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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습격(3) (57/249)
  •  57화. 습격(3)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머리를 잃은 몸뚱어리가 기우뚱하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흐억!”

    “헉!”

     한 박자 늦게 그것을 인식한 좌중의 인물들이 가까스로 비명을 참고 숨을 죽였다.

     소년과 로브인과의 거리는 가깝긴 했으나 검을 뻗어 닿을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소년은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도 상대를 베어버렸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 소년은 제자리에 서서 로브인을 벤 것이다. 거리의 제약을 벗어난 초일류 검사의 검격으로.

     무워어어어어어억!

     주인을 잃은 미노타우로스가 이성을 잃고 광분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자신의 주인을 해한 인물, 레인을 향했다.

     대형 몬스터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반인반우(半人半牛)의 괴수가 지축을 울리며 돌진했다. 서로 간의 거리는 지척.

     쿵! 쿵! 쿵!

    “…….”

     점차 가까워지는 발소리에도 소년은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을 뿐.

     미노타우로스가 손에 들린 거대한 무구를 치켜들었다 단번에 해치워 버리려는 듯.

     무웍!

     레인이 위치한 곳까지 두 걸음 정도를 남겨뒀을 때일까. 미노타우로스는 자신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자각했다. 다리에 힘을 줘서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어느새 몸통과 다리가 분리된 상태였다. 미노타우로스의 눈빛에 황망한 감정이 담겼다. 곧이어 양팔이 몸통과 분리되었다. 각각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간 팔들이 빙글빙글 허공에서 휘돌았다.

     다음으로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고, 마지막으로 몸통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마치 내부에서 폭탄이 터진 듯 여러 조각으로 잘려 나간 신체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푸확!

     뿌려진 핏방울들이 근처에 위치한 이들을 적셨다. 그러나 어떻게 한 것인지 정작 그 장면을 연출한 당사자의 몸에는 단 한 방울의 핏방울도 튀지 않았다.

    “…….”

     사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완벽한 적막.

     가만히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레인이 먼저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상황을 설명하라고 했을 텐데.”

    “흐, 흐억!”

     부름의 대상은 여전히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있는,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로브인.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어조였다.

     급기야 로브인이 이빨을 딱딱 부딪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저것들을 남겨둘 필요는 없겠군.”

     레인이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가늘게 뜬 눈으로 주위를 슬쩍 훑었다. 그가 검에 강기를 덧씌워 발출했다.

     퍽.

     쿠워어억!

     오우거 한 개체의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 거체가 소음을 일으키며 지면으로 무너져 내렸다.

     명령 공백 상태에 놓인 다른 몬스터들이 생존본능에 따라 일제히 레인에게 달려들었다. 눈앞의 인간을 죽이지 못하면 자신들이 죽는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쾅!

     대검이 대지에 작렬해 굉음을 일으켰다. 그러나 방금까지 그 자리에 서 있던 레인은 온데간데없이 모습을 감춘 상황.

     어느새 오우거의 어깨 위에 올라선 레인이 검을 들지 않은 왼손 손가락들을 갈퀴처럼 구부렸다. 그리고, 그것을 오우거가 착용한 투구 위쪽으로 곧바로 내리쳤다.

     터어어엉!

     단순히 강하게 내리친 것이 아니었다. 공격에 담긴 파장이 투구 속을 뒤흔들었다.

     균형 기관에 이상이 생긴 오우거가 입에서 분비물을 흩뿌리며 옆의 미노타우로스와 뒤엉켜 쓰러졌다. 레인은 훌쩍 어깨에서 뛰어내려 길게 뽑아낸 검강을 사출, 무방비하게 드러난 두 몬스터의 목을 날려버렸다.

     그워어억!

     무워어어어억!

     워어억!

     바닥에 내려선 레인은 압도적인 신위를 선보이며 몬스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차례차례 목숨을 잃었다. 차디찬 바닥에 거체를 뉘이며 다량의 핏물을 쏟아냈다. 두꺼운 판금 갑옷도 기의 압축체인 검강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다.

     주위가 완전하게 정리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 돼!”

    “내 미노타우로스가!”

     로브인들의 얼굴에서 빠르게 핏기가 가셨다.

     그들에게 있어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충실한 사역마들이 눈앞에서 차례차례 쓰러지고 있었다. 그 광경은 그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연출이 되었다.

     * * *

     몇 분 전. 레인이 한참 귀족 소녀를 조롱하고 있던 마법사들에게 접근했던 그때.

     레인은 로브인들이 대형 몬스터를 부리는 테이머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결심했다. 그들에게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겠다고.

     보는 순간 알아차려 버린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 이전에 폐허가 된 마을에 들렀을 때, 분명 마을에서 대형 몬스터가 날뛴 흔적을 발견했었거든.”

     로브인들이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굳어있는 와중, 레인이 입을 열었다. 손에 들린 검을 빙빙 돌리며.

     이내 그가 탁, 하고 검을 그려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 로브인의 목 근처에 가져다 댔다.

    “그런데 그 마을 근방에서 마주친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소형 종이더군. 오크, 아니면 고블린.”

     검이 로브인의 후드를 가르고 목에 닿아 살짝 상처를 냈다. 핏방울이 배어 나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설명해.”

     로브인은 직감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상대의 기분을 거슬렀다간 곧바로 목이 날아가게 될 것임을.

     그로부터 몇 분이 흘렀을까. 레인은 로브인들에게서 모든 일의 전말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두 로브인의 목이 추가로 허공을 날았다. 단지 ‘너무 더듬대서 설명을 알아듣기 힘들다.’, ‘이야기가 너무 두서없어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폭거였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못했다.

    “끄억.”

    “크으으으.”

     남은 세 로브인은 사지 근맥이 끊어진 채로 관도 근방에 버려졌다.

     죽지는 않도록 조치를 취해주긴 했다. 그러나 앞서 목숨을 잃은 로브인들이 차라리 낫다고 여겨질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귀족 소녀 일행이 질린 얼굴을 했다.

     귀족 소녀 납치는 상부로부터 명령받은 일이라는 모양이었다. 어째서 납치하려 했느냐는 질문에, 상부에서 소녀를 이용해 내전을 촉발시키려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레인은 심문하는 내내 얼굴에서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무슨 앵무새처럼 ‘상부에서’ ‘위쪽에서 시켜서’를 연발하는 로브인들이 곱게 보이지 않았던 탓.

     마치 상관의 명령이라는 말이 정상참작의 여지라도 되는 마냥 지껄이는 모습에 부아가 치밀었다. 전생에 비슷한 이들을 너무 많이 봤다.

     심지어 마을 하나를 초토화시킨 것조차 상부의 명령이란다. 그 정확한 목적은 그들도 알지 못한다고.

    ‘쯧. 그다지 알아낸 게 없네.’

     알아낸 정보는 상당히 한정적이었다.

     자백 내용을 종합해 이들이 속한 조직이 점조직임은 대충 알아챌 수 있었다. 거기에 그들이 이전에 스콜피온이라는 조직에서 상대했던 마법사들과 같은 조직에 속했다는 것도.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오리무중.

     그들의 조직이 영지 하나쯤 아무렇지도 않게 주무를 수 있는 거대 세력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만한 세력이 무엇을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이런 일을 아무런 이유 없이 벌일 리는 없을 터였다. 굳이 가능성 높은 가정을 꼽자면, 자신들이 내세우는 꼭두각시를 영주의 자리에 앉히려 한 것이 아닐까.

     일전에 식당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매치시키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가정이었다. 다만 그렇다면 어째서 마을 하나를 통째로 초토화시켰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굳이 이만한 전력을 투입해서 일을 벌였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대체 무슨 목적인 것일까.

    “아무래도 좋겠지.”

     이 이상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레인은 그쯤에서 상념을 멈췄다. 알 수 없다면 알아내면 그만이다. 심지어 그 방도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레인이 시선을 돌렸다. 뭐라 뭐라 소리치며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귀족 소녀에게 눈길이 미쳤다.

     놈들의 목표는 그녀다. 이미 한 차례 습격을 가했는데 또다시 습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소녀를 따라다니다 그녀를 노리는 이들을 족치면 된다. 그렇다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레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막상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거북한 느낌이 확 밀려왔다.

     귀찮아서 일부러 떼어놓고 온 이들이다.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저 일행에 합류해야 한단 말인가.

     레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시선을 눈치챈 소녀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여전히 기품이 넘쳤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다지 감사하지 않아도 돼. 그 녀석들에게 알아볼 것이 있었던 차라 우연히 돕게 되었을 뿐이니까.”

    “그래도, 은인은 은인이지요.”

     어찌 보면 조금 무례한 답변임에도 소녀는 안색 하나 변함없이 정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차후에 하슨 백작가에 당도한 후, 확실히 사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보다 널 습격한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짐작 가는 것 없어?”

    “유감스럽지만 전혀 짚이는 바가 없네요.”

     딱히 접점도 없는 모양. 레인은 한 차례 혀를 찼다. 피해자로부터도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니.

     어찌 됐든 마침 소녀 쪽에서 알아서 인사하러 와줬으니 잘 됐다. 안 그래도 다시 동행할 것을 요청하려던 참이었으니까.

     솔직히 이제 와서 다시 동행하자 하는 것도 낯부끄러운 일이지만, 레인은 얼굴에 철판 깔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했다. 특히 그것이 ‘적’을 상대하기 위한 포석일 때엔 더더욱.

     막 레인이 입을 열려던 차였다.

    “그리고, 늦었지만.”

     소녀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제 병을 고쳐주신 것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레인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일순 굳어버렸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이 이런 상황에선 당황하리라.

    “아, 아가씨!”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던 기사들이 대경해 소리쳤다. 그들도 소녀의 과한 예에 당황한 것일 터였다.

    “우선 일어나.”

     레인은 일단 소녀의 팔뚝을 붙잡아 일으켰다.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난 얼굴로.

     붙잡은 손에 꽤나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소녀가 통증을 느꼈는지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의외로 대담한 짓을 하네.”

     아무리 도움을 받았다지만 신분제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귀족이 평민에게 과도한 예를 올리다니,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두 번이나 목숨을 구함받았습니다. 예를 다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안 당연해. 그렇게까지 과한 행동은.”

     레인은 부러 퉁명스레 답했다.

    “그런데 ‘하슨 백작가에 도달한 후’라니, 영지로 되돌아가거나 하지 않는 건가?”

     그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솔직히 영지로 돌아가려 할 줄 알았다. 그만한 위험을 겪었으니까.

    “아뇨. 그대로 나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솔직히 소녀의 결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슨 백작가에 가서 무언가 할 일이,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대로 갈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했을 뿐.”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레인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소녀가 옅게 미소 지은 채 설명했다.

    “전 필리언 자작가의 일원이자, 지금은 작고하신 가주님의 친자식입니다.”

    “그건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알아.”

    “그리고 저희 영지는 현재 내전이 터지기 직전인 상황이죠. 전 그에 말려드는 일이 없도록 영지를 떠났고요. 하슨 가의 여식과 친분이 있어 몸을 의탁할 계획입니다.”

    “하슨 가의 여식이라면, 레이나 하슨을 말하는 건가?”

     레인의 물음이 뜻밖이었는지,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를 아시나요?”

    “조금 인연이 있지.”

     레인은 설명이 귀찮아서 대충 답했다. 소녀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어쨌든, 정황상 저희 영지에서 일어난 분쟁은 이 자들의 개입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 지금 영지로 돌아가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어째서?”

    “영지 내에 그들의 세력이 상당히 암약하고 있다고 했으니 분명 돌아가면 어떤 식으로든 제게 위해를 끼치려 하겠죠. 절 이용해서 일을 벌일 생각이라고 했으니까요.”

     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예 영지를 벗어나는 것이 현재 가주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신 오라버니께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제 안위를 위해 쓸데없이 신경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될 테니.”

    “이 녀석들의 존재에 대한 것은 네 오라비에게 알려야 하지 않나?”

    “그건 굳이 제가 알릴 필요가 없겠죠.”

     하긴 그렇다. 굳이 그녀가 갈 필요 없이 병사 하나만 전령으로 보내면 그만이니까.

    “그런가. 그런데 괜찮겠나? 보아하니 수행원들만으로는 앞으로 그 녀석들이 재차 습격이라도 해오면 견디지 못할 텐데.”

    “그래서 말입니다만, 정식으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희와 하슨 백작가까지 동행해 주실 수 있을까요?”

    “뭐?”

    “저희를 불편하게 여기시는 것은 압니다. 그렇지만 저희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렇게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충분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되도록 은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저희가 맞추겠습니다. 그러니 동행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소녀가 고개를 재차 깊숙이 숙였다. 조금 공교로운 상황이긴 했지만, 동행은 레인 또한 바라는 바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름.”

    “예?”

     뜬금없는 말에 소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직 네 이름도 모른다고.”

    “소개가 늦었습니다. 필리언 자작가의 여식, 일리나 필리언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잘 부탁한다. 일리나 필리언.”

    “그 말씀은?”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것은 동행을 허락한다는 뜻일 터. 일리나는 기쁜 마음에 되물었지만, 레인은 거기에 답하지 않고 그녀를 지나쳐 부상자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리나의 주치의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손이 한참 부족해 보였다. 레인은 거기에 가세해서 다짜고짜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일행은 레인이 갑작스레 품에서 각종 침들을 꺼내 드는 광경을 보고 기겁했으나, 치료의 결과를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급한 사람들에게 우선 응급처치를 마치고, 레인과 일행은 관도에서 비켜나 몬스터들이 숨어 있던 숲에 숙영지를 만들었다. 부상자들을 돌보기 전엔 다시 출발하기가 힘들다 판단했기 때문.

     포션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당장은 의식을 되찾을 수 없는 사람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했다.

     레인은 노숙이 불가피한 상황이 내심 반갑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보람이 있어 이미 사망해버린 이들을 제외하곤 전원이 그날 내로 부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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