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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27話 -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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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출범일까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
북부정벌의 한 축을담당했던 아르센 왕국의 병사들.
광평의 남쪽에 주둔해있었다.
수도방위사령부 역시 남쪽에 주둔해있었기에 병영을 지원받아 지내고 있었다.
헌데, 한 달 전 부터 신기한 움직임이 있었다.
이곳에 아르센왕국의 부대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아르센 왕국의 병사들과 백성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걸 어쩐단 말인가."
2만 5천 명의 병사들. 하지만 몬스터대륙에 오면서 2만 여명이 남았고 북부정벌로 인해 겨우 5백여명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살아남은 패잔병들이 다시 모여들어 1천 2백여명이 되었다.
후에 광평으로 와 그저 자신들끼리 훈련하고, 쉬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어느새 아르센 왕국의 병사들 혹은 백성
들이 하나 둘 모이며 다시 만 명의 대 병력이 모여 버린 것이다.
루네는 침탄스런 표정을 지으며 각 부장들을 모았다.
"……."
"……."
다들 말이 없었다.
자신들도 그저 작은 소부대의 부대장이었던 자들.
게다가 무장인 자신들이 어떠한 말을 꺼낸단 말인가.
"벌써 수용인원 한계치에 도달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문은 그 크기가 더욱 커져……."
그나마 부사관 출신의 군 참모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해주었으나 더욱 암담하게 할 뿐이었다.
"허어."
"저, 전하. 그런데 우둔한 저의 머리로는 도대체 왜 그러시는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저희 모국의 백성들이 모이면 좋은 거 아닙니까? 처음에는 전하께서도 좋아하시던데……."
말을 하면서 뒷 말을 흐리며 눈치를 살핀다.
그들이 알고 있는 루네의 성격은 천방지축에 망나니였다.
다만 르세르만이 너무 일탈하지 않도록 잡아주고 처리해주는 역활을 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또 무슨 꼬장을 부릴까 뒷말을 흐린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북부정벌과 지현철의 모습을 목표로 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알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 우리 백성들이 모이면 일국의 왕자로써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허면……."
모두 루네의 입을 쳐다본다.
"문제는 여기가 아르센 왕국이 아니라, 조선이란 말이다."
"……."
"만약, 그 수가 계속 이대로 불어나게 된다면 전하께서 반란 및 국가내란으로 죄를 묻는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다."
"……어찌 그런. 허면 이들을 그대로 데리고 몬스터대륙의 한 편에 나아가 나라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괜찮지 않겠습니까?"
이에 르세르가 눈썹을 찌푸린다.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다.
대답은 루네에게서 나왔다.
"그것 또한 생각도 안 해 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어디를 간단 말인가. 이곳은 몬스터대륙이야. 그리고 여기는 전부 군인들 밖에 없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정치를 배운적이 있는가."
"……."
현실적으로 너무도 턱 없는 소리였다.
"게다가 지금 우리 부대조차 전하의 은덕에 의해 식량과 옷을 배급받고 있고, 심지어 우리를 믿고 무기와 갑옷까지 아르센의 그것과 최대한 맞춰 만들어 주고 있네. 오히려 우리 군을 도와주고 있네. 아무리 미쳤다해도 의리를 접을 수 없네."
모두 고개를 숙인다.
르세르가 입을 열었다.
"전하,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 잘 들어라. 민간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소문을 아는가."
"소문……, 말씀이십니까?"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소문 말이다. 현재 민간에 퍼져 있는 소문. 앞으로 출범한 대한제국과 아르센 왕국은 피로 맺어진 혈맹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우리가 배신하고 나간다면 그들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르세르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정면만을 바라본다.
루네가 한숨을 푹 쉰다.
"하지만 수용한계치를 넘어가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리."
"전하께 직접 묻는게 낫지 않겠사옵니까."
"……허나, 괜히 심기를 거스르는게 아닌지."
"전하."
부장 중 하나가 단호한 목소리로 루네를 불렀다.
"전하, 언제부터 아르센의 왕족이신 전하께서 이리 약해지셨단 말입니까."
"무어라?!"
주변의 부장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역정을 낸다.
"그만! 됐다. 부장의 말이 맞다. 어쩌면 지난 4년간 난 유약해졌을 지도 모르지. 지금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4년 이란 시간이 걸렸다. 3년은 북부에서 꼼짝없이 돌아다니며 하루하루 전투에 전투를 거듭했고, 북부정벌에서는 나와 같이 지내온 병사들 대부분이 죽어갔다. 지금 이렇게 몸이 편하니 유약해졌을지도 모르지."
주변이 싸해진다.
"하지만 대 아르센의 긍지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걱정말거라."
루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을 본다.
처음 아르센에서 가져온 보검.
"처음 아르센 왕국을 일으키신 아르센 태왕이 쓰시던 검이지. 이백여년이 지났지만 그 날은 그대로 날카롭고 예기롭구나."
숙연한 분위기다.
"걱정마라. 좋다. 내 전하께 가서 한 번 묻도록하지. 결국 그들 하나하나 우리 아르센 왕국의 백성들이 아닌가! 어찌 왕이 된 도리로써 백성을 버릴 수 있는가! 아바마마께서도, 조선의 왕께서도 백성을 버리는자, 군인을 대우하지 않는 자, 기술자들을 대우하지 않는자. 왕이 될 수 없다 하였다."
검은 눈동자에 검은 머리카락.
모습은 초대의 왕과 초상화와 똑같이 생겼다 하여 어릴 적 한 기대를 품고 자랐던 아르센 폴 루네.
하지만 커 갈수록 그 기대가 부담이 되어 일탈을 일삼았던 이.
모두 포기한 이.
위로 형과 누나. 아래로 여동생 하나.
망나니임에도 불구하고 형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줬다.
누나와 여동생은 같은 핏줄이 아니라는 듯 무관심으로 일관.
그게 복합적으로 자신을 괴롭혀 결국 아바마마께서도 자신을 이곳에 보내고 걱정이 되니 미래가 촉망한 근위기사대 중 한 명을 보낸 것.
똑똑.
그 순간 문이 두들겨지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전하. 한 사람이 보고자 하는데 혹시…… 커헉!"
갑자기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에 르세르가 검을 뽑아 경계자세를 취한다.
루네 역시 소드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자.
검을 뽑아 경계하고 부장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뽑는다.
끼익.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로브를 뒤집어 쓴채 들어왔다.
저벅저벅.
모두 긴장한채 그를 쳐다본다.
우우웅.
소드익스퍼트 최상급의 르세르.
북부정벌에서 얻은 깨달음은 곧 그를 강하게 했고 오러가 마치 하나의 검처럼 만들어진다.
"호오, 최상급이시군요. 르세르 군."
"네 이놈! 정체가 무엇이냐!"
"알 필요가 있을까요?"
부장 하나가 달려든다.
그 역시 오러가 살짝 맺혀있는 마나 유저.
"솟아 올라라."
로브를 뒤집어 쓴 이가 달려드는 부장을 향해 밑에서 위로 손을 들어 올리자 나무바닥이 그대로 들어올려지며 검을 퉁겨내고 부장을 천장에 묶어 두었다.
"이 놈!"
그것을 신호로 주변의 부장들이 달려 든다.
"짓눌러라."
순간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 지며 달려들던 부장들을 그대로 땅에 처박게 만들었고, 그것을 버티고 들어오는 실력자 셋을 향해 읊조렸다.
"멈춰라."
그러자 거짓말 처럼 셋의 모습이 멈췄다.
르세르가 침을 꿀꺽 삼킨다.
우드(Wood), 그래비티(gravity), 홀드(Hold).
초급 마법 세 개.
겨우 이 세 개로 아르센 왕국의 병사들도 아닌 부장들을 싸그리 잡아버렸다.
"르세르 군도 덤비시죠."
한 편 루네 만큼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쳐다보고 있었다.
"이 놈! 아르센을 능욕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울부짖어라! 늑대의 발톱이여(Wolf Claw)!"
르세르의 검에 있는 오러가 순간 늑대처럼 변하는 듯 했다.
검을 뒤로 쭉 뺐다가 달려들며 찌르는 검.
폭발적인 스피드와 힘으로 상대를 세 개로 쪼개버리는 기술.
로브를 쓴 사내가 왼손을 들어올린다.
"막아라."
일반 실드가 아닌 살짝 두터운 하얀 우윳빛의 막이 생겼다.
쿠와아아아!
마나와 마나가 부딪히자 굉음을 울리며 먼지가 솟아 올랐다.
"이런 이런."
충격때문인지 르세르가 피를 한 웅큼 토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마법사가 주변을 살핀다.
충격에 의해 막사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전투가 있었던 곳 주변으로 이상한 막이 보였다.
"저, 저건."
르세르가 밖을 쳐다보자 아무 소리도 모습도 보이지 않는지 다들 자기가 할 일만 하고 있었다.
"……그레이트 실드."
"예, 맞습니다."
6서클의 그레이트 실드.
"이제 모두 잠에서 깨어야지요."
그러자 나무로 잡고 있던 부장과 중력에 의해 짓눌려 정신을 잃고 있고, 홀드에 의해 잡혀 있던 부장들 전부가 풀려났다.
"이런 상처도 치료해야지요."
마법사의 몸에서 연두색의 빛이 이는 듯 하더니 곧 부장들에게 스며들어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든다.
"이게 무슨……."
르세르가 당황했다. 자신역시 아까와 같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최고의 상태였다.
"건물 역시."
두 손을 위로 살짝 들어올리자 땅에 쓰러져 있던 나무조각들과 집의 파편들이 퍼즐 처럼 제 모습을 갖춰가며 집을 원상태로 만들었다.
'실력자. 도대체 이곳엔 무슨 일인가.'
모두 긴장한채 그를 쳐다본다.
마법사 깊게 눌러쓴 로브를 벗는다.
긴장은 배가 됐다.
로브를 벗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하. 대 아르센 왕국의 마법단장 테이티 아베노, 인사드립니다."
"아베노!!"
마법사의 모습은 백발이 무성하고 주름이 깊게 패여 있어 그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을 때에는 미성의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중저음의 늙은이 목소리였다.
루네가 달려들어 아베노의 품에 안겼다.
"마, 마법단장."
모두 술렁인다.
자신을 제압한 자의 정체를 알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었다며 자위했다.
테이티 아베노.
아르센 왕국의 마법단장.
현재 그의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아르센왕국의 왕을 4대 째 모시고 있는 충신중의 충신.
7서클 마스터.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8서클 유저로 들어섰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그것은 본인만이 알길.
"허허허,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암요!"
왕국에 있던 시절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다.
"보아하니 훌륭한 보좌관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괜찮으셨군요."
"그럼요, 여기 있는 한 명 한 명이 훌륭한 사람인걸요!"
아베노가 부장들과 르세르를 쳐다본다.
루네를 위해 목숨을 버리며 덤벼든 이들.
"그, 근데! 아베노! 여기까진 왜 온거에요?!"
모두 루네의 아이같은 모습은 처음 보는 그들이기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베노의 목적이 궁금해진 모두가 입을 주시한다.
"전하……. 이제 집으로 돌아가셔야지요."
아베노가 웃는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 하지만 나 혼자 갑니까? 이들은 어찌하고요. 그리고 저를 믿고 따르는 여기 백성들도……."
루네가 걱정을 한 가득 담은 눈으로 쳐다본다.
"전하, 어느새 선군이 다 되었군요."
주름진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게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상관 없습니다. 전하의 자식들이니 모두 데리고 가야지요."
루네가 환하게 웃었다.
"이제 아르센 왕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다음 작품을 위한 밑밥.
가족의힘님 그럼요! 이제 곧 제국!!
co쟁이님 ㅎㅎㅎ칭찬은 아닌데ㅎㅎㅎㅎㅎㅎㅎ
유니C님 아직 예비군은 턱 없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일단 대한제국에 들어오면 아마도...;;???
프리언데드님 그럼요ㅠㅠ 2부도 몇 년 뒤에 다시 돌아옵니다ㅎㅎㅎㅎ
무적인인간님 주말이기에 바로 연참 ㄱㄱㄱㄱ
anovil님 요새화를 시키고 그곳을 기점으로!!!
dkssid00님 아무래도... 계속 끌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ㅎㅎ
샤이닝나이트님 그럼요 저도 동감. 아직 멀긴 멀었죠ㅎㅎ 하지만 그래도 공국 수준까진 오르지 않았을까...???
CaRIDo님 완전 제국이죠!! 암요!!
정이남편님 아무래도 대한태제는 전체적으로 지현철의 힘이 약했던ㅋㅋㅋㅋㅋ
해모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