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지구 최초의 가디언 학살자 (2)
한편 그때 상훈은 편의점 건물 안에 들어와 있었다. 편의점 내부와 외부는 결계로 차단되어 있어 일단 안으로 들어오면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없었다.
‘여기에 뭐가 있기에 그리 기겁을 하고 뛰어나온 거야?’
유명 편의점 체인 중 하나인 PS25가 있던 건물.
막상 들어와보니 편의점이 있던 점포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뭣 때문에 놀란 것일까?
[이곳은 켈라크스 소유의 건물이며 편의점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나리오 5가 진행된 이후에야 가능합니다. 속히 나가 주십시오.]
이건 또 뭔가?
‘여기에 편의점을 열 수 있다고?’
다만 조건이 있었다. 시나리오 5가 진행된 이후여야 가능하다는 것!
[경고합니다!!!]
[속히 나가지 않으면 가디언이 당신을 응징할 것입니다.]
경고의 음성이 섬뜩하게 귀를 울렸다.
“날 응징하겠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안에서 뭔가 위협적인 기세가 느껴지긴 했다.
‘결계 안에 또 하나의 결계가 있었군. 그 안에 가디언이라는 녀석이 있나 보네.’
[마지막 경고입니다. 나가지 않으면 당신은 죽습니다.]
“못 나가겠다면?”
아무리 아직 본래의 힘을 회복하지 못했다지만, 한낱 시스템에 소속된 일개 가디언 따위에 물러날 상훈이 아니었다.
스스스-
그러자 주변에 붉은 빛의 결계가 둘러졌다. 좁은 건물의 내부가 드넓은 공터와 같은 공간으로 바뀌었다.
[경고를 무시한 어리석은 이에게는 오직 징벌 뿐.]
[이제 그대는 만용의 대가를 받게 되리라.]
“쿠와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포효와 함께 키는 대략 7미터, 전신이 근육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외눈박이 괴수가 상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점포의 가디언이 나타났습니다.]
‘사이클로프스?’
저 괴수 또한 이곳 지구에는 존재할 수 없는 이세계의 몬스터 중 하나였다. 리자드맨과는 비할 수 없이 강력한 괴력을 지닌 초대형 몬스터!
“쿠오오오오오오!”
그런데 지금 나타난 녀석은 보통의 사이클로프스가 아니었다. 키만 해도 그 두 배는 되었고, 놈의 전신을 휘돌고 있는 검붉은 오러의 폭풍이 심상치 않았다. 저 폭풍에 슬쩍 스치기만 해도 웬만한 인간은 갈기갈기 찢겨질 것이다.
‘설마 자이드클로프스?’
외모는 사이클로프스와 비슷하지만 전투력으로 따지면 그보다 수십 배는 더 강한 끔찍한 괴수!
실제로 자이드클로프스가 나타나면 지상 최강의 몬스터라는 블러디 오우거나 자이언트 미노타우루스들도 벌벌 떨며 도주할 정도다.
마계의 최상급 마물 중 하나가 이런 곳에 배치되어 있을 줄이야.
‘켈라크스 놈들이 마계와도 관계가 있다는 건가?’
쿵쿵쿵!
그때 자이드클로프스가 핏빛의 외눈을 번쩍이며 달려오더니 대뜸 상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쒸이이이-!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지름 1미터는 됨직한 거대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저 가공스러운 파괴력이 실린 공격에 맞으면 어지간한 건물이라도 단번에 날아가버릴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상훈에게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주먹을 슥 뻗었다.
콰앙!
두 개의 주먹이 격돌하는 순간 자이드클로프스의 주먹이 뭉개졌다. 이어서 팔과 어깨까지 처참하게 터져나갔고, 급기야 심장까지 부서져버렸다.
“꾸어어어억!”
자이드클로프스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외눈을 부릅뜨더니 이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단 한 방에 자이드클로프스가 즉사했다!!!
누군가 이 상황을 지켜봤다면 기절초풍하겠지만 상훈은 별일 아닌 듯 덤덤한 표정으로 주먹을 털었다.
“이 녀석을 지구의 각성자들이 상대하기는 쉽지 않겠군.”
아직 각성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는 모른다.
상훈이 보았던 유일한 각성자인 유서린.
그녀는 웬만한 리자드맨 서너 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길만한 전투력의 소유자였다. 앞으로 계속 레벨을 올리면 머지않아 보통의 사이클로프스 한 마리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레벨이 아무리 올라도 방금 전의 자이드클로프스와 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끔찍한 마물을 고작 편의점을 지키는데 배치해두었다는 건가?’
[당신은 점포의 가디언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1,0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이 점포는 이제 당신의 소유입니다.]
그와 함께 검붉은 빛으로 뒤덮였던 주변 공간이 본래로 돌아왔다. 결계가 사라진 것이다.
[당신은 지구 최초로 점포의 가디언을 쓰러뜨렸습니다.]
[지구 최초의 가디언 학살자 칭호를 얻었습니다.]
[특별보상으로 5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원치않게 칭호를 얻었다. 게다가 루나도 엄청나게 들어왔다.
자이드클로프스를 해치우자 100만에 칭호 보상으로 50만!
합치니 무려 150만이나 되었다.
[비록 시나리오 5 진행 전이지만, 이곳이 당신 소유가 되어 편의점 개설이 가능해졌습니다. 개설 비용 50,000루나를 들여 편의점을 열겠습니까?]
편의점을 열 수 있단다. 상훈은 왠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한 어쨌든 켈라크스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
“좋아! 개설해봐.”
일반적인 상식대로라면 이런식으로 편의점을 여는건 불가능하다. 편의점 체인과 계약을 통해 가맹을 한 후 각종 물품을 인도받아 매대에 진열하는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상식 따위는 잊어야 한다. 지구는 켈라크스의 시스템에 의해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
[50,000루나가 편의점 개설 비용으로 지불되었습니다.]
[당신의 잔여 루나는 1,450,090입니다.]
[편의점 개설 준비를 시작합니다.]
순간 편의점 내부가 알록달록한 빛에 휩싸였다.
[편의점에서 기본으로 진열 가능한 상품은 다음의 두 종류이며, 추가로 상품을 진열하려면 특별한 방법으로 레시피를 얻어야 합니다.]
[컵라면]
[생수]
[기본 비품으로 컵라면용 온수기, 테이블과 의자들이 자동 배치됩니다.]
[편의점 개설 준비를 마쳤습니다.]
[편의점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명색이 편의점인데 달랑 두 종류의 상품만 있다니! 또한 번거롭게 뭔 이름까지 정하라는 건가. 상훈은 대충 지어내 말했다.
“상훈25.”
[편의점의 이름은 상훈25입니다.]
[당신은 지구 최초로 편의점을 개설했습니다.]
[지구 최초의 편의점 개설자 칭호를 얻었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100,000루나를 얻었습니다.]
가디언 자이드클로프스 하나 처치하고 편의점을 연 것뿐인데.
루나가 무려 1,550,090.
게다가 지구 최초의 어쩌고 하는 칭호도 두 개나 얻었다.
[상훈25에서 물품 판매시 판매가격의 50%가 당신의 계좌에 자동입금됩니다.]
아직 영업이 시작된 건 아니었다. 편의점의 내부와 외부는 여전히 결계로 차단되어 있어,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매대가 생겨났네?”
그 사이 편의점 안에 불쑥 나타난 하나의 매대. 그것은 마치 커다란 자동판매기처럼 보였다. 그 옆으로 테이블 2개와 의자 8개. 그리고 컵라면용 온수기까지. 이로써 제법 편의점의 구색은 갖춰졌다.
[컵라면]
-특수하게 제조된 라면으로 성인 1명에게 1일 동안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 있음. 섭취시 1일 동안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증가함.
-판매가격 20루나
[생수]
-특수한 성분이 들어있는 식용 생수로 성인 1명에게 1일 동안 필요한 수분이 들어 있음. 섭취시 1일 동안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증가함.
-판매가격 20루나
놀랍게도 컵라면과 생수는 그간 편의점에서 흔히 보던 것들과는 달랐다.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증가한다고?’
마기(魔氣)는 마계에 가득한 사악한 기운이다. 지구의 인간이 이 마기에 노출되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뿐더러 그 자체로 데미지를 입어 결국은 죽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 편의점에서 파는 컵라면과 생수를 먹으면 비록 1일 동안이지만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생겨난다는 것!
‘이런 걸 파는 걸 보니 앞으로 지구에 마기를 쏟아붓기라도 할 모양인가?’
아마도 시나리오 5 정도가 진행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다 보니 상훈은 시나리오 2가 시작되기도 전에 편의점을 개설했지만 말이다.
[잠시 후 상훈25의 영업이 시작됩니다.]
[상훈25의 내부는 안전지대이며 이 안에서는 그 어떤 전투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안전지대?”
설마 편의점이 안전지대일 줄이야. 그래서 그토록 개설 조건이 까다로웠던 것이었다.
[상훈25는 한 번에 최대 10명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훈25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주인인 당신이 불량이용자로 등록한 이는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그 사이 결계로 인해 차단되었던 바깥의 상황이 환하게 드러났다.
“쿠워어어어어!”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웬 미노타우루스 하나가 날뛰고 있었은데, 검은색 트레이닝 복을 입은 소녀가 그것이 휘두른 도끼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파악!
“아아아악!”
상훈은 깜짝 놀랐다. 회귀자 소녀 유서린이 저리 허무하게 죽어버릴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