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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26話 - 초석(初石)
"활자라……."
노인이 지현철을 쳐다본다.
"만들어 보이지요. 만들어 본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네?"
활자를 만들어봤다는 말에 지현철이 순간 움찔했다.
"활자를 만들어 보셨다고요?"
"네, 혹시 전하께서는 배이제라는 나라를 들어보셨습니까?"
고개를 젓는다.
텔루가 레오만이 답했다.
"아아, 배이제 왕국이 망하고 그 위에 헤라파옌제국이 들어섰지."
"네. 배이제 왕국은 지금은 망국이지만 그곳은 문화가 극도로발달한 나라입니다. 헤라파옌 제국도 사실 배이제 왕국
을 모국으로 삼고 그 기틀로 일어선 나라이니까요."
노인이 품에 책 두개와 나무조각들을 품 속에 조심스레 갈무리했다.
"저희 가문은 대량 생산을 위한 활자생산을 하는 집안에 태어나 지금까지 그 일만 하다 이곳까지 왔습니다. 허니,
맡겨만 주십쇼."
그 말에 지현철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그럼 그대만 믿고 맡기겠습니다."
지현철의 웃음에 노인 역시 웃음으로 답했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대략 한 달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헌데, 다 만든다 해도 누가 어디로 가지러 갑니까?"
"그것은 다 만들어 지면 아산관청에 말하면 알아서 가지러 올테니 걱정마세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할게 많아서요."
"알겠습니다. 전하."
지현철이 수행원들을 데리고 빠져나갔다.
노인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관자놀이를 지끈 누른다.
"어디서 뵌 듯한 모습이군. 참."
등을 돌려 작업장으로 향했다.
주변 인부들이 왕이 오자 아무말도 못한채 두려움에 있다가 가자마자 한숨을 푹 쉬며 노인장에게 다가왔다.
"아니, 대장. 무슨 일이래요?"
"뭐 드래요? 뭔 일이기에 와 이리 많이 왔드래요?"
노인이 귀찮다는 듯 손을 훠이훠이 젓는다.
"됐고, 일단 최소한의 목공소 인원들을 제외하고 손재주 있는 놈들 싸그리 모아서 부대장이 끌고 내 작업장으로 와
라."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빨리 일해!"
노인장의 커다란 소리에 다들 왁자지껄 웃으며 자신들의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노인은 좀 더 위로 올라가 자신의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톱밥냄새가 코를 찌른다.
품 속에서 책을 꺼내는데 뭔가 익숙치 않은 인기척에 몸을 멈췄다.
"노인장인가 보군."
자신의 작업대 위에 있는 물품들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문을 다 닫아나 안은 살짝 어두웠다.
밖에 있다 온 그였기에 얼굴이 분별이 안됐다.
"아,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오. 노인장. 나는 조선의 국부관 황진호라고 하오."
노인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의 얼굴이 또렷히 드러났다.
강인한 눈매와 허옇고 길다란 수염.
조선의 2인자라고 이미 소문이 파다한 자다.
"높으신 분께선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일입니까."
"사실 전하께서 하나 더 맡기신 일이 있다네."
품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노인장의 품 속에는 훈민정음과 달력, 날씨, 천문에 관한 책. 이 두 권이 들어있겠지."
황진호가 작업대 위에 책을 올려놓자 노인장이 다가가 집어든다.
아무런 제목도 그렇다고 특이한 문양도 있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민자 책이었다.
타르르.
책을 살펴본다.
안에 글자가 있었다.
"작은 소설일세. 이것부터 만들어야 할 거야. 물론 비밀로."
"비밀 말씀이십니까?"
"그래, 비밀로. 이것부터 가장 빨리 만들게. 물론 최대한 숨겨서 말일세. 만들면 알아서 사람들이 와서
가져갈거야."
황진호가 노인장이 들어온 문 앞으로 다가가 선다.
"만약, 비밀이 새어간다면……. 노인장이라면 알테지."
문을 연다.
끼익.
빛이 들어온다.
노인장이 눈살을 찌푸렸고, 그 사이 황진호는 밖으로 나갔다.
쇄액~
팍!
문이 거의 닫힐 때쯤 그 빛이 들어오는 틈이 극도로 작아질 때에 그 틈으로 단검이 들어와 노인장의 귓볼을 스치고 벽에 박혔다.
노인의 등골이 송연해졌다.
'역시, 허울뿐인 나라만은 아니겠지.'
뜨뜻한 귓볼을 한 번 만지고는 피식 웃었다.
* * *
대한제국 출범일 까지 53일.
이제는 비밀이 아닌 공식적인 발표.
조선 왕국은 대한제국으로 출범한 다는 방이 각 도시와 마을에 붙었다.
아무리 촌구석 촌부일지라도 2달 뒤 대한제국이 출범한다는 것을 알정도였다.
그 방이라 함은…….
─아아, 조선 왕국이 태극기를 들고 비오는 날 수 명의 인물과 출범한 것이 벌써 수 해가 지났도다.
물론, 대륙의 타 왕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짧디 짧은 역사이다.
그것은 당연하다. 이 몬스터대륙에 누가 와 나라를 세우려 하는가.
하지만 우린 달랐다.
우리들은 전부 버려졌다. 이유도 없이 버러졌고, 매도 당했다.
이제는 우리가 뭉쳐 하나로 모여 힘을 보여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줄때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인구는 가르퓐제국과 맞먹으며 의지는 카르다니아대륙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강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찌 살가죽만 이 땅에 남기고 뉘일 것인가!
짐슴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했다.
허나,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어린 아이 남짓한 지팡이 하나뿐이다!
저들은 무어가 그리 잘나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를 가진 이들을 매도하는가!
해서, 나는 그대들에게 지금 고하노라.
앞으로 두 달 뒤.
조선의 수도 광평에서 대한제국의 건국식을 거행하겠다.
추수때와 맞춰 3박 4일 동안 조선의 모든 주막의 음식과 술은 무료이며 여관 역시 숙박은 무료이다!
또한 관청에서도 고기와 술을 풀어 그대들과 새로운 밤을 함께 할 것이다.
그대들이여, 앞으로 두 달 뒤다.
카르다니아 대륙은 놀랄것이다.
그네들이 우리들을 부르는 말. 악마. 악마라 불리는 우리들이 뭉쳐 악마보다 더한 악기로 다시 태어나 저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다.
앞으로 53일 이다.
조(朝) 지현철.
이 방이 붙자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본다.
허나 한글로 적혀있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이가 있을리가 없었다.
서로 자기네들의 말로 어깨를 으쓱하며 난감을 표했다.
그때 그 사이로 꼬마 아이가 들어온다.
"엄마~ 엄마~ 들어와요!"
꼬마 아이가 스피리아 어로 자신의 어미를 부른다.
"아이고, 아가야, 이 많은 사람들을 어찌 헤치고 왔니. 그러다가 다친단다."
"엄마! 엄마! 저 이거 읽을 수 있어요! 읽어 드릴게요!"
아이가 입을 열어 한글로 읽었다.
그럼에도 당연히 알리가 없는 그들이었다.
그러자 꼬마가 답답해 하며 스피리아 어로 번역해 말해준다.
스피리아 출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을 벅차했다.
그리고 곧 대륙어로 번역돼 퍼져나갔다.
"꼬마야, 너는 어찌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냐."
로브를 뒤집어 쓴 사내가 다가와 묻는다.
"저요? 저는 배웠어요!"
"배워? 얼마나?"
"이제 오일이요!"
"오일……"
사내가 로브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한글을 본다.
처음 보는 문자다.
헌데 오일만에 깨우치는 글이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꼬마 아이는 초학에 입학한 수재였다.
그의 천재기질은 초학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발휘되며 수석을 휩쓸었다.
그렇기에 문장도 익힐 수 있던것이다.
사내가 대로에서 사라졌다.
아이도 어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빠져나간다.
조선은 곧 들썩였다.
그들에게 대한제국의 출범은 뒷전이고 그저 3박 4일의 축제를 기다렸다.
공짜라는 말은 그만큼 컸다.
* * *
광평.
관청 안에는 지현철이 귀를 막고 실눈을 뜬채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앞에는 황진호가 구겨진 종이를 흔들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전하! 이게 뭡니까 이게!"
"뭐, 왜."
"아니, 이것좀 보십쇼! 제가 전하께 드린 거랑 많이 틀리지 않습니까?!"
지현철이 살짝 종이를 쳐다봤다.
"뭐가 잘못됐는데."
"이겁니다! 이거! 3박 4일 무료! 이게 뭔 소립니까?! 지금 민간 주막 주인들과 여관 주인들이 소문과 방을 보고 달려와 항의 하고 있습니다!"
"……."
지현철이 귀를 다시 손가락으로 막는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만큼 돈을 쥐어주면 되니까요! 헌데! 관청의 음식과 술을 푼다니! 또 다시 산적질 하려 하는 겁니까?! 추수때 모이는게 대략 1년 반치 식량입니다! 헌데 그때 다 풀어버리면 아슬아슬합니다! 국방력이 약화 될 수도 있습니다! 재무부처에 있는 이동영의 얼굴이 헬쑥해져서 저한테 따지더랍니다!"
벌써 두 시간째 이러고 있었다.
"전 정말 이런 거 못하겠습니다! 저는 학자였지 총리 따위가 아니란 말입니다!"
"으음……, 그니깐 문제가 뭔데. 돈이 없다는 거잖아."
"……! 그게 아닙니다! 그러니깐 식량도 돈도 없는데 너무 무리하십니다!"
지현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그거라면 조치를 취해놨어."
"네? 조치? 그러면 빨리 말씀해주셔야 제가 뭐라 안하지 않습니까?! 근데 돈이랑 식량은 어디서 구합니까?! 또 산적질 입니까?!"
"아니. 조금만 기다려. 한 달만. 그럼 돼."
"그게 무슨……."
황진호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여기가 어디야. 몬스터 대륙이지?"
"예."
"몬스터 대륙이 왜 몬스터 대륙이야. 몬스터가 넘쳐 나거든. 근데, 너희가 넘어오면서 3년전에 몬스터들이 상잔하며 다수의 몬스터들이 꽥. 그리고 너희들 대부분도 꽥. 근데 이제 점차 몬스터들이 서부전선에 나온단다."
"그걸 왜……."
지현철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황진호의 움찔했다.
"왜, 왜 웃으십니까, 전하."
"오크의 가죽, 힘줄, 뼈 비싸지?"
"서민 기준에서는……."
"트롤 가족, 힘줄, 뼈, 피. 비싸지?"
"중상층 기준에서는……."
"오우거 가죽, 힘줄, 뼈, 피 비싸지?"
"귀족들 기준에서는……."
"몬스터대륙의 몬스터가 강하고 더 크지?"
"카르다니아 대륙 기준에서는……."
지현철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종이를 한 더미 챙기고는 밖으로 나간다.
"그럼 한 달만 기다려. 난 미팅이 있어서 이만."
문을 닫았다.
탁.
황진호가 벙쪄서 쳐다본다.
"미팅이 뭔 말……, 그게 아니라! 전하! 그냥 가시면 어떡하십니까?! 제가 원하는건 그런게 아닙니다! 돈입니다! 돈! 윽!"
황진호가 재빨리 따라가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 누가 잡고 있는것 마냥.
"밖에 누구냐?! 누가 잡고 있는 게냐!"
"붉은날개 소속 제 4분대장 게로프자크입니다."
"게로프자크! 자네! 어서 문 열게!"
"국부관님, 저 직장 짤립니다."
"어서! 전하께 가야해!"
"전하는 단장님께서 잘 지키고 계시니……."
황진호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정말 못말리겠군. 몬스터들 잡아서 그 전리품을 파신다는 생각인거 같은데……, 그건 개인기준이지……, 국고를 채우려면 어림도 없거늘. 허어. 뭔가 묘수라도 있으신건가……."
* * *
강주의 서쪽.
그곳을 경계로 제법 큰 도시 두개와 수십의 마을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땅의 질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이사오고 농사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몬스터들의 출몰이 잦았다.
강주의 앞으로 광평에서 흘러온 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고, 쭉 따라 내려가면 대 병력이 주둔해있었다.
천(天)자가 박힌 깃발과 해와 달이 그려져 있는 깃발이 나부낀다.
하늘부대와 밝은부대.
그리고 풍(風)자가 박힌 깃발이 박힌 부대가 두 개의 부대 위쪽에 주둔해있었다.
총 병력 2만 5천.
하늘부대 1만 2천. 밝은부대 1만. 풍차단 3천.
벤이 코를 파며 하품을 한다.
"벌써 이곳에 온지 두 달 째인가."
"벌써 그리 됬습니까?"
예비군이 다가왔다.
이곳의 사령관은 예비군이다.
밝은부대를 인계 받은 이후 그는 특유의 매력과 카리스마로 이끌었고, 병사 모두 매료 되었고, 이곳, 서부 몬스터 토벌 사령관에 임명 된 후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이곳으로 올때에는 근사한 출정식도 없었다.
다만 훈련명목으로 온 것뿐이다.
"신기하게도 말입니다. 사령관님. 두 달 동안 사상자가 겨우 백여명뿐입니다."
"……백여명이 있다니. 저는 씁쓸합니다."
벤이 어색하게 웃는다.
벤이 회상했다.
원래는 케르벤이 오기로 되어 있었으나 딱 한 마디.
[야, 벤. 귀찮아. 너가 가. 난 늙어서 그런지 여기서 훈련이나 지시할게. 하암~.]
옆으로 누운채 배를 긁으며 하는 말은 신뢰성이 제로였다.
[떫으면 너가 빨리 태어나던지. 어린 자식이 말이야. 하암. 졸리다. 나 잔다. 잘 갔다와. 세 달이라지? 어휴. 내가 1년 만 젊었어도 가는건데.]
벤이 한숨을 쉬며 결국 병력을 이끌고 나머지 2만의 병력은 케르벤이 강주에서 대기했다.
"하하, 케르벤님 생각하는 겁니까?"
"네……, 참, 케르벤 아저씨는 어휴."
"하하하!"
"그런데 제법 모였나요?"
"네, 아시다시피 질 좋은 양의 가죽들이 많이 모였죠."
"헌데, 전하께서는 왜 이런걸 모으라 하는지."
예비군만이 어색하게 웃으며 회상한다.
[야, 예비군. 몬스터 잡아. 가죽 이런거 다 모아와. 난 늙어서 그런지 여기서 나랏일이나 할게. 하암~.]
옆으로 누운채 배를 긁으며 말하는 그였다.
[떫으면 너가 왕 하던지. 후달리는 놈이 말이야. 하암~. 난 조금 있다 일해야 해서 잔다. 잘 갔다와~. 세 달이다. 알지? 내가 1년만 젊었어도 가는데.]
예비군과 벤이 어색하게 웃으며 쳐다봤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말 : 최대한 써야징.
무적인인간님 아무래도요? 그래야 할 것 같네요ㅠㅠ
코로네로님 죄송욤ㅠㅠ
술마실까?님 아무래도 처음이니만큼 힘들지요ㅠㅠ 무에서 유!
샤이닝나이트님 오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소설은 판타지님 감사합니다^^
CaRODo님 사실 완결까지 다 생각해놨는디ㅠㅠ
리스y님 우리나라가 서양보다 2000년 앞선 기술 보유. 하지만 프레스의 발명으로 서양은 20년 만에 압축해서 조선 따라잡음. 웃긴건 그 프레스 덕분에 한국이 세계최고의 양질을 가진 철을 생산하는 포항제철소가 탄생. 역사는 돌고 도는 듯ㅋㅋㅋㅋ
미인백조님 감사합니다^^ 이거 보시느라 수고하셨어요ㅋㅋ 참... 힘들텐데ㅠㅠ
black보이님 아... 정말 감사합니다^^ 님과 같은 댓글을 볼때마다 참... 울컥도 하면서 참 아릿하네요. 저도 이 글과 같이 커와가지고요. 남은 시간만큼은 최대한 재밌게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