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고대 보물 상자 (1) (16/159)

 # 16

고대 보물 상자 (1)

“그나저나 여기가 원래는 마트였는데 저런 무기말고 생필품 같은 건 안파는 거야?”

상훈이 묻자 탈룬이 대답했다.

“여긴 시나리오를 위해 변경된 장소라 마트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생필품은 편의점에서만 팔 겁니다.”

“거긴 생수하고 컵라면밖에 없거든. 마트라고 해서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이곳 켈라크스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 지내야 할지 모르지만, 사람이 매일 컵라면과 물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일.

그러자 파렉스가 말했다.

“고블린들이라면 뭔가를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놈들을 굴복시키고 이 성을 점령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한편 상훈이 성 중앙의 여신상을 파괴하자 고블린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지혜의 여신상이 부서지다니!”

“큰일이다!”

“흐윽! 이제 우리는 다 죽을 거야!”

상훈이 고블린들을 향해 다가갔다.

“여긴 이제 내가 점령하겠다. 항복하면 살려주고 반항하는 녀석들은 모두 죽는다.”

고블린들이 울상을 지었다.

“사, 살려주세요!”

“신을 배신하면 우린 저주를 받아 죽습니다.”

“그거야 염려마라.”

상훈은 즉시 고블린들의 몸에 걸려있는 저주부터 풀어주었다. 그것을 본 탈룬과 파렉스가 크게 외쳤다.

“로드께서 저주를 풀어주셨으니 안심해라.”

“로드의 축복을 받으면 너희들은 더 이상 아르메스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오래도록 수호신처럼 성을 지켜주던 용족 탈룬과 파렉스가 그렇게 말하자 고블린들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들은 즉시 상훈을 향해 넙죽 엎드렸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저희들의 운명을 당신께 맡기겠습니다.”

“부디 미천한 저희들을 거두어 주소서.”

“좋아.”

상훈은 미소 지었다.

[당신은 지구 최초로 고블린 장인들을 굴복시켰습니다.]

[장인 고블린의 주인 칭호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1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고블린의 명장 가방을 얻었습니다.]

[고블린의 명장 가방]

-등급 : 전설

-아공간의 창고와 연결되어 물건을 쉽게 보관할 수 있음.

-보관시 장비가 자동수리됨.

“어라? 가방을 주네.”

작은 손가방 크기의 크로스백이지만 아공간이 있어 꽤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었다.

“이런 건 그래도 쓸만하군.”

그렇게 고블린들이 굴복하자 성 전체가 환한 빛으로 휩싸였다.

[당신은 성을 점령했습니다.]

[당신은 지구 최초로 성을 점령했습니다.]

[최초의 성주 칭호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5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칭호 보상으로 전설 등급 무기 강화석을 얻었습니다.]

신화 등급이라면 몰라도, 전설 등급 무기 강화석은 쓸모가 없었다.

상훈이 아닌 지구의 각성자들에게는 꿈에라도 바랄만한 대박급 아이템이겠지만.

‘가방에 넣어뒀다가 서린이나 주자.’

[성주인 당신은 성의 이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성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무슨 이름을 또 지으라는 건가. 상훈은 즉각 떠오르는 대로 대답했다.

“카르니아.”

[이제부터 이 성은 카르니아 성입니다.]

[성은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병력을 배치하면 강력해지며, 전투를 위한 요새 및 생산 거점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부성주를 임명하면 성의 모든 운영을 위임할 수 있습니다.]

“하여간 이놈들은 모든 게 다 게임식이네. 이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냐?”

상훈은 성에 틀어박혀 한가하게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그렇다고 성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일.

다행히 눈앞에 부성주로 써먹을만한 녀석들이 둘이나 있었다.

“잘됐어. 앞으로 탈룬 네가 카르니아 성의 부성주다. 알아서 잘 운영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런 건 저의 전문이니 맡겨주십시오.”

탈룬의 안색이 환해졌다. 상훈이 용계의 카르니아 대륙을 기억해 이 성의 이름을 그것으로 붙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때 고블린 중 하나가 상훈에게 다가와 웬 큼직한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로드! 이걸 받으십시오.”

“이건 뭐지?”

“오래 전 성 지하에 묻혀 있던 걸 우연히 발견했지요. 분명 고대 보물 상자인 것 같은데 저희의 힘으로는 열 수 없어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로드께 도움이 될까해 가져왔습니다.”

“그래? 그럼 뭐가 있는지 볼까?”

기특도 하지. 고대 보물 상자를 바치다니! 역시 살려준 보람이 있다.

달칵!

상훈은 즉각 상자를 열었다. 봉인이 되어 있었지만 그런 걸 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이건?”

그런데 상자 안에는 뜻밖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삼각김밥 판매대]

-등급 : 희귀

-편의점 전용

-편의점의 매대에 부착하면 삼각김밥을 판매할 수 있음.

“오! 역시 이런 게 있긴 있었네.”

그래도 마트가 있던 자리라 이런 게 보물처럼 숨겨져 있던 모양이었다.

좀 더 다양한 메뉴였으면 좋겠지만 이거라도 어디인가.

드디어 컵라면과 생수 이외의 새로운 메뉴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수고해라, 탈룬. 무슨 일이 생기면 요 앞의 편의점에 와서 보고해.”

마트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큼직한 편의점이 있는 빌딩 건물을 봐두었다. 그곳의 편의점을 점령해두면 카르니아 성에서 찾아오기도 편할 것이다.

“흐흐, 여기는 염려마십시오. 켈라크스의 초월자들이 직접 나타나지 않는한 시나리오 8까지 등장하는 놈들 중 저보다 강한 녀석이 쳐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탈룬이 자신있게 웃었다. 저 말은 시나리오 9가 진행될 때까지는 카르니아 성은 안전지대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하지만 켈라크스 시스템에서 공식적으로 설정해둔 절대 안전지대는 편의점뿐. 상훈은 서린을 편의점 이외의 장소에 있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난 이만 가겠다. 파렉스, 넌 나를 따라와.”

“예, 로드.”

상훈은 용족 파렉스와 함께 카르니아 성을 나섰다. 카르니아 성을 점령한 덕분에 더 이상 주변에 아르메스의 분노서린 창이 쏟아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 공간 왜곡은 존재했다.

성에서 일정 거리를 벗어나서 되돌아보면 성이 아닌 커다란 마트의 모습으로 보이는 건 여전했으니까.

가까이 접근하면 다시 성으로 보이고 말이다.

1층에 커다란 편의점이 있는 건물.

아까 봐둔 10층 빌딩이었다.

화장실 문제도 있고 하니, 이번엔 편의점뿐 아니라 빌딩 전체를 점령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로드.”

파렉스는 신장이 무려 7미터나 되는 초대형 용족이다보니 그대로는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뭐라고 주문을 외운 순간 2미터 크기로 작아졌다.

물론 상훈은 그런 걸 신기해하지 않았다. 그 정도도 못하면 어디가서 용족이라고 할 수도 없을 테니까.

“난 편의점을 개설하고 있을 테니 넌 2층부터 위쪽을 다 점령하고 와.”

“맡겨주십시오. 싹 쓸어버리겠습니다.”

혼자서 9개 층을 점령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파렉스는 무척이나 신이 나는 표정이었다. 그는 바람처럼 빌딩 안으로 사라졌다.

‘그럼 나도 들어가볼까?’

곧바로 상훈은 건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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