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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북천의 영웅 (2) (138/159)

 # 138

북천의 영웅 (2)

“제 1 대마역을 공격하시겠다고요? 그건 불가합니다.”

참모 델리나는 펄쩍 뛰었다. 상훈이 자리를 비운 순간 제 3 대마역이 공격을 해온다면 제 1군단을 비롯해 다른 모든 군단들을 모두 끌어모은다고 해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상훈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여기있는 제 1군단장 하이디엔이 저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으면 대략 며칠 정도는 적을 속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제가 1군단을 쓸어버리기 충분한 시간이지요.”

“그건 모험입니다. 만에 하나 그대가 그 시간 내에 복귀하지 못한다면 이곳뿐만 아니라 북천의 서북부가 초토화될 수 있어요.”

“하지만 성공한다면 천 년 동안 북천을 위협하던 대마계의 1, 3 대마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상훈은 담담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더 이상 설명은 불필요하겠지요. 참모인 그대라면 이미 승산이 있다 판단했을 겁니다.”

“후!”

델리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상훈의 말대로 그녀는 이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고 있었다.

대천계를 통털어 오직 상훈만이 가능한 작전.

그것은 그가 마역괴류의 저주에 면역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단신으로 제 7 대마역을 쓸어버린 가공스러운 전투력까지!

‘틀린 말이 아니야. 며칠만 버티면 대천계의 지도가 바뀔 거야.’

따라서 델리나는 이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생각보다 과연 어떻게 하면 상훈이 1 대마역을 치는 며칠 동안 제 3대마역을 감쪽같이 속인 채 국경에 붙잡아둘 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군단장 그대의 작전을 받아들이겠어요.”

“현명한 판단입니다.”

상훈은 미소 지었다. 델리나 역시 미소 지었다.

그녀는 속으로 설렜다.

이런 식의 박진감 넘치는 작전은 실로 오랜만이었던 것이다.

리오니스는 절대 이런 모험을 하지 않았다.

델리나는 그런 리오니스의 뜻에 맞춰 작전을 짜왔는데, 상훈은 완전히 달랐다.

시작부터 파격적인 모험이었으니까.

위험해 보이지만 승산이 매우 높으니 모든 걸 던져볼만했다.

* * *

작전 계획이 정리되자 상훈은 즉각 제 1 대마역을 향해 출격했다.

‘델리나와 하이디엔이 잘 해주겠지.’

그렇다 해도 이건 다분히 모험이었다.

이는 상훈이 느낌이 좋지 않아서였다.

대천궁의 포탈까지 닫혀버렸다는 것!

분명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고 이곳을 내버려두고 가볼 수도 없는 일.

그래서 최대한 빨리 북천과 인접한 대마역들을 정벌한 후 대천궁에 가보고자 함이었다.

1, 3 대마역만 쓸어버리고 나면 상훈이 자리를 비워도 북천은 안전할 테니 말이다.

먼저 제 1 대마역.

흥미롭게도 이곳의 대마신장궁은 접경 지역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껏 천신들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이유는 마역괴류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훈은 마역괴류를 뚫고 들어가 학살을 시작했다.

제 1 대마역의 주력이 모여있는 곳이지만 여의마신공을 통해 증폭된 고대 대마신들의 신공들이 쏟아져나가자 그들은 무력하게 당했다.

이에 격분한 제 1대마신장 므니즈가 상훈을 향해 반격을 가해왔지만 멸검마신공으로 무장한 상훈의 대검에 처참히 두 쪽이 나버렸다.

이어서 상훈은 마신들과 악신들을 닥치는 대로 주살했다.

‘이제는 점령도 요령이 생겼군.’

모두 다 죽이기보다 상급 이상의 마신들을 죽이는데 주력했다.

그 이하 마신들은 살아 있어도 별 위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 1 대마역의 최상급 마신들은 전멸했고, 상급 마신들도 8할 이상이 죽임을 당했다. 그 와중에 중급이나 하급 마신들, 그리고 악신들도 무더기로 죽은 것은 당연했다.

계속해서 쓸만한 신수도 2마리 챙겼고, 갇혀 있던 천사들과 선녀 시종들을 구해내 천신의 성광을 펼쳐줬다.

마지막으로 대천신기를 꽂아 천역으로 바꾸자 잠시 후 포탈이 생성되었다.

제 1군단장 하이디엔의 천신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

상훈은 그것을 타고 당당히 귀환했다.

그 사이 제 3 대마역에서는 막 총공격을 감행하려던 찰나였다.

상훈으로 변신해 있는 하이디엔이 가짜임을 간파했기 때문.

그러나 상훈이 적시에 귀환하자 제 3 대마역의 마신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천역으로 대거 진군해왔던 선봉 군단 두 개가 상훈에게 괴멸되었고, 그에 놀라 후퇴한 후 마역괴류 안쪽으로 피한 나머지 군단 역시 상훈이 뒤따라 들어가 모조리 쓸어버렸다.

이렇게 상훈에 의해 오랜 세월 북천을 괴롭혀온 대마계 1, 3 대마역이 초토화된 것은 물론이고, 그곳들이 모두 북천으로 편입되었다.

“정말 믿기지 않아요. 이 순간이 꿈만 같군요.”

델리나뿐 아니라 1군단장 하이디엔도 상훈을 존경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같은 군단장이지만 그는 6품 천신이고 상훈은 4품 천신인 터라 그의 태도는 매우 정중했다.

“처음에 작전을 들었을 때만 해도 당신이 정말 무모하다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군요. 지난 천 년 동안의 노고가 모두 사라진 기분입니다. 리오니스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기뻐하실지.”

북천 서북부에서 벌어진 천 년의 질긴 전쟁이 종결났다.

단 한 명의 천신으로 인해 말이다.

1군단장 하이디엔 뿐 아니라 그 휘하 모든 천신들이 상훈을 향해 무한한 경의를 표했다.

“당신이 이루신 오늘의 위대한 공적을 저희들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북천의 영웅입니다.”

상훈은 영웅이 되었다.

그것도 보통의 영웅이 아닌 신들이 인정하는 영웅!

그러나 상훈은 지금 그런 것에 기뻐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도 대천궁의 중앙 포탈이 닫혀 있는 것으로 볼 때 문제가 아주 심각한 것 같군요. 이제 이곳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으니 델리나님께 맡기고 저는 대천궁으로 가보려 합니다.”

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곳은 염려마세요.”

그녀는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차원괴류의 천역 두 곳을 확보한 이상 이곳 북천의 서북부는 완벽한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대의 군단이 있는 동북부도 같은 상황이죠. 무엇보다 북천을 위협하던 세 개의 대마역이 괴멸된 이상 북천은 대천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건 다 그대의 활약 덕분입니다.”

상훈을 바라보는 델리나의 눈빛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 * *

대천궁으로 가기에 앞서 상훈은 일단 자신의 천신궁으로 이동했다.

제 1 대마역과 제 3 대마역의 마신들을 대량 학살하느라 소모된 신력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기에 신력을 최대로 회복해두는 건 매우 중요한 일.

그리고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신력 온천에서 선녀 시종들의 안마를 받아야 했다.

“시종 티아, 궁주님의 신력 회복을 돕겠습니다.”

“시종 리나, 궁주님의 신력 회복을 돕겠습니다.”

상훈이 온천에 들어가자 아리따운 선녀 시종들이 따라와 안마를 시작했다.

“잘 부탁한다.”

상훈은 시종들의 손길에 몸을 맡긴 후 생각에 잠겼다.

‘이제 절대천신 벡사티오 스승님의 신력은 모두 나의 것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마신들을 해치운 덕분에 잠재력화 된 벡사티오의 신력을 상훈 자신의 신력으로 완벽하게 흡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곧 현재 상훈의 전투력이 신계의 고대 전설이라 불리는 절대천신 벡사티오와 같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했다.

‘그런데 나의 전투력이 너무 상승해서인지 이제는 마신들을 해치워도 잠재력이 신력으로 거의 전환이 되지 않고 있어.’

상훈에게는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이 남아 있는 상태다.

절대마신 케시우스의 마신력!

그것의 양은 벡사티오의 것보다 오히려 많았다.

그것까지 모두 신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상훈은 지금껏 신계에서 그 누구도 이르지 못한 경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강한 적들과 싸울 필요가 있다.’

적어도 대마신 리카이스 정도 되는 존재들!

그래봤자 이제 상훈에게는 그 정도급은 강자라고 볼 수도 없겠지만,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잠재력이 추가로 조금이나마 신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강한 자들은 따로 있겠지.’

바로 환계의 신들 말이다.

애초부터 상훈은 대마계의 대마신들은 적수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절대천신과 절대마신이 서로 싸우게 만든 배후의 신들.

그들은 신계를 선신계와 악신계로 나누어 무수한 대천계와 대마계가 생겨나게 만들었다.

그들을 없애지 않으면 모든 대마계를 없애버린다 해도 신계의 평화는 그저 일시적일 뿐이리라.

“시종 피오네, 궁주님의 신력 회복을 돕겠습니다.”

“시종 라라, 궁주님의 신력 회복을 돕겠습니다.”

그 사이 상훈을 안마하던 선녀 시종들이 피로에 지쳐 물러나고 새로운 선녀 시종들로 교대되었다.

선녀 시종들의 회복력도 무한한 것이 아니다보니 일정 시간 안마를 하고나면 그녀들도 한동안 쉬어주어야 했다.

그런식으로 선녀 시종들이 무려 이십 번이나 교대된 상태인데도 상훈의 신력은 완전히 차지 않았다. 이는 상훈의 신력이 절대천신급이 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종들이 많아야 되는 이유가 있었군.’

다행히 상훈에게만 영원한 충성을 바치는 선녀 시종 권속들은 지금 5천 명이 넘는다.

1 대마역과 3 대마역을 정리하면서 수천 명의 천사들과 선녀 시종들을 구해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녀 시종이 부족해서 신력을 회복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게 문제지만, 그만큼 그것은 상훈이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신력 온천에서 시종 선녀들의 안마를 받지 않아도 신력은 그냥 있으면 저절로 회복된다.

그러나 그 경우 적어도 수십 배 이상의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신력을 가장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건 역시 여신의 특별한 안마를 받는 것이다.

‘리오니스가 있으면 좀 더 빨리 회복이 되겠지.’

그 날 리오니스는 언제든 상훈에게 신력 회복에 대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녀가 할 일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고, 일종의 고백이었다.

상훈의 애신(愛神)이 되고 싶다는 고백 말이다.

인간으로 치면 애인!

둘 다 인간이 아닌 신이니 애신이 맞는 표현이었다.

물론 그녀와 애신이 되었다고 해서 상훈이 다른 여신을 사귀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신이라고 해서 질투가 없는 건 아니니까.

특히나 북천의 대신장이자 1품 천신인 리오니스와 애신이 된 상훈에게 접근할만큼 간 큰 여신은 적어도 이곳 대천계에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델리나나 플로린을 비롯한 여신들은 물론이고, 선녀 시종들도 상훈을 대하는 태도가 더욱 조심스러워진 터였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인 거지?’

대천궁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리오니스가 위기에 처해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훈이 이미 그녀의 위기를 감지해 이곳으로 소환했을 테니까.

그 사이에도 선녀 시종들이 계속 교대되었다.

그렇게 상훈은 수십여 명의 선녀 시종들에게 안마를 더 받고 나서야 모든 신력을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대천궁으로 가볼까?”

포탈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상훈은 북천의 천역 중 대천궁과 가장 가까운 29천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곧바로 대천궁이 있는 쪽으로 비행이동했다.

대마계의 마역들을 공격할 때도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터라 조금 번거롭다는 것 빼고는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

그런 식으로 한참을 이동했을까?

드디어 대천궁이 위치한 천역이 나타났다.

천역괴류로 둘러싸인 절대 안전 지역!

상훈은 지체없이 천역괴류 안으로 들어갔다.

“······!”

그러다 그는 깜짝 놀랐다.

대천궁이 있어야 할 공간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대천궁의 중앙 포탈이 닫혀 있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대천궁이 사라졌으니 포탈 또한 사라진 것이다.

‘갑자기 대천궁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물론 대천신은 필요하다면 대천궁을 옮길 수 있다.

그것은 대천궁이 무너질만큼 위급한 상황일 때의 얘기다.

천역괴류 안에 위치한 대천궁이 위기에 처했다면?

‘대마계의 짓은 아니다.’

그들은 천역괴류 안에서 힘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마 환계의 신들이 이곳을 공격한 건가?’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상훈은 리오니스가 극한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감지하고는 즉각 그녀를 소환했다.

츠으으읏!

하지만 소환이 잘 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상훈의 소환을 방해하고 있었다.

다행히 상훈이 신력을 더욱 끌어올려 소환을 시도하자 소환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만신창이 상태의 리오니스가 상훈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다 상훈을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대는······.”

그러나 그녀는 어떤 가공스러운 공격에 당했는지 전신이 반쯤 녹아버린 상황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상훈이 묻자 그녀는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해. 이런 식으로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졌다.

상훈은 즉각 그녀에게 신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녹아 사라지던 그녀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대체 누가 그의 애신인 리오니스를 이꼴로 만들어놓았을까?

‘기다리고 있어라. 모조리 쓸어줄 테니!’

상훈의 두 눈에서 섬뜩한 한광이 뿜어져나왔다.

환계건 뭐건 그것들이 사라질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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