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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보이지 않는 손 (2) (8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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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2)

친밀도가 대폭 오르자 하넬도 매우 기쁜 듯 환하게 미소 지었다.

“덕분에 강화 확률이 대폭 상승했어요. 7강까지 100%, 8강 68%, 9강 20%, 10강 3% 정도죠.”

“그럼 격려를 쓴다고 해도 8강은 무리네.”

“안전하게 7강까지만 추천드려요.”

“그게 낫겠어.”

어차피 앞으로 또 친밀도를 올리면 강화 확률은 늘어나게 된다.

실패시 장비가 그대로 파괴되어버릴 수도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해서 8강을 시도할 이유가 없으리라.

“그리고 이제부터 전 군주님께 100% 안전 강화는 강화 비용을 받지 않을게요.”

“그래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군주님과는 친밀도가 올라 강화가 쉬워졌거든요. 특히 안전 강화는 차원력 소모가 거의 없어서 비용을 받기도 그래요.”

1강에는 상급 차원석 1개, 2강엔 2개, 3강엔 3개, 이런 식으로 강화 비용이 들게 되는터라, 7강까지 도합 28개의 상급 차원석을 줘야 한다.

앞으로 고강으로 갈수록 상급 차원석은 엄청나게 필요할 텐데, 안전 강화 시에는 무료가 된 것이다.

‘친밀도가 오르니 여러모로 편하군.’

곧바로 상훈은 아공간에 있는 극초월 무기들을 모두 7강으로 강화했다.

* 게로드의 검(+7)

* 가일의 미늘창(+7)

* 토마르나의 대검(+7)

* 바카드의 양손 도끼(+7)

* 아투란의 단검(+7)

* 훔아크의 망치(+7)

* 정령왕의 대검(+7)

* 자린화룡창(+7)

* 암흑화룡검(+7)

혼돈마녀의 비밀창고를 턴 덕분에 불완전한 혼돈의 강화석은 충분했다.

어비스 상점의 레시피를 통해 만들었던 무기들.

거기에 어제 털어온 비밀 창고의 무기들.

추가로 시종7이 여분으로 보관중인 암흑화룡검들도 모두 강화해 아공간에 넣었다.

물론 대신 시종7의 암흑화룡검(+3)을 7강으로 강화해주었다. 적이었다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이제 시종7은 상훈의 부하나 마찬가지니까.

“네가 비밀 창고를 털어온 덕분에 강화를 잘 할 수 있었다. 이건 선물이야.”

“정말 이걸 내게 주는 거야?”

시종7은 상훈이 설마 그녀의 장비까지 강화해줄 줄은 몰랐는지 깜짝 놀랐다. 암흑화룡검(+7)뿐 아니라 극초월 방어구인 초마력전신갑(+7)과 정령왕의 망토(+7)까지!

“내 시종이라면 그 정도 장비는 갖고 있어야지.”

그러자 시종7이 복잡한 눈빛으로 상훈을 노려봤다.

“이걸로 내가 널 공격할 수도 있어. 그런데도 상관없어?”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물어보는 거냐?”

시종7은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상훈을 향해 검을 겨눌 수는 없었다.

“고마워. 잘 쓰겠다.”

[시종7과의 친밀도가 580 상승했습니다.]

[누적 친밀도 6790]

신화 등급 친밀도 아이템을 받을 때도 투덜거리던 시종7의 입에서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친밀도도 대폭 상승!

“별일이 다 있군. 고맙다는 말을 다 하고. 이제야 날 주인으로 생각하는 거냐?”

“주인은 무슨. 비록 네게 매여있지만 난 여전히 마녀님의 시종이다.”

친밀도가 올라서인 것일까? 아니면 강화된 장비 때문일까?

상훈을 바라보는 시종7의 눈빛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져 있었다.

말투 또한 반말은 여전했지만 퉁명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훈은 시종7을 슥 노려봤다.

“혼돈의 마녀에 대한 충성심이 보통이 아니군. 하지만 때가 되면 그 마녀는 내 손에 죽는다. 그건 너 역시 각오하고 있어라.”

“······.”

시종7은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상훈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뭔가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네가 무슨 수를 써도 혼돈의 마녀님을 상대로 이기기란 불가능해. 그러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더 이상 세력을 넓히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면?”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날 위해서?”

“난 네가 죽지 않았으면 해.”

그 말을 하는 시종7의 눈빛은 진지해보였다.

진심으로 상훈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는 듯.

왠지 기특하긴 했지만.

“넌 그 마녀를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그냥 일개 적일 뿐이다. 머지않아 해치울 최종 보스! 아니 어쩌면 그저 중간 보스일지도 모르지.”

“······?”

시종7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넬 역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상훈은 차갑게 웃고만 있을 뿐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어비스 포인트가 너무 많이 풀렸단 말이야.’

그로인해 보통의 초월자들이 혼돈의 괴수 소환권을 사기 쉬워졌다.

그들의 힘으로 혼돈의 괴수를 처치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만약 군주들에게 그것을 바치게 되면?

군주들의 전투력이 대폭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더 이상 혼돈의 괴수를 처치해도 강해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에 이르면 혼돈의 시종과 거의 맞먹는 전투력을 보유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혼돈의 시종보다 약간 아래.

고강화된 장비가 있다면 비등해질 것이다.

‘뭐 그런 건 별로 두려울 건 없는데.’

상훈은 사실 혼돈의 시종 일곱 명이 모두 덤벼도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시종7은 자신들 중 셋만 모이면 상훈이 패배할 거라 말했지만, 그것은 그녀가 상훈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다소 고전은 하겠지만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혼자서 상상 수련을 통해 시종들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해 실전과 같은 결투를 벌였고 승리했으니까.

그런만큼 아르곤 등이 설령 혼돈의 시종급으로 강해진다고 해도 상훈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꼭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견제하고 있는 것 같다는 거지.’

혼돈의 마녀가 이미 상훈을 대놓고 방해하는 건 알고 있는 일이다.

거기까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상훈이 그녀를 죽이려 하니까 그녀 역시 반격을 해온 것일 테니까.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어비스 전장까지 이상해졌다.

어비스 포인트를 대량으로 푼 건 상훈을 제외한 다른 군주들의 전투력을 대폭 상승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전체 초월자들의 수준도 상승시키기 위함이고 말이다.

즉, 상훈과 다른 군주들의 격차를 대폭 줄이거나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혼돈의 마녀도 어비스쪽은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시종5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치트 코드 하나 만들어놓고 힘이 빠져 잠들어 있는 혼돈의 마녀에게 과연 어비스 전장 자체를 바꿔버릴 만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시종7, 너 혹시 혼돈의 마녀가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고 있어?”

“몰라. 나를 비롯한 시종들은 그저 태초부터 마녀님의 시종이었을 뿐 그 외에 그 분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태초?”

“혼돈의 시대가 처음 열렸던 그때.”

그래봤자 고작 40여일이 지났을 뿐이다. 혼돈의 시대가 열린지 10일만에 어비스가 열렸고, 그 후로 한달 정도 후에 또 한 번의 어비스가 열렸으니까.

그런데도 태초라고 하니 뭔가 우스웠다.

결국 시종7은 어딘가 있던 존재가 온 것이 아니라 혼돈의 시대가 열리는 그때 창조된 것이 분명했다. 보통의 인간처럼 아기때부터 커나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체 상태로 말이다.

아마도 혼돈의 마녀도 그때 창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말이야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고 했지만, 그녀가 혼돈 시스템의 주인일 리가 없었다.

‘진짜 주인이라면 시스템에 얽매어 있지 않겠지.’

결국 혼돈의 마녀 또한 혼돈 시스템이 만들어낸 피조물에 불과하단 얘기였다.

혼돈 시스템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뜻.

‘정말 뒤에 누가 있는 건가?’

상훈은 지금껏 혼돈 시스템의 중심에 있는 혼돈의 마녀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마녀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면?

혼돈의 마녀도 그저 일개 하수인에 불과하다면?

‘그럴 리는 없겠지. 절대 아니기를 바란다.’

상훈은 이것이 그냥 자신의 망상이길 바랐다.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최악의 사태였다.

혼돈 시스템의 주인이 혼돈자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 놈이 만약 혼돈자라면.’

그 누구도 이 혼돈 시스템을 파괴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누군가 열 개의 페르틸라를 모아 혼돈의 힘을 얻는 것을 혼돈자가 멀뚱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테니까.

‘그럼 나 또한 혼돈자가 되어야 그놈을 이길 수 있다.’

페르틸라를 모아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그래야 이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다.

‘어차피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니 매일 수련해나가자.’

상훈은 이미 과거 전성기 때보다 비할 수 없이 강해졌다.

더 이상 혼돈자의 경지가 불가능의 영역만은 아니었다.

* * *

잠시 후 하넬의 궁전에서 나온 상훈은 곧바로 제 2혼돈계로 이동해 그곳의 메인 거점을 점령했다.

이로써 상훈은 1, 2, 10혼돈계를 지배하는 군주가 되었다.

그 중 완전히 점령한 곳은 1혼돈계일 뿐이지만, 나머지 두 혼돈계도 지구의 각성자들과 중립 행성의 각성자들, 그리고 초월자 노예들로 인해 빠르게 점령될 것이다.

‘여긴 이제 아크엘에게 맡겨두고.’

개인 수련을 하기 전에 먼저 다카룬과 초월자 노예들이 가져온 혼돈의 괴수 소환권 132장을 쓰기로 했다.

곧바로 이네르타와 사로스, 그리고 시종7과 파티를 맺고 혼돈의 괴수가 있던 행성으로 이동했다.

‘이걸 다 쓰면 이네르타와 사로스가 시종7에 버금갈 만큼 강해질 지도 모르겠군.’

[파티 정보]

-파티장 : 초월자 전상훈

-파티원 : 초월자 시종7

-파티원 : 초월자 이네르타

-파티원 : 초월자 사로스

[아이템 및 루나 분배]

-파티장 모두 획득

“괴수는 내가 죽일 테니 시종7 넌 이네르타와 사로스가 죽지 않도록 보호해.”

“그건 염려 마.”

[혼돈의 괴수 소환권을 사용했습니다.]

[혼돈의 괴수가 소환되었습니다.]

곧바로 거대 키메라 형상의 괴수가 나타났지만.

퍼어억-!

나오자마자 상훈의 검에 맞아 죽었다. 그 흔한 포효 한 번 날려보지 못하고 그냥 부서진 것이다. 사실 시종7이 굳이 이네르타 등을 보호할 필요도 없었다.

[불완전한 혼돈석을 얻었습니다.]

[불완전한 혼돈의 강화석을 얻었습니다.]

[고대 거조의 깃털(전설)을 얻었습니다.]

이것들 외에도 루나와 상급 차원석 및 잡템들이 수두룩하게 드롭되어 상훈의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파티 사냥을 하면 드롭률이 좋아.”

상훈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초장부터 불완전한 혼돈석에 강화석, 게다가 친밀도 아이템까지!

그러자 시종7이 고개를 갸웃했다.

“드롭률은 파티 사냥과는 관계 없어. 파티원 중 누군가의 행운이 특별히 높아서 일 거야.”

“그래?”

시종7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 명씩 파티에서 탈퇴시킨 후 사냥을 해보면 되는 일이니까.

몇 번을 해보니 이네르타와 파티를 했을 때 드롭률이 유독 좋았다.

상훈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이네르타, 네가 행운의 주인공이라니!”

“저는 전혀 몰랐어요. 로드께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쁘군요.”

이네르타 또한 뜻밖인 듯했다.

“너 혹시 어비스 포인트로 랜덤 상자 돌려본 적 있어?”

“포인트는 로드께서 모아두라 하셔서 계속 모으고만 있어요.”

“나중에 어비스 거래소에 가서 한 번 돌려봐. 너라면 좋은게 나올지도 몰라.”

“네.”

그러자 사로스가 눈을 반짝였다.

“로드! 나도 랜덤 상자 돌려도 돼?”

“안 돼. 넌 그 때 오만원 나왔잖아. 넌 행운이 별로인 것 같으니까 앞으로도 포인트는 계속 모아둬.”

“이번엔 다른 거 나왔는데······.”

“또 돌렸냐?”

“딱 한 번.”

“뭐 나왔어?”

“황홀한······.”

“오! 황홀한 혼돈의 빛구슬이 나온 거야?”

“여행기.”

사로스가 아공간에서 웬 책을 꺼내 내밀었다. 곧바로 그것을 받아 펼쳐본 상훈은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슥 노려봤다.

“이거 야설이잖아.”

“······.”

“너 누가 이런 거 읽으랬어?”

“읽은 게 아니라 상자에서 나온 건데.”

“어쨌든 이건 압수다.”

사로스는 뭔가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훈은 책을 아공간에 넣고는 외쳤다.

“그럼 다시 시작한다. 모두 조심해.”

[혼돈의 괴수가 소환되었습니다.]

[혼돈의 괴수가 소환되었습니다.]

[혼돈의 괴수가 소환되었습니다.]

······

계속해서 상훈은 혼돈의 괴수를 소환해 처치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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