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화. 플뢰비르(1) (95/249)
  •  95화. 플뢰비르(1)

    “노러츠 왕국 쪽에 문제가 생겼어.”

     로엘이 한참 수련에 힘을 쏟고 있던 어느 날, 그리든 파벌 소속인 로젤리아가 찾아와 보고했다.

     그녀는 각지에서 올라오는 사업적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용병들을 이끌고 출장 업무도 다녀왔다.

    “노러츠 왕국? 펼쳐 놓은 사업이 몇 안 될 텐데, 어느 영지에서 문제가 터진 겁니까?”

    “플뢰비르야.”

     로엘이 미간을 좁혔다. 플뢰비르라면 대산맥을 바로 지척에 둔 영지였다. 로엘이 이전에 레인과 함께 거주했던 헤이슨 자작령과 비슷한 환경이라 볼 수 있었다.

     펠라키 산맥에 비견되는 팔로스 산맥에 인접한 이 영지는, 헤이슨 자작령과 비교하면 발전도가 많이 떨어졌다. 국가가 워낙 부패한 탓에 충분한 병력이 파견되어 있지 않기 때문.

    “사업장이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나 봐.”

    “…….”

     도시가 생성되기는커녕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영지이긴 했다. 근방에 위치한 데르스 마탑, 그리고 거듭된 내전에 질려 ‘차라리 몬스터를 상대하겠다’며 몰려든 용병들이 아니었다면 진작 무너졌을 곳이라 봐도 무방했다.

    ‘돈이 될 것 같아서 사업장은 설치했지만.’

     부유층까진 아니지만, 몬스터 헌터들은 쉽게 목돈을 만지는 이들이다. 씀씀이도 헤픈 편이라서 장사 상대로는 더없이 좋았다. 참고로 헤이슨 자작령에도 같은 이유로 사업장이 들어섰다.

     안정성 문제 때문에 여러모로 고민하긴 했지만 일단 음식 계열 사업을 벌여 놓긴 했다. 몬스터의 침공으로 영지가 아예 밀려버리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없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굳이 플뢰비르에 사업장을 연 데엔, 노러츠가 너무 부패한 국가라 사업장이 들어설 만한 지역이 몇 없다는 이유도 한몫을 하긴 했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할까.

     플뢰비르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영지라 국가의 간섭이 덜했다. 그나마 사업장이 들어설 요건이 충족되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였던 것.

    “뭐가 문제가 된 건가요? 설마 몬스터의 침공에 영지가 무너지기라도 했나요?”

    “아니, 아직은 안 무너졌어.”

    “아직이란 건, 시간이 지나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응. 여태 이런 일이 없었는데 수천의 몬스터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나 봐. 그만한 숫자의 몬스터가 집결하는 일은 마왕이라도 강림하지 않는 한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데.”

    “…….”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고. 사업장이 기능을 상실한 직접적인 원인은 몬스터가 아니래.”

    “?”

    “일단 1차적인 침공을 막아낸 영주가 급한 김에 영지 내의 돈이란 돈은 다 갈취하고 있다나 봐. 용병과 물자를 구하기 위해서.”

    “그게 무슨.”

    “그 대상에 우리 사업장이 걸려들었대. 기사들을 동원해서 멋대로 털어갔다나.”

    “…….”

     노러츠라는 나라의 귀족들이 썩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란 말인가.

     백성을 수호해야 할 귀족이란 것들이 막상 위기가 닥치면 강도로 돌변해 오히려 백성들을 털어가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이 아니긴 하다.

     그러나 막상 그 실제 사례를 이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자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다. 로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당연히 사업장 측에서 항의했지만, 전혀 들어주질 않았다는 듯해. 몬스터 침공 격퇴 후 보상하겠다는 말도 없었다고 하니 그냥 말 그대로 털린 거야.”

     사실 상단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게나 위급한 상황이라면 사업장을 철수시키면 그만이었다. 손해가 상당하긴 하겠지만 다른 후보지에서 다시 사업장을 열면 재기할 수 있으니.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달랐다. 사업장을 영주가 멋대로 털어갔다. 추가적으로 털어갈 것 없나 호시탐탐 노리는 영주의 끄나풀들 때문에 사업장을 옮기는 것은 고사하고 영지를 벗어날 수조차 없다고.

     손해가 막심한 것도 문제지만 자존심도 문제였다. 대체 얼마나 이쪽을 우습게 여기는 것인지.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나요.”

    “나도 듣고서 진짜 황당했어. 영주란 작자가 대놓고 도적질이라니 기가 차지.”

     영주씩이나 되는 대귀족으로써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가 갔다. 허무하게 몬스터들에게 밀려나 영지를 잃느니 차라리 발악이라도 해 보고 싶겠지.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었다. 그치들이 무슨 권리가 있다고 이쪽을 갈취하려 드는가.

    “영지 내 민심은 최악이겠네요.”

    “어. 일단 여기저기서 전력은 긁어모으긴 한 모양인데, 인원이 충원된 대신 분열이 일어날 판이래. 영주 그 인간은 머릿속에 뇌가 들어있긴 한 걸까. 생각이 짧은 데에도 정도가 있지.”

     로젤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감정이 조금 격앙되었는지 발언도 조금 거칠어졌다.

     로엘이 그런 그녀를 빤히 응시하다가 피식, 하고 웃었다. 이젠 이 여자도 확실히 상단의 일원이 다 됬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을 떠올리며.

    “일단 더 자세한 상황은 직접 알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지금까지도 사업에 관련해서 여러 가지 분쟁이 있었지만, 이번은 특별했다. 손해 규모도 규모지만 상대가 이쪽의 자존심을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상단 자체가 얕보이게 될지도 몰랐다. 이 세계, 이 시대 사람들은 그런 것에 굉장히 민감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이번엔 누구를 파견할 거야?”

    “이번엔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직접?”

    “네.”

     로엘은 가끔이지만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주로 일의 사안이 클 때. 세력의 장이니만큼 이동에까지 할애할 시간은 없어 엘리제 파르테인과 함께 움직이긴 했지만.

     사실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곤란해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선전적인 의미가 더 컸다.

    [너희들의 보스는 탁상공론가가 아니다. 현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직접 뛰어들기까지 한다. 너희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너희에게만 힘든 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게 유치하지만 의외로 잘 먹혔다. 이쪽 세계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만큼 효과적이었다.

     매번 가짜 직함을 달고 다녔기에 그의 출장에 대해선 마탑 소속 인물들만이 알았다. 사실 상단의 중추인 그들만 알아주면 충분하긴 했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그가 직접 나선 일은 그게 어떤 일이든 간에 최상의 결과를 맞이했다. 휘하 인물들이 열광한 것은 물론이었다.

     보아온 게 있는 만큼 로젤리아의 얼굴에 기대감이 깃들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려의 기색 또한 깃들었다.

    “너 엘리제의 수련이 일단락될 때까진 현장을 돌아다니는 건 자제할 거라 하지 않았어?”

    “그랬었습니다만, 사안이 너무 크니까요. 웬만해선 직접 봐두고 싶네요. 탑에만 틀어박혀 지낸 지 너무 오래됐기도 했고.”

    “가는 길 정도야 엘리제에게 부탁할 수 있겠지만, 그 녀석도 바쁜 시기인 만큼 그 이상은 도움을 주지 않을 것 같은데. 오는 길은 다른 때와 달리 알아서 돌아와야 할 거야.”

    “그래서 좀 도움을 구해볼까 합니다.”

    “도움? 누구에게?”

    “이전에 테페론 상단주가 딸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듣자 하니 그녀가 테이머라고 하더군요. 무려 와이번을 길들인.”

     와이번을 이용하면 공간 마법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동에 들이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그 정도면 ‘다녀오고 보니 밀린 업무가 산처럼 쌓여있더라’ 같은 상황은 맞이하지 않을 수 있을 터였다.

     그녀는 작년에 아카데미에 입학해 한창 자신을 갈고닦고 있는 학생이라 들었다. 시기가 좋다고 할까, 지금은 방학을 맞이해 테페론 상단주와 함께 있는 모양.

    “좋은 생각이네.”

     로젤리아는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마탑 내에도 비행형 몬스터를 길들인 테이머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로엘 휘하에 속한 이들 중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다.

    “그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바로 테페론 상단부터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엘리제에겐 내가 가서 말해놓을게.”

     로젤리아가 먼저 방을 뒤로하고 나섰다. 몇 분 뒤엔 외출복으로 환복한 로엘 또한 방을 나섰다.

     * * *

    “반갑습니다.”

    “마, 만나서 반갑습니다. 로엘 님.”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아, 아뇨. 그럴 순 없죠.”

     테페론 상단주의 여식, 카트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로엘을 수행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찾아왔다.

     테페론 상단주와 같이 감청색 머리칼에 금안을 지닌 미인이었다. 단출한 여행복 차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와이번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와이번.

     이쪽 세계 생태계 최정점에 위치한 비행형 괴수. 머리에서 꼬리까지 그 동체만 5미터에 이르는, 대형 몬스터.

     그 흉성과 힘, 그리고 파충류와 같이 비늘에 둘러싸인 동체의 내구성은 트롤이나 오우거의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하다.

     와이번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기에 인간에게 있어 모든 몬스터를 통틀어 가장 까다로운 상대 중 하나였다. 물론 그것은 몬스터들의 생태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탑승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겠군. 저 정도 크기면 몇 명 정도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겠어.’

     로엘은 비늘에 윤기가 흐르는 거대한 와이번을 바라보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

    ‘이, 이렇게 젊은 사람이었나?’

     반면 카트리나는 상당히 동요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자진해서 휘하로 들어간 인물이라기에 적어도 아버지와 동년배이거나 더욱 나이 든 인물을 상상했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진 미소년이었다.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친분을 다져두라고 강조하시더니만!’

     노골적이기 짝이 없는 의도가 담긴 지시였다. 눈앞의 소년과 친분을 다지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시인지 그녀는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그 탓에 괜히 상대가 의식되었다. 그녀는 그런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괜히 작게 헛기침을 하는 둥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준비 다 됐어.”

     마법을 준비 중이던 엘리제가 말했다. 로엘이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 이동(Space Movement)>.

     로엘과 카트리나는 엘리제가 발현한 마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행원 한 명과 와이번이 그 뒤를 따랐다.

     참고로 수행원은 테페론 상단 측에서 붙여둔 인물이었다. 로엘은 아무도 대동하지 않았다.

     사실 로엘의 실력이 실력인 만큼 따로 수행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와이번을 이용하기 위해선 인원이 적어야 하기도 했고.

     다만 로엘의 무력 수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테페론 상단 측 인물들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왜 수행원 하나도 없이…….’

     그들은 공간의 문을 통해 대륙을 횡단하기 직전까지도 얼굴에서 의아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 * *

     로엘이 마탑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

    “파르엘!”

    “이 녀석, 이제야 기어들어 오는구나!”

     마탑 정문 앞에서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가출한 마법사 하나가 복귀한 것이다.

    “하하, 좀 늦었습니다.”

     파르엘은 넉살 좋게 웃었다. 주위 마법사들이 짜게 식은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후계자 경쟁이 끝날 때 즈음에 맞춰서 돌아올 줄 알았더니 왜 이리 늦게 왔대?”

    “뻔하지 뭐. 바깥세상에 맛 들여서 늦게 왔거나, 아니면 어디서 된통 사기라도 당해서 개고생하고 왔거나.”

     주위 사람들이 소곤거렸다. 소곤거리는 것치곤 당사자에게 그 목소리가 다 들렸지만.

     가차 없는 평가에 파르엘이 울상을 지었다.

     참고로 파르엘의 가출 사유는 후계자 경쟁에 이래저래 치이는 상황이 달갑잖아서였다. 그는 탑주 자리에 누가 앉든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저는 여러분에게 그런 이미지였군요.”

    “뭘 이제 와서.”

    “아무튼, 잘 돌아왔다! 이 자식!”

     주위 마법사들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파르엘은 마탑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다. 괴짜인 주제에 묘하게 친근한 분위기를 지닌 그는 상당히 인맥이 넓었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운 데에 대한 비난은 없었다. 가출 당시 파르엘이 얼마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는지 모두가 아는 탓이었다.

     애초에 그가 마탑에서 사라진다고 손해 본 이들도 없었다. 그에겐 아직 특정한 직분 같은 게 주어지지도 않은 상태였으니까.

     파르엘이 한참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던 와중, 승강기 문이 열리더니 로카인 파르테인이 등장했다.

    “탑주님!”

    “안녕하십니까, 탑주님!”

     주위 사람들이 모두 고개 숙여 인사했다. 파르엘 또한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스승님’이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젠 후계자 경쟁이 끝났을 테니까.

    “음? 파르엘이더냐?”

    “예. 늦었지만 돌아왔습니다.”

    “헛헛. 확실히 늦었구나. 언제 돌아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파르엘이 고개를 한층 더 깊게 숙였다. 그런 파르엘의 격식 있는 모습에 주위에서 동요가 일었다.

    “오, 뭐야. 저 녀석, 예전과는 좀 다른데?”

    “행동거지가 많이 바뀌었네.”

    “세상 경험하더니 좀 사람이 돼서 온 건가.”

     주위 사람들이 조용히 소곤거리는 와중, 로카인은 재차 ‘헛헛’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딱히 심려는 없었다. 반대로 기대하고 있긴 했다만.”

    “……?”

    “로엘 녀석이 네가 돌아오기만을 벼르고 벼르며 기다리고 있지 않더냐.”

    “로엘?”

     파르엘이 염두를 굴렸다. 어디선가 분명 들어본 이름이었다. 분명 헤이슨 자작령에 있었던 때…….

    “!”

     기억이 났다.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르엘이 고개를 번쩍, 하고 들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기대하듯 입가 한쪽이 실룩이는 탑주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

     파르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 *

     공간의 문을 넘어선 일행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난장판이 된 건물 내부를 치우고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이었다.

    “공간 마법?!”

    “바엘른 마탑에서 파견된 사람들이구나!”

     사람들이 청소도구를 내려놓고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로엘은 가볍게 인사를 받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통성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바로 현재 상황을 보고받고 싶습니다. 이곳 사업장을 담당하는 분은 누구시죠?”

    “접니다.”

     말쑥한 차림새의 장년인이 손을 들었다. 통성명을 건너뛰었다지만 상대가 공간 마법을 타고 이곳으로 건너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신분 증명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리낌이 없었다.

    “최근 영지에······.”

    “하하! 잘 있었나, 제군들!”

     사내가 막 설명을 시작하려는데, 바깥에서부터 느물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가게 문이 벌컥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로엘의 시야에 가게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는 세 명의 기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늘에야말로 숨겨둔 돈까지 싹싹 털어서 넘겨주셔야 겠…… 헉!”

    “와이번?!”

     챙!

     기사들은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다 가게 안쪽에 고고하게 서 있는 와이번을 발견하곤 기겁해서 검을 뽑아 들었다.

    “뭐, 뭐야! 여기에 왜 와이번 따위가 있어! 네놈들, 이게 무슨 일인지 당장 설명해라!”

    “말씀을 삼가시오. 당신들이 그렇게 함부로 말을 붙여서는 안 되는 분들이 계시니.”

     사업장을 통솔하는 담당자가 불쾌한 감정 가득한 얼굴로 기사들을 힐난했다.

     다른 종업원들도 모두 눈빛이 사나웠다. 눈에 독기가 가득한 게 어지간히 시달린 모양이었다.

    “테이머인가.”

     이내 기사들이 평정심을 되찾았다.

     와이번이 인간을 눈앞에 두고도 별다른 위해를 끼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상단의 상급자가 이곳을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경계하는 모습은 그대로. 검을 겨눈 채 일행의 장임이 분명해 보이는 로엘에게 윽박지르는 말을 내뱉으려 했다.

    “네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마침 잘됐네요.”

     그때, 가만히 기사들을 응시하던 로엘이 툭 하고 내뱉었다.

    “……?”

    “정황 파악을 하는 데엔 정보가 많을수록 좋겠죠. 저들을 붙잡아서 몇 가지 묻도록 하죠.”

    “뭐?”

     로엘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입가엔 미소가 내걸렸다.

    “무슨 소릴.”

     기사들의 얼굴에 의아한 감정이 떠오른 것과 동시에, 로엘이 움직였다. 그의 신형이 훅, 하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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