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혼돈계 침공 (2) (66/159)

 # 66

혼돈계 침공 (2)

시간은 계속 흘렀다.

25일이 지나자 제 1혼돈계의 거점 행성들 중 대부분이 점령되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두 개만 남은 상태.

[C1098 행성 문제 해결도 89%]

[C1100 행성 문제 해결도 88%]

그러나 둘 다 오늘 안에 90%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아크엘이 정확히 예측했군.’

25일 정도면 될거라 하더니, 오늘이 그가 그 말을 한지 딱 25일째였다.

게로드의 검(+3)

가일의 미늘창

토마르나의 대검

바카드의 양손 도끼

아투란의 단검

훔아크의 망치

그동안 상훈은 어비스의 대장장이들을 만나 무기 제작을 마쳤다.

모두 다른 종류로 만들어 둔 이유는 그냥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무기를 선택하기 위함이었다.

‘매번 똑같은 무기를 쓰는 건 지겨우니까.’

뭘 써도 위력은 비슷했다. 다만 강적을 만났을 때는 3강으로 강화된 게로드의 검을 꺼내쥐면 된다. 그보다 더 강적을 만나면 6자루의 극초월 무기를 모조리 꺼내 소멸의 차크람 블레이드를 만들면 될 것이다.

현재 남은 불완전한 혼돈석은 11개.

당장은 추가로 무기를 제작해야 하니 일단 모아두고, 조만간 여유가 생기면 강화를 해보기로 했다.

‘무리해서 4강을 시도하기보다 다른 무기들을 3강으로 강화하는 게 좋겠지.’

그러다 모든 무기가 다 3강이 되면 그때부터 하나씩 또 4강으로 올리면 되는 것이다.

[C1098의 행성 문제 해결도가 90%로 상승했습니다.]

한편 그 사이 C1098 행성이 점령 가능해졌다.

상훈은 즉각 그곳 행성으로 이동했다.

[C1098 행성을 점령했습니다.]

그때 포탈을 향해 줄지어 이동해 오는 수많은 각성자들.

서린의 파티가 가장 선두에 서 있었다. 상훈은 씩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들 수고 많았다.”

그러자 서린이 활짝 웃으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로드! 우리가 중립 행성의 각성자들을 이겼어요.”

“잘했어.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당분간 푹 쉬어라.”

마지막 남은 두 개의 퀘스트 행성.

그 중 C1098 행성은 지구의 각성자들이, C1100 행성은 중립 행성의 각성자들이 동시에 투입되며, 어느 쪽이 더 빨리 문제 해결도 90%를 달성하는지 대결을 했던 모양이었다.

초월자 노예들은 공평하게 양쪽으로 반씩 분산.

그렇다 해도 중립 행성의 각성자들 숫자가 두 배가 더 많았다.

그런데도 지구 각성자 쪽이 승리한 것은 그들의 레벨이 훨씬 높고 퀘스트의 요령이 늘었기 때문이리라.

지구 각성자들 평균이 Lv80.

Lv100이면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게 되는데, 서린의 레벨은 무려 Lv142.

지구 모든 각성자들 중 최고 레벨이었다.

모두 초인의 감각이란 패시브 스킬 덕분이었다.

몬스터 사냥은 물론이고 퀘스트 경험치까지 두 배를 얻게 되는 사기적인 능력이니까.

[C1100의 행성 문제 해결도가 90%로 상승했습니다.]

그때 간발의 차이로 마지막 행성의 문제 해결도가 90%로 상승!

[C1100 행성을 점령했습니다.]

이로써 상훈은 제 1혼돈계의 모든 거점을 점령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즉시 알림이 울렸다.

[당신은 제 1혼돈계의 거점 행성을 모두 점령했습니다.]

[당신은 제 1혼돈계를 장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상훈에게만 들리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들리는 음성은 알림방지권을 무시하고 전 혼돈계로 진동했다.

[군주 전상훈이 제 1혼돈계를 장악함에 따라 혼돈계가 크게 진동합니다.]

[제 1혼돈계와 제 2혼돈계를 가로막는 혼돈의 벽이 24시간 후에 사라집니다.]

[제 1혼돈계와 제 10혼돈계를 가로막는 혼돈의 벽이 24시간 후에 사라집니다.]

‘오! 이건?’

놀랍게도 단 번에 두 개의 혼돈계가 제 1혼돈계와 무작위로 연결이 되었다.

제 2혼돈계와 제 10혼돈계!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앞으로 24시간 후에 벽이 사라진다고 했으니까.

상훈은 즉시 중립 행성의 궁전으로 이동해 군주 현황을 살펴봤다.

[군주 라인카스]

-제 10혼돈계

–생존의 페르틸라

지난 25일 동안에도 초월자들은 매일 계속 적지않게 유입되고 있었지만, 그 사이 군주 현황은 바뀌지 않았다.

제 2혼돈계는 군주가 없는 상태이고, 제 10혼돈계는 여전히 예전 켈라크스 제 2군황이었던 라인카스가 군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라인카스? 드디어 저 놈을 만나게 되는구나.’

상훈은 싸늘히 웃었다. 그가 모든 혼돈계에서 가장 벼르고 있는 이들이 바로 예전 켈라크스 시스템을 만든 녀석들이다.

즉, 켈라크스의 군황들!

그놈들 때문에 지구가 엉망이 되어버렸고, 상훈의 가족들을 비롯해 지구 인구의 대다수가 처참하게 죽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차 혼돈의 시대를 종식시키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지만,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을 만들어낸 켈라크스들에게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할 것이다.

‘딱 하루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전쟁 준비는 따로 필요없다.

‘나 혼자 가는데 준비가 뭐 필요해?’

아무것도 신경쓸 것 없다. 가서 그냥 다 쓸어버리면 되니까.

상훈은 어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 * *

바로 그 순간 혼돈계의 아득히 깊은 곳에서 뭔가가 두 눈을 차갑게 번쩍였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개를 가진 거대한 존재!

켈라크스 시스템을 만들었던 트리안과 동일한 얼굴을 가진 거대한 여성!

다름아닌 혼돈의 마녀였다.

그녀는 지금 매우 분노한 상태였다.

“감히······!”

그녀는 그동안 미동도 없이 조용히 49혼돈계를 관찰하고만 있었다.

혼돈계에 별다른 대단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돈의 벽이 사라지는 건 달랐다.

분리된 혼돈계들이 합쳐지는 건 누군가 혼돈계를 통일하고 있음을 의미하니까.

그녀는 혼돈의 시대가 종식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이 기괴하게 엉켜버린 세계가 영원히 지속되는 걸 그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누구도 혼돈계를 통일 할 수 없다.”

그녀가 그렇게 외치는 순간 그녀의 날개에서 일곱 줄기의 빛이 빠져나와 혼돈계의 어딘가로 사라졌다.

* * *

그 순간 혼돈계에 천지가 진동하는 듯 웅장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제 1혼돈계의 군주 전상훈의 폭주에 혼돈의 마녀가 분노했습니다.]

[혼돈의 마녀가 그녀의 일곱 시종을 혼돈계에 파견했습니다.]

[혼돈의 시종이 제 2혼돈계에 진입했습니다.]

[혼돈의 시종이 제 9혼돈계에 진입했습니다.]

[혼돈의 시종이 제 17혼돈계에 진입했습니다.]

[혼돈의 시종이 제 24혼돈계에 진입했습니다.]

[혼돈의 시종이 제 30혼돈계에 진입했습니다.]

[혼돈의 시종이 제 37혼돈계에 진입했습니다.]

[혼돈의 시종이 제 49혼돈계에 진입했습니다.]

상훈은 어이가 없었다. 난데없이 혼돈의 마녀가 분노했다는 알림이 울려퍼졌기 때문이다.

‘이건 또 뭐냐?’

그때 상훈의 궁전으로 거점 관리자 아르나가 도착했다. 그녀는 상훈이 제 1혼돈계를 완전히 장악한 것을 축하하러 온 것이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울리는 혼돈계의 알림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런! 혼돈의 시종은 혼돈의 마녀의 부하들이죠. 엄청나게 강한 존재들이라 그들이 있는 혼돈계는 장악이 쉽지 않아요. 시종들은 혼돈의 괴수들도 대거 이끌고 있거든요.”

“그보다 혼돈의 마녀가 나에게 분노했다고 나오던데?”

“군주께서 가장 먼저 혼돈의 벽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에요.”

“그 마녀는 내가 혼돈의 힘을 얻는 걸 싫어하는가 보군.”

“자신을 죽이러 오는 사람을 좋아할 존재가 어디있겠어요?”

“하긴.”

상훈은 마녀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하긴 누군들 죽고 싶을까? 당연히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죽어야 한다.

혼돈의 마녀는 이 모든 혼란과 재앙의 근원!

그녀가 죽어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테니까.

“아무리 발악을 해봐라. 결국은 넌 내 손에 죽는다.”

상훈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하자 아르나가 흠칫했다.

“네? 저를 죽이신다고요?”

“아니. 혼돈의 마녀에게 한 말이야.”

“아.”

아르나는 그럼 그렇지 하면서도 뭔가 기막혀하는 표정을 지었다.

“군주께서는 혼돈의 마녀가 무섭지 않으신가요?”

“전혀.”

“대놓고 군주님을 찍었는데도요? 앞으로도 여러 방법으로 군주님을 방해할지도 몰라요.”

“글쎄!”

상훈은 묘한 미소를 흘렸다.

전투력을 알 수 없는 강적들의 등장!

게다가 혼돈의 괴수들까지 대거 끌고 있다라?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아도 좀 더 강한 적을 원했던 상훈으로서는 오히려 반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치우면 또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식의 방해라면 오히려 나를 도와주는 거지.’

상훈은 일단 내일 혼돈의 벽이 사라지면 먼저 제 10혼돈계부터 칠 생각이었다.

그곳에 군주 라인카스가 있으니까.

반면에 제 2혼돈계에는 페르틸라를 가진 군주가 없는 터라 그리 급하게 공격할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혼돈의 시종이 그곳으로 진입했으니 얘기가 달라졌다.

제 1혼돈계와 연결되어 있는 곳에 그런 위험한 존재가 있는 걸 그대로 방치했다가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골치 아플 테니까.

‘최대한 빨리 라인카스를 해치우고 페르틸라를 얻은다음 2혼돈계로 가봐야겠군.’

* * *

한편 그때 제 10혼돈계의 군주인 라인카스는 깜짝 놀란 상태였다.

갑자기 24시간 후에 이곳과 제 1혼돈계가 연결된다는 알림이 울렸기 때문이다.

“이런! 하필이면 왜 이곳을!”

그 후에 혼돈의 마녀가 시종들을 파견했다는 알림이 울렸지만 그는 그런 것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제 10혼돈계와는 관계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에 발등이 불이 떨어진 것은 내일 있을 제 1혼돈계의 군주 전상훈과의 전쟁이었다.

“초월자들은 모두 대전에 모여라.”

그는 즉시 부하들을 소집했다. 본래 혼돈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의 휘하에는 대략 800여명에 해당하는 초월자 부하들이 있었다.

대부분 초급과 중급 수준이고, 상급 이상의 초월자는 100명이 안되지만, 그렇다 해도 엄청난 전력이다.

게다가 그 사이 외부 수많은 차원계에서 제10혼돈계로 진입한 초월자들 중 200여명이 또 라인카스의 부하가 되었다. 그 중에서 궁극의 초월자인 라인카스의 적수가 될만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로드시여! 제 1혼돈계의 군주 전상훈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나 초월자 1000명이 넘는 이곳 군황성을 함락시키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로드께서도 궁극의 초월자이신 이상 전상훈이란 놈을 충분히 상대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흐흐흐, 오히려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그놈을 해치우고 3개의 페르틸라를 획득하소서.”

“맞습니다, 로드. 이건 그 어리석은 전상훈 놈이 페르틸라를 가져다 바치러 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부하들의 말에 라인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나는 절대 패하지 않는다. 나는 내일 반드시 승리해 전상훈을 죽이고 세 개의 페르틸라를 획득할 것이다.”

“와아아아!”

대전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러자 라인카스는 손을 흔들며 외쳤다.

“승리의 환호는 하루 뒤로 미룬다. 모두들 전투 태세를 갖추고 대기해라. 시간은 딱 하루 남았다.”

“예, 로드.”

그렇게 제 10혼돈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24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그 즉시 혼돈계를 진동하는 알림이 울렸다.

[제 1혼돈계와 제 10혼돈계를 가로막는 혼돈의 벽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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