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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시련의 신 아루엘 (1) (35/159)

 # 35

시련의 신 아루엘 (1)

상훈이 라이나엘을 쓰러뜨렸지만 시나리오 3은 계속 진행 중이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지구의 생존자들은 더 이상 집안에 웅크리고 숨어 있지 않았다.

게임처럼 변한 현실에서 살아남는 법!

그것은 서로 협력해 레벨을 올리고 강해지는 것 외에는 없었으니까.

각성자들은 파티를 맺어 운명의 던전을 통과했고, 그로써 직업을 얻었다. 운이 좋으면 희귀한 상위 직업을 얻기도 했다.

서린이 획득한 성기사도 그런 상위 직업 중 하나!

강력한 방어력에 회복과 관련된 신성력까지 더해져 생존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었다.

“크큿!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모조리 죽여주마!”

운명의 던전 막보인 리자드맨 주술사가 뭐라 주문을 외우려 하자 서린이 코웃음치며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죽엇!”

“크아아악!”

딜러도 아닌 탱커인 서린이 휘두른 검격 한 방에 던전의 막보가 죽었다.

[운명의 던전 최후의 보스가 쓰러졌습니다.]

[고대 여신의 신전으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

“휴우~ 또 한 판 끝냈군요! 딱 10분 컷.”

“으하하! 이젠 눈감고도 돌겠다.”

“하루에 삼십 번씩 지금까지 총 삼백 번도 넘게 돌았으니 당연해요.”

이 운명의 던전은 상훈25 2호점 바로 앞에 위치했다.

상훈이 페르틸라를 통해 만들어둔 서린의 전용 던전이기 때문이다.

마치 집 안에 던전을 가지고 있듯 언제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준 상훈의 배려에 부응하기 위해서 서린은 열심히 던전을 돌며 경험치를 쌓았다. 조성우와 김지현도 함께였다.

처음에는 상훈이 몹들에게 디버프를 걸어야 했지만, 나중엔 순수한 그들의 실력만으로 돌 수 있게 되었다.

[파티 정보]

-파티장 : Lv40 성기사 유서린

-파티원 : Lv40 검사 조성우

-파티원 : Lv40 마법사 김지현

그러다 보니 불과 10일만에 서린과 조성우, 김지현은 시나리오 3에서 이를 수 있는 최고 레벨에 도달했다. 상훈은 그들의 장비를 카르니안 성의 고블린 장인들이 제작한 Lv40 전설장비로 맞춰주었다.

따라서 서린은 이제 파티가 필요없이 솔로잉으로도 운명의 던전을 돌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여신 버프 받고 돌아가요.”

“그러죠.”

서린 등은 느긋하게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촤르르.

갑자기 뒤쪽에서 웬 자그만 거미 하나가 나타나 거미줄을 내뿜었다.

쑥! 쑤우욱!

“아앗!”

“으! 저건 잔몹인데?”

“어떻게 저 녀석이 이런 공격을?”

서린과 조성우, 김지현은 거미줄에 묶인 채 기겁했다.

본래라면 Lv15 몹인 거미의 공격 따위에 그들은 절대 당하지 않아야 정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대체 웬 일인가?

그때 거미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다름 아닌 상훈이었다.

“잔몹이 하나 뒤따르고 있는 것도 모르다니!”

“로드!”

“이놈이 레벨 15짜리 거미가 아니라 레벨 40 몹이면 너희들은 꼼짝없이 당했을 거야.”

물론 상훈이 일시적으로 서린 등의 저항력을 대폭 낮춰 거미의 공격에 당하게 만든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로드.”

“거미줄 좀 풀어주세요.”

“방심한 벌이다. 10분 동안 그러고 있어라.”

“네.”

거미줄 징벌 10분 선고!

다 좋은데 저들이 조금은 덜렁대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단점을 없애주려면 이런 방법 외에는 없었다.

상훈은 신전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은 채로 페르틸라를 꺼냈다.

‘이게 만들어진 건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어쨌든 내가 이걸 얻은 건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페르틸라의 혼돈력은 지금도 계속 모이고 있다.

누구라도 운명의 던전을 통과하게 되면 약간의 혼돈력이 상훈이 쥐고 있는 페르틸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 번 들어오는 양은 별것 아니지만 그것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 그 사이 모인 페르틸라의 혼돈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덕분에 차원력의 회복 속도가 꽤 빨라졌어.’

라이나엘을 해치운지 벌써 10일.

상훈은 계속 페르틸라의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 고심했고 몇 가지 성과를 얻었다.

그 중 하나가 그저 페르틸라를 만지고만 있어도 차원력의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

특히 페르틸라에 쌓이는 혼돈력이 늘어날수록 그 회복 속도도 증가했다.

그리고 또 하나.

굳이 파티를 이루지 않고도 다른 파티의 인스턴스 던전에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서린 등과 파티를 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같은 던전에 들어와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물론 운명의 던전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시나리오 3의 페르틸라를 얻어 운명의 던전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었으니까.

“로드! 10분 지났어요!”

“거미줄 좀 풀어주세요~!”

“좋아.”

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한 바퀴만 더 돌고 오늘은 이만 쉰다. 여긴 별거 아니라며 방심하지 말고 잔몹 하나를 잡는데도 최선을 다해라. 그래야 상위 던전에 가서도 쉽게 적응해.”

“네~!”

곧바로 던전이 리셋되고 다시 시작되었다.

상훈은 그 리셋된 던전의 고대 신전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페르틸라를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서린 등은 던전 초입에서부터 부지런히 몹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후후, 다들 많이 늘었네.’

던전의 주인이 되다보니 상훈은 멀리서도 서린 등의 움직임을 다 볼 수 있었다.

사실 서린 등은 모르고 있지만 현재 지구 전역에 있는 각성자들 중에 Lv40에 이른 이들은 단 세 명뿐이었다.

이 던전에 있는 서린과 조성우, 김지현.

그뿐인가?

장비도 장난이 아니다.

그들은 Lv40 전설 장비를 풀셋으로 장착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각성자들은 모두 운명의 던전에서 나오는 Lv20 전설템을 교복처럼 장착하고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풀셋을 맞추지 못해서 계속 던전 뺑뺑이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빨리 강해져라.’

상훈은 특히 서린을 초월자가 아니면 죽이지 못할 만큼 막강한 능력의 성기사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만 되면 서린은 어디에 있든 안전할 테니까.

켈라크스의 초월자들은 임의로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며칠이 흐르자.

[운명을 개척한 당신들은 새로운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진정한 자격을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3이 종료되었습니다.]

[운명의 던전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웅장한 음악이 울려퍼졌다.

[시나리오 4 시련의 극복]

[시련은 고통스럽지만 극복하면 큰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시련의 던전을 통과하십시오!]

[특별한 행운이 있는 이에게는 시련의 신 아루엘님의 은총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름들은 다 그럴 듯하군. 이번엔 시련의 던전인가?”

“예. 밤의 마기는 더욱 짙어지고 낮에는 시련의 던전이 생겨나는 것은 시나리오 3때와 비슷합니다. 대신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각 지역의 지하철역, 철도역, 고속터미널 등에 던전이 대거 생겨나는데, 해당지역의 던전을 통과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는 포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포탈이 생긴다고?”

“예. 이를테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던전을 통과하면 다른 지역의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할 수 있는데, 돌아오려면 또 던전을 한 번 통과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던전을 한 번 통과할 때마다 일종의 포탈이용권을 얻는다는 셈이군.”

“그렇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각성자들이 한 지역에 묶여있지 않고 이동이 자유로워지게 되죠.”

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포탈을 만들어준다니 나쁘지 않네. 나중엔 외국으로 가는 포탈도 생기겠군.”

“예. 시나리오 5가 되면 각종 공항이나 항구 던전도 열립니다. 그럼 국제간 이동이 가능해지죠.”

이동이 자유로워지게 되면 각성자들간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

[동서울터미널에 시련의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

[K대 입구역에 시련의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

[구의역에 시련의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

·····

그때 근처의 지하철역과 가까운 버스터미널역에 던전이 생겼다는 공지가 울렸다.

상훈의 두 눈이 빛났다.

“좋아! 그럼 난 그 아루엘이라는 녀석이나 찾으러 가봐야겠다.”

솔직히 포탈이고 뭐고 다 관심없다.

상훈의 관심은 오직 시나리오 4의 주인이자 시련의 던전을 관장하는 상급 버그 헌터 아루엘을 해치우는 것!

“부디 건투를 빌겠습니다, 로드.”

상훈이 알아서 신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되자 굳이 아크엘은 현자의 눈을 펼쳐 신들의 현신 타임을 알아내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로드! 저희들도 가나요?”

“장비 풀셋 장착 완료했습니다!”

“저도요!”

서린과 조성우, 김지현의 표정은 잔뜩 들떠 있었다.

그동안 운명의 던전만 수백 번 도느라 질려 있는 판에 새 던전이 열렸으니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시련 던전은 레벨 30 각성자 5명 파티면 충분히 깰 수 있거든요.”

“하핫! 우린 레벨 40이니 3명이서도 충분합니다.”

“맞아요!”

그러나 상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너희들은 요 앞에 있는 운명 던전 계속 돌고 있어. 내가 허락할 때까지 시련 던전은 안 돼.”

시나리오 3이 끝나며 모든 운명의 던전들은 사라졌지만, 상훈이 페르틸라로 생성시킨 운명의 던전은 그대로 있었다.

그것은 상훈이 소멸시킬 때까지 계속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운명은 이제 너무 지겨워요.”

“상위 던전 돌고 싶어요!”

“열심히 할 테니 제발요!”

서린 등이 울상을 지으며 애걸했지만 소용없었다.

“됐으니 지금 당장 운명 열 바퀴 돌아! 돌아와서 다 확인해볼 거야. 이네르타! 네가 감시해라.”

“네, 로드.”

이네르타가 걱정말라며 미소 지었다. 상훈은 밖으로 나왔다.

‘던전의 주인을 해치우기 전에는 안 돼. 그놈이 무슨 꿍꿍이를 부릴지 모르니까.’

특별한 행운이 있으면 아루엘이 현신한다고 했다.

그것이 보통의 각성자에게는 행운일지 모르지만, 서린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서린은 상훈이 주인으로 있는 던전만 도는 것이 안전했다.

[이곳은 시련의 던전입니다.]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가장 가까운 K대 입구역 던전으로 들어갔다.

운명의 던전보다 길이는 두 배 정도.

보스는 총 다섯!

난이도가 제법 높아졌지만 서린과 조성우, 김지현 셋이면 손쉽게 통과할 법했다.

스스슷.

상훈은 순식간에 막보 앞으로 왔다.

막보는 2명이었다.

쌍둥이 형제 거인들.

둘 다 3미터가 넘는 거구에 배틀 엑스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이 제법 위풍당당해 보였다.

“침입자인가? 용케 여기까지 왔군.”

“크크크, 죽여주마!”

그들은 쿵쿵 거리며 달려왔지만 상훈이 슥 노려보자 움찔하더니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상훈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고대 신전으로 가는 문 어딨어?”

“저, 저쪽입니다.”

“바위처럼 보이지만 사실 문입니다.”

“좋아. 수고해.”

“사, 살펴가십시오!”

막보들이 알아서 결계의 틈을 알려줬다. 상훈이 보니 확실히 그곳에 틈이 있는 게 맞았다.

‘그나저나 불쌍한 녀석들이야.’

던전의 막보들인 이상 앞으로 각성자들에 의해 죽고 또 죽어야 할 운명들이니까.

[이곳은 시련의 신 아루엘의 신전이다. 시련을 극복한 그대가 아루엘님의 축복을 받고자 한다면 신상 앞에 가서 경배하라!]

아루엘의 신상은 거대한 거인 남성의 모습이었다.

강인한 인상의 표정을 가진 그는 한손으로는 대검을 번쩍 쳐들어 천정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곳엔 페르틸라의 그림이 보였다.

‘본래라면 저기 빛이 들어와야 들어갈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지.’

곧바로 상훈은 아공간에 넣어둔 페르틸라를 꺼내 손에 쥐었다.

화아악!

예상대로 페르틸라에 신전의 초마력혼돈진이 반응을 하며 환한 광채를 내뿜었다.

‘됐다.’

상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광채의 피라미드 속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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