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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반격이 시작되다 (3) (20/159)

 # 20

반격이 시작되다 (3)

상훈은 들어오기 전 일단 편의점 바깥에 펼쳐진 착시 결계부터 해제했다.

‘어쩐지 조용하다 했더니 이런 꿍꿍이를 부리고 있었군.’

사실 아르메스를 비롯한 켈라크스들이 어떤 식으로든 반격을 해올거라 생각했다.

상훈이 혼자서 종횡무진하며 켈라크스 시스템 세계를 장악해나가는 걸 그들이 두 눈 뜨고 보고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이런 얄팍한 계략를 부릴 줄이야.

유치하지만 성공했다면 시스템 리셋이 가능했을 테니 얄팍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서린이 아주 잘해줬어.’

기특하게도 서린은 아르메스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

아르메스가 4차원 멘탈의 소녀를 너무 얕본 것이다.

‘저것들을 어떻게 가져다 놨는지 모르지만.’

편의점 안에 잔뜩 쌓여 있는 물건들. 아르메스가 어떤 식으로든 서린을 속이기 위해 작정을 하고 진짜 편의점에 있던 웬만한 물건들을 다 가져다 놓았을 것이다.

‘후후, 고맙게 받겠다, 아르메스.’

이곳 세계에서는 얻기 힘든 귀한 물건들. 상훈에게는 전설이나 신화 등급의 무기보다 콜라나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이름 조성우

나이 21세

성별 남자

레벨 7

직업 [없음]

이름 김지현

나이 20세

성별 여자

레벨 6

직업 [없음]

이름 케이드

나이 35세

성별 남자

레벨 122

직업 [사신]

이름 맥크

나이 28세

성별 남자

레벨 121

직업 [사신]

3남1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간단한 정보들.

두 명은 인간이고, 두 명은 NPC.

편의점 직원복을 입고 있던 조성우와 라면을 먹고 있던 김지현은 인간이지만, 경찰복을 입고 있는 두 남자는 사신(死神)이라는 직업을 가진 NPC인 것이다.

그것도 무려 레벨이 120이 넘는.

‘저런 게 다 보이니 아주 편하군.’

이건 편의점 주인만이 가진 특권이었다.

아무튼 이 모든 건 상훈이 막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정리된 내용.

그리고 그제서야 서린도 상훈이 돌아온 걸 알고 환하게 웃었다.

“아저씨! 왜 이제 왔어요? 화장실 가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고요.”

“켈라크스들의 수작에 안 넘어가다니 제법인걸.”

“저런 뻔한 수작에는 절대 안 속아요.”

“잘했어. 앞으로도 절대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면 안 돼.”

“염려 말아요. 근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죠?”

“내쫓아야지. 저런 사기꾼 녀석들을 여기에 놔둘 수는 없잖아.”

“하긴 아저씨는 이곳 주인이니 누구든 추방이 가능하니까요.”

순간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상훈을 쳐다보고 있던 조성우와 김지현이 움찔했다. 그들은 후다닥 달려와 상훈의 다리를 각각 하나씩 붙잡았다.

“자, 잠깐! 제발 쫓아내지 마세요!”

“우린 어쩔 수 없었어요!”

서린이 코웃음쳤다.

“날 죽이려고 사기를 쳐놓고 어쩔 수 없긴.”

그러자 김지현이 울먹이며 케이드와 맥크를 가리켰다.

“사기를 친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자들이 우릴 죽이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흑흑! 잘못했으니 제발 용서해주세요. 여기서 쫓아내면 우린 죽어요!”

그들은 필사적으로 사정하며 매달렸다.

스윽.

그렇게 상훈의 시선이 조성우 등을 향해 있는 사이 암살자 케이드와 맥크가 바람처럼 편의점 문쪽으로 빠져나갔다.

“······!”

그러나 그들은 나가서 한 걸음도 걷지 못했다.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진저리치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크윽! 어, 어떻게?”

“으으윽!”

언제 나갔는지 상훈이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너희들을 죽이는 건 내게 아주 간단한 일이야.”

레벨 120이 넘는 사신들!

놀랍게도 그들은 점포의 가디언인 자이드클로프스 이라프에 버금가는 기세를 뿜어냈다.

상훈에게는 쓸만한 부하를 얻을 기회였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준다. 켈라크스 시스템의 저주를 풀어줄 테니 내 부하가 되라. 그럼 살려준다.”

“큭! 됐으니 그냥 죽여라!”

“흐흐흐, 시스템의 저주를 푼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케이드와 맥크는 비릿하게 웃었다. 그들은 죽음을 그리 두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순간 상훈이 손을 슬쩍 휘저었다.

“······!”

“이, 이럴 수가!”

케이드와 맥크는 경악했다. 그들 또한 본능적으로 시스템의 구속에서 풀려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선택은 자유다. 난 강요하지 않아. 나와 함께 켈라크스 놈들을 쓸어버릴지 아니면 죽든지 선택해라.”

“······!”

순간 케이드와 맥크의 얼굴에 뭔가 갈등의 흔적이 비쳤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켈라크스의 저주에서 벗어난 이상 그쪽에 바칠 충성심 따위는 애초에 없었으니까.

남은 게 있다면 복수심일 뿐이리라.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그들은 즉시 엎드렸다. 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켈라크스 시스템을 없애고 나면 너희들을 본래 세계로 돌려보내주지.”

그렇게 상훈은 새로운 두 명의 부하를 얻었다.

[당신은 지구 최초로 사신을 굴복시켰습니다.]

[사신의 주인 칭호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4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사신의 가면을 얻었습니다.]

[사신의 가면]

-등급 : 전설

-가면을 쓰면 사신의 모습으로 변신해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자에게 공포 효과를 줌.

-민첩 +40

-장착 제한 Lv110

‘가면에 뭐 이런 장난을 쳐놓은 거야.’

상훈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가면을 고블린의 명장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보다 사신이라는 직업은 뭐지?”

그러자 케이드가 돌연 경찰복을 쫙 찢었다. 그 안에는 흑색의 음침한 옷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그 옷 뒤에 있는 후드를 눌러썼다.

“시나리오를 통과하지 못한 자들을 제거하는 게 저희들의 일이었죠.”

후드를 머리에 눌러쓰자 그의 모습이 변했다.

시커먼 그림자같은 몸체에 두 눈은 핏빛으로 번뜩이고 음침하게 벌어진 입가로도 핏물이 흘러내렸다.

마치 지옥의 악귀와 같은 살벌한 모습!

사신으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보기 흉하니 그만 벗어.”

“예, 로드.”

앞으로 얼마 후면 시나리오 2가 시작될 것이다.

서린의 말에 의하면 디펜스 게임이 시작되는데 집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사신이 와서 죽인다고 했다.

그 사신들이 바로 지금 상훈의 부하가 된 케이드와 맥크인 것이다.

“참, 편의점에 있는 물건들은 다 어디서 난 거야? 분명 너희들이 옮겨놓았겠지?”

“징벌의 파괴신 제르니스의 지시로 저 소녀가 자고 있는 틈을 타 저희들이 재빨리 옮겨놨습니다.”

Lv120이 넘는 케이드와 맥크의 빠른 움직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서린을 끌어내려는 어설픈 각본도 그놈이 짰나 보군.”

“예. 저를 비롯한 모든 사신들이 그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케이드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보다 이제 곧 시나리오 2가 시작될 겁니다, 로드.”

“아직 시간이 좀 남았을 텐데?”

“시나리오의 시간은 차원력의 흐름에 따라 간혹 앞당겨질 때가 있지요. 사신인 저희들에게 미리 시간을 공지해주었으니 틀림없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때 상공이 크게 울렸다.

콰르르릉!

그와 함께 들리는 음성.

[잠시 후 시나리오 2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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