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왕실 주최 파티(1)
며칠 후, 왕실 주최 파티가 열렸다. 백작가 일행이 참여할 것을 지시받은 그 파티가.
파티에는 레인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딱히 그에겐 강제 참여 의무가 없었지만. 헬튼 백작의 압박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헬튼 백작은 이전에 레인을 만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한 전적이 있었다. 레인이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그를 피했기 때문.
사실 최소한의 일만 마무리하고 곧바로 경지를 높이기 위한 수련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탓이기도 했다. 헬튼 백작이 거기까지 알 리는 없었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헬튼 백작이 레인을 콕 집어 파티 참석을 요구해왔다.
하슨 백작가는 헬튼 백작에게 영지전 건으로 빚을 지고 있었다. 그를 인맥을 통해 끌어들인 것이다 보니 내어준 보수가 통상적인 보수에 비해 조금 적었던 것이다.
백작가 입장에선 요구를 거절하면 여러모로 껄끄럽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백작가는 떨떠름해 하는 레인에게 파티 참석을 부탁했다. 레인은 그것을 마지못해 수락했고.
왕가 주최 파티 회장은 널찍하고 화려했다.
회장 내엔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흘렀다. 천장의 샹들리에를 비롯한 화려한 장식들이 눈을 어지럽혔다. 맵시 있게 차려입은 귀족 남녀가 자신을 뽐냈다.
그런 회장의 한편.
레이나는 영 기분이 좋지 못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나름 아리따운 미모를 지닌 동년배의 귀족 여성이 웃는 얼굴로 마주 서 있었다.
“어머, 오랜만이야. 레이나 하슨.”
“오랜만입니다. 마르실 르뷔아나 후작 영애.”
여인의 이름은 마르실 르뷔아나. 그녀는 레이나가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사사건건 시비를 걸지 못해 안달인 인물이었다.
주위의 남성 귀족들이 두 사람을 힐긋거렸다. 주로 레이나를 동정하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원래도 미인이었던 레이나는 성형공의 공능에 힘입어 날이 갈수록 아름다움이 더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르실은 그런 레이나의 외모를 질투하고 있었고.
그녀는 레이나가 사교계에서 뭇 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래서 항상 그녀를 깎아내리는 데에 힘을 썼다.
정말로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는 여인이라고. 레이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은 타인의 시선 따위엔 관심도 없는 데다 이미 애인까지 있거늘.
문제는, 상대하기 귀찮다고 가만히 참고 있자니 여러모로 짜증이 치민다는 것. 그리고 마르실이 상당히 집요한 성격이라는 점이었다.
평상시엔 함께 동행한 일리나 필리언이 적절한 선에서 도움을 주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진 그녀와 크게 충돌한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안타깝게도 일리나와 동행하지 못했다. 어쩐지 상당히 피곤한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에 레이나가 내심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요즘은 검술 수련 잘 되어가고 있어?”
“예. 후작 영애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에.”
또 이 패턴이다. 그녀는 항상 검술 얘기로 시작해서 끝엔 꼭 동년배 남성인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물고 늘어졌다.
스승인 레인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순간부터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생각은 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그 현실을 마주하니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위의 반응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마르실이 자신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스승님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만큼은 참기가 어려웠다.
“그래? 그 너보다도 어리다는 스승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
언뜻 생각 없이 들으면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알고 보면 비아냥이었다. 스승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말은, ‘스승에게서 제대로 무술 지도를 받고 있다’는 말과는 완전히 다르니까.
레이나는 살짝 심호흡을 했다. 도발에 넘어가 언성을 높이면 그 순간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교계는 그런 곳이다.
“스승님은 대단한 분이시니까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답니다.”
레이나가 차분하게 답변하자 마르실이 일순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할 위치에서 교묘하게. 레이나에게만 그것이 보이도록.
“…….”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도 일순 평정심을 잃을 뻔했다. 레이나는 가까스로 눈앞에 위치한 여인의 머리칼을 죄다 뽑아내 대머리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아냈다.
최근 경지가 오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졌기에 그런 충동이 더했다. 상대가 암만 후작 영애이고 지방 귀족인 이쪽보다 몇 단계 더 윗줄로 쳐주는 중앙 귀족이라지만, 그래 봐야 일반인 아닌가.
“이쪽은 이번에 내 호위를 맡아 주시고 계시는 아르펜 경이야. 젊은 나이에 무려 검호의 경지에 오른 초신성이지.”
마르실은 뒤쪽에 서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마치 자랑하듯이.
“르뷔아나 후작가의 기사인 아르펜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슨 백작 영애.”
“반갑습니다. 레이나 하슨입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눴다. 서로가 떨떠름해 하는 기색이었다.
아르펜은 일단 후작의 부탁으로 마르실을 수행하곤 있지만, 그녀에 대해 영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하고 있었다. 자신쯤 되는 인재가 어째서 이런 역할 따위를 수행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남들 앞에 자랑하듯 선보여지기까지 하니 무슨 상품이 된 기분이라 약간 불쾌해졌다. 눈앞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자신을 약간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더욱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한편 레이나는 레이나대로 마르실이 젊은 초일류 검사를 내세워 무엇을 하려는지 쉬이 짐작할 수 있었기에 불쾌해졌다. 필시 눈앞의 청년을 ‘하슨 가의 어린 검술 스승’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끼려는 것이리라.
대체 왜 그런 데에서 우월감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여자의 정신연령은 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면 너희 스승님은…….”
정말로 한 치도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 행동만 자행하는 여인이었다. 레이나는 그로부터 한참을 그녀에게 시달려야 했다.
핑계를 대고 적당히 자리를 벗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마르실은 끈질기게 그녀를 물고 늘어졌다. 뒤쪽에 선 아르펜이 창피함과 지루함이 뒤섞인 얼굴로 한숨을 내뱉을 정도로.
그러던 와중, 마르실이 물었다.
“얘. 그런데 이번에 네 스승은 함께 안 왔니? 네가 그렇게 굉장하다 말하는 사람의 얼굴 한번 보고 싶었는데.”
레이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자신의 스승인 레인은 귀족도 뭣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사교계 참석 여부에 왜 이 여자가 관심을 보인단 말인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남들 앞에 한번 선보이고 싶어질 만도 하잖니. 그런데 그가 한 번도 너와 함께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니 의문이 들지 않겠니.”
남들 앞에 선보이고 싶어진다니. ‘스승’이 무슨 사유물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마르실은 애초에 자신의 스승이 그저 명목상의 스승이라고 단정 짓고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스승의 권위를 무시하는 발언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스승님은 이성인 데다 자신보다도 어리니 오해할 수도 있다. 추문이 따라붙는 것도 어쩔 수 없고. 그러나 그걸 면전에서 입 밖에 내는 것은 대체 무슨 예의인가.
레이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마르실이 말을 이었다. 일순 성량을 낮춰서 레이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웅얼거리듯이.
“혹시 남들 앞에 내보이는 게 창피할 정도로 변변찮은 사람인가, 하고.”
뚝.
레이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라면 일리나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적당히 자리를 피하도록 도움을 주었을 터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그녀는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도저히 저 여자가 이 이상 지껄이도록 놔둘 수가 없어.’
레이나는 천천히 손을 자신의 장갑으로 가져갔다. 이참에 결투를 신청할 생각이었다. 다분히 뒷일은 생각지 않는 충동적인 행동.
‘분명 저쪽은 대리인으로 저 기사를 내보내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짓눌러버린다.’
저 여자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초일류 검사다. 승산은 충분히 있었다. 아니, 넘쳤다.
‘반드시 사과하게 만들어 주겠어.’
아르펜이라는 기사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레이나는 그에 개의치 않고 천천히 장갑을 벗었다.
그녀가 장갑을 반쯤 벗었을 때였다.
“레이나.”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나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너무나도 잘 아는 목소리였으니까.
“스, 스승님.”
“!”
마르실과 아르펜의 고개도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말이 많았던 레이나의 스승이라는 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였으니까.
“거기서 뭐 해.”
그곳에, 있었다. 마치 명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초월적인 미남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정장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 이전에 가게에서 보고 관심을 가졌던 그 양복을.
평소와는 다르게 머리칼도 깔끔하게 한데 모아 질끈 묶었다. 고급스러운 손목시계까지 착용했다. 평상시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회장이 술렁거렸다. 특히 주위 여성 귀족들이 얼굴을 붉히며 탄성을 내뱉었다.
“…….”
마르실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시선이 못 박힌 듯 레인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매일 그의 얼굴을 보는 레이나마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가자.”
레인은 성큼성큼 다가와 레이나의 손목을 턱 하고 붙잡았다. 그리곤 그녀를 끌고 곧바로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스, 스승님?”
“뭘 이런 데 붙잡혀 있냐.”
레인은 혀를 찼다. 파티에 참가하고 싶지 않아 늦장을 부리다 이제야 왔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져 있었을 줄 알았다면 그냥 일찍 올 것을 그랬다. 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자, 잠깐만.”
마르실이 급히 두 사람을 붙들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네가 레이나의 스승이구나. 반가워. 나는 르뷔아나 후작가의 차녀인 마르실…….”
“안 궁금해.”
그러나 그녀의 발언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레인이 대놓고 짜증스런 시선을 던지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기 때문에.
마르실이 드물게 당황한 얼굴을 했다. 마르실의 성격도 그리 좋은 편에 속하진 못하지만, 어디 레인만 할까.
최근 최소한의 분별은 생겼다지만 레인은 레인이다. 감정적으로 별로인 상대에겐 여전히 막 나가는 그였다.
크레틸 자작에게도 그랬거늘 일개 귀족 자제에게 예의를 차릴 턱이 없었다. 그곳이 공적인 자리일지라도. 그 발언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모욕으로 작용할지라도.
“무례한!”
뒤늦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 마르실이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레인이 네깟 게 분노해서 어쩔 거냐는 얼굴로 짧게 내뱉었다.
“뭐라고 지껄이냐. 같잖은 게.”
회장에 들어서고 레이나의 기척을 찾아 기감을 돋웠을 때부터 그녀가 한 말을 모조리 들은 레인이었다. 그녀가 내뱉은, 마주한 적도 없는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까지 전부.
감히 어느 입에서 예의를 논한단 말인가. 레인의 입장에선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속마음을 숨기거나 돌려서 말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이익!”
태어나서 이렇게 큰 모욕은 처음 받아본 마르실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뭐 이런 무례한 작자가 다 있단 말인가.
그녀가 손에서 장갑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레인에게 휙 하고 내던졌다.
레인은 장갑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먼저 손으로 낚아챘다. 그리곤 무슨 오물을 만진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것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마르실이 한층 더 분노한 목소리로 짓씹듯 내뱉었다.
“결투를 신청하겠어. 받아들이겠지? 그렇게나 무례하게 행동한다는 건,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다는 뜻일 테니!”
말하자면 ‘네깟 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란 의미가 담긴 도발이었다.
레인이 피식, 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마르실이 발끈했다. 되려 도발에 걸려든 것이다.
“난 이 자리에 있는 내 호위 기사인 아르펜 경을 대리인으로 내세우겠어. 그쪽은 본인이 직접 나서겠지? 레이나 하슨의 검.술.스.승. 씨?”
“…….”
“결투의 조건은 진 쪽이 이긴 쪽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넬 것! 그리고 진 쪽은 이긴 쪽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한 가지 수용할 것!”
마르실의 외침에 레이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건 다 제치고서, 마지막 조건은 뭐란 말인가.
그녀의 눈빛에 서린 탐욕스런 기색을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스승님을 훑어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끈적한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것은 절대 기분 탓이 아니리라.
“하.”
레인이 짜증 어린 감정 듬뿍 담긴 헛웃음을 흘렸다.
화악!
레인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터져 나왔다. 강렬한 살의가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고 온전히 한 사람을 짓누르기 위해 집중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반인인 마르실이 초인의 살의를 받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녀는 금세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주춤주춤 뒷걸음을 쳤다.
“커억!”
이내 마르실이 목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마치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다는 듯.
금세 사태를 파악한 아르펜이 대신 기세를 받아내기 위해 레인과 마르실의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암만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대도 일단 호위 대상이었으니까.
‘억!’
그리고 곧바로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살갗을 찌르는 기파의 위력이 상정한 범위를 아득히 넘어섰다.
‘이 자는 대체 뭐지? 아무리 봐도 나보다 한참 어린 소년이거늘!’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적어도 자신보단 실력이 떨어지는 인물일 줄 알았다. 자신은 동년배 검사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실력자였으니까.
그러나 오산이었다. 상대는 이쪽으로썬 그 수준을 감지하지도 못할 영역에 이른 괴물이었다.
‘건드려선 안 될 자를 건드렸다!’
아르펜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 * *
회장 내 인물 중 대부분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질 못했다. 그러나 ‘초인’의 영역에 이른 몇몇 이들만큼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인지했다.
“저 나이에 저 경지라니.”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나타났군.”
각양각색의 반응. 모두가 갑작스럽게 출현한 초신성, 아니 괴물을 향해 관심을 드러냈다.
“호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유독 젊은 외견의 여인이 하나. 아름다운 얼굴에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그 여인은, 흥미로운 기색을 그대로 드러낸 채 곧바로 레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지나가자 그 경로에 위치한 귀족들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양옆으로 물러서 길을 터주었다. 두려움과 경외가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