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전쟁 발발(1)
시간이 흘러, 또다시 새해를 맞이했다.
레인은 15살이 되었다. 레이나는 17살, 셀린도 15살이 되었다.
레인은 훌륭하게 성장했다. 이젠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섰다고 봐도 좋을 만큼.
키는 대충 170 정도일까. 몸 또한 얼핏 보면 말라보이지만 잘 보면 예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균형을 갖추고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수련해온 성형공은 마침내 절정에 달해 완연히 꽃을 피웠다. 스쳐 지나가는 여인이 열이라면 열 모두가 되돌아볼 정도로 환상적인 미남으로 거듭났다.
머리는 어깨까지 닿을 정도로 기른 것을 적당히 틀어 올려 대침을 비녀 삼아 고정시켰다. 밤갈색 머리칼이 그리 깔끔하진 않게, 그러나 보기 싫지도 않게 정리된 모습이 굉장히 특별한 매력을 자아냈다.
애초부터 레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레이나는 요즘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매번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었다.
실력 쪽으로 말하자면, 레인은 이젠 이 세계에서 말하는 ‘검호’라는 경지의 끝자락에 다다라 있었다.
의외로 다음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벽을 허물기는 쉽지 않았다. 암만 전생의 기억이 있다지만 새로운 육체에는 새로운 깨달음이 필요하기 마련. 그리 쉽게 경지를 쑥쑥 올릴 수만은 없는 듯싶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 머잖아 넘을 수 있을 터였다. 레인은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참고로, 흑아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수차례 고아원을 다니면서 저도 모르게 흑아를 성장시킬 정도의 무언가를 얻은 모양이었다. 무언가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축적된 것일까.
레이나의 경우엔 완전히 성숙한 아가씨가 되었다. 얼굴이야 원래도 시원스런 미인상이었고, 무엇보다 처음 봤던 때에 비해 가슴의 융기 쪽이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훌륭해졌다.
무서운 점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러고 보면, 백작 부인 또한 굉장했었다. 분명 유전적인 요인이 클 터였다.
실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동급의 검사들 중에서는 거의 독보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검수’라는 칭호를 단 이들 중에서는 가볍게 최상위 클래스에 들지 않을까.
그녀의 재능은 그녀가 휘두르는 단순한 검식에 그 어떤 화려한 검술보다도 뛰어난 위력을 부여했다. 레인은 그녀에게서 과거에 상대했던 ‘그’의 환영을 보았다. 아직 한참 못 미치긴 하지만.
셀린 또한 마찬가지로 굉장한 실력자로 거듭났다.
천골지체라는 희대의 재능이 깃든 육체는 무서운 속도로 레인의 가르침을 흡수했다. 그녀는 지난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이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아무래도 레이나가 더 오랜 시간 레인의 지도를 받은 탓에 그녀보다는 실력이 약간 떨어졌다. 하지만 그래 봐야 종이 한 장 차이. 컨디션이나 상황과 같은 요소로 얼마든지 뒤집히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격차였다.
제자들이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성장했다고 판단한 레인은 새해를 맞아 제자들에게 이틀간 휴식 시간을 주었다.
셀린은 곧바로 고아원으로 직행했고, 레이나는 간만에 거리로 나가 쇼핑을 했다.
본인 또한 휴식을 취하려던 레인이었지만, 어쩐지 레이나가 함께 외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결국 레인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것을 승낙하고 말았고.
새해 첫날 당일.
어쩐지, 레이나는 평소보다 화사하게 꾸민 모습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그녀를 마주하게 된 레인이 저도 모르게 속으로 실소했을 정도로.
레인은 쇼핑 중에 마침 생각나는 것이 있어 의류점에 들렀다.
그곳에서 맞춤형 옷을 한 벌 주문했다. 이쪽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옷이라서 종이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야 했다.
지켜보던 레이나가 놀란 얼굴을 했다. 레인의 그림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시네요? 스승님.”
“잡기엔 대체로 능하니까. 관련된 무공이 많거든.”
중원의 무공엔 별의별 종류가 다 있었다. 음악, 서예, 서화, 요리 등등 온갖 잡기들마저 무공에 융화시킨 경우가 허다했다. 그 때문에 수많은 무공을 섭렵한 레인은 잡기에도 대체로 능했다.
함께 식사하고, 의복을 고르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휴일 첫날은 레이나의 만족스러운 얼굴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 * *
쇼핑에서 돌아온 레인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여느 때처럼 환단을 먹고 그것을 흡수하는 데 시간을 활용했다.
레인의 내력량은 이젠 숫제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해졌다.
앞서 검호의 끝자락에 다다른 실력이라고 했었지만, 사실 내력만이라면 초인(超人)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고 일컬어지는 ‘검성(劍聖)’, 혹은 그보다 윗줄인 ‘검존(劍尊)’조차도 넘어설지 몰랐다.
조금 신랄하게 말하자면, ‘쓸데없이 많아졌다’는 평가가 어울릴 것이다. 솔직히 어떤 전투를 치르더라도 그 방대한 내력의 절반도 쓰지 못할 테니. 그렇다고 무언가 나쁜 점이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다음 날에도 레이나는 레인을 이끌고 거리로 쇼핑을 하러 나섰다. 명목상으로는 어제 레인이 주문해둔 옷을 되찾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그런 것치곤 옷차림이 전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화사했지만.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값을 넉넉히 치르고 부탁했으니 옷은 완성되어 있을 터였다. 아니, 사실 귀족이 부탁한 일이라면 보통의 옷가게에선 그것이 무리라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레인은 옷가게에서 주문한 옷을 수령해 곧바로 탈의실에서 갈아입었다.
그것은 검은 바탕에 붉은색 자수가 놓인 중원식 무복(武服)이었다. 매끄러운 천에 수놓아진 중원식 전통 무늬가 상당히 멋스러웠다.
이쪽 세계 사람들에겐 상당히 생소한 옷차림. 그럼에도 레이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기보다 굉장히 레인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레인의 얼굴이라면 솔직히 어떤 옷을 걸치더라도 어울렸겠지만.
레인은 가게를 나서면서 같은 디자인의 옷을 두 벌 더 주문했다. 번갈아 입을 옷도 필요하니까.
그 차림새 그대로 옷가게를 나서 백작 저택으로 향하자 주위 사람들 모두가 한 번쯤은 레인에게 시선을 주었다.
생소하지만 고급스러운 복장. 거기에 함께 다니는 여인은 굉장한 수준의 미인. 허리에 찬 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진검. 무엇보다 후광이 비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우월한 외모.
시선이 모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지의 처녀들이 넋을 잃고 그를 바라봤다. 남자들이 질투에 찬, 혹은 부러움에 찬 시선을 던졌다.
레인은 백작 저택으로 돌아온 뒤엔 또다시 영약을 흡수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엔 명상에 힘을 쏟았다. 다음 경지로 넘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관조했다.
스스로의 수련을 되돌아보는 데에 집중했다. 무언가 가닥이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것이 조금 답답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다다랐으면 그다음은 시간문제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터였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레인은 그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또 다음 날.
짧은 휴식을 마친 레이나와 셀린이 수련을 위해 다시 연무장으로 모였다. 레인과 두 소녀는 평소처럼 훈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아 한 기사가 찾아와 세 사람을 호출했다. 세 사람은 곧바로 영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백작을 대면했다.
거기서, 백작은 세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결국 터졌다.”
“무엇이 말인가요? 아버님.”
“영지전.”
“……네?”
“전쟁이 터졌다는 말이다.”
* * *
바이튼 자작령은 하슨 백작령과 같은 농업 중심 영지다. 백작령과 경계가 맞닿아 있는 영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자작령과 백작령의 관계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할까, 솔직히 대립하거나 할 일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영지 모두 평화롭기 그지없는 농업 중심 영지니까. 딱히 인근에 별다른 위협도 없기에 병사 육성에 열을 올리지도 않았다. 각각의 영주성 또한 항마장벽(降魔障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저 치안을 위해, 그리고 혹시 모를 몬스터의 창궐을 우려해 최소한의 병력만을 육성한 시골 영지. 그것이 두 영지의 공통점이었다. 두 영지가 뜬금없이 영지전을 치를 줄 누가 예상했을까.
두 영지 모두 풍요로운 대지에서 높은 소출을 올리는 부유한 영지이기에 작정하고 준비하면 상당한 규모의 전쟁을 일으킬 수는 있긴 했다.
지금만 해도 두 영지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막대한 재화를 풀어 빠르게 병사를 모집하고 있었다. 용병 길드와 수도로부터 고급 전력 또한 충원하고 있었다.
다만 하슨 백작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이튼 자작가가 굳이 영지전까지 일으키려는 저의였다.
영지전은 엄청난 재화를, 자원을, 그리고 영지민을 소모해야 한다. 그런 만큼 한 번 벌이는데 들여야 할 수고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승리 시의 반대급부가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고서는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하물며 평상시엔 그다지 병력을 육성하지도 않는 농업 영지임에야.
영지전이 벌어지게 된 경위도 상당히 억지스러웠다.
두 영지의 경계에 위치한 조그마한 동광. 온전히 백작가의 자본과 인력만이 투입되어 개발된, 적당한 규모의 광산.
위치가 조금 그렇긴 하지만 애초부터 그곳의 개발에 전혀 손을 내밀지 않은 바이튼 자작령이다.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도 광산에 대한 소유권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주장하더니 이내 선전포고까지 해왔다. 하슨 백작가로선 어이없다 못해 바이튼 자작이 제정신인가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
솔직히 동광 따위 그냥 내줘도 그다지 영지 경제에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백작령은 어디까지나 농업이 주 수입원. 동광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실상 미미했다.
그러나 귀족의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 백작가로선 얕보일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수긍하고 굽히고 들어갔다간 여러모로 문제가 생긴다.
다른 것을 떠나 당장 귀족 사회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된다. 그냥 동광을 넘겨줬다간 온갖 귀족들이 하슨 백작을 호구 취급하고 조롱할 터였다.
그렇다 보니 백작가 입장에선 아무런 이득도 기대하기 힘든, 굉장히 떨떠름한 영지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일개 소규모 광산 때문에. 기사대전도 아닌 영지전이.
“일단 전쟁이 터진 것은 알아두라고 부른 거다.”
“영지전이라니, 대체 자작가 측에 무슨 이득이 있다고.”
“나도 그걸 모르겠어서 답답하구나.”
백작은 짜증스럽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답했다.
“그렇다고 너희들이 크게 신경 쓸 것은 없다. 솔직히 자작령을 상대로 질 거라 생각하지도 않고, 큰 문제는 없어. 너희는 하던 대로 평소처럼 훈련에 매진하면 된다.”
“그런가요.”
“유일하게 걱정되는 점이라면 상대측에서 작정을 했는지 연줄을 동원해서 크레틸 자작을 영입했다는 건데.”
“그럼 큰일 아닌가요?”
“나라고 놀고 있었겠느냐. 일단 우리 측도 헬튼 백작을 영입해 뒀으니, 어떻게든 될 거다.”
크레틸 자작, 그리고 헬튼 백작. 두 사람 모두 왕국에서 손꼽히는 강자다. 무려 ‘검성’이란 타이틀을 지닌 기사들. 그 실력만으로 왕의 눈에 들어 단승이긴 하지만 귀족 작위를 얻은 초인들이다.
그중 헬튼 백작은 하슨 가와 인척 관계로 묶여 있다. 그의 여동생에게 하슨 가의 전대 삼남이 장가를 갔다.
“바이튼 자작은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헬튼 백작을 영입하느라 들인 돈을 생각하면 지금도 위가 쓰리군. 영지전을 끝낸 후엔 작정하고 배상금을 뜯어내야겠어.”
하슨 백작은 그렇게 말하며 미간을 꾹꾹 눌렀다.
두 영지는 농업 중심 영지. 초인은 고사하고 초일류 전력조차 보유하지 못한, 말 그대로 시골 영지였다.
그런 전쟁에 왕국에 채 열 명도 존재하지 않는 초인이 끼어든다니. 말로는 별문제 없을 거라 했지만 하슨 백작의 속내마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국가 간 전쟁도 아닌 시골 영지 간의 전쟁에 초인들이 개입하게 된 시점에서 이미 이 전쟁은 개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오늘부터 저택을 되도록 벗어나지 말거라. 그쪽의 두 사람도. 일단은 전쟁이니 백작가 전체의 경비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생각이다. 그 영역 밖으론 되도록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겨우 백작가를 조금 벗어나거나 한다고 해서 화를 입을 것이라 생각하긴 힘들었다. 나간다고 갑작스레 암살자가 습격해온다거나 할 리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의 ‘명분’이 겨우 소규모 광산이 아닌가. 말하자면, 귀족끼리의 자존심 싸움. 영지민이 크게 해를 입겠지만 일단 자존심 싸움은 자존심 싸움이다.
그런 전쟁에서 영주나 그 가족에게 직접적인 해가 미쳐올 리는 없었다. 바이튼 자작이 웬만큼 제정신 박힌 작자라면 그것이 최소한의 암묵적인 룰조차 어기는 행동임을 모를 리가 없을 터. 그건 애초에 다른 귀족들이 납득해 주질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만의 하나를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으리라. 레이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레인의 생각은 달랐다.
“굳이 전력을 썩힐 이유가 있습니까? 그냥 저희도 전선에 내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안 된다.”
“어째서입니까?”
“네 실력은 잘 안다. 그렇지만 그뿐이다. 제자들은 다르지 않나. 갑자기 전쟁에 내몰 수는 없지.”
“하지만.”
“거기다 너 또한, 본질적으론 백작가의 가신이 아닌 외인. 굳이 이런 쓸데없는 전쟁에 참여해야 할 의무는 없다.”
돌려 말하긴 했지만, 요컨대 세 사람을 배려해 전장에 투입시키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게 아니라 참여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제자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말, 농담이겠지? 농담이 아니라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군.”
백작이 살짝 노한 기색으로 말했다. 방금의 발언은 레이나를 굳이 전쟁으로 내몰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든 어쨌든, 딸을 전쟁에 내보내고 싶은 부모는 웬만해선 없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아무리 암묵적인 룰이 있대도 전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마저 안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레인은 거침이 없었다.
“뭘 걱정하시는지는 압니다만, 레이나는 백작님 생각보다 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전장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레이나가 초일류 이상의 강자를 제외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라도 말입니까?”
“무슨 말이지?”
“따님은 지난 일 년 반 동안 그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검호의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정말인가?”
“굳이 거짓말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거야 확인해 보시면 될 일인 것을.”
“그렇겠지.”
그 말대로다. 레인이 굳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
“다음 경지로 넘어가려면 이런저런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쟁이라면 괜찮은 자극이 될 겁니다.”
“…….”
“어딘가의 몬스터 대군과의 전쟁이 아닙니다. 나라 간의 전쟁이라던가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정도 전쟁은 경험해두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이런 말을 들으면 또 흔들린다. 딸아이가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지 않은가. 백작은 턱을 괴고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안전 쪽은 제가 대체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대로 지켜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 솔직히 이젠 보호도 필요 없는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좋아. 그렇다면 믿어보지.”
백작은 결국 침중한 얼굴로 레인의 의견을 수용해 주었다. 제 뜻을 관철한 레인이 씩 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