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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대마계 정벌 (3) (14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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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계 정벌 (3)

몽롱한 음성의 주인은 몸의 한쪽은 은빛, 다른 한쪽은 금빛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형상의 여신이었다.

기괴하면서도 신비롭지만 그래서 환상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뿜어내는 존재!

그녀의 이름은 아르타나였다.

“그렇다. 이대로 있다간 대마계가 다 그놈에게 넘어가고 말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되나요?”

“전상훈이란 놈만 해치워주면 된다.”

그러자 아르타나가 묘한 미소를 흘렸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대신 그대는 이후 우리의 뜻에 절대 협조해야 함을 잊지 말아요.”

“크큭! 염려마라! 그놈만 해치워주면 너희들이 무엇을 요구하든 다 할테니까.”

리카이스도 비릿하게 웃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는 이들의 힘을 얻는 대가로 많은 것을 주어야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걸 두려워할 그가 아니었다.

‘그만큼 더 많은 걸 얻어내면 되는 것이지.’

* * *

한편 그 사이 상훈은 2 대마역에서 곧장 4 대마역으로 이동.

그곳의 마역들을 휩쓸고 있었다.

어둠의 마역들로 둘러싸인 대마계에 빛의 세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상훈이 지나간 곳은 모두 천역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어느덧 4 대마역의 중심에 도달했다.

마역괴류로 둘러싸인 거대 마역!

상훈은 지체없이 그 안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결계가 펼쳐졌다.

스스스.

결계 속에서 네 명의 신들이 상훈을 포위했다.

금빛과 은빛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형체의 여신 하나.

그리고 세 명의 신은 무슨 거대 기계 장치와 비슷한 형태였다.

‘환신들이군.’

이미 정사면체 형상의 환신을 해치운 적 있는 상훈은 기괴한 기계 장치 모양의 신들이 나타나도 그러려니 했다.

형상이야 뭐든 무슨 상관인가.

저들이 환신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상훈은 그들을 싸늘히 노려봤다.

“환신들인가? 하긴 어쩐지 조용하다 했다.”

상훈이 대마계를 빨리 정벌하고자 하는데는 대천계의 평화를 위한 것도 있지만, 환계와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 대천계를 정비하고자 함이었다.

물론 어차피 전투는 상훈 혼자서 할 일이지만, 그 사이 대천계에 신경쓰는 일이 없으려면 대마계를 미리 쓸어버리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우리를 알고 있나요?”

그런데 그때 환계의 여신이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

상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뭘 묻는 건지 모르겠군. 너희들 중 이미 두 명이 내게 죽었는데도 아직 날 모르는 건가?”

그 말에 그녀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두 명이 죽었다고요?”

“물론이다. 너희들 또한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상훈을 노려보더니 곧바로 물었다.

“그럼 혹시 그리포스의 신들과 싸웠나요?”

“그리포스?”

“그들은 고대부터 우리와 대적하는 존재들이죠.”

“그럼 너희는?”

“우린 미스티코의 신들이예요. 당신이 그리포스의 신들과 적대 관계에 있다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군요.”

그 말과 함께 여신은 무척이나 호의적인 미소를 보내는 것이었다.

‘환계도 두 패거리로 나뉘어 있는 건가?’

그리포스와 미스티코.

두 세력은 상당히 사이가 안좋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상훈이 그리포스의 신들을 해치웠다는 이유로 저들이 이토록 호의적인 표정을 짓지는 않았을 테니까.

“저의 이름은 아르타나. 미스티코의 신입니다. 만약 그대를 먼저 알았다면 대마신 리카이스와 계약을 하지 않았을 텐데 아쉽군요.”

“리카이스를 도와 대천계를 무너뜨릴 생각이었군.”

“부인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그대가 정말로 그리포스의 신들을 두 명이나 해치웠다면 미스티코의 신이 될 자격을 갖춘 것이니까요.”

상훈은 차갑게 안색을 굳힌 채 대답했다.

“미스티코의 신이 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마신 따위와 계약을 한 것을 보면 너희들도 좋은 패거리는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러자 아르타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환계에서는 대천계나 대마계나 별 상관을 두지 않아요. 우린 선이니 악이니 하는 건 관심없어요. 서로 필요에 의해 협조를 할 수 있으면 그 대상이 천신이건 마신이건 상관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죠.”

“너희에게는 그것이 안 중요한지 모르지만 내게는 중요하다. 나는 이유를 불문하고 마신들과 결탁한 이들은 모두 죽인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그러자 아르타나가 호호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가 거부한다해도 이미 미스티코의 신이 될 운명이랍니다. 대천계나 대마계의 신들 중 환계의 신이 될만한 존재는 아주 희박하게 태어나죠. 우리가 만든 하부 시스템의 세계에서 신이 되는 것보다 더욱 희박한 확률. 그런데 그대가 그 한계를 벗어난 것이군요.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지금 뭐라고 했지? 하부 시스템이라고? 그럼 혼돈 시스템을 만든 게 바로 너희들이냐?”

아르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와 같은 시스템 세계들은 모두 본래 환계의 신들에 의해 창조되었죠. 지금이야 어지간한 신들도 그걸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진정한 원조는 환계에 존재해요.”

그녀는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뿐이 아니죠. 그대는 대천계와 대마계도 시스템 세계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물론 하위 시스템 세계와는 차원 자체가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그건 또 무슨 헛소리지?”

“대천계와 대마계는 이곳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무수히 존재해요. 대체 그 많은 것들이 어디서 생겨났을까요?”

“그래서 너희들이 만들었다고 하고 싶은 건가?”

“물론 대천계와 대마계와 같은 상위 시스템 세계는 지금의 환신들은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하죠. 아득한 고대의 환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역작이거든요.”

“그 말대로라면 결국 너희들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온 거군.”

상훈은 기막혔다.

켈라크스 시스템이 지구를 장악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다시 혼돈 시스템 속으로 지구가 갇히지 않았다면, 상훈이 지금의 능력을 갖게 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대천계까지 시스템 세계라면 상훈이 강해진 것도 결국 환신들이 만들어 놓은 안배하에 이루어졌다 볼 수도 있었다.

“알고 있다면 우리에게 고마워하는게 마땅하겠죠?

“하지만 별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너희가 나와 같은 존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희생시켰는지 아느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희생당한 자들이 우리에게 할 말이겠죠. 그대와 같이 모든 혜택을 누린 이가 할 소리는 아니예요. 당신은 수백억 년 만에 하등한 인간에서 대천신으로, 심지어 그것까지 초월해 환신이 된 유일한 존재니까요.”

“혜택이라? 누가 보면 내가 그냥 운좋게 여기까지 온 줄 알겠군.”

얼마나 많은 죽음의 위기를 겪었고, 강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다 혜택이었다고 고마워하라니!

상훈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노려보자 아르타나는 웬 수정구 하나를 꺼내들고 살피며 말했다.

“흠, 볼까요? 전상훈! 오! 여기 나와있군요. 당신은 본래 평범한 지구의 인간이었지만 어느날 이계로 소환되었죠. 일단 그곳에 가서 죽도록 고생을 하며 강해진 것은 인정해줄 만하군요. 하지만 지구에 있는 70억 인구 중에 단 한 명 당신만 선택되어 소환되었던 건 과연 누구의 계획이었을까요?”

“그러니까 너희들이 나를 선택했다는 거냐?”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선택한 거니 우리가 선택했다고 봐도 되겠죠.”

“그래서? 결론이 뭐지? 결국 나보고 너희들에게 협조하라는 건가?”

“잘 아는군요. 그대는 처음부터 미스티코의 신이 되기 위해 선택받았던 거죠.”

“내가 거부한다면?”

“거부할 수 없어요. 미스티코의 신이 되지 않으면 당신은 그리포스의 신들에게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살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미스티코의 신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하세요. 그럼 대화는 여기까지. 이제 공격할 테니 각오하세요.”

아르타나가 한 손을 슥 들자 뒤에 있던 기계 장치 형상의 신들이 상훈을 포위했다.

상훈이 물었다.

“방금 전까지는 같은 편이라더니 결국 싸우자는 건가?”

“그대를 죽일 생각은 없어요. 다만 우리가 리카이스와 계약을 한 이상 그대를 이곳 대천계가 아닌 다른 대천계로 이동시킬 생각이예요. 물론 그대가 순순히 우리의 뜻에 따르면 굳이 싸울 필요는 없겠죠.”

“이곳 대천계를 포기하라고?”

다른 모든 걸 떠나 지구가 이 대천계에 속해 있다. 이곳을 포기한다는 건 지구를 대마계의 대마신 리카이스의 아가리에 집어넣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상훈이 그런 걸 용인할 리 없었다.

“현명하다면 이곳 대천계를 포기하도록 해요. 더 멋지고 광대한 새로운 대천계를 당신에게 안겨줄게요.”

“천만에! 너희는 나를 잘 못 봤다. 너희가 날 선택했지만, 나는 너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군. 그리포스건 미스티코건 내 앞을 가로막는 놈들은 다 죽인다!”

그 말과 함께 상훈의 검에서 찬란한 광채가 피어났다.

극도로 분노한 그는 여의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후 조화검신공을 펼쳤다.

거대한 빛기둥처럼 변한 여의천병이 전방의 기계 장치 환신을 후려치자 그것은 그대로 두 쪽이 났다.

이어서 상훈이 회전하며 검으로 수평선을 그리는 순간 그의 좌우에서 달려들던 기계 장치 환신들이 아래 위로 두 동강 났다.

‘안 죽어?’

놀랍게도 기계 장치 환신들은 잘려진 상태에서 금세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르타나가 조소를 흘렸다.

“쓸데없는 짓이랍니다. 저들을 죽이려면 천신들과 마신들이 합공을 해야 하죠. 그런 일은 존재할 수 없으니 저들을 죽이기란 불가능한 일이에요.”

천신과 마신들이 합공을 해야 죽일 수 있다?

이는 마신공과 신공을 모두 맞아야 죽는다는 뜻.

아르타나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려주어 상훈을 절망시킬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상훈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알려줘서 고맙군. 특별히 넌 고통없이 죽여주지.”

그 말과 함께 상훈은 여의신공을 펼쳐 신력을 마신력으로 전환시켰다. 동시에 여의마천병을 꺼내 그대로 휘둘렀다.

스파아앗-!

마찬가지로 여의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후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멸검마신공을 펼쳤다.

콰아앙! 쾅! 콰아아아앙!

여의마천병에 적중된 기계 장치 환신들의 몸이 크게 흔들리더니 이내 모두 폭발해버렸다.

동시에 상훈의 여의마천병이 아르타나의 몸도 후려쳤다.

파아악!

그녀의 허리가 그대로 동강이 났다. 그 순간 지체없이 상훈은 다시 마신력을 신력으로 전환한 후 조화검신공을 펼쳐 아르타나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 직전 아르타나가 기겁하는 표정으로 사라졌다.

도주한 것이다.

츠으으읏-

상훈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기계 장치 환신들이 죽으며 내뿜은 환신력을 모조리 흡수했다.

스스스.

그러자 곧바로 결계가 사라졌다.

아르타나는 어디로 도주했는지 찾을 수 없었다.

“기다려라. 조만간 내가 찾아내 죽여주마.”

그리포스이건 미스티코이건 얼마든지 와라.

오는 족족 모조리 쓸어버릴 테니까.

“지금은 일단 대마계부터.”

곧바로 다시 마신력으로 전환한 상훈은 마역괴류를 통과해 제 4 대마신장궁을 공격했다.

환신들이 도주한 이상 리카이스를 도와줄 존재들은 없었다.

잠시 후 제 4 대마신장궁을 파괴한 상훈은 계속해서 나머지 대마역들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제 5, 6, 8, 9 대마역이 차례로 상훈에 의해 초토화되었다.

“이제 대마궁뿐인가?”

상훈은 대마신 리카이스의 대마궁을 향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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