바로 신형을 일으켜 세워 레인을 압박하려던 공작이 멈칫했다.

‘어느새?’

 그녀의 움직임에 약간이지만 제동이 걸렸다. 레인의 그림자로부터 은밀히 뿜어져 나온 줄기가 확 하고 퍼져 그녀의 전신을 휘감아 든 탓이었다.

 그림자 줄기의 속박은 1초도 유지되지 못했다. 공작이 힘주어 신형을 뒤틀자 가닥가닥 끊어져 흩어지고 말았다. 그때엔 이미 레인이 공작에게 검격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카가가가가가가각!

 검과 검이 밀착했다. 자연스럽게 힘겨루기가 이뤄졌다. 두 사람의 얼굴이 숨을 불어내면 닿을 거리까지 맞닿았다.

 그 와중, 레인의 얼굴이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일그러졌다. 이어서 입이 한계까지 벌어졌다.

“!”

 대포효.

“커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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