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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난전(2) (31/249)

  •  31화. 난전(2)



     전황은 한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우선적으로 전열의 용병들이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틈틈이 체력 온존을 위해 후열의 보조 용병들과 교대했다. 기사들은 그때그때 상대적으로 위협적인 몬스터들을 맡아 처리했다.


     보호 대상인 레이나는 원래라면 진형 가장 안쪽에 대기하고 있어야 했지만, 일단 이 자리에서 로엘 다음가는 전력은 그녀였다. 그것을 자각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반쯤 억지를 부려 기사들과 함께 전투에 가담했다.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는 것은 물론 로엘이었다.


     오우거와의 교전 후, 진형 안으로 들어온 로엘은 한동안 그리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주변 인물들이 의아하게 여겼다. 초반의 임펙트 있는 활약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니 당연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의 모든 이들이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전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찾아 필요한 지원만을 가했다. 그것이 전투의 흐름을 매우 유연하게 이끌었다.


     적어도 어정쩡하게 뛰어난 실력으로 마구 적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었다. 특히 기사들은 그것을 다른 이들보다 확연하게 느끼고 감탄했다.


     정신없이 상황이 바뀌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냉정을 유지하고 전황을 정확히 살핀다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은 흉내도 내지 못한 기예였다. 로엘에게는 확실히 지휘관으로서의 재능이 있었다.


     그워어억!


     트롤 하나가 압도적인 재생력을 앞세워 진형을 억지로 돌파하려 들었다. 곧바로 로엘이 접근, 휘둘러오는 나무 몽둥이를 가볍게 회피한 뒤 도약했다.


     머리에 한 번, 심장에 한 번. 격발.


     트롤이 그 거체를 허물어뜨렸다. 로엘 덕분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진형은 무리 없이 연이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막아냈다.


     전황이 급작스럽게 돌변한 것은 한 몬스터의 등장 때문이었다.


     거대 거미(Giant Spider). 펠라키 산맥에만 서식하는 희귀종 몬스터.


     로엘로서도 실물은 처음 접하는, 징그러운 외형의 몬스터였다. 단일 개체로서의 전투 능력은 오우거나 트롤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


     그러나 현재 일행에게는 그 어떤 몬스터보다 두려운, 최악의 상대였다.


     모든 전황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나무 위에 내려앉은 대형 거미가 입을 통해 실을 분사했다. 수많은 실 가닥이 광범위한 면적을 뒤덮으며 떨어져 내렸다.


    “······!”


     그 기척을 느낀 로엘이 흠칫, 하고 반응했다.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산개하십시오! 거미줄에 신체가 닿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거대 거미의 거미줄에는 상대를 즉사시킬 정도의 맹독은 아니지만, 그 움직임을 제한하기엔 충분한 마비 독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거미줄에 포획된 적을 산 채로 자신의 둥지로 끌고 가 잡아먹는 것이 그치들의 습성이었다. 지금 거미줄에 걸리기라도 했다간 거미가 아니라 주위 다른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힐 판이었지만.


    ‘젠장!’


     만약 1대1로 맞붙는다고 가정한다면 이곳에 있는 기사 중 한 사람만 나서도 어찌어찌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몬스터가 거대 거미였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었다. 그런 강자의 논리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지금만큼은 거대 거미의 공격이 최대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진형을 그대로 유지하다간 일행 중 대다수가 거미줄을 뒤집어쓸 판. 그렇게 되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주변의 몬스터들에게 목숨을 내어줘야 했다.


     이 난리 통에 진형을 무너뜨리고 난전으로 돌입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이 뻔했다. 내키지 않는 선택. 그렇지만 적어도 그로 인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터였다.


    “쯧.”


     로엘은 급박하게 권총을 들어 올려 거대 거미를 조준했다. 다시 한번 실을 분사할 틈을 줬다간 끝장이었다.


     상대와의 거리가 멀다느니 명중률이 어떻다느니 하는 문제는 나중이었다. 일단은 가진 탄환을 대폭 낭비하게 될지라도 당장 저것을 격추시켜야 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연속해서 일곱 차례 격발. 표적에 명중한 탄환은 셋이었다.


     끼에에엑!


     다행히도 그중 하나가 머리에 구멍을 냈다.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거대 거미가 나무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이미 산개해버린 진형은 되돌릴 수가 없었다. 주변 상황은 난전으로 들어섰다.


     로엘은 방아쇠를 당겨도 찰칵찰칵 소리만 나는 권총에서 빠르게 탄창을 분리, 예비 탄창으로 갈아 끼웠다.


     곧바로 철컥 하고 장전. 급작스러운 난전으로 인해 수세에 몰린 용병에게 접근해 그 뒤를 노리는 몬스터의 머리에 구멍을 냈다.


    “후우.”


     로엘은 전황을 살피곤 한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산개해서 피해를 줄였음에도 마비 독에 당한 용병이 셋이나 되었다.


     이미 상당히 마비가 진행된 모양이었다. 움직임이 눈에 띄게 부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로엘이 곧바로 신형을 날렸다.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한 오크의 머리를 밟고 도약, 재차 다른 몬스터들을 밟고 도약, 도약, 도약.


     비틀거리는 용병 하나를 구해내 기사들과 의뢰주가 그들끼리 뭉쳐 가까스로 다시 만들어낸 원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곧바로 이동, 또 다른 용병 하나를 구해와 원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용병은 어느새 기사들이 움직여 구해냈는지 그즈음엔 이미 원진 안쪽에서 보호 받고 있는 중이었다.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못했다. 로엘은 재차 전황을 살피고 바쁘게 움직였다.


     일단 상황이 급박해 보이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흩어진 용병들이 기사들이 원진을 만든 곳으로 집결할 수 있도록 활로를 뚫는 데에 주력했다.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아, 반수에 가까운 용병들이 다시 원진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


     또다시 철컥 하고 허무한 소리를 내는 권총에서 탄창을 분리, 곧바로 품속의 예비 탄창을 움켜쥔 로엘이 움찔했다.


     이번 탄창이 마지막이었다. 다음은 없었다.


     우려하던 사태가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로엘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도 절반에 가까운 용병이 원진에 합류하지 못하고 난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중 몇 명이나 구해낼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을 구해내고 말고 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안위나 장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로엘은 마지막 탄창을 권총에 끼워 넣으며 한 차례 숨을 골랐다. 초조한 마음을 떨쳐버리려는 듯.



     * * *



     레이나 하슨은 분투했다.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베고, 베고 또 베었다.


     그녀는 실전에 익숙하지 않아 힘의 배분이 미숙했다. 그래서 빠르게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가 처치한 몬스터의 숫자는 거뜬히 스무 마리를 넘어섰다. 부족한 경험을 높은 경지로 메꾼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만족지 못했다. 일행이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는 것도 그 이유지만, 그보단 두 소년에게 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발군의 몸놀림과 강력한 마구의 조합으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는 로엘 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산사태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 레인이라는 소년도 절대 로엘에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자일 터.


     레이나의 투쟁심에 가장 강하게 불을 지피는 사실은, 그들이 자신보다도 나이가 어린 소년이라는 점이었다.


     자신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인물이라 나름 자부했는데, 이 두 소년은 자신을 가볍게 뛰어넘는 성취를 이룬 진짜 천재들이었다.


     그렇기에 놀라움이 컸다. 그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들의 재능을 부러워하는, 그들의 성취를 질투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그것이 묘한 호승심이, 경쟁심이 되어 그녀를 분투하게 만들었다. 명백히 오버워크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런 와중에 그녀의 눈에 혀를 차고 있는 로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곧바로 이어서 그가 손에 든 마구를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


     그녀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로엘의 마구는 강력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 버렸다.


     그와 동시에 새삼 자각했다. 로엘을 빼놓고 봤을 때 자신이 일행 중 최고위 전력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조금 더 힘내야 해. 활약해야 해. 일행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검에 싣는 기운을 배가시켰다. 조금 더 앞쪽으로 나서 몬스터들의 공세를 맞받았다. 다리에 힘을 주어 자세를 한층 굳건하게 다졌다.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여 가며 적을 상대하길 수차례.


     워어억!


     그러던 차에 그녀 쪽으로 오우거 하나가 접근했다. 곧바로 손에 든 통나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어온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우거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땅을 박차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어?”


     그러나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오버워크는 지속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한쪽 무릎이 꺾여 중심이 무너진 상체를 손으로 지탱했다. 급하게 몸을 바로 세우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


     그녀가 급히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통나무가 정확히 그녀가 위치한 장소를 목표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젠장!”


     그 광경을 목격한 로엘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거리가 멀어 명중률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요행히 맞춘다고 해도 1발로는 그 단단한 표피를 뚫을 수가 없었다. 상대는 오우거니까.


     이 정도 거리에서 같은 자리를 연속해서 명중시키는 기예는 현재 로엘의 수준으로는 무리였다. 도저히 의뢰주를 구할 방도가 없었다.


     레이나는 숨을 삼켰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순간적으로 주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눈앞의 상황이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죽는 건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기 무섭게 이성이 되돌아왔다.


    “으, 으아!”


     그녀는 거의 기다시피 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 거리는 미미한 정도. 그녀는 자신을 향하는 통나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이를 딱딱 부딪쳤다.


    ‘죽고 싶지 않아!’


     그녀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절규를 내뱉었을 때였다.


     쿠워어어억!


     백색 검광이 그녀의 시야에 담긴 세상 전체를 가로로 찢어발겼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오우거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떨어져 내리던 통나무의 중간 즈음이 흉폭하게 찢어발겨져 수많은 파편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시야를 멀게 할 듯 백열하던 검이 순식간에 검집으로 되돌아가 그 자취를 감췄다.


    “……?”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있는 그녀의 귀에 들려오는, 나직하게 다그치는 목소리.


    “정신 차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오우거의 사체를 넘어 눈앞에 밤색 머리칼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어깨너머로 두 용병의 뒷덜미를 붙들어 짊어 메고 있었다.


     소년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잡고 일어서라는 듯.


     레이나는 그것에 구원받기라도 한 양 정신없이 손을 붙들었다.


    “윽.”


     정신을 다잡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여전히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였다. 그녀는 금세 균형을 잃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


     소년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바라보다가 맞잡은 오른손을 힘주어 끌어올렸다. 이어서 곧바로 손을 놓고, 지지대를 잃어 휘청이는 그녀의 허리를 힘주어 안아 들었다.


     순간적으로 두 사람의 얼굴이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까지 맞닿았다. 무감정하게 내려다보는 소년의 시선과 당혹감이 가득한 레이나의 시선이 일순 교차했다.


     소년은 주변을 한번 휙 둘러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일단 상황을 수습해야겠지.”



     * * *



     레인은 곧바로 도약. 몬스터들의 머리를 밟고 휙휙 신형을 날려 원진 안쪽에 내려섰다. 기사들이 환한 안색으로 레이나와 두 용병을 받아들었다.


     레인이 곧바로 다시 몸을 날렸다. 그리곤 일행과 합류하지 못하고 홀로 위태롭게 분투하고 있는 용병의 곁에 내려섰다.


     척(刺).


     섬광같이 뻗어나가는 일곱 번의 찌르기. 용병을 포위하고 있던 오크들의 머리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검을 휘두르려던 용병은 갑작스레 픽픽 엎어지는 오크들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거칠게 뒷덜미가 붙들리는 감각에 켁, 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이어 용병의 시야에 담긴 세상이 가속했다. 잠시 주변 배경이 휙휙 지나간다 싶었더니 일행이 만든 원진 속에 떨어져 있었다.


     용병이 눈을 껌벅였다. 상황을 이해하질 못한 것이다. 어정쩡하게 주저앉아 있는 그에게 곧바로 로엘의 지시가 날아들었다.


    “꾸물거릴 틈 없습니다. 좌측으로 지원 가세요!”


     레인이 바지런히 움직이고 로엘이 적절히 지휘하자 이내 원진은 안정을 되찾았다. 부상자들 또한 순차적으로 포션을 복용해 완벽하게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제는 결원도 없으니 자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완벽했다. 레인이 로엘에게 물었다.


    “로엘, 잠시만이라도 저 치들이 몰려드는 것을 주춤하게 할 수 있겠어?”


    “아마도.”


    “그럼 부탁한다.”


     로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울려 퍼지는 총성.


     남은 탄환을 싹 비웠다. 주변 인물들이 인상을 찡그리고 귀를 막는 가운데,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여기저기서 주저앉았다.


     쓰러진 몬스터들은 뒤쪽의 몬스터들이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벽이 되어주었다. 일시적이나마 몬스터의 진격이 잦아들었다.


     파각.


     권총이 결국 망가졌다. 로엘이 눈가를 찡그리며 권총을 이리저리 살피다 한 차례 혀를 찼다.


     그래도 시간은 확실히 벌 수 있었다. 레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곧바로 내력을 운용, 혼원공으로 인해 난잡하게 뒤섞인 기운을 검에 밀어 넣었다. 백열하는 검강이 검 위에 덮어씌워지듯 생성됐다.


     레인이 그것을 반원의 궤적을 따라 휘둘러 폭사시켰다. 비탈길 아래쪽에서 몰려오던 몬스터들이 그것을 그대로 맞받게 되었다.


     콰드드드득!


     족히 열댓 마리에 육박하는 몬스터를 찢어발기고도 여력이 남아 그대로 비스듬히 대지에 작렬하는 일격.


     얼마나 난폭하게 운용된 기운인지 대지에 생겨난 상흔을 중심으로 흉폭하기 그지없는 균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시각적인 압박감이 상당했다.


     본래 극도로 정제된 기운인 검강은 이렇게 난잡한 상흔을 남기지 않는 법이었다. 레인의 검강은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었다.


    “세, 세상에.”


    “저 나이에 검호라고?”


     여기저기서 경악한 용병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안 돼.”


     레이나 또한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후우.”


     로엘이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뒷목을 손으로 꾹꾹 눌러 풀어줬다.


    ‘이제야 한숨 돌리겠네.’


     참상의 바로 지척에 위치한 몬스터들이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났다. 거리를 벌려 이쪽의 반응을 재려 들었다.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오른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린 레인이 그것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일순 내력이 발끝으로 집중, 쏟아져 나왔다. 압도적인 출력으로 인해 그 기운이 외부로 표출되어 발목부터 무릎까지 나선형을 그리며 휘감아 올라와 백열했다.


     그 빛은 찰나의 시간 동안만 유지되었으나, 일행 모두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었다.


     강대한 기운이 실린 발끝이 대지와 맞닿았다.


     진각(震脚).


     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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