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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각성(1) (2/249)

 2화. 각성(1)

 간혹 생각지도 못한 불행한 사고에 휘말리는 이들이 있다.

 도보 위를 걷다 맨홀에 빠지는 이. 산책을 하던 와중 갑자기 쏟아진 우박에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이. 심지어는 길 가다 벼락 맞는 이까지.

 정말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황당한 일들이지만, 이러한 종류의 불행을 겪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는 드물긴 해도 분명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여기에도 그런 종류의 사고에 휘말린 이들이 있었다.

 * * *

 두 소년이 있었다.

 양측 부모들 사이의 친분이 깊어서 어릴 적부터 교류가 잦았던 두 소년. 마침 서로의 나이도 같았기에 두 소년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두 소년이 열 살이 되었을 때. 소년들의 부친들이 상단의 확장을 꾀했다. 그 일환으로 헤이슨 자작령으로 거점을 옮기기로 결정,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주 도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전혀 예견치 못했던 사고였다. 운석 충돌의 여파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운석의 지름은 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지상과 충돌한 여파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지상에 떨어져 내린 운석은 반경 2.4킬로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범위를 뒤집어놓았다.

 운석이 충돌한 장소를 중심으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나무들이 통째로 뽑혀 나가고 부서졌다. 부서진 파편이 비산했다.

 잘 정비된 도로가 통째로 뒤집혀 그 형태를 잃어버렸다. 근방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충돌로 인한 송풍 기류로 인해 간접적인 피해를 본 지역은 반경 6.4킬로미터에 달했다.

 다행히도 운석이 떨어진 곳은 근방에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니었다. 그저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관도 근방이었다.

 그래서 인명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피해 범위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었지만.

“허억!”

“저게 뭐야!”

 두 소년이 포함된 상단 일행은 불행히도 거기에 말려들고 말았다. 송풍 기류에 실려 온 수많은 바위들이 일행을 덮쳤다. 상인들과 그들에게 고용된 용병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그 재해에서 살아남은 건 겨우 세 사람에 불과했다.

 두 소년과 이름 모를 용병 하나. 두 소년은 온 몸을 던져 그들을 감싸준 부모들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다.

“······.”

 두 소년과 용병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재해가 일어난 현장을 응시하기만 했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당시의 상황은 그들이 눈앞의 광경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내 먼저 정신을 추스른 용병은 두 소년을 이끌고 원래 목적지인 헤이슨 자작령으로 향했다. 이미 호위 임무고 뭐고 전부 파탄이 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도의로 소년들이 미아가 되지는 않도록 배려해 주었다.

 자작령으로 향하던 두 소년에게 이상 현상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

“······뭐야.”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생(前生)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억이 속속 떠오르게 된 두 소년.

 처음엔 단편적으로만 떠올랐던 기억들이 이내 그 형태를 명확하게 갖췄다. 그리고 자작령에 도착했을 즈음엔 한 사람의 일생 전체가 머릿속에 들어찼다.

“너도 겪었다고?”

“그래.”

 두 소년은 곧 서로가 그런 현상을 겪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너는 전생에 백리극이란 이름을 지녔었고, 중원이라는 세상에서 활동한 인물이었다 이거군.”

“너는 지구라는 세상에서 활동한, 이재성이란 인물이었고.”

 두 소년은 혹시나 싶어서 앞서가고 있던 용병에게 떠보는 말을 건네 보았다. 그 또한 전생의 기억을 각성했는지. 그 결과, 용병 사내는 그런 현상을 겪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고민했다. 왜 자신들에게만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은 나오지 않았다.

 헤이슨 자작령까지 데려다준 용병이 홀연히 떠나버린 후, 두 소년은 자연스럽게 빈민가로 흘러들게 되었다.

 두 소년의 부친들이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리 계약을 마쳐둔 건물이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용병이 떠나기 전, 그의 도움을 받아 미리 치러두었던 선금을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푼돈에 불과했지만.

 두 소년은 그렇게 확보한 금전으로 열악하긴 해도 어떻게든 최소한의 생활은 꾸려갈 수 있었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동안 두 소년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서로가 가진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나날.

 중원의 기억을 각성한 소년은 현대 지구의 기억을 각성한 소년에게 무공을 가르쳤다. 현대 지구의 기억을 각성한 소년은 중원의 기억을 각성한 소년에게 쓸 만한 지식을 전수했다.

 두 소년은 서로가 가진 지식의 가치를 알아보고 크게 감탄했다.

 물론 한계는 있었다.

 중원의 기억을 각성한 소년은 상대 소년의 방대한 지식을 그다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반대로 현대의 지식을 각성한 소년은 상대 소년만큼 무예에 자질을 보이지 못했고.

 그럼에도 두 소년 모두에게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중원의 기억을 각성한 소년은 인체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전수받아 모든 무공을 개량해냈다. 현대 지구의 기억을 각성한 소년은 무공을 익혀 가진 밑천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타파해냈다.

 물론 지식을 각성하고 공유했다고 두 소년이 곧바로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지식이 있어도 그것을 활용할 수가 없는 여건이었으니.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차차 활용해 나가기까지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부모를 잃고 빈민가로 흘러든 소년들이니만큼 당연했다.

 굶지 않기 위해 여러 일을 했는데, 그중 가장 끔찍했던 일은 하수도 청소였다. 그들의 거주지인 헤이슨 자작령은 왕국에 몇 없는 ‘도시’다 보니 지하에 방대한 넓이의 하수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수도에는 성인이 지나다니기 불편한 소로가 수없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 소로들을 청소하는 일은 주로 빈민가의 어린아이들에게 맡겨졌다.

 일의 특성상 감수해야 하는 불쾌한 냄새. 각종 질병에 대한 걱정.

 그럼에도 보수는 터무니없이 낮은 형편없는 일자리였다.

 그래도 항상 굶주리는 빈민가의 어린아이들은 고용주들에게 조금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나마 어린아이들이 맡을 수 있는 고정적인 일거리는 이 정도뿐이었다. 아이들은 배를 곯지 않기 위해서라도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 않았다.

 물론 두 소년, 레인과 로엘 또한 마찬가지였고.

 이야기를 되돌려서.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두 소년이 가진 지식은 점차 꽃을 피워갔다.

 두 소년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다. 낡은 판잣집은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집으로 바뀌었고, 빈약한 옷차림이 번듯해졌다.

 머릿속에 들어찬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감에 따라 두 소년의 정신연령은 굉장히 높아졌다. 그로 인해 앞으로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계획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레인의 경우, 슬슬 무공을 실전에서 사용해도 좋을 수준으로 성장했다. 로엘의 경우엔 스스로의 지식을 활용해 어렵잖게 밥벌이를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두 소년은 열두 살이 되었다.

 * * *

 엘레노어 대륙 서남부에 위치한 토우런트 왕국.

 왕국의 서쪽 끝 변경 지역엔 엄청난 크기와 높이를 지닌 산맥이 자리 잡고 있다.

 엄청난 숫자와 종류를 자랑하는 몬스터들의 터전이자,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산맥. 왕국에서부터 제국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산맥.

 그 산맥이 내포한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곳은, 펠라키 산맥은 인간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저주받은 곳이라고.

 그런 산맥의 지척에 위치한 영지들 중 하나인 헤이슨 자작령.

 자작령은 주기적으로 산을 벗어나 인간의 터전을 침공하려 몬스터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곳이었다. 말하자면, 인간이 거주하기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지역.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자작령은 크게 발전한 영지가 될 수 있었다. 그 높은 위험성이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몬스터의 침입을 경계해 국가에서 파견한, 영지에 상주하는 전업 병사들. 그리고 영지에서 자체적으로 고용한 용병들.

 몬스터를 사냥해 돈을 버는 헌터들. 그리고 희귀 약초 채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산을 오르는 약초꾼들.

 거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한 거래를 위해 근방에 자리를 잡은 상인들도 수없이 많았다. 위험한 장소일수록 상인의 수요가, 가치가 높아지는 법이니까.

 사람이 몰리는 곳엔 물자가 몰리고, 몰려든 물자는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는 법이다. 그렇게 성장한 영지는 어느새 왕국 내 몇 존재하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잘 발달된 도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의 영주관을 중심으로 팔방으로 뚫린 평평하고 넓은 대로. 그리고 그 대로의 경계를 나누는 내성과 외성이다.

 내성 안쪽은 주로 돈 많은 귀족, 혹은 부호들의 거주지였다. 그리고 그 바깥, 외성 안팎은 평민들의 거주지였고.

 영지는 활기찼다.

 수많은 행인들이 각자 자신의 용무에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수많은 상인들이 상점가에 늘어서 물건을 판매하고 사들인다.

 수많은 용병과 헌터들이 주점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고성을 내뱉는다.

 수많은 취객들이 환락가에 발을 들여 욕망을 발산한다.

 그러나 그 활기의 이면엔 수많은 병사들의, 용병과 헌터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애초에 그들을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이니 당연했다.

 그런데 오늘부로 그 땀내 나는 대열에 합류하는, 겉보기로는 그 대열에 끼어들 능력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소년이 여기에 하나.

 * * *

 해가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아직 새벽의 찬 공기가 피부로 전해지는 시각.

 한 소년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쯧.”

 그는 자못 불쾌하다는 듯 혀를 찼다. 전생에 수없이 산을 오르내렸었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그러나 표정과는 다르게 거침없이, 능숙하게 산을 올랐다. 오른손에는 적당히 날이 선 숏소드를 쥔 채로.

 산을 오르고 있는 소년. 그는 바로 중원의 기억을 각성한 인물, 레인이다. 그는 오늘 드디어 기념할 만한 첫 사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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