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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1話 - 맹호출림(猛虎出林)
고요함은 곧 파도가 되어 성벽너머 병사들에게 전파가 된다.
둥.
순간 우연인지 멀리서 하늘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보 전진."
한 발자국 앞으로 진을 전진한다. 그와 동시에 병사들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둥.
미세한 소리가 조금 더 커진다.
"일보 전진."
붉은날개가 일보 앞으로 전진한다.
둥.
좀 더 커진다. 북소리에 맞춰 한 발자국씩 전진했다.
둥.
전진.
둥.
전진.
소리가 점점 커져온다. 이제 막다른 성벽까지 몰리자 계단으로 올라가려 애를 쓰지만 이미 성벽은 꽉 찼다.
"도, 도대체 어디서 나는 북소리야!"
성벽 위에 있던 바쿠는 뒤를 돌아보고 입을 쩌억 벌린다.
"어, 어째서."
데져트 이글 용병단과 루이후작, 파폔국의 병사들이 뒤를 돌아본다. 성벽 안에 있던 병사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 해 하지만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두려움에 빠졌다.
북소리는 시간이 지날 수록 가까워 졌고, 처음 한쪽에서 들리던 북소리는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소리의 실체는 금방 들어난다.
"저, 저게 뭐, 뭐야?!"
"어, 어찌!"
모두 웅성거린다. 당황해 삼만의 병력이 가만히 입을 벌린채 서있는다.
"크하하하, 모두 굳은것 봐라."
브리넬이 힘껏 웃는다.
"안그렇습니까?"
데르는 한 숨을 푹 쉬며 쳐다본다.
"에효, 브리넬님. 제발 분대장으로써 최면을 차리세요."
"엥? 그런게 어딨대요. 그런거 몰라요."
브리넬은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끼고 있고, 다른 한 손은 커다란 도끼를 어깨에 걸친채 웃고 있다.
머리는 대머리라 햇빛에 반사돼 번쩍거리지만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뭔가 푸근하며 강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그나저나 진짜 많네요 사람."
"그러죠? 우리도 많지만 저쪽도 많은데요? 저 많은 인원이서 지금 토성하나 덮치는건가? 푸하하."
브리넬이 비웃는다.
연합군을 사방에서 에워 싼 상태다.
경번갑을 입은채 모두 창을 들어 진을 구성한채 띄엄띄엄 서서 둥그렇게 포위했다.
명군을 상징하는 태양과 달이 섞인 깃발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었다.
데르가 뒤를 돌아본다. 저 뒤편에 풍차단과 아르센왕국의 병사들이 따르고 있다.
"흐음……."
앞에도 자신의 병사들이 막아 놓고 있었다. 정확한 포위였다.
둥.
북소리가 일정한 타이밍에 울린다. 저들도 자신들을 자각했는지 이쪽으로 돌아본다.
하지만 명군은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아르센왕국과 풍차단이 오와열을 맞춰 선다.
뒤 이어 푸른날개와 전하가 선다.
그 뒤로 하얀이빨과 천군이 도열한다. 순식간에 산기슭에 육만여명의 병사가 도열한다.
"……대단하네."
브리넬이 기가 찬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브리넬님. 좀 자중하세요."
"아 거참. 데르님도 참. 알았어요."
데르의 일침에 투덜거린다.
둥. 둥.
이제 곧 공격이 시작되려는 듯 북소리의 템포가 살짝 빨라진다.
"근데 붉은날개는……."
"토성안에 있는 듯 해요. 아직도 점령중인거 보니 안에 살아있나 보네요."
"그나저나 전하께서 몸이라도 상하시면 어쩌나."
"브리넬님!"
"알았어요!"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지 지현철을 바라본다.
지현철은 특별 제작된 자신의 갑옷을 봤다.
은빛으로 빛나는 몸체. 찰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치마 형태로 팔과 다리 밑을 보호하는 두정갑. 투구의 끝은 창끝과 같이 뾰족하고 묵빛의 털로 윤기나게 흘러내린다.
그리고 왼손에 쥐여져 있는 붉은 환두대도.
둥.
저벅.
둥.
저벅.
북소리 한 번에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나간다. 아르센왕국의 병사들과 풍차단이 길을 비킨다.
무방비한 적들의 앞에 선다.
"붉은날개는 살아있는가."
배에 힘을 줘,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다들 쭈뼛 서있을 뿐이다.
"길을 터라.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
대답이 없었다.
지현철은 토성을 바라본다. 성문은 흙으로 메꿔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수십 수백의 사다리가 놓여져있었다.
"살아있는 듯 하군. 너희는 졌다. 항복하라."
역시 대답이 없다.
지현철이 눈을 감는다.
둥. 둥.
북소리는 똑같은 속도로 들려왔다.
"나는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너희가 걷어차는구나."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럼에도 병력들은 미동이 없다.
바로 앞 적의 십보 앞으로 다가선다.
병사와 지현철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아……."
병사가 뒤로 물러선다.
지현철은 고개만 뒤로 돌린다.
"뚫어라. 헌우가 보고싶다."
"충!"
카로파가 고개를 숙이며 크게 답했다.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와 함께 북소리가 빨라진다.
둥둥둥둥둥둥.
카로파가 월도를 꽈악 잡았다.
풍차단은 총 세개의 병과가 있다. 당파병, 장창병, 월도병.
전부다 창병이지만 무기가 틀리다. 그리고 그 만큼 능력도 판이하다.
"주군께서 길을 뚫으라 명하셨다!"
"후!"
둥. 쿵!
창의 날은 다르지만 끝은 똑같아서 땅을 내리치자 천지가 울린다.
"우리의 창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보여야 할때다!"
"후!"
둥, 쿵.
카로파가 진동을 느낀다. 심장의 떨림을 느낀다. 전쟁전의 산들바람을 느낀다.
"가자."
쏜살같이 뛰쳐나간다. 그것은 다른 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풍차단이 정말 바람이 된듯 뛰쳐나간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르센국의 병사들도 돌진했다.
지현철은 자신의 옆으로 지나가는 카로파를 본다.
스릉.
자신의 환두대도를 꺼내 날을 햇빛에 비춰본다.
날카롭다.
이빨을 보이며 웃는다.
"이제 곧 팔십살 노인네인데.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릴 줄이야."
지현철이 앞으로 걸어간다.
푹! 퍽!
크악!
쿨럭!
일반적인 학살이었다. 그들은 창을 막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
고통에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풍차단 오천. 아르센국 팔천. 겨우 만삼천의 병력에 삼만의 병력이 뒤로 물린다.
순식간에 길이 뚫린다.
뒤이어 북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둥둥둥둥둥.
천군도 진을 맞춰 전진해온다.
천군 하나에 2만 3천명이다. 전투병만 1만 8천에 달한다.
돌격하는 인원만 삼만이다. 대등한 숫자인것이다. 게다가 포위망을 구성한채 대기하고 있는 명군.
만오천.
푸른날개 삼천육백. 하얀이빨 천.
총 오만의 병력이 평야에 있었다. 겨우 풍차단과 아르센국 천군만 돌격함에도 이들은 혼비백산하며 흩어진다.
연합군이라는게 구심점을 세 개중 하나라도 잃게 되면 무너진다.
"아따, 참말로! 싱겁당께."
카로파가 월도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한다.
"단장님이야 말로 싱겁네요."
푸크스벤이 옆에서 병사 둘의 목을 동시에 꿰뚫는다.
부단장인 그는 지난 3년간 훈련끝에 일취월장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밀려나지 않고 부단장을 꿰차고 앉아있었다.
"읭? 언제 왔당가?"
"방금요. 보세요. 전 당파인데도 월도보다 더 많이 죽이네요."
푸크스벤이 웃으며 말한다. 그에 카로파의 이마에 힘줄이 생긴다.
"쳇."
당파(鐺-)란 흔히 말해 삼지창을 말한다. 가운데 창날이 삐죽 나와있고 양 옆에 두 개의 창날의 끝이 약간 휘어져 바깥으로 나가 있는 형태이다.
푸크스벤이 뒤를 본다. 자신의 왕이 걸어오고 있다.
이미 그가 걷는 곳은 깨끗이 정리가 되어 하나의 길이 된다.
자신이 선두에서 적들을 처리하면 남은이들이 그 길을 더욱 넓힌다.
그리고 그 넓혀진 길을 자신의 왕이 걸어온다.
지현철은 넓게 펼쳐진 대로를 본다.
풍차단에 의해 넓혀지면 그 뒤는 아르센국의 병사들이 처리하며 더 넓은 지역은 천군이 맡는다.
으아아악!
한 편의 지옥도가 펼쳐진다.
"사, 살려줘!"
"으악!"
그럼에도 가차없었다.
길을 만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느새 성벽까지 길이 만들어진다.
"자네가 지휘관인가."
지현철이 걸어와 서며 묻는다.
바쿠가 침을 꼴깍 삼킨다.
"자네야 말로 조선의 왕인가?"
휙. 서걱.
순간 그의 귀가 화끈 거렸다. 바쿠가 자신의 오른 귀를 만져본다.
뜨거운 감촉이 느껴진다.
"헉!"
엄청난 고통이 덮쳤다.
"끄윽."
"말 함부로 놀리면 그따구로 된당께."
카로파가 땅에 떨어진 단창을 주어 던져 귀를 자른 것이다.
"다시 한 번 묻지. 자네가 지휘관인가."
"시발새끼들이!"
바쿠가 욕을 내뱉는다. 카로파가 자신의 창을 던지려 했으나 지현철이 막는다.
한 번 숨을 들이 마쉬더니 크게 소리친다.
"김헌우는 있느냐!"
쩌렁하게 울린다.
"그렇습니다!"
안에서 김헌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면 어찌 아직까지도 문을 열어 나를 마중하지 않는것이냐?!"
호통을 친다.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문을 열겠습니다."
김헌우의 대답이 바로 들린다. 바쿠는 자신이 무시가 당했다 생각했는지 뒤를 돌아 붉은날개 쪽을 바라봤다.
"거창!"
"거창!"
안에서 창을 드는 소리가 들린다.
"투창!"
"투창!"
수백개의 창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하지만 결단코 성을 넘는 일은 없었다.
푹. 푸푹.
바쿠의 심장이 창에 꿰뚫렸다.
"끄억."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성벽밖으로 떨어진다.
쿵.
바쿠가 떨어짐을 신호로 산기슭에 있던 병사들이 막혀있지 않은 산 속으로 도망 친다.
"사, 살려줘! 안돼!"
"끄하악!"
안에서도 지옥의 한편이 만들어진다. 수 분이 지나자 막혀있던 성문이 뚫린다.
강한 충격을 줘서인지 성문이라 하기에도 뭐한 구멍이 만들어진다.
김헌우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보았다.
지현철이 당당하게 서있었다.
김헌우가 무릎을 꿇는다.
"주군, 소신이 미천하여 지금 열었습니다."
"……."
말없이 다가가 어깨를 잡는다.
"수고했다. 지금부터 내가 맡겠다."
"주군."
"대단하구나."
지현철은 본것이다. 성안쪽에 수많은 시체들을.
"잘 버텼다. 이제 쉬도록하여라. 전장을 마무리 진후 따로 이야기 하자꾸나."
김헌우는 무릎을 꿇은채 눈을 감았다.
뒤에 있던 붉은날개단 역시 무릎을 꿇은채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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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와, 오늘 삘 받아서 많이 썼어요 ㅋㅋㅋㅋ
lijand님 수고라니요ㅎㅎ
Only솔로만쉐님 추천 감사합니다^^
가족의힘님 지금 도착했네요ㅋㅋㅋ
한번에확몰입님 타이밍ㅋㅋㅋ
크론다님 멋잇는 캐릭터. 빙고 성벽밖에 왔습니다ㅋㅋㅋㅋ
태우의님 그래도 왕이 멋지죠ㅋㅋ
STAGE님 전하!!
Sprit GunMaster님 아마 초창기에 한 번 나오고 안나왔죠 ?
변기똥물님 연참 힘듭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