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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새로운 운명 (2) (2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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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운명 (2)

그러자 아크엘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붙어보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야.”

“이길 자신은 있으신 거죠?”

순간 상훈은 아크엘 옆의 이네르타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가 말해봐? 내가 라이나엘과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러자 이네르타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로드께서 무조건 승리하시겠죠.”

“들었지, 아크엘?”

“뭐 사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아크엘이 머쓱하게 웃었다.

“생각해보니 이후 진행되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 신이 한 번씩은 꼭 현신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상훈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피어났다.

“그럼 매 시나리오마다 한 놈씩 처치할 수 있다는 거군.”

“그렇긴 합니다만.”

아크엘이 우려석인 눈빛으로 말했다.

“만약 로드께서 패배하실 경우에는 상황은 최악으로 변하겠죠.”

“그런 일은 없어. 그리고 이건 나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야.”

“유리하다고요?”

“한 놈씩 각개격파 하는 거니까.”

오히려 가장 우려가 되는 상황은 서린이 죽어 시스템 리셋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순간 켈라크스의 모든 초월자들이 시나리오 1에 모조리 등장해 공격해온다면 골치 아파질 테니까.

“따라서 아크엘 너 또한 서린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다해라. 그놈들이 또 어떤 꿍꿍이를 부려 서린을 죽일지 모르거든.”

“서린이 누구입니까?”

상훈은 간략하게 서린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러자 아크엘이 격동이 가득한 표정으로 상훈을 쳐다봤다.

“그간 그토록 찾았던 프리뭄이 로드의 곁에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프리뭄?”

“켈라크스 시스템의 리셋이 이루어지게 만드는 비밀스러운 존재를 뜻합니다. 프리뭄으로 인해 저희의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죠.”

“하긴 그놈들은 뭐 좀 불리하다 싶으면 리셋을 했겠지.”

“그렇습니다.”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아크엘 등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전쟁!

“그런데 너희들을 이 시스템에 집어넣은 존재가 누구야?”

그렇지 않아도 이게 궁금했다. 시간상 이네르타와 프로스 등을 구하느라 그런 걸 물어볼 만한 여유가 없었을 뿐.

“반 켈라크스 연합입니다.”

“그런 세력이 존재했어?”

“고대부터 켈라크스들에게 패배해 식민지로 전락했던 세계의 수많은 생존자들로 이루어진 연합이죠. 켈라크스들은 저희를 식민지 저항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

“그것은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그들은 저희들에게도 그들의 존재를 완벽하게 숨겼습니다.”

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노출되는 순간 그들은 끝장나겠지. 켈라크스들이 벼르고 있을 테니까.”

이제 대충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갔다. 아크엘 뿐 아니라 이네르타를 비롯한 모든 버그들을 이 시스템 속에 침투시킨 이들이 바로 반 켈라크스 연합이라는 것을.

‘그럼 이네르타를 만든 것도 그들인가 보군.’

초월자급 기계 인간 이네르타를 만들었다면 정말 대단한 능력을 지닌 존재들일 것이다.

“좋아! 이제 난 편의점이나 점령하면서 자이드클로프스들을 모아볼까?”

“아마 이제 자이드클로프스들은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켈라크스들이 점포의 가디언이나 각종 결계의 수호 용족들을 철수시켰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하긴 켈라크스들도 바보가 아니다. 용족, 자이드클로프스, 사신들이 모두 상훈의 부하가 되어버리니 그들로선 김이 빠질 것이다.

“그럼 난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뭐 챙길 거 있나 볼 테니 2호점으로 먼저 가있어.”

어차피 이제는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면서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 상책!

그 사이 상훈은 마트 같은 곳을 뒤져 고대 보물 상자가 있나 찾아볼 생각이었다.

운이 좋으면 새로운 편의점 메뉴라도 건질 수 있을 테니까.

“로드!”

그런데 그때 아크엘이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상훈을 불렀다.

“왜?”

“혹시 자금의 여유가 있으십니까?”

“자금? 루나 말이야?”

“예.”

“루나는 좀 있어.”

“부담이 안 되신다면 제가 조금만 쓸 수 있도록 일부를 위임해주실 수 없으신지요.”

“위임이라고?”

“식량이나 장비 같은 문제로 매번 로드께 루나를 타쓸 수도 없고. 아무래도 조직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저의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문제라면 염려 마.”

상훈은 미소 지었다.

‘루나야 남아도니 아낄 건 없지.’

[현재 당신의 총보유 루나는 18,250,078입니다.]

무려 1800만이 넘는 루나가 있다.

“얼마나 필요해? 한 100만 정도면 될까?”

그러자 아크엘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충분합니다.”

“좋아. 그럼 100만 루나를 위임할게.”

순간.

[당신은 아크엘에게 1,000,000루나의 사용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위임된 루나는 언제든 권한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총루나 18,250,078]

[사용 가능 루나 17,250,078]

[위임된 루나]

-아크엘 1,000,000

이런 것도 다 나오다니.

게임 같은 시스템이 이런 면에서는 아주 편하다.

“알아서 필요한 데 잘 쓰도록 해. 부족하면 또 말하고.”

“100만 루나나 되니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아크엘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꼬르륵-

상훈은 미소지었다.

“일단 허기부터 채우는 게 어때?”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아크엘은 사실 배가 무척 고팠다. 켈라크스 시스템의 NPC들이 먹을 것을 제대로 챙겨줬던 적이 없었으니까.

“컵라면이랑 생수 말고 참치 삼각김밥도 있으니 실컷 사먹어.”

“오! 참치 삼각김밥!”

아크엘은 깜짝 놀랐다. 그는 켈라크스 시스템의 세계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현자다. 당연히 참치 삼각김밥이 얼마나 희귀한 메뉴인지를 모를 리 없었다.

“이런 귀한 메뉴를 어떻게?”

“운이 좋았어.”

“침이 꿀꺽 넘어가는군요. 프로스! 뭐해? 자네도 와서 먹어.”

“예, 아크엘님.”

용족 프로스가 기다렸다는 듯 후다닥 뛰어왔다. 그는 아크엘이 내민 참치 삼각김밥을 씹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 변했다.

“쩝쩝! 이렇게 맛있는 요리도 있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컵라면에 물 좀 부어. 빨리 먹고 2호점으로 이동한다.”

“흐흐, 알겠습니다.”

그들은 신이 나 있는 반면, 이네르타는 기계 인간이다보니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상훈이 가서 물었다.

“이네르타! 넌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거야?”

“먹을 수는 있어요. 보통의 인간들처럼 미각도 존재하는 걸요.”

“그런데 왜 안 먹어?”

“먹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요. 에너지 회복을 위해서는 휴식이면 충분하거든요.”

그녀는 멍하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조용히 차원력을 회복 중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궁금했어요. 컵라면은 어떤 맛일까?”

“한 번도 안 먹어봤어?”

“네.”

“그럼 먹어봐.”

상훈은 이네르타의 반응이 궁금해 컵라면을 사와 내밀었다.

과연 기계인간도 라면을 좋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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