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태제-14화 (14/210)

0014 / 0210 ----------------------------------------------

第 2話 - 구출(求出)

철광을 업으로 삼은 마을의 언덕. 그 언덕위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심각하군."

제리스가 침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바라본곳에는 수만의 오크들이 서로 싸워 시체가 산을 이루고 끈적한 피가 내를 이루었다. 간간이 섞여있는 고블린, 코볼트, 트롤, 오우거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우웩! 욱!"

"우욱!"

곳곳에서 이렇게 많은 시체를 처음본 사람들이 토악질을 해댔다.

"프리긴. 뒷 쪽에 가서 이 상황을 알리도록."

제리스의 말에 사냥꾼 한 명이 뒤로 달려갔다. 마을의 상황은 수만의 몬스터들이 따에 뉘여 있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없는듯했다.

"이 정도면…… 마을 사람들 또한 죽었겠구나."

"제리스! 아직 희망을 가져."

"응? 희망을 가지라구? 큭! 너도 이 상황이 보이지 않는가? 열악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이 수만의 몬스터를 상대로 살아남았을거라 생각하나?"

"그렇지만!"

제리스 옆에서 희망을 가지라 말하는 중년인은 제리스의 불알친구다. 어릴적부터 함께해온 친구.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언제나 도움을 많이준 친구.

"퓌른. 물론 자네역시 희망을 가지고 싶겠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

"……."

퓌른 또한 알고 있었다. 이정도의 규모면 살아남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을. 그나마도 정규 군인이 아닌 한낱 광부이지 않은가.

"그래도 일단 내려가서 상황을 보는게 낫겠군."

"내가 내려가지."

"큭! 우선 자네의 입가나 닦지? 가서 또 토하지말고. 여기서 기다려 열명만 데리고 간다. 너는 이 상황을 좀더 뒷사람들에게 전해줄 의무가 있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제리스는 열명을 데리고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분명 어제 새벽만 해도 자신이 살던 마을이었을텐데……. 마을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덕 아래로 내려온 제리스는 더욱 심각함을 느꼈다. 잘라진 뇌가 보이고 팔다리가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절단면이 깔끔한게 아니라 찢겨져서 불규칙했다.

"아이들이 봤다면 분명 기절했겠구나."

걷다가 그의 눈이 어느 시체에 시선이 멈추었다. 그러자 궁금함이 생긴 다른 사람들도 제리스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동공이 커질대로 커졌다.

"흡!"

"이건!"

그들의 눈에 보인것은 머리통만 남은 처참한 시체였다. 머리또한 눈두덩이 무언가에 충격을 받아 짖이겨져 있어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웠고, 머리를 중심으로 내장과 사지가 흩뿌려져 수분이 말라서 비틀어져있었다.

"초, 촌장님!"

무리중 한 명이 울면서 무릎을 꿇었다.

털썩!

모두들 침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분을 삭일 수 밖에없었다. 촌장을 위시한 남은 마을 사람들을 죽인 것들은 모두 몬스터이기 때문에 분을 풀데가 없었다.

"흐음……, 더, 더욱 마을 안으로 들어가도록하지."

흥분했는지 제리스는 볼을 푸르르 떨면서 죽은 촌장의 시체를 뒤로 하고 마을 안 깊숙이 걸었다.

걸을수록 보이는것은 처참한 몬스터들의 시체와 간간이 섞여있는 마을사람들의 시체였다. 그렇게 마을 중앙 광장으로 왔을때 몬스터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취이이익!"

울음소리에 열다섯은 충격과 공포에서 정신을 차렸다.

"모두 긴장하도록!"

"네!"

제리스는 모두에게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주의를 준 후에 천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몬스터들 끼리 싸우느냐 집들이 부셔져 예전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대략의 지형은 남아 있었다.

조금 걷자 두 가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익! 인간! 죽어라!"

"으악! 악! 켁! 싫어~!!"

오크의 목소리 뒤로 들리는 인간의 목소리에 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 중앙에는 오크 한 마리가 인간 한 명을 쫓고 있었다.

"헛! 인간이다!"

그 인간이 제리스를 발견했는지 제리스에게로 달려왔다.

"모두 전투태세!"

말을 하면서 자신이 살면서 애용해왔던 빅해머(Big Hammer)를 들었다. 평야에서는 검을 사용했지만 구출하러 오면서는 자신에게 익숙한 해머로 무기를 바꾸었다.

"취익! 인간 많다! 다 먹이다!"

오크가 마을에서 얻은건지 오크의 체형에비해 작은 검 하나를 휘두르며 달려왔고, 그 앞엔 아슬아슬하게 인간이 달려오고있었다. 가까이 올수록 자세히 보였는데, 그리 큰키와 큰덩치는 아니었다. 딱히 외소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더욱 다가왔을때는 약간의 파마와 낡아빠진 갈색로브를 둘러쓰고 있었다.

바로 앞까지 왔을때 제리스가 소리쳤다.

"고개숙여~!"

동시에 한바퀴를 돌면서 그 회전력으로 빅해머를 오크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휙! 후웅!

쫓기던 인간은 고개를 숙였고, 바로 이어서 빅해머가 오크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쾅! 펑!

절대로 일반적인 망치로는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해머에 맞은 오크는 머리가 통째로 부셔져 사라져버렸다. 그 상태로 몇 걸음 달려오던 오크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털썩!

그 위력에 놀란 인간은 경악하면서 오크의 시체에서 물러섰다.

"넌 누구지?"

처음엔 마을의 생존자인줄알았지만 마을엔 이런 사람은없었다. 대략 십오세정도로 보이는 젊은 소년이었다.

"히엑! 저, 저요?"

"그래."

"저, 저는 하르켄이라고 하는데요?"

"하르켄?"

제리스는 눈썹을 미간으로 모였다가 바로 풀었다.

"어떻게 여기에 있는거지?"

"사, 산을 넘어왔는데요…."

"산? 저 몬스터 산맥을 넘어왔다는 것이냐?"

"네, 네!"

"……도대체 무슨일이……."

도대체 산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길래 처음엔 동물이 그 뒤를 이어서 몬스터가 그 다음엔 인간이 내려오는가.

"저, 저기."

"응?"

"저 말고도 넘어오는 사람은 많은데…."

"정말이냐?"

"네? 네! 아마 수천만명은 산을 올랐을거에요. 저도 그 중에 하나고요."

"……!"

제리스는 무언가 충격을 먹은듯 그 자세로 굳었다.

"그럼…, 그럼! 이 마을엔 생존자가 있더냐?!"

"제가 왔을때는 없었어요. 그때는 수십만의 오크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던데요…, 그리고 남은 오크들은 다른곳으로 이동했어요."

하르켄의 말에 제리스는 등을 돌려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너희 다섯! 너희들은 하르켄이란 애를 데리고 당장 지현철에게 데려가! 아마 그 애라면 무언가를 알 지도 몰라!"

아침의 일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가,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그럼 나머지 분들은?!"

"정찰을 계속한다!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가!"

"네, 네!"

그렇게 다섯명은 하르켄을 호위하며 일행들에게 합류하기 위해 달려갔다.

"우린 이대로 정찰을 계속한다!"

"네!"

제리스를 포함 11명은 그렇게 마을 곳곳을 정찰하기 위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   *   *

현철도 마을 광장으로 진입했다. 하르켄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다들은 그는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광장안에는 정찰을 갔던 제리스를 포함해서 백이십명이 모두 모여있었다.

"마을 안에는 아무도 없던가요?"

"그렇네."

"흐음……."

"시체를 찾지 못한 분들도 계시지만 촌장님을 포함해서 백여명의 마을사람들을 보았네."

"……상심이 크시겠군요."

"……."

"그렇다면 이 마을은 일단 죽은 마을이로군요."

"……."

제리스는 굳은표정으로 그저 현철을 쳐다봤다.

"후우!"

현철은 자신의 옆에 서있는 데르, 라브지르, 하르켄을 쳐다보았다.

"일단 수고하셨고요. 원래는 오늘 마을을 둘러보고 돌아가려했는데 하르켄의 이야기를 듣고서 무언가 짐작가는게 있어서 그런데 다른 마을도 둘러보고 가는게 어떨까요?"

"다른마을?"

"네."

"다른마을은 이미 다 철수하지 않았나?"

"…무언가 짐작가는게 있어서 그럽니다."

"뭔지 물어봐도 되는가?"

"저도 확신은 아닌지라. 알려드리죠, 하르켄의 말에 따르면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넘어왔을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죠?"

동의를 구하는듯이 물었고, 제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인해 지금 산맥의 먹이사슬과 균형이 깨졌습니다. 허나 수천만명이 온다해도 몬스터대륙은 몬스터대륙. 아마 산을 건너는 과정에서 수천수만이 죽었을겁니다."

"그렇지."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니 자신들의 영역에서 빠져나온 몬스터들이 새로운 영토싸움을 하기위해 자기들끼리 죽입니다. 덕분인지 하룻사이에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죽었습니다."

지금 마을 안에 진동하는 썩은내만 맡아도 현철의 주장은 신뢰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하르켄처럼 넘어온 사람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그렇지."

"우리는 이제 마을사람이아닌 넘어온 사람들을 구하러 갑니다."

"구한다고?"

"네, 아직 자세한이야기는 못들었지만 몬스터대륙으로 검은머리, 검은 눈을 가진자들을 귀족, 평민할것없이 배에 태워 몬스터대륙으로 보낸다는군요. 아마도 마녀사냥이겠지요."

"그, 그런!"


0