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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26話 - 초석(初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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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출범일 까지 52일.
2만 5천의 부대가 서부전선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지현철이라고 맘 놓고 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광평에서도 외곽.
정말 외곽이라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곳.
그곳에 마련된 조촐한 방.
"오셨군요."
음습한 목소리가 울린다.
화륵.
순간 횃불이 켜지며 방 안을 환하게 비춘다.
"음, 그래."
불이 켜지며 보인 것은 짙은 흑갈색의 눈동자.
지현철이다.
지현철이 한쪽 입가를 씨익 올리며 일명 썩은 미소를 지었다.
상대편에 있던 얕은 로브를 쓰고 있던 비쩍마른 사내가 움찔했다.
"도대체 저희들을 부른 이유가……."
횃불이 켜지고 눈이 적응되자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사내 여럿이 인상적이다.
그들 역시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너희들 나와 같이 거래를 하지 않겠는가."
"네?"
다들 아무 말없이 가장 선두에선 비쩍마른 사내를 쳐다본다.
지현철이 오기전 이미 암묵적인 대화가 오갔는지 선두에선 사내만이 말했다.
"거래를 해보자 말했네."
"거래라 하심은……."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가."
지현철이 팔짱을 낀다.
"알다시피 조선은 신생국가네. 게다가 두 달 뒤 대한제국으로 출범을 하지."
이미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었다.
정보로 대부분의 수익이 결정나는 상인들로써는 1순위로 들은 이들이다.
"헌데, 웃긴게 군대가 있고 법도 있고 치안을 지키는 경찰도 있는데……, 나라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백성들도 있고.
정말 웃긴게 말이야. 하나가 빠졌네."
거기까지 말하고는 그를 쳐다본다.
비쩍마른 사내가 쫙 찢어진 눈동자를 굴리며 머리를 굴린다.
그도 상인이니 만큼 모든 상황은 파악이 끝났다.
하지만 섣불리 입밖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 만큼 사안이 사안인것이다.
"말하기 곤란한가? 그럼 내가 말해주지. 나라를 부하게 할 돈줄이 없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알아. 왜 조선에서 이름이 쟁쟁한 상인들을 안쓰고 그저 품팔이나 하는 작고 별 쓸모 없는 너희들을 불렀나 이거군
."
"……."
맞는 말이라 차마 따지지는 못하고 뻘쭘히 눈을 껌뻑였다.
"별 쓸모 없어서 부른거다. 너희들……, 카르다니아 대륙에서는 나름 이름을 떨치는 상인들이었더군."
"……."
서로 얼굴을 마주친다.
어색한 표정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모여있는 여덟명의 상인들. 너희들은 모두 다르다."
"……."
갑자기 뜬금없이 꺼낸 이야기에 모두 어리둥절해 할 뿐이다.
"너희들은 이름도 나라도 말도 그리고 취급하는 물품도. 전부 다르다. 허나 딱 두 개의 공통점이 있지."
"그것이 무엇입니까."
상인이기에 궁금함은 참지 못한다.
"안알랴쥼."
"……예?"
지현철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 잘못 말했다. 공통점이 궁금하다 했는가."
"예, 전하."
"첫째, 너희들은 대륙 공용어를 쓴다. 상인들이라면 모두 쓸 줄 알지."
"그렇습니다."
"둘째, 너희들은 각 국의 한 지방에서 누구도 따를 자 없는 최고의 상인들이었다."
다들 우쭐해진다.
"우선 앞에 있는 너만해도 마법왕국의 동부지방의 상인 연합 수장이었더군. 이 정도만 말해도 여기 모인 사람들의
수준을 알 수 있겠지."
그러자 다들 움찔하며 설마 자신들까지 알까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현철이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펄럭인다.
"여기에 너희들 신상 다 있으니, 빠져나갈 생각하지 말도록. 어때, 한 번 나와 거래 해보지 않겠는가?"
말 없이 침묵으로 긍정을 토해냈다.
분위기는 하자는 분위기였다.
"흐음, 좋습니다. 하지요."
예의 비쩍마른 사내가 앞으로 나선다.
"헌데, 거래 내역이 무엇입니까."
"몬스터대륙의 몬스터들의 전리품."
"네?"
이해를 못하는 그였다.
"말 그대로다. 혹시 의심이 가지 않았나? 몬스터대륙이라더니 처음만 빼고 왜 몬스터들이 코빼기도 안보이는지."
"……."
"그것을 누가 막고 있을까."
"조선군대가……."
"그렇지. 조선이 생긴지 3년. 그럼 쌓인 양은……?"
상인들의 머릿속이 굉장한 속도로 돌아갔다.
"그것을 너희에게 팔지. 물론 상태는 무척 양호하다. 코볼트, 고블린, 오크, 트롤, 오우거. 소수지만 리자드맨의 가
죽과 맨티스의 앞발이 있지."
"……."
카르다니아 대륙에서는 트롤과 오우거, 맨티스는 쳐다보기도 힘든 희귀 몬스터이다.
"하겠는가?"
"허면 이 여덟명이서 그것 하나로 하는 겁니까?"
"그럴리가. 종이를 보았지?"
"예, 마치 신성제국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지현철이 이야기가 빠르겠군 이란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종이도 말씀이십니까? 저희에게 거래 독점권을 주시는 겁니까?"
"더 들어봐라. 그리고 강주의 도자기 그것의 거래권도."
"음……."
"아산의 목재와 석재, 철광 역시."
"그것도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현철이 그들에게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우리가 그것들을 너희에게 싸게 팔지. 물론 시세를 고려해서 말이야. 또한, 그것으로 너희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을
쓰지 않겠다. 나라에 해가 되지 않는 한에서 말이야."
"……하지만 그 만큼 핸디캡이 제법 크겠군요."
상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말이 빠르군. 조건이 몇 개 있다. 너희들은 하나의 상단을 만든다."
"저희들이 말씀이십니까?"
"그래, 너희 여덟이서 하나의 상단을 만든다. 그 상단의 이름은 알아서 정하라."
"흐음……."
"싫은가? 잘 생각해봐라. 이 무주공산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세를 불려 독점하고 있는 기존의 세력들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폭발적인 지원과 운영력이다."
"싫은게 아닙니다. 좋습니다. 다른 조건은 또 무엇입니까?"
지현철이 꺼져가는 횃불을 교체하고는 말을 잇는다.
"개인 사업은 방해안하나 그 상단에 관련된 사안이 있다면 여덟명의 상단주들이 상의해서 처리하도록 하라. 또한 국
가의 상단으로써 국가가 원하는게 있다면 너희들이 회의를 거쳐 다수결로 정해 옳은 일이라면 따를 것."
그러자 상인들이 웅성 거린다.
서로 같이 힘을 모으는 것은 찬성이지만 국가의 부름을 받는다라…….
그럼 상단의 성장에 제한이 있을게 분명했다.
또한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나가서 독립하려 했던 그들로써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빠지려면 빠져라. 어차피 너희 말고도 정부와 손을 잡고 싶어하는 이들은 도처에 널려있으니 말이다."
"……저는 할 겁니다. 이들은 글쎄요."
상인이 한쪽 입가를 씰룩인다.
뒤쪽에 망설이고 있던 상인들이 움찔 떨며 말한다.
"저희들은 애초에 손을 잡으려 왔습니다."
"저도."
"음…….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좋다. 너희에게 국가에서 관리하는 몬스터의 사해라든가 강주의 도자기, 기와, 아산의 목재, 철광, 석재, 음성의 종이를 너희에게 싼값에 팔겠다. 다만 쌀과 밀, 보리 같은 경우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부대에서 관리한다."
"저희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거래가 거의다 성립되어 갈 즈음에 문이 열린다.
끼익.
상인들이 로브를 급히 눌러쓴다.
혹시 모를 얼굴의 노출을 대비함이다.
"그럼 확실히 도장을 찍어야지요."
문을 열고 등장한 이는 국부의 재무부처에서 일하는 이동영이다.
그의 손에는 열여섯장의 종이가 들려있었으며 그것을 탁자위에 풀어놓았다.
품속에서 지장을 찍을 수 있게 물건을 꺼내 열었다.
"이게……."
"여기에 엄지를 찍고 이 종이에 옮겨 찍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들 이름이 적혀있으니 보고서 불합리한게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요. 고쳐드리겠습니다."
다들 종이를 들고 계약서를 살핀다.
그 틈에 지현철이 선두에 섰던 상인에게 슬쩍 다가간다.
"어디 모르는게 있는가."
"아닙니다. 전하.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러도록."
"감사합니다요."
그렇게 짧은 대화 틈에 서로의 손으로 오고간 묵직한 물체는 어두운 방안에서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이동영만이 짧게 한 숨을 쉬며 못본척 할 뿐이다.
그렇게 계약이 끝나고 모두가 나간 방.
"전하, 체통을 지키셔야합니다. 어찌 저런 하찮은 것들과 밀거래를……."
지현철이 이동영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문 밖을 나선다.
"원래 인생이란 이런거야. 어차피 이제 얼마 안남아서 막장이라고. 다 댐벼."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어차피 인생은 이런거지. 다 댐벼 이제 막장이다
무적인인간님 감사합니다^^
샤이닝나이트님 사실 생각하는게 제국의 출범식에 그렇게 돈을 퍼부을 생각이 아닌... 거랄까?
에미야시롱이님 어차피 인생은 다 그런거니까요^^
STAGE님 에이, 한 두번 보시는것도 아니면서ㅎㅎ
CaRIDo님 오옹~ 이런식으로 상인들과 연합!!
이지빈님 그렇다니ㅠㅠ 더 재밌는 작품으로 돌아올게요ㅋㅋㅋㅋ
리스y님 익;; 너무 잘 아시는데요ㅋㅋㅋㅋㅋ
정이남편님 그렇지요ㅠㅠ 이제 끝이 눈 앞에ㅋㅋㅋ
술마실까?님 ㅎㅎㅎ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