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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부하들을 키워주다 (1) (60/159)

 # 60

부하들을 키워주다 (1)

제 2혼돈계.

이곳 혼돈계는 현재 군주가 존재하지 않았다.

49개의 혼돈계 중 페르틸라를 보유해 군주가 된 이는 현재 7명뿐.

그 군주들이 지배하는 7개의 혼돈계를 제외한 나머지 42개 혼돈계는 비어있는 땅이나 마찬가지였다.

중립 행성 C2099.

이곳은 제 2혼돈계의 중립 행성으로 수많은 차원계에서 제 2혼돈계로 진입한 초월자들은 무조건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그간 제 2혼돈계로 들어온 초월자들만 벌써 수백 명.

그들은 자신들이 하필이면 군주가 없는 혼돈계에 들어온 것에 탄식했다. 곧바로 군주를 공격해 페르틸라를 빼앗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점차 혼돈계의 룰을 이해하게 되면서 모두 새로운 야심을 불태웠다.

일단 제 2혼돈계의 주인이라도 되자!

그러면 결국 언젠가 페르틸라를 가진 군주와 싸우게 된다!

그렇게 초월자들은 일단 제 2혼돈계를 점령하는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퀘스트 행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초월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며, 혼돈의 괴수를 처치하는 건 어지간한 초월자들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초월자들은 무리를 이루었다.

자신이 혼돈자가 되겠다는 야심에서, 혼돈자의 수하라도 되어 전차원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으로 바뀌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

그들은 상상 결계를 통한 전투를 통해 서로간의 실력을 가늠한 후 그 중 최강자를 군주로 추대했다.

그렇게 해서 제 2혼돈계의 군주가 된 이가 바로 혈무혼이었다.

다만 그는 정식 군주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초월자들이 추대한 임시 군주일 뿐이라 중립 행성의 거점 관리자에게 인정받지는 못했다.

“혈무혼 님, 당신은 페르틸라가 없으니 제 2혼돈계의 군주 대우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 혼돈계의 행성들을 다 점령하면 그때는 그에 준하는 대우는 해드리지요.”

따라서 그에게는 군주에게 제공되는 궁전 같은 것은 없었다.

중립 행성의 도시에서 막대한 루나를 주고 대여한 커다란 저택이 그의 거처이자 초월자들의 집합소였다.

저택 내부의 커다란 정원.

짙은 흑색의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사이로 날카롭게 번뜩이는 두 눈. 강인하면서도 섬뜩한 인상을 가진 사내.

그가 바로 혈무혼이었다.

“오오! 어비스 최후 생존자가 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로드!”

“로드께서 혼돈계 최강자임이 증명되었군요.”

“머지않아 혼돈자가 되실 것을 미리 경하드리옵니다.”

그의 앞에는 수백 명의 초월자들이 모두 희색이 만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혹시 1차 전장에서 랭킹 1위였던 어둠0479가 바로 로드이셨습니까?”

“그렇다.”

혈무혼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초월자들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흐흐,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제가 그 어둠0479에게 죽었는데 그때 딱 느낌이 왔습니다. 로드께서 바로 어둠0479라고 말입니다.”

“저도입니다. 1차 전장 시작되자마자 어둠0479가 저를 죽였는데, 사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로드께서 어둠0479이셨으니 제가 무슨 수로 당하겠습니까?”

“크큭! 저는 다른 놈에게 죽었는데 그 복수를 로드께서 해주셨으니 속이 다 시원하군요.”

순간 혈무혼이 돌연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훑어봤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들을 떠는 거냐? 혼돈계에서 그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만들 물러가라. 그리고 어떻게하면 행성들을 빨리 점령할 수 있을지나 연구해라.”

그러자 초월자들이 움찔하며 허리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 로드.”

그들은 곧바로 물러갔다. 혈무혼은 혼자 정원에 남아 한숨을 내쉬었다.

‘제기랄!’

어비스 2차 전장의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한 명을 암습했다. 소멸의 홀로 묶고 활을 쏘았는데, 상대는 가볍게 그것을 피해내고는 눈깜짝할 사이에 다가와 그를 죽여버렸다.

그렇게 그는 2차 전장이 시작되자마자 처참하게 죽어 모든 포인트를 털리고 말았다.

그리고 사망 위로 포인트 100P로 랜덤 상자를 돌렸는데 그로서는 처음보는 음식인 [참치 삼각김밥]이라는 것이 나왔다.

아공간으로 입고된 상태라 어비스 밖으로 나와 먹어야 했다.

‘먹어보니 어이없게도 맛은 있었지.’

하지만 어비스 포인트 100P를 고작 음식 하나와 바꾼 것은 정말 울화통이 터질 일이었다.

어쨌든 그런 걸 부하들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간 로드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되는 터라 자신이 어비스 최강자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대체 그놈은 누구인가?’

그는 자신을 죽인 그 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절대 아르곤이나 트로모스는 아니다. 그들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지.’

혼돈계에 아주 무서운 강자가 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어비스 전투는 어디까지나 가상일 뿐. 내 손에 혈마검이 없어서 진 것일 뿐이다. 현실이라면 그놈은 내 손에 무조건 죽는다.’

혈무혼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 * *

한편 그때 상훈은 C1018 행성에서 혼돈의 괴수 소환권을 들고 대기 중이었다. 그는 이미 소환권으로 더는 강해질 수 없기에 부하들을 강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그가 포탈을 열어놓았기에 이네르타와 사로스는 그 즉시 나타났다.

“로드, 저를 부르셨나요?”

흑색의 로브를 입은 완전형 미녀인 이네르타.

“불러서 왔다, 로드.”

그와는 달리 조금은 앳되어 보이는 미소녀 사로스.

“어서들 와라.”

둘 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들이었지만 외모만 그럴 뿐 인간이 아니었다. 사로스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있는 기괴한 에너지를 가진 종족이며, 이네르타는 기계인간 즉, 로봇이니까.

그러나 두 명 다 초월자급 전투력을 보유한 것은 맞다.

사로스는 최상급 수준, 이네르타는 본래 그녀의 잠재력을 모두 회복해 상급 수준이었다.

그녀들은 그간 상훈의 명령에 의해 지구와 퀘스트 행성을 정찰하면서 혹시 모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거점과 각성자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둘 다 좀 키워줘야지. 너무 약해.’

켈라크스 시스템 속에만 있을 때는 둘 다 그리 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혼돈계가 열린 지금은 다르다.

사로스는 그나마 최상급 수준이라 낫지만, 이네르타는 말 그대로 허접한 수준이니까.

물어보지 않았지만 어비스에서 그녀들은 처참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어비스에 들어가보니 어땠어?”

내친김에 그냥 물어봤다. 그러자 이네르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작하자마자 죽었어요.”

“난 그래도 몇 놈 죽였는데 어둠0479라는 놈에게 죽었다. 그놈은 너무 강했다.”

사로스는 분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훈이 픽 웃으며 말했다.

“그놈이 바로 나야.”

“아, 어쩐지······. 그래도 로드라서 다행이다.”

사로스는 상훈에게 패배했다고 생각하자 별로 기분 나쁘지 않다는 듯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또한 이네르타는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사망 상태에도 어비스 전장의 알림은 들렸으니까.

“1차 전장 랭킹 1위인 어둠0479가 로드신 줄은 몰랐어요.”

“1차뿐 아니라 2차도 내가 우승했어.”

“대단해요! 어비스 최강자가 로드셨다니!”

“정말 멋지다, 로드!”

이네르타와 사로스가 존경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상훈을 쳐다봤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로드인 상훈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어비스 최강자의 부하라는 것은 그녀들을 매우 뿌듯하게 만들었다. 또한 자부심도 생겨났다.

그러나 그녀들은 이내 금세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런 로드에 비해 저는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도. 로드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긴 하지.”

사실 그녀들이 약한 건 맞으니까. 약한 걸 강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

그러자 이네르타와 사로스가 울상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훈이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걱정마라.”

상훈이 소환권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강하게 해주려고 부른 거야. 이제 특별 수련이 시작될 테니 각오해.”

특별 수련이라는 말에 그녀들의 표정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제가 원하던 바군요. 로드께 도움이 되도록 강해지겠어요.”

“수련이라면 뭐든 다 하겠다, 로드.”

죽음이라도 각오할 태세! 상훈은 미소 지었다.

‘좋아! 내가 딱 원하는 분위기군.’

사실 수련이라고 해봤자 그녀들이 할 건 없다. 어차피 상훈 혼자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정신 무장을 시켜놓아야 한다.

“잘 들어. 이제 잠시 후면 혼돈의 괴수가 나온다.”

상훈은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대량의 경험치가 유입되며 그녀들이 갑자기 강해져 차원력이 늘어나면 폭주할 수 있으니 대비시키기 위함이었다. 정신 무장을 시킨 것도 그 때문이 가장 컸다.

이네르타와 사로스가 충분히 알아듣는 것 같자 상훈은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파티 신청부터 받아.”

[초월자 이네르타가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초월자 사로스가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파티 정보]

-파티장 : 초월자 전상훈

-파티원 : 초월자 이네르타

-파티원 : 초월자 사로스

“그럼 시작한다. 둘 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

“네, 로드.”

“알았다, 로드.”

그녀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상훈은 소환권을 사용했다.

[혼돈의 괴수가 소환되었습니다.]

순간 거대 눈알 형상의 괴수가 나타났다.

번쩍!

그것은 나타난 즉시 불완전한 혼돈력의 빛을 사방으로 뿜어댔다.

상훈은 검막을 형성해 이네르타와 사로스를 보호한 후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그의 검에서 쏟아져나간 무수한 검영들이 괴수의 몸체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버렸다.

“꾸아아아아아아악!”

그것이 끝이었다. 혼돈의 괴수는 처참한 비명을 지른채 흩어졌다.

[혼돈의 괴수를 처치했습니다.]

[상급 차원석 11개를 얻었습니다.]

[중급 차원석 49개를 얻었습니다.]

[143,0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이번엔 허탕인가.’

불완전한 혼돈석이야 매번 나오는 게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상훈은 즉시 다음 소환권을 사용했다.

[혼돈의 괴수가 소환되습니다.]

이번에는 거대 괴조 형태의 괴수. 상훈의 검이 기다렸다는 듯 빛을 내뿜자 그것은 포효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사라졌다.

[혼돈의 괴수를 처치했습니다.]

[상급 차원석 8개를 얻었습니다.]

[중급 차원석 32개를 얻었습니다.]

[129,0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불완전한 혼돈석을 얻었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득템!

상훈은 계속해서 나머지 세 장의 소환권을 사용해 추가로 불완전한 혼돈석을 하나 더 얻었다.

30장의 소환권을 사용해 얻은 불완전한 혼돈석은 모두 13개.

이로써 기존에 있던 것들과 합치면 도합 18개나 되었다.

한편 그 순간 이네르타와 사로스에게는 천지개벽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화아아아-

이네르타의 몸에서 찬란한 광채가 뿜어져나왔다.

게임으로치면 그야말로 초대량의 경험치가 그녀에게 들어가며 광속 레벨업을 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상훈은 흡족하게 웃었다.

‘다행히 되는군.’

로봇인 이네르타에게는 레벨업 같은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혼돈 시스템에서는 그런 건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다.

츠츠츠츠!

이네르타는 대량의 차원력이 몸에 들어오자 처음에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금세 그것을 안정적으로 운용했다. 단순히 차원력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초월자로서의 경지도 상승한 것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츠으으으읏!

그 사이 마찬가지로 사로스 역시 전신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레벨 업을 통해 그녀가 가진 기괴한 에너지가 대거 증가한 것이다. 그렇게 강해진 그녀의 모습은 이전보다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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