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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대현자의 능력 (2) (25/159)

 # 25

대현자의 능력 (2)

아크엘이 눈을 빛냈다.

“알카트라즈 섬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위치한 자그만 섬으로, 악명 높은 형무소가 있던 곳이죠.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광지가 되었지만 그곳에 뇌옥이 결계로 감춰져 있습니다.”

“거긴 예전에 영화에서 본 적 있어. 뇌옥은 다 그런 곳에 숨겨놨나 보군.”

“예. 켈라크스 놈들은 전세계의 교도소 혹은 고대의 감옥이 있던 곳곳에 뇌옥 결계를 만들고 그 안에 그들이 버그로 간주하던 자들을 가둬놓았습니다.”

“그래도 넌 특별대우였나보네. 탑에 갇혀 있었잖아.”

“훗, 이제야 저를 알아주시는군요.”

그와 함께 아크엘이 한 손을 앞으로 슥 내밀었다.

번쩍!

순간 편의점 내부 한쪽에 환한 빛으로 이루어진 자그만 포탈이 생겨났다.

“이건 진짜 포탈이 아니라 알카트라즈 섬의 위치를 알려주는 공간좌표와 같은 것입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차원력이 있으면 이걸 진짜 차원 포탈로 만들 수 있지.”

공간좌표를 이런 식으로 알려주는 능력은 최소 마도사급 이상의 마법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

그러나 아크엘은 마법사가 아니다.

마나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이런 걸 애들 장난처럼 펼친다는 건 뭔가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

대현자라는 말이 그냥 혼자서 지어낸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라강의 밑에서 편의점 청소는 안해도 되겠어.”

그러자 아크엘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를 이인자로 인정해주시는 건가요?”

“정말로 대단한 녀석이 그곳에 있다면 인정해주지.”

“제 목을 걸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네르타가 본신의 힘을 회복하면 어지간한 상급 버그 헌터급의 전투력을 발휘할 겁니다.”

“상급 버그 헌터?”

“대부분 켈라크스 시스템 세계에서 신이라 불리는 녀석들이죠. 사신들을 관장하는 파괴의 징벌신 제르니스도 상급 버그 헌터의 하나입니다.”

“그래?”

상훈은 깜짝 놀랐다.

저 말대로라면 그녀는 초월자급 전투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켈라크스 시스템의 수많은 버그들 중 랭킹 2위에 해당한다는 이네르타의 능력이 그 정도라는 말인가?

‘이건 상상도 못했군.’

정말로 그녀를 부하로 얻을 수 있다면 아시엘의 말대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으리라.

“서두르십시오! 그 뇌옥에는 딱 한 명의 죄수만 있으니 찾기는 쉬울 겁니다.”

“좋아. 그럼 다녀올게.”

화아아악!

상훈의 손에서 뻗어나간 투명한 기운이 아크엘의 공간좌표를 비추는 순간 찬란한 광채가 일어났다.

차원력의 왕복 포탈 게이트가 생성된 것이다.

출렁~

상훈은 지체없이 그 문을 통과했다.

번쩍!

눈부신 빛이 시야를 가렸다 사라진 순간 상훈은 세찬 파도가 몰아치는 섬 위에 서 있었다.

철썩! 촤아아아!

사방이 안개로 뒤덮인 섬 중앙에는 음침하게 생긴 오래된 건물이 서 있었는데, 예전에 영화에서 봤던 바로 그 악명 높은 알카트로즈 감옥이었다.

물론 지금 이곳 세계에서는 저 감옥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뇌옥이라는 것이 결계 속에 감춰져 있을 테니까.

[이곳은 진입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훈이 접근하자 결계가 앞을 가로막았다.

콰앙!

상훈은 검을 휘둘러 가볍게 결계를 박살냈다.

스스스.

그러자 알카트로즈 감옥은 사라지고 그 앞에 지하로 통하는 동굴이 나타났다.

그 때 암흑 속에서 새하얀 안광들이 번뜩였다.

칙칙한 플레이트 아머를 전신에 두른 두 명의 기사들.

강렬한 암흑의 기운이 그들의 전신을 휘돌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

언데드들 중 최상급의 존재로 전투력은 용족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자이드클로프스보다는 훨씬 강했다.

‘쓸만해 보이니 일단 챙겨둘까?’

이성이 없어 오직 명령에만 복종하는 언데드들에게는 굳이 부하가 되라고 설득할 필요도 없다.

시스템의 구속만 풀어버리고, 약간의 차원력을 깃들여 마령술(魔令術)을 펼치면 충성스러운 하수인으로 만들 수 있다.

스윽.

상훈이 손을 휘젓자 막 달려들던 데스 나이트들이 움찔하더니 멈춰섰다. 곧바로 상훈의 두 눈이 붉게 빛났다.

“너희들은 이제 나의 권속이다.”

순간 데스 나이트들이 말없이 허리를 숙였다.

[당신은 지구 최초로 데스 나이트를 굴복시켰습니다.]

[데스 나이트의 주인 칭호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800,000 루나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사검(死劍) 아마스를 얻었습니다.]

[사검 아마스]

-등급 : 신화

-어둠의 힘이 깃든 검으로 장착시 자신의 레벨보다 낮은 언데드들을 통제할 수 있음.

-물리 공격력 +500, 마법 공격력 +1500

-모든 스탯 +80, 마나 +10000

-장착제한 Lv150

신화 등급의 무기!

물론 상훈에게는 쓸모없는 잡템일 뿐이었다.

굳이 언데드들을 통제하고 싶으면 마령술을 펼쳐 권속으로 만들면 된다. 매번 검을 빼들고 명령을 내려야 하는 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놔두면 누군가는 쓰겠지.’

상훈은 사검 아마스를 고블린 가방에 집어넣은 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구울이나 좀비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하급 언데드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모조리 없애라.”

상훈이 외치자 데스 나이트들이 검을 휘둘러 언데드들을 순식간에 토막내버렸다. 어차피 하급 언데드들은 부하로 만들어봤자 귀찮기만 할뿐이니까 그냥 없애버리는 게 낫다.

‘저기 데스 나이트가 한 놈 더 있군.’

데스 나이트는 마치 던전의 중간 보스처럼 일정 거리마다 포진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상훈은 잡템을 챙기듯 마령술을 펼쳐 그들을 권속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동굴의 끝 거대한 감옥 건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무려 5명의 데스 나이트들이 상훈을 뒤따르고 있었다.

‘드디어 뇌옥에 도착했군.’

상훈은 건물로 성큼 들어갔다.

그러자 마치 광장과 같이 커다란 밀실이 나타났다.

그 한쪽 벽에 한 명의 여인이 온통 피칠을 한 상태로 붙어 있었다.

‘저런!’

밀실의 중앙에는 웬 10미터는 됨직한 거대 마물이 서 있었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거대 거미를 연상케했다. 그 마물의 꽁무니에서 뻗어나온 무수한 거미줄들이 가는 철사들처럼 여인의 몸을 무참히 꿰뚫고 있었다.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투명한 거미줄들의 숫자는 언뜻 봐도 수천 가닥은 되어 보인다.

그것들이 모조리 여인의 전신을 관통해 벽에 붙여놓은 것이다.

잔인하게 이를데 없는 고문 속에서 죽어가는 여인.

‘저 여자가 바로 이네르타?’

죽기 일보 직전이지만 다행히 아직 살아있었다.

놀라운 건 그야말로 지옥의 고통이 느껴지고 있을 텐데도 여인은 눈을 감고 있을 뿐 신음 하나 내뱉지 않았다.

“감히 이 금단의 영역에 들어온 그대는 누구인가?”

그때 그 거대 마물이 상훈을 노려보며 물었다. 상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넌 마족인가? 마기를 보니 최소 상급 마족 정도는 되겠어.”

“키키킥! 날 알아본다면 네가 지금 얼마나 무모한 짓을 하러 온 건지도 알고 있겠군. 내가 약간의 힘만 주면 저년은 그대로 죽는다는 것도 말이야.”

마족은 용족 못지 않은 전투력을 지닌 존재들.

특히나 이 앞에 있는 녀석은 상급 마족이다보니 용족 탈룬과 파렉스가 합공해도 이기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따라서 부하로 만들면 제법 쓸모가 있겠지만, 자칫 그 와중에 이네르타가 죽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아주 잘 알고 있지. 그래서 넌 그냥 죽어야겠다.”

한낱 마족을 권속으로 얻자고 초월자급 부하를 얻을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는 일.

둘을 비교하자면 반딧불과 태양. 아니 그 이상이니까.

번쩍!

상훈의 검이 빛을 뿜었다. 그 빛이 마족의 몸을 강타하자 거대한 마족의 몸체가 그대로 녹아버렸다. 그와 동시에 이네르타의 몸을 꿰뚫고 있던 수천 가닥의 거미줄들도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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