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태제-25화 (2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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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3話 - 광평(廣平)

"나라를 세운다니? 그게 무슨말인가?"

"하하하! 제가 뜻이 섰습니다."

"응? 무슨소리냐니깐!"

"정말 백성들이 아사직전에 처해있고, 귀족들은 그 위에서 배불리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면!"

현철은 마지막 말을 강조하며 우뚝 멈춰섰다.

"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미친듯이 웃었다. 그리고 한 순간 그의 옆구리에 차있던 환두대도가 빠른속도로 빠져나오며 순식간에 앞에있던 간베이트의 목을쳤다.

목과 몸이 분리되며 피가 분수처럼 십여초간 뿜어져 나오다가 몸은 앞으로 머리는 발 밑으로 떨어졌다.

피슛! 털썩!

간베이트의 얼굴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악에 차 있었다.

"무, 무슨!"

페르게이크가 놀라 소리쳤다. 분명 자신들이 구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구출을 제일 강조한건 그이지 않은가.

"이런자는 저희 무리에 해가 되는 자입니다."

현철은 담담하게 오크피와 간베이트의 피가 묻은 검을 그의 고급스런 천에다가 닦았다. 그리고 헌우에게 명했다.

"헌우, 이자의 몸을 뱃기어 모든 귀금속, 천을 회수하도록."

"충!"

헌우가 재빨리 간베이트에게 다가가 그의 옷을 벗기고, 귀금속을 몸에서 분리하기 시작했다.

"귀족이란! 귀족이란 말입니다. 왜 존재하냐면 말이죠. 백성들을 위해 존재하는겁니다. 자신들이 특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무언가 뛰어나서 되는것이아니라. 뭔가 부족한자들을 채워주고 도와주며, 백성들의 수발을 들어주는 자가 귀족입니다. 그들을 지도해서 좀 더 옳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이, 귀족이자 왕의 존재이유입니다. 백성이있어야 나라가 있고 왕이있고, 귀족이 있습니다. 그런 고결한 계급을 감히 이런자가 갖고있다니. 도대체 카르다니아 대륙은…썩었군요."

"네, 썩었습니다. 분명히."

주경이 옆에서 조용히 읊조렸다. 자신의 두 주먹을 불끈 쥔채.

"정말로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나라를 세워, 정말 이상적인 국가를 세울것입니다. 백성이 하늘이자 신이며 이 땅의 주인임을."

"이곳에 나라를 세우겠다는 것이냐?"

베메타가 말했다.

"네. 만들겁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게. 이 검은머리, 검은눈썹. 왜 마족이라고 탄압받으며 이리로 쫓겨야 합니까? 전 절대 인정못합니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짓밟아야죠. 대륙의 쓰레기 귀족들을."

그 말을 마치고 현철은 걷기 시작했다. 모두들 멍하니 있다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그의 등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 분이… 나의 주군이십니다."

태진이 조용히 말하며 그의 태산보다도 넓어보이는 등을 따라 걸었다.

*   *   *

마을 일행이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 현철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모두들 조용히, 기대반 설렘반으로 걷고 있었고, 사냥꾼들은 이제 자신들의 가족을 만난다는 느낌에 한 껏 들떠있었다.

베메타는 자신의 부족을 이끌며 따라오고 있었고, 페르게이크와 제리스등 모두들 사람들을 통솔하고 옆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오느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현철 뒤에는 헌우, 주경, 태진이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철이 우뚝 멈춰섰다.

"응?"

현철이 멈춰서자 모두들 따라 멈췄다.

"왜 그러느냐?"

매니른이 궁금증을 표했다.

"네? 아, 아니. 이 아이가."

그렇다. 현철의 발 앞에는 꼬마여자아이가 쭈그려 앉아 현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의 두 손은 무언가를 감싸고 있었는데, 그 고사리 같은 두 손 사이를 바라보니, 이름모를 보라색의 들 풀을 감싸고 있었다.

"꽃. 밟을려고 했어. 나쁜사람."

아이가 입을 열었다. 무표정. 가죽옷을 입고 있었고, 긴 검정 생머리.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 이마를 들어내있었고, 피부는 아이답게 부드러워 보였다. 그러나 무표정이 아이의 얼굴을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허허! 꽃이 있었구나!"

현철은 갑자기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와 같이 쭈그려 앉았다.

"응."

"부모님은 어디계시니?"

현철의 말에 아이는 무표정함 그대로 자신의 배를 문질렀다.

"응?"

"배."

"배?"

"먹혔어. 오크들에게."

"……."

"난 괜찮아. 아빠가 죽으면서 먼저 가있는댔으니까."

"그, 그래?"

현철은 당황했다. 아이의 무표정함에.

"꽃 밟으면 안돼니깐 조심해."

"응? 그, 그래."

"갈려면 빨리가."

아이의 말에 현철은 엉거주춤 일어나서 걸어가려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얼굴이 뭔가 이상했다. 일반적이지 않고 좀 더 뭐랄까. 이국적이랄까? 사실 현철을 제외하곤 거의다 서양사람들 같았지만 그 아이는 그 중에서도 무언가가 달랐다.

"이 오빠가 궁금한게 하나있는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오빠? 풋, 아저씨, 궁금한거 나한테 묻지마."

"…그, 그래? 그래도 이, 이 아저씨가 궁금한게 있는데 말이지. 어느 나라에서 왔니?"

"……몰라도돼."

"그래 미안."

현철은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섰다. 그런데 의외로 대답은 뒤에서 들렸다.

"그 아이는 노예요."

"네?"

"말그대로 노예일세."

늙은 할머니께서 답을 해주셨다.

"서쪽 끝의 가장 큰 제국 헤라파옌의 식민지인 헤라파옌소속령나이벤에서 넘어온 아이요."

"아…."

그때 아이가 벌떡일어나더니 소리쳤다.

"흥! 나이벤왕국은 절대 그 망할 제국의 식민지가 아니야! 하나의 당당한 왕국이야!"

아이의 말에 할머니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등을 돌려 다시 사람들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흥!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 식민지?"

"아니래도!"

"아, 알았다. 꼬마야 그럼 이름이 뭐니?"

아이는 진정을 찾았는지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몰라도 돼."

"그래도 알려주지 그러니?"

"없어! 없으니깐 얼른가!"

"우리 일행이 다 갈때까지 이걸 지키고 서있을거니?"

이번엔 대답도 하기 싫은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이름이 없다니. 내가 이름 하나 지어줄까?"

"…필요없다니깐."

"음… 뭐가 좋을까. 그래! 서쪽에서 왔으니깐 서쪽 서(西)를 성으로 하사하며 현명할 현(賢) 아이 아(兒)를 내리마."

아이는 갑자기 피식 웃었다.

"웃기네."

"뭐?"

"난 이름따윈 필요없어. 얼른가."

"……하, 하하! 그, 그래! 현아야."

"……."

아이는 이제 완전히 현철을 신경쓰지 않기로 작정했는지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현철은 웃으면서 일어나며 말했다.

"매니른 촌장님."

"무어냐?"

"먼저 가주세요. 제가 이 아이랑 같이 따라갈게요."

"응? 그래도 되겠느냐?"

"하하, 네. 어차피 이 세 명도 같이 있을텐데요 뭐."

"허허, 그러지."

매니른은 먼저 일행을 끌고 마을 사람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두들 다시 걷기 시작하자 아이는 더욱 꽃을 감싸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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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하루안에 연참입니다.

2연참! ㅋ 코멘트좀 남겨주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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